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17
317화. 항마신장(降魔神將)
‘신인, 화염산주로군.’
그는 곧 버티어내던 신검기를 끌어당겨서는 그대로 내질렀다. 신검영으로 옭아맨 월부대도가 끝이 크게 흔들려서, 그만 버틸 틈도 없이 나가떨어졌다.
“크으!”
험한 소리를 내면 바로 일어섰지만, 다시 달려들지는 못했다. 화르륵, 이글거리는 불길이 그들 앞을 막아 세웠기 때문이었다.
머리 위로는 신검기가 삼엄한 무게로 짓누르고, 바닥에는 신화의 불길이 절로 솟구치면서 그들을 위협한다.
두 신인 앞에서, 세 사람의 천하 고수는 한층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지가 없기에 더욱 손발이 무딘 것 또한 큰 이유였다.
―화염산주, 이리 마주하는구려.
“검백.”
화염산주 아함은 검백은 곁눈질로 힐끔 보고서는 잠깐 주저하다가, 살짝 고개만 까딱거렸다.
예의를 갖추기에는 모호한 관계이기 때문이었다.
둘 다, 신기를 이은 신인이라서, 나이나, 배분으로는 감히 따질 수가 없었다.
아함이 어색하게라도 고개를 까딱이자, 사마종은 흐린 미소를 그리고서는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검과 신화가 나란히 하다니. 이 또한 전설로 남을 만한 일이 아닌가.
“잠시 거들겠습니다. 검백.”
―감사할 따름이오. 산주.
그리고 사마종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금 검결지를 앞세웠다.
당장 신화의 불길을 거침없이 가르면서 다시 월부대도가 뻗어왔다.
“하!”
고저 없으나, 내지른 일성에는 공력이 가득했다. 사마종은 눈빛을 번뜩이며, 검결지를 내질렀다.
허공을 그리는 사마종의 궤적, 그것을 쫓아서 수십, 수백에 이르는 예리한 검영이 서로 교차하면서 조밀한 검망을 이루어 칼날을 옭아맸다.
다시금 떨쳐낸 신검영 일식이다.
쩌저저정! 울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터졌다.
월부대도 또한 비장의 한 수는 있으니. 참으로 단순하게 내리긋는 일도의 궤적, 이에 실린 거력은 진정으로 파산(破山)에 이른다.
신검영과 파산이 충돌하니, 거기서 일어나는 충격은 폐허 꼴인 소림 경내를 단박에 휩쓸었다.
쒜애애액!
소림사를 에워싼 어디에서도 길은 보이지 않았다.
화염산 신화가 타오르면서 거대한 불길의 방벽을 이루었고, 아래에서는 팔대산인이 각자 절공을 펼쳤다. 그들이 지키는 사이에, 천산의 절정 검객들이 나서서 검을 휘둘렀다.
“이 괘씸한 것들!”
버럭 성질을 내는 한편으로, 천산의 검은 날카롭게 칠흑 어둠을 가른다.
맹금류의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처럼 허공을 박차고 올라서 어김없이 마인의 목을 노렸다. 뚝뚝 떨어지고 솟구치는 인두는 무참하다.
연이어 휘몰아치는 싸늘한 검풍은 등 뒤에서 솟구치는 신화의 불길에도 전혀 움츠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 힘을 더욱 받아서는 뒤를 걱정하지 않아도 좋았다.
다만, 끝없는 어둠 속에 힘을 다해 파묻힐 뿐이었다. 그럼에도 천산의 검객들은 몸 날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마를 멸하라!”
“천산의 기개를 보여라!”
“으어어억!”
피를 토하듯, 모든 감정을 쏟아냈다. 천산의 흰 도포는 마도의 검은빛으로 연이어 뛰어들었다. 그들은 목숨을 걸었다. 그리 많은 수가 아니지만, 만 리 길을 달려 여기까지 온 자 중 절정 아닌 자가 없으니. 오늘 천산파는 일파의 앞날을 걸었다고 해도 부족한 말이 아니었다.
장문인 금안자가, 그 정예를 모조리 끌고 나서지 않았는가.
천산파의 이름난 젊은 고수로, 일파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비응십삼검까지 여기서 활약하고 있었다. 그만한 각오였지만, 상황은 쉽지 않았다.
화염산과 신화가 뒤에 돕고 있다지만, 몰려드는 마인들.
그들 수는 우선 압도적이었고, 당황할지언정 목숨 아끼는 자들이 아니기는, 천산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비명과 고함이 교차하고, 피와 피가 튀었다.
검객의 피도, 마인의 피도 붉기는 매한가지였다. 머릿수에 밀려서 천산파 또한 주춤 물러날 즈음, 벼락같은 일성이 터졌다.
“아미타불이다, 이 마구니 것들아!”
쩌렁 터지는 소리가 위력적이다. 피투성이로 휘청거리는 천산검객 앞을 딱 막아서면서 손때 그득한 곤봉이 우수수 떨어졌다.
꽝! 꽝! 꽈광!
쩌렁 터져 나오는 소리가 무서워라. 박박 민 머리에 계인이 한없이 선명하다.
잿빛의 승복을 한껏 펄럭이고, 피투성이가 된 곤봉을 움켜쥔 손은 억세었다. 뛰어든 그들은 이를 악물고서, 더없이 장중하면서도 슬프게 외쳤다.
“아! 미! 타! 불!”
“아미타불!”
나선 승려 뒤로 연이어 승포를 펄럭이면서 수십에 이르는 승려들이 몸을 날렸다. 그들은 소림사 경내에 있던 승려들이 아니었다.
먼 길, 험한 길을 막 돌파하고 이곳에 이른 게 분명한 모습들이었다.
“스, 스님들은?”
“천산의 도우는 잠시 숨을 돌리시구려.”
등장한 무승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하남 일대로 나섰던 뭇 나한들, 법자배의 십팔나한과 백의전 정예 무승들이 돌아온 것이다.
법현이 항마곤을 틀어쥐고서 일장의 사자후를 터뜨렸다.
“소림의 제자들이여! 적도를 소탕하라!”
“아미타불!”
뜨거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드높아라. 뛰어드는 소림무승들은 항마곤을 거침없이 휘두르면서 마인들을 쓸어냈다.
법덕과 남았던 제자들은 그만 눈물이 글썽한 채 외쳤다.
“왔구나! 왔어!”
“법덕, 용케 버텼구나.”
“시끄러, 아미타불!”
“으하하하!”
법현은 법덕의 울상인 꼴을 보면서 힘껏 웃었다. 그러면서도 항마곤으로 무섭게 대기를 갈랐다.
꽝! 꽝! 꽝!
이제는 기운을 아낄 것도 없었다. 전력을 다한 항마곤이 떨어질 때마다 땅이 무너질 듯이 요란하게 들썩였다.
다시금 몰아붙였던 마인들이 재차 밀려났다. 그들은 빠르게 태세를 정비했지만, 악문 잇새 위로, 불길 일렁이는 눈빛에는 사뭇 당혹감이 짙게 어렸다.
“소, 소림사는 다 비었다고 여겼는데! 이게 대체!”
하남은 물론이고, 천하 곳곳에서 벌여놓은 일로, 소림사 또한 여러 무승을 파견한 상태로 알고 있었다. 그렇게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판국에 여기 소림승들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허를 찔린 셈이다.
나한들은 눈을 빛냈다. 수백 리 길을 그야말로 한 호흡에 뛰어왔다.
법현이 앞장서니, 뒤로는 장대한 체구의 나한, 법공이 있었다. 그는 항마곤을 들어 바닥을 힘차게 후려쳤다.
꽝!
울리는 소리가 어디 몽둥이로 바닥을 치는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폭음이 터지고 땅이 들썩였다.
“나한 소탕!”
법공은 더운 숨을 확 뿜어대면서, 득달같이 뛰쳐나갔다. 그것을 법현도, 다른 나한들도 만류하지 않았다. 흐랏차! 외침은 시원, 시원하게 터져 나왔다.
바닥이 쩌저적! 갈라졌다. 마인들이 흔들리는 틈으로 나한들이 들이닥쳤다.
“개진!”
법현이 크게 외쳤다. 소림사 전설, 나한진을 갖추는 소리였다.
“합!”
기백의 무승이 한목소리로 답했다.
당장 겹치는 원진이 이루어졌다. 누가, 누구와 진세를 갖추라 할 것도 없었다. 그것은 가두는 원진이면서, 또한 밀어내는 원진이기도 하다.
허점이나, 완전치 못한 진열, 그런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오로지 마를 제압하고자, 자리를 지켜낼 뿐이다.
앞서서 겨우 버티고 있던 법덕을 비롯한 여러 제자도 그 기운에 호응하여서 다시 기운을 쥐어짰다. 그들 또한 나한이고, 소림의 제자이다.
“호오, 위태한 와중에도…… 역시 소림사인가.”
신화벽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홍화선자는 눈앞의 마인을 그대로 불태우고서, 탄성을 흘렸다.
눈앞의 몸부림이야 어디 알 바인가. 그러나 마냥 감탄만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닌지라. 홍화선자는 바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까마득하게 몰려온 마인들.
어디서 이렇게 계속해서 달려드는 것인지. 부나방도 이 정도면 위협적이다.
나무가 반이고, 마인이 반이다.
“끝이 없고나. 끝이 없어. 좌현사는 이번 일에 진정 성마교의 명운을 걸었어.”
들이닥칠 때만 하여도, 죄 태워버리겠노라 다짐했지만, 개미 떼를 연상시킬 정도로 몰려드는 마인들 모습에 고개를 내저었다.
이래서야 다른 것 없이 자리만 지키기도 쉽지 않겠다.
산인 전부가 산주의 신화를 받아 발휘하는 화염산의 신화천역은 가히 절대불파(絶大不破)의 진세라고 장담하지만, 저렇게 마구잡이로 밀려드는 성마교의 종자들이라면 상황을 마냥 낙관할 수 없었다.
“끝을 내야, 끝이 오든 말든 할 것 아니겠소.”
진저리치며 내뱉은 혼잣말을 딱 받는 목소리가 있었다.
홍화선자는 딱히 놀라지는 않았다. 한 번의 헛웃음을 흘리고 눈동자를 돌렸다.
“왔느냐?”
“조금 늦었소. 길 잡는 것들이 하도 많아서 말이지. 히야, 진짜 기가 막힐 정도로 깔아놓았더이다. 등벽, 저 인간이 죽을 때가 되기는 한 모양이오. 저들 교인이고, 부족원이라면 껌뻑 죽던 위인이…….”
그는 칼 한 자루를 어깨에 대강 걸친 채, 비스듬하게 섰다. 얼굴을 찡그리면서 등벽을 욕했다. 누구인가, 생사판관이고, 천산 백금장주이며, 무엇보다 서장제일도가 여기 이 사람이다.
위지백은 무광도를 아래로 늘어뜨렸다. 이미 적잖이 피를 보았지만, 칼날은 한 점 흐림도 없었다.
그는 가슴을 활짝 열고서 숨을 다잡았다.
이미 일백을 헤아리는 마인을 베어가면서 닿은 소림사 앞이다. 하지만 아직도 베어야 할 마인은 부지기수.
위지백만 있는 게 아니었다.
“대공자! 저희가 왔습니다!”
여기 없는 소명을 찾는 우렁찬 외침이 있었다. 신룡대, 그리고 신룡대주가 위지백과 함께 들이쳤다.
험한 길목, 무작정 베고 가르면서 뛰어들지 않았는가.
백운신룡포가 온통 젖어서 혈포(血袍)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낙오된 바 없이, 신룡대 전원이 여기에 섰다.
늘어뜨린 검에는 검기가 충만하고, 두 눈에는 신광이 번뜩였다. 그리 대단한 모습을 하고서, 신룡대는 일제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음? 응?”
“어음?”
다들 의아한 기색이었다. 부대주 마량은 그 모습에 한숨을 삼켰다. 그는 이를 악물고서 나직이 다그쳤다.
“어디를 자꾸 두리번거려. 앞에 봐, 앞에.”
“하지만 부대주. 대공자 모습이 어디에도.”
“쓰읍!”
일조장이 사뭇 급하게 말하는데, 마량은 잇소리로 말허리를 뚝 끊었다. 다들 신룡대를 의아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 판국에 우리 대공자는 어디 계시냐고 어찌 물으란 말인가.
마량이 험하게 눈을 부라리자, 일조장을 비롯해 모두가 덥석 입술을 말아 물었다. 생각하면 가장 치열한 격전 한복판이 아니겠나.
그런데 혼자 주변 두리번거린 마도옥이 냉큼 어느 곳으로 향했다.
“아니, 대주! 대주!”
마량이 다급하게 불러 젖혔지만, 마도옥은 귓등으로 듣지도 않았다.
“아오, 저런! 신룡대! 나서라!”
“명!”
마량이 부랴부랴 외쳤다. 이건 뭐 계책이니, 방향이니 따질 틈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