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71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71화
#쫓기는 입장
“후우… 후우…….”
한참을 달리던 제드록스가 마침내 발걸음을 멈춰 섰다.
그의 곁에는 도망 나온 수하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이쯤 왔으면 적들의 추격도 없을 겁니다.”
“그래. 이 정도면 녀석들 모두 따돌렸겠지.”
한시름 놓은 제드록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 와중에 자신을 따라온 수하들이 꽤나 많았다.
“대략 천 명 정도인가? 용케 많은 인원이 빠져나왔군.”
아마도 더 많은 인원들이 살아남았을 터였다.
살아나는 것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는 케드록스 도적단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제는 다음 일들을 계획해볼 차례였다.
“생각보다 강한 놈들이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다시 생각해도…….”
곁에 있던 수하 한 명이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러자 제드록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다시 생각해도 뭐?”
“무섭지 않습니까? 전 솔직히 두렵습니다. 그 자들을 다시 상대하기엔…….”
팡!
제드록스의 주먹이 수하의 얼굴을 때렸다.
예상치 못한 일격에 수하의 몸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우웁……!!”
“그딴 마음은 품지 마라. 우리가 상대하지 못할 녀석들은 없다. 상대가 너무 강하면 천천히 말려죽이면 그만이야.”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당했어 대장.”
“그럼 새로운 녀석들을 구하면 되지! 그게 안 되면 우리가 강해지면 그만이다. 그게 불가능할 것 같냐?”
“아…….”
제드록스는 전혀 위축되거나 움츠러드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다.
이것이 그들이 아는 제드록스의 모습이었기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상대가 강하면 천천히 약점을 파고들면 될 일이지!”
“마침 우리의 장기이기도 하고.”
“한 번 맺힌 원한은 절대 잊지 않는다!! 그게 바로 우리 케드록스 도적단이 오랫동안 지켜온 말이다.”
제드록스의 두 눈엔 진득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
이렇게 도망쳐 나온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질 않았다.
그만큼 그동안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을 만한 상대는 없었다.
그러니 이런 경험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뭐… 상관없지.”
케드록스 도적단이 멸망 직전까지 갔을 때도 기어코 회생시켜낸 자신이었다.
이깟 위기쯤은 얼마든지 극복해낼 자신이 있었다.
이번의 패배가 라그나로크에 알려지긴 하겠지만, 아마 자신을 알고 있는 자들이라면 분명 제드록스의 다음 반격을 기대할 터였다.
“그러니 나는 다시 일어선다.”
그가 마음을 다잡고 있는 때 수하 한 명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녀석의 얼굴을 살핀 제드록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냐?”
“대장 그게…….”
“적들이 쫓아오기라도 하는 거냐?”
“우리는 뒤쪽에서 쉬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여러 명의 동료들이 쓰러졌어…….”
“……!? 그럼 적들의 급습이 있었다는 말이 아니냐!?”
“아냐. 적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럼 왜 쓰러졌단 말이냐? 혹시 뭘 먹기라도 한 거냐?”
“아! 물!! 근처 연못의 물을 마셨어……!!”
사내가 소리치자 제드록스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이미 몇몇 수하들이 연못의 물을 기르고 있었다.
“모두 멈춰라!!!”
제드록스가 다급히 소리치자 수하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물을 모두 버려!! 연못에 독이 풀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 말에 모두가 경계심 가득한 얼굴을 보였다.
만약 이 연못에 독이 풀어져 있다면 그들의 소행일 것이 분명했다.
“어나니머스… 이 지독한 새끼들…….”
전투가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제는 어나니머스까지 생각해야 한다니…….
그들로선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 끈질긴 암살자들은 오히려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몸을 숨기고 있던 어나니머스의 어쌔신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위 밑, 수풀 사이, 나무 위까지 각 장소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어쌔신들이 암기를 던졌다.
파바박!!
파밧!!!
“급습이다!!”
“놈들의 급습이야!!!”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암기에 도적단원들이 혼비백산 흩어지기 시작했다.
암기는 빠르고 간결하게 이들의 급소를 노렸다.
워낙 깔끔한 솜씨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 개같은 새끼들아!!!”
“다 죽여 버리겠어!!”
“덤벼라!!”
분노를 참지 못한 도적들이 무기를 들고 나섰다.
그들은 어쌔신들이 빠져나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럴 때면 또 다른 암기가 튀어나와 그들의 목숨을 노렸다.
“우리가 여기로 올 줄은 어떻게 알고 함정을 판 거지?”
여기저기 걸려있는 밧줄과 무기들을 보며 도적들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곳은 자신들을 죽이기 위한 처형장 같은 느낌이었다.
“뭘 무서워하고 있는 거냐!? 꼴사나운 모습 보이지 마라! 나만 따라와!!”
제드록스가 앞장서서 길을 열었다.
여기저기서 함정이 발동되었지만 제드록스에겐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함정들을 파괴했다.
뿐만 아니라 근처의 어쌔신들도 보이는 족족 죽여 버렸다.
파밧!!
누군가의 수신호에 제드록스의 근처에 있던 어쌔신들이 몸을 뒤로 물렀다.
이어 그들 사이에서 기괴한 가면을 쓴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척 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제드록스는 그가 이곳의 대장격 인물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네가 대장이냐?”
“그려.”
“이쯤 되면 너희들의 기습은 물 건너 간 거나 다름없다.”
“후후 그런 것 같어? 나는 굉장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하는데.”
“뭐라…? 겨우 몇 십 명 죽인 것 같고 굉장한 성과라 말하는 거냐?”
“당장 보이는 것은 그렇겠지.”
오만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어나니머스의 등장에 도적들은 두려움과 분노가 공존하는 묘한 표정들을 보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어쌔신들에게 달려들고 싶었으나 또 어떤 함정이 숨겨져 있을지 몰라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들이었다.
이에 오만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지금의 그 공포를 기억해야 할 것이여.”
“뭐?”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오를겨.”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전에 말했었제? 너희들은 이미 우리들의 무대에 올랐다고. 그러니 언제 어디서든 우리가 나타날 수 있는겨. 우리는 늘 너희들을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무슨 개같은 소리인지 모르겠네.”
“후후 제드록스 그대는 그대의 실력을 자신하고 있겠지. 얼마든지 우리들의 암살행을 막을 수 있다고 말이여. 하지만 과연 그대들의 수하들도 같은 생각일까?”
오만의 차가운 목소리에 도적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어나니머스의 어쌔신들이 언제 어디서든 나타난다.
그것만큼 공포스러운 일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어나니머스는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집요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정말 케드록스 도적단 모두가 죽을 때까지 암살행을 멈추지 않을지도 몰랐다.
“쫄지 마라!! 너희들은 내가 지켜주겠다.”
제드록스가 수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이전과 같은 뜨거운 환호는 튀어나오지 않았다.
마음은 제드록스의 말에 동했을지 몰라도 몸은 당장 눈앞에 있는 어나니머스의 어쌔신들에게 반응하고 있었다.
오만도 그들의 반응에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어디 한 번 죽을 때까지 발악해 보라고. 그래야 우리들도 재밌지 않겠나.”
“지금 꼭 우리들이 너희들에게 사냥당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
“이제 안 겨?”
“이……!”
휘리릭―!!
파쾅!!!
제드록스가 날린 일격이 오만의 몸을 강타하는 듯했다.
그러나 오만의 움직임은 빨랐다.
그의 몸을 스쳐지나간 일격이 대지에 박혔다.
“까불지 마라. 난 제드록스다. 그 누구에게도 사냥당하지 않아. 사냥을 하는 것은 바로 나다.”
“그럼 어디 한 번 그렇게 해보든지.”
오만이 몸을 털어내며 말했다.
그의 가면 일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나 더 말해주자면. 너희들을 쫓고 있는 것은 우리만이 아녀.”
“하?”
“우리들의 주인께서 다른 자들도 함께 보냈다. 그러니 우리들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노력 좀 많이 기울여야 할겨.”
모든 말을 마친 오만이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그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다른 어쌔신들도 오만과 같이 모습을 감추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제드록스가 다시 일격을 날렸다.
그러나 그의 검은 애꿎은 허공만 베고 말았다.
“제기랄!!!”
분노를 이기지 못한 제드록스가 크게 소리쳤다.
수하들은 그의 마음이 한층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이렇게 흥분한 상태의 제드록스를 상대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이나 분노를 토해내던 제드록스가 마침내 숨을 골랐다.
그러자 곁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하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까 대장?”
“뭘 어떻게 해. 당연히 우선은 이곳을 빠져나간다.”
“반대쪽 녀석들과는 합류하지 않고? 폰투스 알폰도 우리를 도와주기로 했으니 저쪽은 전쟁에서 승리했을지 모르는데…….”
“어림없는 소리. 칼라반 그 자가 우리를 뒤쫓았으면 모를까. 놈은 일부러 우리를 놔주었다. 우리를 놓아주고 그쪽을 도우러 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지… 놈은 아마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나니머스를 풀어놓고 우리들을 사냥하는 형국이라니… 개같은 자식… 우릴 완전히 갖고 놀려 드는구만…….”
“그럼 반대쪽은…….”
“패배했을 거다. 폰투스 알폰이 아무리 대단해도 아라카인과 이클립스, 거기다 칼라반과 그 군단까지 합류한다면 당해낼 재간이 없어.”
“아아…….”
“그래도 걱정 마라. 마이드로 샌드는 똘똘한 녀석이야. 먼저 상황을 읽어냈다면 분명 우리처럼 자리를 피했을 거다.”
“하긴. 그렇겠네. 그럼 일단 우리만 살아 나가면 되겠어.”
“마침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경우 마이드로 샌드와 합류하기로 한 곳이 있다. 곧바로 그곳으로 가면 되겠군.”
제드록스가 몸을 돌렸다.
그는 마이드로 샌드와 합류하기로 한 지점으로 거침없이 발을 옮겼다.
수하들도 말없이 제드록스의 뒤를 따랐다.
“설마 합류하기로 한곳이 노른 바위 쪽이야?”
“그래 맞다.”
“근데 대장… 저쪽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왔을 수도 있지.”
“그럼 한 번 먼저 가서 살펴보고 올게. 혹시 모르니까.”
수하 몇 명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모두 발 빠른 자들이었다.
그들은 산을 성큼성큼 오르며 목표지점인 노른 바위 쪽에 빠르게 당도했다.
그리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건…….”
“미쳐버리겠군… 모두 당한 건가…….”
그들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수많은 시체였다.
당한지 얼마 안 된 건지 피는 말라붙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처참한 광경에 모두 굳은 얼굴이 되고 말았다.
“사지가 뜯겨나간 흔적들… 대체 뭐에 당한거지? 몬스터라도 있었나?”
“아니… 하운드다.”
다른 쪽을 바라보던 누군가가 말했다.
그쪽엔 익숙한 모습의 시체가 보였다.
“하운드면… 하르스마이어의 수하들이 아닌가? 대체 놈들이 왜…….”
“설마… 조금 전 어쌔신이 말했던 또 다른 자들이 바로 하운드인 건가?”
“제대로 돌아버리겠군. 어나니머스에 하운드라니… 이건 너무하잖아?”
그들이 중얼거리고 있을 때 마침내 제드록스도 노른 바위에 도착했다.
그 또한 눈앞에 벌어진 처참한 광경에 굳은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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