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211
206. 이거 하나면 돼~ 그거면 돼~ >
스타워즈.
흔히 시상식을 별들의 전쟁이라 부른다.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에게 무엇이 중요한가?
바로 무기와 갑옷이다.
현대의 갑옷과 무기라면 무엇일까?
바로 옷과 액세서리다.
“정말 이걸로 되겠어? 네가 원해서 해주기는 한다만, 기본이 몇십억을 두르고 나오는 이들이 즐비한 곳에 십억은커녕 1억도 안되는 무장을 하고 전쟁터에 나가다니······. 예성아, 아무리 한국인이라고 해도 굳이 이런 자리까지 국산을 고집할 건 없잖아. 브랜드를 모른다면 누나에게 그냥 맡겨. 알아서 해줄게.”
작년 말에 심영 누나가 나에게 한 말이다. 그 옆의 코디 누나들도 고개를 열심히 끄덕인다. 나에게 노래부심이 있듯 이 누나들에게도 나를 꾸미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다.
외국으로 나오고는 평상복부터 시작해서 액세서리까지 모든 나의 모습은 이 누나들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그런 누나들은 2020년이 되기 전부터 나를 들들 볶아댔다.
평화로울 때 전쟁을 준비하라는 옛말처럼, 시상식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치열한 준비가 이루어진다. 그건 스타만의 일이 아니다. 협찬사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명품회사가 시상식을 노려 스타들에게 로비와 혜택을 강조하며 스타들을 잡기 위해 나선다.
물론 나에게도 그렇다. 최정상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세계 네티즌들의 대부분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 거기다 미국의 주간지 타임에서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아티스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몸이다.
이게 다 세계의 울리는 유통령의 위엄 때문일까?
아이를 잡으면 부모는 따라 오는 법. 나의 영향력은 내 생각보다 훨씬 컸다.
오죽하면 그저 공익광고 한 번 찍었을 뿐인데 유니세프의 감사패 마저 받았을까?
내가 들어 올리고 싶었던 시상식의 트로피는 아니었지만, 기분은 남달랐다.
나는 이제까지 애써 해외 쪽은 눈을 돌리고 있었다. 남의 큰 상처보다 내 손에 박힌 가시가 아프다는 말로 애써 포장하고 있었다.
썩은 사과 이론처럼 모두가 똑같을 수는 없다. 내가 사는 한국을 비롯해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아프고 힘들게 사는 이들은 있다.
내가 비록 성은 신이지만 진짜 신이 아니기에 그런 어려운 이들을 모두 도울 수는 없었다.
거기다 성인처럼 내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도울 생각도 없다.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그래서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이 바로 공익광고다. 그렇게 하나가 히트를 하니 유니세프, 세계난민기구 등등. 그런 곳에서 부탁이 들어오는 족족 광고를 찍었다. 세상이 넓은 만큼 기부를 모집하는 곳도 많았다.
내가 남들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광고를 찍으면 어김없이 기부금이 늘었다는 소리가 기사로 나왔다.
내 동요앨범을 구매한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낸 것이다. 자기들도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자신들의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 내 노래를 구매한 이들이다. 그런 부모들은 내가 나오는 광고를 보면서 남의 일이지만 자신의 자식에 빗대어 생각하다 보니 도움의 손길을 뻗는 것이다.
“물 한 동이를 얻기 위해 6시간을 걷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어린 꼬마들이 등에 물통을 메고 열심히 걷는 자료화면을 보며 내가 슬픈 감정을 담아 말을 하면 우물 파기 성금이 모였다.
“지금 9천 300만 명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아이들의 후원 성금이 또 모였다.
“지금 2억 명의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지금 140만 명의 5살 미만의 아이들이 치료 약이 없어 아파하고 있습니다.”
“지금 아프리카에는 30초마다 한 명의 아이가 말라리아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후원 광고를 찍을 때마다 그랬다. 나중에는 나 자신도 너무 속 보이는 짓이 아닌가 싶었다.
내용은 달랐지만, 그냥 이거 한꺼번에 다 말해도 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은 성금을 모으는데 있어서는 프로였다. 아마도 내 광고가 잘 먹히니 이렇게 나누어 여러 가지의 이야기를 따로 하게 만든 것인 것처럼 보였다.
아마 내가 타임지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 후원 광고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겠는가? 순위는 제자리걸음인 것을.
박리다매의 한계였다.
“누나, 내가 찍은 후원 광고가 몇 개인데, 고가의 명품을 주렁주렁 달고 시상식장에 나가면 어떻겠어요? 남들이 욕하지 않겠어요?”
“욕하긴 누가 욕해? 다 협찬인 거 알 텐데······. 거기다 너 돈 많이 버는 거 모르는 사람이 있어? 많이 버니까. 좋은 일도 하고 명품도 입는구나 생각하지.”
“아니요. 그래도 튀고 싶지 않아요.”
내가 말을 잘 못 한 것일까?
내 말에 누나들의 표정이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왜···. 왜요? 제가 틀린 말이라도 했어요?”
“응. 완전히 틀렸어. 오히려 네가 말하는 것처럼 입으면 사람들의 눈에 튀겠지. 월드 스타 체면에 장비가 1억도 안 되는 건 문제가 있는 거야.”
“그래도 바꿀 생각이 없어요.”
나의 이런 결정에 누나들은 두 손을 들었다. 그래서 국내에 후원사를 구했다.
그런 나의 행동에 국내에서는 난리가 났다. 기대도 않았건만 자신들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신예성이 참가하는 시상식이 어떤 곳인가? 바로 진정한 스타들이 다투는 전쟁터가 아닌가? 세계의 시선이 모이는 그곳에 신예성이 자신들의 제품을 착용한다니 이보다 더한 광고가 어디 있을까?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테일러였다. 정확히는 한일 모직의 요청을 받은 테일러라고 할까?
그는 국제 기능올림픽에서 의상기술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이였다. 거기다 원단도 한일 모직에서 최고급 원단을 가지고 찾아왔다. 양 천 마리분을 모아야 양복 한 벌을 만든다는 원단. 그 원단을 가지고 기계 재봉틀 대신 손바느질로 양복을 만들었다.
당연히 원단도 원단이지만 테일러의 공임과 모든 것을 더하면 가격을 매길 수 없었다.
그리고 신발은 구두회사의 제품이 아니라 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최고 장인이 만들어 주었다.
시계도 마찬가지다. 라만손 시계에서 신예성 한사람만을 위한 시계를 제작했다.
그 모든 것을 두르고 나니 사람들은 감탄했다.
“네가 바로 한국의 자존심이구나.”
“그런가요? 어때요?”
스스로 거울을 봐도 내 모습은 멋졌다. 모든 것이 나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들이 아닌가?
모양새가 딱 맞아떨어지는 정장은 내 심한 움직임에도 조이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런 움직임에 언뜻 보이는 시계와 구두의 자태는 거울을 보는 내 시선을 붙잡았다.
나는 그동안 여러 가지의 명품을 사용해왔다. 물론 나 하나를 위한 명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명품을 입거나 착용할 때마다 명품은 나름의 가치를 뽐냈다.
하지만 맞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이래서 진정한 부자들은 명품보다 맞춤을 선호하는 거구나.’
“히트하면 이 제품 모두 신예성 컬렉션이라는 이름이 붙을지도 몰라.”
“그럴까요? 그러면 좋겠네요.”
그래야 이 모든 것을 준비해준 누나들이나 협찬사들이 보답을 받을 것이 아닌가?
미국의 가장 화려한 유흥의 도시 라스베이거스그 도시에 레드카펫이 깔렸다.
수많은 기자가 몰려들고 여행객들이 레드카펫을 밟고 등장하는 스타를 보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들에게는 구경이지만 참가하는 스타들에게는 자신들의 입지를 확인하는 자리다. 그렇기에 여자들의 드레스는 과감하고, 남자들도 자신들의 개성을 나타내는 패션을 연출한다.
세계 곳곳으로 방송되는 이 무대가 스타들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 신예성이다.”
“퇴원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건강해 보이네.”
찰칵, 찰칵, 찰칵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나를 향해 터졌다. 나는 어제 연습한 모습대로 미소를 지으면서 긴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수많은 기자가 나에게 마이크를 갖다 대면서 질문을 한다. 대부분이 영어다. 그런 질문에 내가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저 그런 기자들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포즈를 취해줄 뿐이다.
“신예성 씨, 신예성 씨”
한국어로 외치는 소리에 쳐다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연예가 소식의 리포터였다. 그리고 그 옆에 지금의 상황을 생중계하는 카메라도 보였다. 본부장님을 통해서 나은태 CP님이 여기 생중계권을 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포토존을 지나왔다.
그곳을 벗어나자 나를 기다리던 리포터를 다시 만났다.
“신예성 씨, 기분이 어떤가요?”
고함치듯 질문에 나도 큰소리로 대답했다.
“좋습니다. 평소에 방송에서나 뮤직비디오로만 보던 스타들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들도 신예성 씨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할까요?”
“글쎄요?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하하!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쳤다.
“헤이,”
돌아보니 에드였다. 에드와는 영국의 콘서트 때 안면이 있었다. 내가 영어를 못해서 긴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서로의 음악은 좋아하는 터라 짧게나마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슈발, 다행이다. 친한 척할 수 있는 네가 나타나서. 굿 잡, 마이 프랜’
이런 자리에 피부색이 다른 것도 부담이 되는 지경이지만, 혼자 외톨이같이 친한 사람도 없어 보이면 그것도 뻘쭘하지 않은가?
“헉, 에드와 친분이 있나요?”
갑작스러운 에드의 등장에 리포터가 놀라 소리쳤다. 에드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자고로 남자의 영어는 브리티시 억양이 먹어주지 않는가?
“에드, 음~ 세이 헬로 유어 코리아 팬즈.”
내가 떠오르는 영어를 조합해서 말하자. 나의 엉망인 영어를 아는 에드는 웃으면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이러면 나랑 이놈이 엄청 친한 줄 알겠지? 나 같은 월드(?) 스타에게는 월드 스타 친구가 있어야지 암.“
그런 가운데 또 아는 이가 나타났다. 포텐 터진 영어는 나에게 급격한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헤이, 헤이~ 맷”
내가 소리쳐 부르자 포토존에서 손을 흔들던 맷이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런 그에게 다시 나의 콩글리시를 날려 줬다.
“컴 히얼 맨, 아이 니드 유!”
내가 너무 큰소리로 말했나? 주위의 기자들이 피식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기준 밖에서 석태 형이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모습이 보였다.
맷과 다른 동료들이 포토존에서 웃으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대···. 대단하네요. 신예성 씨”
리포터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뭐가요? 영어가 대단해요?”
나의 영어부심에 기자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그러다 마지못해 말한다.
“네? 아! 네······. 물론 영어도 대단합니다. 그보다는 거칠(?) 것 없는 자신감이 대단하네요.”
‘당신이 몰라서 그렇지. 필요하면 다 하게 되어있네. 이 사람아’
리포터는 때아니게 나 말고도 에드와 마룬의 인터뷰를 하게 되어 희희낙락한 모습이다.
인터뷰는 나를 중심으로 진행이 되었다.
나도 국내 팬들에게 인사를 건넬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이곳에 온 것만도 기쁘다는 둥 이런 되도 않는 이야기를 했다.
‘제발, 하나 얻어걸려야 할 텐데.’
나는 3개의 후보군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 올해의 뉴 아티스트, 송 라이터, 독립적인 앨범 아티스트. 이렇게 3개.
‘뮤직비디오도 돈 좀 써서 찍었으면 하나 더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3개보다 4개면 더 얻어걸릴 확률이 높을 텐데······.’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여전히 입으로는 TV로 보던 스타들과 나란히 앉을 생각에 가슴이 떨린다는 소리를 하는 나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에드, 마룬과 함께 서로의 행운을 빌어주었다.
시상직장으로 들어가니 석태 형과 군보 형, 장 프로듀서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성아, 부탁인데. 제발 졸지만 말자.”
“허, 형, 저도 누울 자리를 봐가면서 사는 남자예요. 아무렴 이런 시상식장에서 졸까요?”
“졸 수도 있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몇 시간 동안 듣고 있다 보면 너도 어쩔 수 없지.”
“형 자꾸 무시하는데. 저는 말하는 게 안 되지. 듣는 건 어느 정도 되거든요. 제가 미국 코미디 방송 보면서 웃는 거 못 봤어요?”
“그거야 그냥 행동 보면서 웃었던 거잖아? 안 그래?”
“아니거든요. 단어도 들었거든요!”
“그러냐? 그럼 오늘 걱정 안 해도 되겠네. 너도 알겠지만, 이거 한국 케이블 방송으로 생중계되고 있다.”
“저도 알아요. 우리 가족도 보고 있을 거예요.”
신예성의 가족만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예성의 수상결과를 알기 위해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신예성의 팬이든 아니든, 이것은 한국의 경사였다. 그저 한국의 가수가 후보로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거기다 발라드가 아닌가? 댄스그룹이 아니라 그저 목소리 하나만으로 승부수를 띄워 성공한 신예성의 모습에 사람들은 마치 자기 일인 양 TV 앞에 앉아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예성 멋있다. 간지가 좔좔 흘러.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국에서 공수해간 물건이지?”
“물건뿐이냐? 목소리마저 한국 토종이다. 발음은 말할 것도 없지. 컴 히얼 맨 아이 니드 유! 조기형도 울고 갈 토종발음이다. 왜 신예성이 말하는데 내가 부끄럽지?”
“걱정 마라. 나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래도 대단하지 않아? 저런 콩글리시로 에드, 마룬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서로가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 게 보이더라. 같이 콘서트를 해서 그런가?”
“그렇지. 우와~ 저 나이에 세계 가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니, 내가 다 뿌듯하다.”
“나란히는 아니지. 오늘 상을 받아야 나란히가 아닐까?”
“무슨 소리.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대단하지. 거기다 후보가 하나도 아니고 3개잖아?”
“오늘의 신예성은 한국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다. 생김새, 목소리, 복장, 모든 것이 한국을 대표하는 모든 것이다.”
“생김새는 아니지 않아?”
“도대체 얼마나 잘생기길 바라는 거냐? 김상우라도 소환돼야 하냐?”
“맞다. 신예성은 한국 남자를 대표하는 거다.”
*****
‘하나만, 제발 하나만, 지영이 누나도 노래 부르잖아. ♪상 하나면 돼. 난 그거면 돼,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어~♪ 누나, 누나가 울부짖던 그 마음이 오늘의 제 마음이에요.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상 하나면 충분해요.’
하지만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하나의 상은 엉뚱한 사람이 받았다.
“핫 100 프로듀서 상 JANG-ILL-HYEONG”
“컥!”
“뭐?”
나는 놀라 사래가 들리고 석태형은 정신이 나가 박수를 칠 생각도 못했다. 장 프로듀서님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나가는 행인1에서 주인공으로 발탁된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쟁쟁한 프로듀서들이 이 서양에 얼마나 많은가?
“뭐해요? 나가세요.”
“그······. 그래. 나···. 가야지.”
장 프로듀서님은 긴장하셨는지 손과 발이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지켜보던 이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긴장한 장 프로듀서님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난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장 프로듀서님은 따로 인사말을 준비 안 했는지. 짧게 댕큐라고 말하는 쿨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 봤자. 손과 발이 같이 나가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줬는데 늦었지!’
그 후로 내가 후보로 올라가 있는 상이 호명될 때마다 나는 긴장된 마음을 이완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나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송 라이트도 에드가 가져갔다.
‘역시 한국어 가사로는 무린가? 알아먹지 못하니까?’
독립 앨범상도 다른 이가 가져갔다.
‘역시 크로스 오버에게는 이기지 못하는가?’
나는 스스로 이해시키기 위해 하나씩 이유를 가져다 대었다.
“올해의 뉴 아티스트. 신-예-성”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발음이 엉성했지만 분명 내 이름이다. 나는 벌떡 일어나 나도 모르게 고함을 쳤다.
“우와악!”
나의 괴성에 졸다 깨어 두리번거리는 이도 있고, 그런 나에게 손뼉을 치는 이들과 휘파람을 불어 축하를 보내는 이도 있었다. 작년의 대부분을 유럽과 미국에서 보냈기에 그들에게 익숙했다. 분명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도 다른 나를 안 좋게 보는 이도 있겠지만, 나를 좋게 보는 이들이 더욱 많을 거로 생각한다.
사람들의 축하에 나도 모르게 주위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습관적인 한국의 인사가 나도 모르게 나온 것이다.
‘하나만 걸려라’고 벼르고 있었지만, 막상 걸리니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그런 나를 석태 형이 이끈다.
“나가자.”
“네. 형”
내 수상소감을 동시통역하기 위해 석태 형도 같이 나갔다.
“Congratulations!”
“댕큐”
나는 트로피를 받으면서 마이크 앞에 섰다.
“감사합니다. 이런 상을 주셔서. 사실 후보에 이름이 몇 군데 올랐기에 하나는 받겠지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하나만 받네요.”
내 말을 석태 형이 영어로 말하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이 말은 농담이고, 오늘의 상은 저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비록 짧은 가수 생활이지만, 제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이정표가 되는 상이기 때문입니다.
언어가 달라도 문화가 달라도 마음을 다해 부르는 노래는 어디에나 통한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상의 영광을 제 노래를 사랑해주신 모든 이들에게 바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고 언제나 나에게 큰 힘을 주는 이들을 외쳤다.
“뮤직캐슬 아이러부 소 머치”
그 시각 한국의 팬카페에서는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다.
“마지막 건 안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안 그래? 왜 항상 부끄러움은 팬들의 몫일까?”
“그러게. 탈퇴할까?”
“한번은 참자. 다음에도 저러면 얄짤없다.”
“그래. 이제 시작이니까.”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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