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18
318화. 항마신장(降魔神將)
“허어, 저들은?”
“천룡세가, 그곳이라고 합니다.”
“신룡대.”
홍화선자는 새삼 늘어선 신룡대 전력을 보면서 묘한 탄성을 흘렸다. 그녀가 보기에도 놀라운 검수들이다.
개개인이 갖춘 무공뿐만이 아니라, 집단으로서도 한 몸과도 같으니. 그런데 불쑥 앞서 나아가는 신룡대 검수를 보았다.
“으음? 저 이는 왜 저러는 건가?”
“흠, 글쎄요.”
위지백은 입술을 삐죽였다. 뒷모습만 보아도 알겠다. 저기 나서는 키 큰 검수는 신룡대주 마도옥이다. 그는 대뜸 누군가를 향해서 다가가는데, 앞에서 걸리적거리는 마인은 거침없이 쪼개 버렸다.
위지백은 목덜미를 벅벅 긁었다. 오는 내내 들었으니, 왜 모르겠나.
‘저 인간, 저거. 소명 어디 있나 굳이 또 묻겠다고 저리 가는구나. 쯧쯧.’
마도옥이 제 수하는 내버려두다시피 하고서 다가가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강시당주 탁연수였다.
대주가 저리 나서니, 대원들이라고 손 놓고 있을 수가 있겠나. 신룡대는 붉은 물결처럼 밀려가기 시작했다.
저쪽 사정은 그렇다고 하고, 위지백은 쫙 깔려서 밀려오는 마인들, 그리고 그에 대항하는 소림사의 나한진을 스윽 둘러보았다.
어디를 먼저 노리면 좋을까.
“뭘 머뭇거리고 있는 게야?”
“그야 뭐. 어디를 노려야 이 몸이 더 돋보일지를 살피는 게지요. 기왕에 나서는 일인데. 멋들어지게 등장하면 더 좋지 않소.”
“하여튼, 네놈은!”
“오, 저기가 좋겠군. 자아, 그만 나서보실까.”
홍화선자에게 불벼락이 쏟아질 참이다. 위지백은 허겁지겁 땅을 박차고 나섰다. 그것도 무서운 일이다.
“흐랏차!”
땅을 박차는 것과 동시에 일도를 거칠게 휘둘렀다.
허공을 쪼개는 무광도는 삽시간에 하늘에 닿을 듯한 거대한 도형(刀形)을 갖추어서 신화염의 붉은 불빛과 마운의 그늘이 뒤섞여 뒤채는 소림사의 앞마당을 고스란히 갈랐다.
십여 장에 이르는 도형이라니.
그 앞에서 마인들은 단 하나도 무사하지 못했다. 그 공백으로 위지백은 곧장 떨어져 내렸다. 그가 만든 피 웅덩이를 가볍게 밟고 섰다.
“후우.”
내뱉는 한숨이 가볍다. 밀려난 마인들은 하얀 눈을 번뜩이면서 다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앞에서 보인 일대의 신위에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럴 만하지. 성마의 충실한 종복들이시니까.”
위지백은 가볍게 비아냥거리고서 다시 칼을 앞세웠다. 천산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마도 놈들을 마주하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그러나 두려워할 바도 아니고, 긴장할 것도 아니다.
히죽, 입가에 짙은 살소가 어렸다.
무광도가 다시금 휘황하게 움직였다. 허공을 가르는 도적, 그것을 쫓아서 무지갯빛의 도광이 쭉쭉 뻗어 나갔다.
도법으로 신화경에 이르면 발현할 수 있다는 최고봉. 도홍(刀虹)이다.
달려드는 마공기력이 거짓말처럼 갈라지고, 수 명의 마인이 미처 깨닫기도 전에 두 쪽으로 흩어졌다. 위지백은 바람처럼 몰아쳤다.
가운데로 곧게 길을 내고서, 위지백은 성큼성큼 걸어 나아갔다. 그러면서 나한진을 수습하는 소림승들에게 외쳐 말했다.
“나아가 상대하는 건 이 사람이 할 터이니. 스님들은 자리를 잘 지키시구려.”
“위지 시주!”
“서장제일도!”
나한들은 느닷없이 등장하여서 마인들을 쓸어가는 신룡대 검객들 모습에 당황했지만, 여기 나서는 위지백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소명과 함께 소림사에서 한 계절을 나지 않았는가. 나한들뿐만이 아니라, 소림 제자들 모두 웃는 위지백을 기억했다. 그들에게 위지백은 한번 손을 들어 보였다.
“자자, 맡겨 주시구려. 뭐, 나만 나서는 것은 또 아니니까. 으하하하!”
위지백은 그러고는 재차 앞으로 뛰쳐나갔다. 웃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무광도, 절세의 보도가 지잉지잉! 울어 젖혔다. 도첨에 무지갯빛이 아롱지며 머물렀다.
도홍환, 도홍을 또다시 극도로 압축하였으니. 지금의 무광도는 인세의 칼이라 할 것이 아니었다. 그에 따라서 하늘을 온통 뒤덮을 것처럼 밀려오던 마운의 검은 그늘이 주춤주춤하는 듯했다.
그만큼이나, 위지백은 거침이 없었다.
“자아, 떨거지들아, 와라!”
칼날이 움직일 때마다 목이 연이어 뚝뚝 떨어지고, 일대에 마운이 씻기듯이 갈라진다. 마두의 목에서 솟구치는 핏물만이 뜨겁고도 세차게 솟구칠 따름이다.
“저, 저게 서장제일도.”
누군가 망연한 채 중얼거렸다. 그 이름도 오늘을 기점으로 다시 바뀌겠고나, 예감이 들었다.
소림승들은 나한이고, 백의전 무승이고 가릴 것 없이 한껏 기합을 내질렀다. 서장제일도가 나서니, 자신들이라고 얌전히 있을 수야 없는 일이다.
막 기운을 떨쳐내려는 찰나, 법현이 흠칫 고개를 돌렸다. 솟구치는 신화의 불길 너머에서 우와아!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저들은?”
“왔구나!”
찰나의 의아함. 여기서 에워싼 마인들 너머로 또다시 마인 한 무리가 밀려오는가. 그런데 가까이에서 호충인이 바로 반색했다.
그래, 도우러 달려온 것은 위지백이 전부가 아니었다. 또 다른 후위가 있었다. 소실봉을 그대로 뛰어넘어서, 소림사 뒤에서 족히 수백에 이르는 자들이 전력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곧 소림파의 제자들이고, 또한 천하의 무인들이었다. 앞에서 가장 기운차게 소리치는 것은 물론 등용문의 무인들이었다.
“문주! 우리가 왔소!”
쩌렁, 힘차게 소리치기가 무섭다. 일대의 무인들은 힘껏 소리쳤다.
“본산을 지켜라!”
“소림사를 도와라!”
“가자아!”
“와아아아!”
중구난방, 떠드는 소리는 제각각이지만, 단 하나만큼은 분명했다. 여기 모두는 소림사를 돕고자 먼 길을 은밀하게 다가오는 것을 마다치 않았다.
거기서는 죽자고 위지백을 따라붙은 두 사람의 젊은 고수, 천산파의 장관풍, 그리고 소림파 도기영이 있었다. 이제는 검응도영(劍鷹刀英)이라는 별호로 같이 불리게 된 두 사람이다. 그래도 여기서는 무리의 하나였다.
“으아아! 가자!”
도기영은 목청이 터질 듯이 한껏 울부짖었다. 반면, 장관풍은 입술을 비튼 채, 소리 없이 검광을 흩뿌렸다.
사문, 천산파의 사형제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욱 거칠게 몰아붙였다. 입을 열 여유도 없었다. 천산검법이 더없이 화려하게 폭발했다.
장관풍이 뛰어들어서 천산파를 수세로 몰아붙이는 마인들 한 축을 일거에 베어냈다.
서거걱!
강철 두른 듯이 단단한 목덜미가 그 일검 궤적에 간단히 갈라졌다.
솟구치는 마인들 얼굴에는 자신이 당한 줄도 모르고 그저 급박함에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핏물은 뒤늦게 솟구쳤다.
픽픽, 쓰러지는 이들. 그들을 맞이한다고 잔뜩 긴장한 천산파 검객들은 그제야 숨을 돌리고서 고개를 치켜들었다.
날 듯이 달려온 장관풍이 그들 앞에 서둘러 두 손을 맞잡았다.
“사형!”
“관풍, 네 이녀석!”
비응십삼검 수장이자, 대사형인 악무기는 냉큼 다가온 장관풍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날카로운 인상인데, 험악하게 일그러뜨리니 더욱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그도 잠깐.
악무기는 상황 시급함에도 그만 장관풍을 힘주어 부둥켜안았다.
“무사했구나! 무사했어!”
“어, 어어, 대사형.”
“이런 빌어먹을 놈!”
한번 꼭 안은 것으로 되었다는 건지, 악무기는 바로 장관풍을 밀어냈다. 그는 검을 고쳐잡고서 버럭 다그쳤다.
“뭘 멍하게 있느냐. 아직도 도처에 마인이다!”
“옙!”
장관풍은 바로 검날을 세웠다. 휘이잉! 그 하나로 검첨에 검풍이 빠르게 휘돌았다.
탁연수는 고루천강공을 거듭 펼쳤다. 그와 마주한 마인은 온통 시커먼 숯덩이 꼴로 주저앉거나, 백광이 어린 쌍수에 육신이 갈라졌다.
열 손가락을 갈퀴처럼 웅크려 조수를 이루었다. 그 손끝에는 백광이 뚜렷하게 맺혔다.
고루천강을 극도로 응축한 결과로, 탁연수가 복원해낸 강시당 비전 음풍찬영조(陰風鑽影爪)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흠!”
번뜩이는 일격에 한 마인이 그대로 절명했다. 전신을 흑철처럼 검게 물들이고서, 굵은 강철봉을 무섭게 휘둘렀지만, 주춤 물러나는 그의 가슴에는 다섯 구멍이 선명했다.
탁연수가 손을 채 거두기도 전에, 쓰러졌던 마인 하나가 벌떡 달려들어서 탁연수의 허리를 부여잡았다. 막무가내였다.
“으으! 같이 죽자!”
고루천강공에 까맣게 타버렸음에도 마지막 숨이 남아서 발악하는 것이다.
크르르르!
짐승의 효후(哮吼)처럼, 마인은 한껏 으르렁거리며 발악했다. 그 틈을 노리고 다른 마인이 사방에서 일제히 덮쳐들었다.
“죽어라, 시체 당주!”
“목을 내어라!”
탁연수는 움츠러들기보다는 바짝 턱 끝을 치켜들었다. 안광에 새파란 전광이 어렸다.
“이것들이!”
매달린 마인을 미처 떨쳐낼 수가 없으니. 이대로 맞이할 뿐이다. 그 순간 한 줄기가 바람이 가볍게 불어왔다. 그러나 바람에 실린 것은 절정의 검기였다.
스거걱.
가볍게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그리고 밀어붙이는 마인은 그만 허리가 뚝 끊어졌고, 탁연수를 노리고 덮치던 마인들은 어찌 당한지도 모르고 일제히 목이 솟구쳤다.
후드득! 투득!
조각난 몸뚱이가 맥없이 떨어졌다.
“오잉?”
탁연수는 두 손에 가득 맺은 천강공을 흩어버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저기에서 혈포 걸친 키 큰 검객, 마도옥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탁 당주, 탁 당주.”
“오, 신룡대주가 아니신가. 하하.”
탁연수는 신룡대주를 알아보고서 낮게 웃었다. 웃다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지금에야, 탁연수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무엇을 떠올릴 수 있었다.
탁연수는 낭패한 얼굴이 들킬까, 주먹을 꼭 쥐면서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 매달린 마인을 툭 떼어내고는 옷자락을 툭툭 털었다.
“아이고, 젠장. 신룡대와 같이 움직이기로 했었잖아. 까맣게 잊고 있었네.”
낭패도 이만한 낭패가 또 있을까.
그런 차에 마도옥이 급히 다가와 포권을 취했다.
“탁 당주.”
“하, 하하. 신룡대주. 이거 도움에 감사드리오.”
“도움이라니요.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마땅히 할 일입니다. 저어, 그런데 대공자, 아니, 크흠. 저기 권야께서는 어디에 계신지요?”
“음, 소명. 소명은 저 너머에서 지금 좌현사라는 자와 치열한 일전을 벌이고 있다오.”
“헙! 그렇다면.”
마도옥은 탁연수가 대충 가리킨 방향으로 바로 몸을 돌렸다. 그대로 내달릴 판이다. 그때, 마량의 외침이 발목을 잡았다.
“대주!”
“왜 부대주!”
“무작정 뛰쳐나가면 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마량이 신룡대를 이끌고서 급히 달려왔다. 와중에 차근히 마인들을 베어넘긴 차였다. 그러고도 아직 마인은 부지기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