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34
434화 송천혜 vs 홍연화
송천혜와 홍연화는 투기장에 입장한 뒤에도,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러다 홍연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대로 붙어 보는 건 처음이네.”
“그렇네요.”
마탑들은 주기적으로 왕래하며, 둘은 어렸을 때부터 안면을 익혀 두었다.
그리고 성향이 안 맞아서인지, 소꿉친구보다는 라이벌에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가볍게 충돌하는 일은 잦았으나, 대부분은 주변의 방해로 무산되었다.
지금 같은 자리는 처음이라 봐도 무방했다.
모든 실력을 내보이며 맞붙고, 명확하게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자리.
세간에는 두 사람이 일부러 승부를 피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2학기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붙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의견과는 반대로, 둘은 이 자리에 서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송천혜는 확신에 차서 생각했다.
‘방학 동안 나는 더 강해졌어. 조부님과 함께한 시간들은 헛되지 않았어.’
무려 S랭크 영웅, 우레군주에게 일대일 코치를 받았다.
남들은 천금을 바쳐도 하루, 혹은 몇 시간 받을까 말까 한 가르침을 방학 내내 받은 것이다.
반면 홍연화는 당규영에게 멘토링을 받은 게 고작일 테니, 격차가 벌어졌을 수밖에 없었다.
홍연화는 홍연화대로 확신을 갖고 있었다.
‘내가 고행을 몇 개나 했는데.’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마법을 발전시키기 위해 견뎌 낸 인고의 시간들이 있었다.
그 덕분에 자신의 실력은 방학 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늘었다.
‘아직 언니나 당규영 선배는 못 이겨도 쟤는 쉽지.’
이내 송천혜는 양손에 장갑을 꼈으며, 홍연화는 스태프를 그러쥐었다.
그리고 다시금 서로를 마주 보며 옅게 웃었다.
‘내가 이긴다.’
‘무조건 내가 이겨.’
동시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3] [2] [1] [Start!] [송천혜 100%]vs
[홍연화 100%]– 탓!
송천혜는 즉시 땅을 박차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상대는 포대형 마법사.’
마법이 본격적으로 중첩될 때부터 어마어마한 화력을 뿜어낸다.
가능하면 그 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
실력이 엇비슷하니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지금부터 견제를 해야 돼.’
초반에 견제를 강하게, 많이 해 둘수록 후반 운영도 편해진다.
송천혜는 달리는 도중 앞으로 손을 뻗었다.
전류가 모여들고 세 갈래로 나뉘더니, 벌새 세 마리가 생성되어 허공을 가로질렀다.
– 치지지직,
컨트롤에도 꽤 신경을 썼기에, 어떻게 피하든 하나는 적중할 터.
홍연화 역시 그 의도를 읽었으나, 위기감은 요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안 피하면 그만이거든.’
그저 처음 그 자리에 서서 빠르게 캐스팅을 이어 갈 뿐.
그리고 허밍버드들이 도달하기 직전, 마법 두 개가 동시에 전개되었다.
– 화르륵,
발밑에서 불길이 피어오르더니, 한 겹은 갑옷 형태로, 다른 한 겹은 구체 형태로 그녀를 감쌌다.
[작열 갑옷]과 [역류막]이었다.– 파직!
뇌전의 벌새들은 거기에 닿자 약간의 스파크만을 튀기며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다.
물론 송천혜도 허밍버드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접근 전에 가볍게 날려 보냈을 뿐.
그녀의 양손에는 어느새 굵은 벼락 두 줄기가 들려 있었다.
그중 하나를 그대로 앞으로 내던진다.
– 콰르릉!
[홍연화 100%] [홍연화 98%]“……!”
일부나마 방어가 뚫리며 피해를 입었기에, 홍연화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송천혜는 더욱 접근하며 남은 벼락을 칼처럼 사선으로 베었다.
배리어가 길게 찢어졌으나,
– 화르르륵!
찢어진 부위에서 화염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역류막의 자동 반격 효과가 발동된 것이다.
거기다 홍연화가 손가락을 딱 튕기자, 뿜어져 나가던 화염이 2차적으로 폭발을 일으켰다.
– 퍼퍼펑!
송천혜는 폭발을 피해 물러났다가 곧바로 다시 짓쳐 들어갔다.
그러나 금세 또 물러나야 했는데, 발밑에서 불기둥이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 콰아아아—!
홍연화의 주력 기술, 파이어 필라였다.
그녀가 호기롭게 외쳤다.
“우선 하나!”
뒤이어 불기둥은 머리 넷 달린 뱀의 형상을 하고, 연신 불덩이를 토해 내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주력 연계기인 히드라다.
송천혜는 불덩이들을 피하고 쳐내면서 판단했다.
‘저것부터 치워야겠어.’
– 치지지직,
손에 든 벼락이 휘어지고 늘어나며 채찍처럼 변했다.
그것으로 불의 뱀들을 칭칭 휘감은 뒤 강하게 잡아당긴다.
– 파지직!
조각조각 나며 사라지는 히드라.
그러나 다음 순간, 송천혜는 그게 썩 좋은 판단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 콰아아아—!
곧바로 불기둥 두 개가 더 솟아오른 것이다.
당연히 히드라도 함께.
‘무슨 캐스팅 속도가!’
예전에도 홍연화의 캐스팅은 빠르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히드라 하나를 처치하는 그 짧은 시간에 둘을 더 소환할 줄은.
명백한 계산 실수였다.
그 대가로, 송천혜는 불덩이들을 피해 바쁘게 발을 놀려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 퍼퍼퍼펑!
‘치우는 건 포기하자.’
이미 소환된 히드라는 어쩔 수 없다.
지금 중요한 건 더 소환하지 못하게 막는 것.
송천혜는 처음 계획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근접전으로 승부를 봐야겠어.’
온몸에 전류를 두른 채 돌진한다.
그 모습을 보며 홍연화는 생각했다.
‘역시 오네.’
나름 효과적인 판단이었다.
당장 와서 꽝 들이받기만 해도 자신의 피해가 더 클 테니까.
그리고 난타전에 들어가면 결국에는 송천혜가 이길 터였다.
적어도 히드라가 덜 쌓인 지금은 말이다.
반대로 말하면,
‘조금만 더 버티면 내가 이겨.’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히드라를 계속 늘리기만 하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
막 완성한 화염 마법이 홍연화의 몸에 흡수되었다.
– 화르륵,
근접전을 앞두었기에 [오버히트]로 육체 능력을 배가시킨 것이다.
그리고 다음 마법을 캐스팅하는 도중, 송천혜가 접근해 오며 격돌했다.
– 콰르릉!
또 역류막이 깨지며 반격이 가해졌으나, 송천혜는 처음과는 달리 불길을 피하지 않고 공격을 이어 갔다.
[송천혜 99%] [송천혜 97%]– 쿠르르릉—
벼락이 찔러 오고 베어 올 때마다 뇌명이 울린다.
그것들을 홍연화는 몸을 이리저리 기울이고 백스텝을 밟으며 회피했다.
그러면서 문득 의아함을 느꼈는데,
‘……너무 쉬운데?’
김호를 상대할 때는 온몸을 비틀다시피해도 정수리에 스태프가 꽂히는 운명을 벗어날 수 없었다.
서예인은 비교적 쉬웠지만 두들겨맞는 건 마찬가지였고.
반면 라이벌로 여기던 송천혜의 공격은 생각보다 예측도 쉽고, 보고 피하기도 쉬웠다.
움직이면서 여유롭게 캐스팅이 가능할 정도였다.
그와 대조적으로 송천혜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왜, 왜 안 맞아!’
근접전에 들어가면 다소 저항은 있을지언정 자신이 우세하리라 예상했다.
자신은 올라운더고 상대방은 포대형 마법사 아닌가.
그런데 막상 붙어 보니, 홍연화는 매우 자연스러운 몸놀림으로 벼락과 전격 마법들을 회피하고 있었다.
[홍연화 94%]vs
[송천혜 91%]오히려 역류막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과 히드라들의 불덩이들 탓에, 자신의 피해가 더 컸다.
심지어 회피하는 도중에도 마법을 영창하는 홍연화.
그러다가 돌연 우뚝 멈춰 선다.
송천혜의 눈이 번쩍 빛났다.
‘기회야! ……아니야, 함정이야!’
달려들다 말고 황급히 물러나자, 방금 전까지 자신이 있던 곳에서 불기둥이 치솟았다.
– 콰아아아—!
파이어 필라를 시전하면서 자신을 그쪽으로 유도한 것이다.
홍연화가 화사하게 웃었다.
“너무 뻔했나? 그래도 너는 걸릴 줄 알았는데.”
“……!”
송천혜는 울컥하려다가 꾹 눌러 참았다.
화내면 지는 거다.
무릇 마법사라면 어떤 상황에서든 냉정해야 하는 법.
……이라고 조부님이 말했었다.
그러나 이미 송천혜의 머릿속은 더 없이 혼란스러워진 상태.
머뭇거리는 사이 히드라가 네 마리가 되었다.
‘히드라를 줄일 수도 없고, 근접전도 안 통하고…….’
결국 남은 것은 하나.
승부수를 띄우는 수밖에 없다.
– 퍼퍼퍼퍼펑!
히드라들은 무서운 속도로 증식하며 화염을 흩뿌리고 불덩이들을 토해 내는 중이었다.
송천혜는 최대한 덜 맞도록 스텝을 밟는 동시에, 한 손을 머리 위로 뻗었다.
전류가 원형 투기장 천장에 모여들며 뇌운을 형성한다.
– 쿠르릉,
빠르게 커져 가는 뇌운을 보고, 홍연화는 곧 상대가 승부수를 띄우리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리고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당연히 받아 줘야지.’
오히려 바라던 바였다.
더욱 빠르게 마법을 영창하며 히드라들을 늘려 간다.
– 쿠르릉,
얼마 지나지 않아, 뇌운은 투기장 천장을 가득 뒤엎을 정도가 되었다.
슬슬 때가 됐기에, 홍연화는 스태프를 지휘하듯 휘저었다.
끄트머리에 박힌 루비가 붉은 광채를 내뿜는다.
– 화르르륵!
히드라 수십 마리가 순식간에 한 곳으로 모여들며 합쳐졌다.
다음 순간 투기장 중앙에는 거대한 화염의 뱀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송천혜는 입을 작게 벌린 채 뱀을 올려다 보았다.
“뭐, 뭐…….”
뭐가 저렇게 커?
자신의 뇌운이 초라하게 보일 정도였다.
크기에서나 위력에서나 벌써 패색이 짙어 보였으나, 이미 기호지세.
여기까지 온 이상, 이기든 지든 지르는 수밖에 없었다.
‘제, 제발!’
보기보다 뱀이 허약했으면 좋겠어요!
송천혜는 눈을 질끈 감으며, 머리 위로 뻗었던 손을 내리며 홍연화를 가리켰다.
뇌운이 한 줄기 커대한 벼락이 되어 내려꽂혔다.
– 콰르르르릉—! 콰쾅—!
거대 히드라는 덩치에 걸맞지 않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제 주인을 보호했다.
마구 쏟아져 내리는 벼락에 히드라의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으나, 워낙 덩치가 큰 탓에 꿰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그 구멍조차 금세 아물어 버린다.
– 쿠르릉…….
작은 뇌명을 끝으로 투기장 천장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반면 거대 히드라는 처음의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송천혜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쩍 벌렸다.
“아…….”
송천혜는 망연자실한 채로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콰아아아아—!
원형 투기장이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