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252
254화
팀 아포칼립스에서는 같은 게임(세계) 내의 플레이어를 공격할 수 없다. NPC나 좀비를 이용해 대신 공격하게만드는 편법은 가능하지만, 직접적으로 공격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른 세계의 나는 자신을 둘러싼 에너지 쉴드의 정체가 바로 그런 상호 공격 금지 기능을 응용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에너지 쉴드를 뚫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것은 이 세계를 근간하는 절대적인 율법이었 으니까.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하지만 상호 공격 금지 기능은 다른 세계의 플레이어에게는 발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 역시 그로부터 보호받지 못했고.
그런데 그런 상호 공격 금지 기능을 마음대로 발동시켜서 사용하다니, 정말 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힘 겹게 꺼낸 물음에 그는 무미건조하게대답했다.
“이 세계는 누군가에 의해 ‘고도의 과학’으로 만들어진 세상이다. 관점을 조금 다르게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누군가에 의해 ‘고도의 과학’으로 만들어진 세상이라. 그는 무언가 이 세계의 비밀을 알고 있기라도 한 걸까.
한편으로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지?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저 쉴 드를 뚫을 방법이 있기라도 한 걸까.
생각하는 사이 그의 몸이 사라진다. 순식간에 내 앞까지 이동한 그는 주먹을 휘둘렀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 발동한 플라즈마 쉴드를 깨버리고 그의 주먹은 어김없이 내복부에 박혔다.
퍽!
나는 헉 소리를 내면서 또다시 뒤로 몸을 처박고 말았다. 플라즈마 쉴드에 의해 경감됐다고는 하지만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엄청난 고통이 전해졌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의아해했다.
‘어째서 나를 살려두는 거지?’
다시 생각해보면 나를 죽일 기회는 벌써 여러 번이나 있었다. 고도의 과학 기술을 가진 에너지 쉴드가 있다는 말은 고도의 과학 기술을 가진 무기 역시 존재한다는 말.
주먹이 아닌, 그런 무기로 나를 공격했다면 나는 진즉 그에 의해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말은, 그가 나를 일부러 죽이지 않았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그의 몸이 또다시 흐릿해지며 사라진다.
‘무언가 목적이 있어서다.’
나는 그가 나를 죽이는 것 말고도, 무언가 목적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 목적이 대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스터, 곧 그들이 도착합니다. 조금만 버텨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동안 잠잠하던 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 내게 도움이 될 만한 이들이 있을까? 우리 세계와 다른 세계를 통틀어 지금 그를 상대할 수 있을 만한 이는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전함조차 그에게 통할지, 통하지 않을지 모르는데 이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이가 있을 리가…
‘시간은 끌어봐야겠지.’
퀸에게 무언가 수가 있다면, 그녀를 믿고 버텨본다. 속으로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기계 소환. 내가 소환한 것 은 다름 아닌 무르시엘라고.
수많은 버전 업을 거친 끝에 무르 시엘라고는 기존의 외형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능력 역시 마찬가지다.
전신에 둘러진 아다만티움 방패, 에너지 쉴드, 그 밖에도 온갖 무기를 달고 있어서 제트카가 아닌, 제 트카의 형태를 띤 우주병기라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무르시 엘라고.”
내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나는 무르시 엘라고를 향해 몸을 던졌다. 차체가 갈라지더니, 내 몸을 받아들이고는 다시 합쳐진다.
그가 무르시엘라고를 향해 달려들었다.
무르시엘라고가 아다만티움 방패를 사용한다. 순도 100% 아다만티움으로 이루어진 방패는 어떠한 물리적 공격이든 막아낼 수 있다.
핵폭발 한가운데 갖다 놓는다 해도 고작 37%의 기능 상실만 있을 거라고 퀸이 분석하기도 했었고. 하지만 그의 주먹이 닿는 순간 아다만티움 방패는 가루로 변해버렸다.
나는 그것이 아마 금속 분해 능력 의 일부일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기계 소환을 사용해 아다만티움 로봇을 소환했다.
그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마스터, 이것도 꿈일까?」
차체에서 로키의 목소리가 흘러나 왔다. 현실 세계에서 돌아온 이후 한동안 불안 증세를 보이던 로키는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그는 무르시엘라고에 머무르기를 원했고, 나는 그가 바라는 대로 해 주었다.
하지만 안정을 되찾았다 하더라도 다른 세계의 나와 마주한다는 것은 그에게 또다시 트라우마를 불러올지도 모르는 일.
“로키, 이건 전부…
?마스터, 괜찮아. 내 눈앞의 마스터가 진짜인 거지?」
문득 그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는 그저 그가 DNA 한 조각으로 만들어낸 클론일 뿐이라고 말했던 내용. 어쩌면 나는 그의 말대 로, 진짜가 아닌가짜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쯔쉬안 구출을 최우선으로 삼을게.」
나는 그를 바라본다. 방금 무르시 엘라고의 아다만티움 방패를 뚫어내는데 실패한 그는 천천히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파손된 듯 가만히 있던 헤라클레스 가 벌떡 일어나 그에게 달려들었지 만.
그의 주먹 한 대를 맞자, 벽에 처 박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신체적인 스펙도 스펙이지만 메카닉의 정 점에 도달한 그를 기계로 이길 수 없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글쎄. 그건 해봐야 알겠지.”
나는 무르시엘라고의 페달을 밟았다. 무르시엘라고는 버전 업을 거치 면서, 올림푸스처럼 지능 계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 옵션이 붙었다.
– 플레이어의 지능이 높으면 높을 수록 차체가 단단해집니다.
– 플레이어의 지능이 높으면 높을 수록 속력이 빨라집니다.
그리고 내 지능은 300을 돌파한 지 오래였다. 즉, 한마디로 지금의 무르시엘라고는 전투기 속력의 수여 배를 뛰어넘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제로부터 맥스까지 도달하는데 걸 리는 시간은 0.1초 미만. 나는 그를 그대로 쳐버릴 생각이었다. 순식간에 내가 탑승한 무르시엘라고는 달려드는 그의 앞에 도달했다.
펑!
하지만 튕겨 나가기는커녕, 폭음과 함께 튕겨 나간 건 오히려 이쪽이었다. 그를 둘러싼 보라색 쉴드가 또다시 발동하는 순간, 차체는 허무하게튕겨져 나가 전함에 부딪혔다.
“말했을 텐데, 이것은 상호 공격 금지 기능이라고. 네가 아무리 무슨 수를 쓰든, 내게 타격을 입힌다는 건 불가능하다.”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이번에는 기어코 나도 한마디 입을 열었다.
“어차피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나는 차체에 쓰러진 쯔쉬안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그에게 통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무리하게그에게 돌진했던 이유는 바로 쯔쉬안 때문이었다.
“잔재주를 부렸군. 하지만 그녀를 구했다 한들, 달라질 건 없다. 나를 막지 못하는 이상, 너는 내 손에 죽을 것이다.”
“그래, 어디 마음대로 해보든가.”
나는 반파된 무르시엘라고를 응시 한다. 살아있는 기계에 의해 십 분 만 지나면 금세 수리되겠지만, 지금 그만한 시간을 기다릴 여유는 없다.
기계 수리.
10레벨에 이른 기계 수리에 180레 벨에 도달하며 얻은 기계 수리(강화). 기계 수리를 몇 번 사용하자 무르시엘라고가 금세 멀쩡해진다.
다른 세계의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중얼거린다.
“기계 수리인가.”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무르시 엘라고를 밟았다. 그가 아닌, 반대편 ― 전함의 벽을 향해서. 전함의 벽에 무르시엘라고가 닿는 순간. 나는 금속 분해를 사용해 벽을 허물어버렸다.
그대로 수 킬로미터 상공에서 무르 시엘라고는 떨어져 내린다. 온몸이 덜덜덜 떨린다. 차체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나는 담담하게퀸에게 명령을 주문했다.
“퀸, 자폭.”
퀸의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확인했습니다.」
퀸은 전함마다 자폭 장치를 설치했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전함 채로 그를 날려버릴 생각이었다. 죽이면 좋겠지만, 죽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도 록.
그가 나를 내려다본다. 전함이 자 폭할 걸 아는지, 모르는지 담담한 표정으로 그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마치 해볼 테면 해봐라, 하는 오만한 표정 같기도 했다.
다음 순간, 전함이 터진다. 붕괴되면서 엄청난 파장이 주변의 전함을 흔들리게 만들었고, 떨어지고 있는 우리 역시 그 파장에 휘말리고 말았다.
에너지 쉴드가 발동하지 않았다면 잔해에 의해 그대로 골로 가버렸겠지. 실시간으로 전함의 잔해가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무르시엘라고의 비행 능력을 활용해, 그 장소를 적극적으로 빠져나왔다. 지상에 착륙했다. 하늘을 바라보니, 거대한 전함은 붕괴된 채 떨어지고 있었다.
다른 세계의 나는 보이지 않았다. 하기야, 저 정도의 대폭발을 일으켰 는데 보이는 게 이상한 거겠지. 나는 한숨 몰아쉬었다. 그때였다.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고작 이런 수가 전부인가?”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자폭 한 전함 안에 있던 그는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으로 내 앞에 있었다.
“우리 세계에서 발달된 게 고작 네 게 보여준 것뿐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당연히 워프 기술 역시 발달 됐지. 공간이동. 마음만 먹으면 나는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마치 전지 전능한 신처럼 말이야.”
스스로를 신이라고 표현하는데도 전혀 위화감은 없었다. 하기야, 그가 보여주는 능력이 이미 신 같다는 걸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왜 나를 죽이지 않고, 살려두는 거지?”
“내가 너라면 품었을 만한 생각이야. 칭찬해. 너를 살려두는 이유는 간단해. 왜냐하면 나는 이미…”
그의 말이 이어질 찰나, 무언가가 그의 몸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는 고개를 돌렸고, 그의 몸을 둘러싼 보라색 에너지 쉴드가 발동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 에너지 쉴 드도 공격을 막아주지 못했다. 무언 가는 그대로 에너지 쉴드를 꿰뚫었고, 그는 그대로 몸을 꿰뚫리고 말았다.
창에 반쯤 몸이 꿰뚫린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린다.
“네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지?”
나는 그가 말하는 방향을 바라봤다. 그곳에서있는 건 다름 아닌, 창기사였다. 그녀를 보는 순간, 나는 그녀에 의해 꿰뚫렸던 기억이 떠올라서 움찔거렸다.
그녀는 나에게 눈길을 주다가, 다른 세계의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당신이 어떻게 두 명인 거지? 아니, 그전에 당신… 인간이긴 한 건가?”
그녀의 말에 나는 그를 다시 바라봤다.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피 가 아니라, 기계의 잔해였다. 사이보그? 생체 안드로이드 로봇? 그는 쓰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들킬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