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33
433화 예선전 (7)
홍연화는 줄어드는 대기열을 따라, 조금씩 무대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주변 참가자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시선을 피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심기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불편해 보였기 때문이다.
마치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말이다.
물론 홍연화의 실제 심리는 겉보기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대기열이 줄어들수록 불안감과 초조함이 크기를 키워 간다.
스태프를 쥔 손이 덜덜 떨린다.
사실 이렇게까지 겁 먹을 일은 아니었다.
그녀는 나름 유망주로, 1학년 수백 명 중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독보적인 실력을 가졌다.
아마 픽스 존에서라면 어지간한 2, 3학년들도 꺾을 수 있을 테고.
다만 지난 주 하극상 대인전에서 느낀 게 있다면,
‘운이…… 없어!’
대진운이 그냥 안 좋은 게 아니라 엄청나게 안 좋았다.
많고 많은 선배들 중 3학년 부장급이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될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꽤 낮지 않을까?
연속으로 걸릴 확률은 더 낮지 않을까?
‘그런데 그 낮은 확률을 뚫었단 말이야.’
무려 당규영-홍예화-당규영 3연타를 얻어맞았던 것이다.
덕분에 자신감이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내려갔으나, 김호와 서예인에게 격려를 받고 함께 대련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는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그건 ‘어느 정도’일 뿐.
본격적으로 예선전을 앞두자 또다시 트라우마가 자극되는 느낌이었다.
‘또 말도 안 되는 상대가 연속으로 걸리면?’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꼴사납게 패하면?
대회가 끝난 뒤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을까?
‘그건…… 안 돼!’
홍연화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그녀를 힐끔거리던 학생들이 황급히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찌 됐든 예선전은 치러야 하니, 지금으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저 굉장히 안 내킬 뿐.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홍염백의 응원은 너무나도 귀에 쏙쏙 들어왔다.
– 크하하하! 힘내라, 우리 딸! 다 태워 버려!
‘아!! 아빠 제발!!’
왜 쪽팔림은 내 몫이야?
물론 짜증은 속으로만 냈다.
반응하면 관중들의 이목만 더 쏠리고, 자신만 더 부끄러워지리란 사실을 알아서였다.
‘언니도 보고 있겠지…….’
허무하게 탈락하면 돌아갔을 때 플레임 등짝 스매시가 기다리고 있을 테고.
괜히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떠오르는 생각에 홍연화는 두리번거리며 관중석을 훑었다.
그리고 금세 김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옆의 서예인도.
‘역시 보고 있었구나…….’
홍연화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앞선 경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중압감이 가중된 탓이다.
저 둘은 당당히 본선에 진출했는데, 나만 못 하면 어떡하지? 하고.
그런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
다음 순간 두 사람의 메시지가 연이어 날아왔다.
[김 호:네가 이겨] [김 호:평소 하던 대로만 해] [김 호:(응원하는 고양이 이모티콘(좌))] [서예인:할 수 있다] [서예인:5천] [서예인:(응원하는 고양이 이모티콘(우))]‘……5천은 무슨 뜻이야?’
홍연화는 어리둥절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그들의 메시지가 상당히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그래, 하던 대로만 하면 돼.’
대진운이 안 좋으면 좀 어떤가.
어차피 자신의 손을 떠난 일,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고 패한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홍연화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떨림이 어느새 멎어 있었다.
그녀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답장을 보냈다.
[홍연화:고마워] [홍연화:(꼬리 흔드는 강아지 이모티콘)]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어 보니, 바로 앞에 순간 이동 포탈이 있었다.
홍연화는 아무렇지 않게 거기에 올라 원형 투기장으로 들어섰다.
뒤이어 맞은편에서도 남학생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홍연화 100%]vs
[사공욱 100%]사공욱이 허리춤의 장검을 뽑아 들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대진운이 나쁘지 않군. 유망주를 베어 볼 수 있겠어.”
무인 입장에서 포대형 마법사는 매우 손쉬운 먹잇감.
접근에만 성공하면 반 이상 승기를 잡는 셈이니, 유망주라도 해 볼 만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한편 홍연화는 기억을 되짚어 보는 중이었다.
‘쟤를 어디서 봤더라?’
남학생들한테는 영 관심이 없다 보니, 낯익긴 하지만 인식이 다소 흐릿했다.
이내 기말고사에서 사공욱을 비롯한 흑도 측 칼잡이들과 붙었던 게 떠올랐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김호한테 시비를 걸었었지.
홍연화의 얼굴이 급격히 싸늘해졌다.
‘넌 죽었어.’
* * *
– 콰아아아앙—!
원형 투기장이 온통 불길에 휩싸였다.
관중들이 열광하며 환호성을 보낸다.
신병철 역시 그중 하나였다.
“와오, 확실히 유망주답네.”
그러더니 은근한 말투로 나와 서예인에게 말한다.
“이번에도 포인트 뻥튀기 가겠는데?”
“계속 지켜봐야지.”
이제 막 한 경기 끝났을 뿐이고, 앞으로 누구를 상대하게 될지는 나도 모르니까.
물론 나름대로 확신이 있으니 5천 포인트를 베팅한 거다.
‘1학년 중에서는 제일 가능성이 높거든.’
홍연화는 다른 유망주들보다 대인전 점수가 낮아서, 평가도 살짝 떨어지는 감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 실력은 1학년 유망주와 선도부를 다 놓고 봐도 최상위권.
‘고행을 그렇게 걸었는데 뒤처지면 그게 더 이상하지.’
운영도 나랑 서예인한테 두들겨 맞으면서 많이 단련됐고.
여러모로 1순위로 걸어 볼 만했다.
[홍연화 Win]vs
[사공욱 Lose]사공욱이 온몸이 새까맣게 그을린 채 비틀비틀 걸어 나오는 반면, 홍연화는 힘든 기색을 요만큼도 보이지 않으며 다시 줄을 섰다.
그러다가 이쪽을 보며 소심하게 손을 흔든다.
마주 손을 흔들어 주고 있으니 신병철이 물었다.
“그래서 3조 후보 하나는 홍연화고, 또 하나는?”
“글쎄,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서.”
인맥을 넓혀가고는 있지만, 2, 3학년쪽은 아직 불모지에 가깝다.
그렇다고 소문만 듣고 본선 진출 후보를 정하는 건 확실치도 않고 재미도 없으니, 어지간해서는 1학년으로 대상을 한정할 생각이다.
‘3학년도 있기는 한데.’
나는 무대 한구석의 원형 투기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제갈소소가 물 흐르듯 자연스레 보법을 밟으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저 실력이라면 본선 진출은 떼놓은 당상일 테지만,
‘아마 안 가겠지.’
제갈소소도 나나 오세훈 등과 비슷한 부류니까.
적당히 하다가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말이다.
2학년에 남궁창천도 있으니 더욱.
그래도 확인해서 나쁠 것은 없었기에, 막 경기를 마친 제갈소소에게 메시지를 보내 보았다.
[김 호:누나] [김 호:본선 가실 거예요?] [제갈소소:왜?] [김 호:뀨뀨랑 붙나 해서요]나는 적당한 이유를 붙이며 둘러댔다.
그러나 다음 순간 제갈소소가 찬찬히 관중석을 훑더니, 귀신같이 나를 발견하곤 눈매를 좁혔다.
[제갈소소:너, 내기 하려고 그러지] [제갈소소:(탐정 너구리 이모티콘)] [김 호:촉 뭐야] [김 호:(뜨끔 너구리 이모티콘)] [제갈소소:얼마 걸었어?] [김 호:아직이요] [제갈소소:다행이네] [제갈소소:걸지 마]예상대로 본선은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제갈소소:근데 뭔가 괘씸해] [제갈소소:(심기불편 너구리 이모티콘)] [김 호:ㅈㅅㅈㅅ] [제갈소소:이따 뀨랑 잡으러 간다] [제갈소소:얌전히 기다리고 있어]‘잡아서 뭘 하시려고.’
어쨌든 제갈소소는 후보에서 제외라, 나는 당초 계획대로 1학년에 집중하기로 했다.
유력 후보는 이성현 혹은 송천혜.
둘을 번갈아 보는 걸 신병철도 눈치챘는지, 씨익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나는 송천혜한테 걸었지.”
“배당 짜지 않냐?”
“그렇긴 한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나 할까. 자네도 행복을 누리시게.”
나는 둘 사이를 조금 더 저울질해 보다가 답했다.
“이성현한테 5천.”
“그러냐? 뭐, 걔도 나쁘지 않지. 마음대로 하셔.”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지 신병철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이윽고 이성현과 송천혜는 각자 예선전 첫 경기를 치르기 시작했다.
이성현의 상대는 2학년 활잡이.
경기가 막을 올리는 즉시 백스텝을 밟으며 화살 세례를 퍼붓는다.
그에 이성현은 제 몸뚱이만 한 방패를 앞세운 채 척척 전진했다.
거북이처럼 느릿하던 걸음에 점차 가속도가 붙는다.
그리고 상대가 사정거리에 들어오는 즉시 방패가 젖혀지며 대검이 휘둘러진다.
신병철과 내가 동시에 움찔하며 한마디씩 했다.
“어우, 저건 베는 게 아니라 후려갈기는 수준인데.”
“묵직하게 들어갔어.”
한편, 송천혜 역시 2학년과 매칭된 상태였다.
그는 수비적인 검술을 구사하는 무인.
자신에게 날아드는 벼락을 베어 내고 흘려 내며, 이따금 검기를 날려 반격한다.
송천혜 역시 어렵지 않게 검기를 흩어 버리고 계속 벼락을 날려 댔다.
나는 두 경기를 번갈아 지켜보며 평가를 내렸다.
‘둘 다 공수 균형은 잘 잡혔지.’
사대 세력에서 작정하고 키운 만큼 스킬/특성 빌드도 탄탄하고.
그렇다면 왜 나는 이성현의 손을 들어 주었는가?
바로 송천혜에게 두드러지는 단점 하나가 있어서다.
‘컨트롤이 구려.’
듣기로는 방학 동안 우레군주에게 특훈을 받았다던데, 얼마 전에 붙어 본 바로는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고인물인 내 기준에서지만 말이다.
‘평소에는 랭크빨로 밀어붙이는 것 같던데.’
유감스럽게도 이곳은 픽스 존.
랭크가 고정된 만큼 실력의 비중이 더 크다.
‘그래도 한동안은 선방하겠지.’
동 실력대, 또는 그 이상의 상대를 만날 때까지는.
그때부터는 빠르게 한계가 찾아오리라 예상한다.
다만 이번 상대는 송천혜의 한계를 시험하기엔 다소 부족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매우 손쉽게 벼락을 베고 흘렸던 반면, 갈수록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인다.
신병철이 흡족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막아도 막는 게 아니거든요.”
“뇌 속성이니까.”
겉보기에는 완벽하게 방어한 듯 보였지만, 전류가 가랑비에 옷 젖듯 그의 몸에 침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송천혜의 노림수였을 테고.
마침내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듯, 송천혜는 이전보다 몇 배는 두꺼운 벼락을 생성해 그대로 내려찍었다.
– 쿠르르릉! 쾅!!
그다음 개구리처럼 뻗어 버린 선배를 뒤로한 채, 유유히 원형 투기장을 나섰다.
다음 경기를 위해 대기하던 도중, 송천혜는 관중석에서 나를 발견하곤 우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때요? 봤죠?’하고.
‘다들 눈이 좋으시네.’
어떻게 나만 이렇게 쏙쏙 잘 찾아내나 몰라.
내 외모가 그렇게 특색 있게 생긴 것도 아닌데.
어쨌든 나는 잘했다는 의미로 턱을 까딱여 준 다음, 이성현의 경기를 마저 구경했다.
2학년 선배는 대차게 한번 얻어맞은 뒤로도 열심히 도망 다니며 활을 쏴 댔으나, 결국에는 또다시 간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관중석이 함성으로 가득 찼다.
– 와아아아아—!
처음에는 이성현을 보고 그런 줄 알았지만, 곧바로 의아함이 뒤따랐다.
‘그 정도로 임팩트 있는 경기는 아니었는데.’
해서 주변을 살펴 보니, 역시나 관중들의 이목은 다른 원형 투기장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 위 스코어보드에 떠오른 이름 둘.
[송천혜 vs 홍연화]나는 신병철과 눈빛을 교환했다.
“내가 봤을 땐 자네한테 뭔가가 있는 것 같아.”
“……그러게나 말입니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