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25
325화 이렇게 셋이에요?
문어발과 고행을 연계하면 여러 명에게 동시에 퀘스트를 내줄 수 있다.
‘세 명 정도가 적당하겠지.’
고행의 쿨타임은 6일.
문어발로 3연속 시전 시 페널티가 9배로 들어오니, 총 54일의 쿨타임이 걸린다.
지금 쓰면 2학기에 맞춰서 쿨이 돌아오는 셈.
‘넷은 너무 많고.’
4연속 시전은 페널티 16배로, 총 96일의 쿨타임을 가진다.
2학기가 시작된 뒤에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 손해.
그러니 셋을 추려야 하는데,
‘당연히 아무한테나 쓰지는 않지.’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붙는다.
내가 정한 기준치 이상의 실력과 잠재력.
어떤 역경이든 이겨 내고 강해지겠다는 굳은 의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 어느 정도 신뢰를 구축한 사이여야 한다.
그렇게 보면 서예인, 고현우, 당규영, 홍연화 정도로 좁혀지는 셈이다.
‘이중 최우선 순위는 당규영.’
3학년이라 스킬/특성들 대부분이 정체 구간에 머물러 있기에, 고행의 효율이 가장 높다.
‘서예인은 그 정반대고.’
익힌 스킬/특성의 개수가 가장 적으며, 괴물 같은 재능을 지니고 있다.
굳이 고행을 쓰지 않아도 성장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어차피 여름방학 절반은 혜성그룹에서 보낼 테니, 뭘 가르칠 기회는 차고 넘친다.
여러모로 고행은 당분간 못 보게 될, 나머지 후보들에게 투자하는 게 낫다.
‘고현우랑 홍연화한테 쓰자.’
* * *
다음날 오전.
당규영과 빈둥빈둥 시간을 때우다가 두 사람을 불러냈다.
먼저 자리에 나타난 것은 고현우였다.
그는 당규영과 시선이 마주치자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안녕, 뭐 좀 마실래?”
“저는 괜찮습니다.”
빙긋 웃으며 사양하는 고현우.
둘 사이의 분위기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오며 가며 몇 번씩 볼 일이 있었고, [악인집결]도 같이 공략했으니까.
다만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게 존재하는 느낌은 있었다.
앞으로도 이 정도 거리감을 유지하겠다는 듯이.
‘잘 지내면 그만이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두 사람과 기말고사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내가 질문을 던졌다.
“여름방학에는 뭐하냐.”
“본래 계획은 스승님을 찾아뵙는 것이었소.”
“그런데?”
“전서를 받았다오. 괜히 오가는 데 시간 낭비 말고 수련에 매진하라 하시더군. 해서 말씀대로 할 생각이오.”
확실히 수련하기에는 트레이닝 센터만큼 좋은 곳이 없다.
입맛에 맞게 온갖 모의전을 구현할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특수연공실 시즌 패스는 방학이 끝날 때까지 유효하니, 최대한 써먹는 게 이득이리라.
거기에 고현우가 한마디 덧붙였다.
“기회를 봐서 멘토링에도 참여하려 하오.”
“알차구만. 좋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곧이어 홍연화도 자리에 나타났다.
멀리서부터 쭈뼛거리며 다가오더니, 먼저 당규영에게 고개를 숙인다.
“안녕하세요…….”
“안녕.”
대수롭지 않게 답하는 당규영과는 달리, 홍연화는 조금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아마 선배이자 멘토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겠지.
게다가 스티커 대인전을 비롯해, 멘토링 기간 내내 먼지 나게 두들겨 맞으면서 서열 정리가 끝났을 테고.
‘얘도 은근히 강약약강 기질이 있다니까.’
그런 생각을 뒤로하며, 나는 홍연화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여름방학에 뭐 해?”
“나……? 집, 이 아니고, 마탑에서 수련하다가……? 멘토링?”
더듬더듬 답한 후, 슬쩍 내 눈치를 살피는 홍연화.
마치 ‘너도 멘토링 들어?’ 하고 묻는 것 같다.
순간 장난기가 동해서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안 하려고.”
“아…….”
홍연화의 입이 작게 벌어졌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축 쳐지고,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마치 내일 루비 마탑이 무너진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다.
한참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니, 고현우가 지켜보다 못해 대화에 끼어들었다.
“하하, 김 형도 짓궂은 구석이 있구려. 홍 소저가 무척 낙담한 듯하니 장난은 여기까지 하는 게 어떻겠소?”
“그러게, 생각보다 반응이 격하네.”
나는 곧바로 홍연화를 쳐다보며 정정했다.
“장난이고, 멘토링 받는다.”
“아……!”
그제야 홍연화가 멍한 상태에서 벗어나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한편 당규영의 눈초리는 조금 묘했는데,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챈 듯했다.
내가 간다, 안 간다 하는 데에 이렇게까지 일희일비할 건 뭔가 싶은 것이다.
그러나 더 지켜보자 싶었는지 입은 열지 않았다.
어쨌든 사람도 다 모였겠다, 나는 좌중을 둘러보며 본론을 꺼냈다.
“방학 숙제 내주려고 불렀어. 여름방학에 뭐 하는지 물어본 것도 그거 때문이고.”
“김 형이 내주는 방학 숙제라, 벌써부터 흥미가 동하는구려. 물론 본인은 얼마든지 시간을 마련할 생각이오.”
홍연화 역시 말은 안 해도 은근히 궁금한 눈치였다.
당규영이야 다 알고 있었으니 크게 반응하지 않았고.
나는 설명을 계속했다.
“단순히 뭘 시키는 게 아니라, 아예 퀘스트를 내줄 거다. 클래스가 제각각인 만큼 다른 퀘스트를 받겠지.”
“허어, 그런 것도 가능하단 말이오?”
“스킬이 있어.”
나는 [고행]에 대해 설명했다.
맞춤형 퀘스트를 부여하는 스킬이며, 난이도가 미친듯이 높다고.
그걸로도 모자라 단계가 계속해서 상승한다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확인하려는 거야.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제일 중요하거든.”
나는 가장 먼저 홍연화를 쳐다보았다.
당규영은 물론이고 고현우도 거의 무조건 승낙할 텐데, 그럼 홍연화까지 분위기에 휩쓸릴지도 모른다.
그 전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
물론 홍연화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실상 향상심으로는 누구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그녀다.
스킬/특성 랭크작 한다고 기회가 날 때마다 지하층에 내려갈 정도니까.
아무리 어려운 퀘스트라도,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어렵기에 더욱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렵다는 건 그만큼 보상도 크다는 뜻이니까.
이내 홍연화가 결의를 다진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할게.”
“그래, 잘 생각했다.”
이어서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고현우가 싱긋 웃었다.
“물론 본인도 하겠소. 얼마나 험난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는구려.”
기대가 될 정도라니, 살아 있는 수련 기계답게 사고방식 자체가 남들과는 다르다.
마지막은 당규영의 차례였으나, 나는 묻는 대신 나머지 둘에게 설명했다.
“여기 당 선배님은 이제 3단계야.”
“음, 어쩐지 반응이 건조하신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차였소. 먼저 시작하셨구려.”
“그렇지. 자, 그럼 씁니다.”
[‘문어발’을 사용합니다.] [‘고행’을 사용합니다.] [‘당규영’에게 ‘3단계 고행’이 부여됩니다.] [‘고현우’에게 ‘1단계 고행’이 부여됩니다.] [‘홍연화’에게 ‘1단계 고행’이 부여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53일 23:59:58]“……!”
“……!”
모두 허공에 시선을 고정했다.
퀘스트 내용을 확인하는 중이겠지.
곧바로 당규영의 미간이 찡그려졌는데, 보나 마나 빛나는 구체가 더 늘어났을 거다.
그래도 3단계나 4단계 클리어로 전용 특성인 [영표(影標)]를 습득할 테니, 고생할 가치는 충분하다.
물론 그 뒤로 더한 고생길이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고현우와 홍연화 역시 만만치 않은 퀘스트가 나왔는지 표정이 심각했다.
“확실히 김 형이 경고할 만도 하군. 당분간은 바빠질 것 같소.”
“……열심히 해 볼게.”
이내 세 사람이 시선을 교환하더니,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쓴웃음을 흘렸다.
앞으로 고생길이 훤히 열렸다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그들의 눈빛에는 왠지 모를 동질감이 담겨 있었다.
* * *
몸이 달았는지 고현우가 서둘러 트레이닝 센터로 떠나고.
자리에는 멘토링 삼인조만 남았다.
홍연화는 한구석에서 쭈굴하게 커피만 홀짝거리는 상태.
나는 시선을 돌려 당규영에게 물었다.
“나머지 둘은 어쩐대요.”
“걔네는 빠진단다.”
곽지철과 송천혜는 멘토링 대신 가정학습으로 때운다.
물론 단순한 가정학습이 아니라, 소속된 마탑의 졸업생이나 원로 등에게 배우게 될 터.
어쩌면 학교 선배에게 배우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특히 송천혜는 집안 내력이 어마어마하니까.’
형제는 3학년이자 학생회장인 송천기, 조부는 무려 S랭크 영웅 우레군주다.
확인은 못 했지만 EX급일 가능성도 있고.
한편으로는, 간밤에 나눴던 메시지도 송천혜의 결정에 한몫했으리라 생각한다.
어디선가 송천혜가 분노에 부들거리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장난은 언제나 1절만 했을 때가 아름다운 법이라, 이후에는 나름 진지한 조언을 돌려주었다.
[김 호:어차피 지금은 알려 줘도 의미가 없어] [김 호:리플레이 열심히 봐도 안 되잖아] [송천혜:그렇게 열심히는 안 봤거든요?] [김 호:아무튼 지금은 내실을 다져야지]송천혜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파악했듯, 타고난 마력 괴물이었다.
1학년 대부분이 C랭크 언저리일 때 혼자 B랭크였을 정도.
그것을 토대로 스킬과 특성의 랭크를 빠르게 성장시켜 왔을 테고 말이다.
다만 성장 속도가 빨랐던 만큼, 스킬 하나하나의 컨트롤을 연마할 시간은 부족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덩치만 크고 알맹이가 없다는 말이지.’
몬스터들이나 다른 학생들처럼, 자신보다 스펙이 떨어지는 상대를 찍어 누르는 건 손쉬운 일.
반면 스티커 대인전의 당규영이나 컨트롤 룸의 이수독처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스펙을 갖춘 상대한테는 맥을 못 추는 것이다.
[김 호:이제 다른 애들도 하나둘 스펙으로 따라잡을 텐데] [김 호:갈수록 힘들어질걸] [송천혜:!] [김 호:그러니까 당분간은 컨트롤에 비중을 두고 수련해 봐] [송천혜:……알았어요] [송천혜:감사합니다]‘그렇다고 멘토링까지 넘길 필요는 없었는데.’
본인이 그만큼 부족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아마 방학 내내 마탑에 틀어박혀서 수련만 하지 않을까.
나는 당규영에게 확인했다.
“그럼 멘토링은 이렇게 셋이서만 하겠네요.”
“뭐, 그렇지.”
당규영은 어딘지 모르게 흡족한 기색이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도 같았다.
‘나로서도 나쁠 건 없지.’
인원이 넷에서 둘로 줄어든 만큼 밀도 있는 멘토링이 될 예정이다.
당규영 본인의 부담도 줄어드니, 어느 정도는 자신만의 수련 시간을 가질 수 있을 테고.
“…….”
한편 홍연화는 이런 소식이 뜻밖이었는지, 불안한 눈으로 당규영과 나를 번갈아 보았다.
평소에도 내 앞에서 위축된 모습을 보이곤 했지만, 오늘은 그보다도 더 작아 보였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