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부족한 걸 채워야지
일주일 후 금화를 950개 모았다.
이제 50개만 더 모으면 인벤토리를 한칸 더 늘릴 수 있다.
한 칸을 더 늘린다고 대단한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하나씩 늘리면 더 많은 부산물을 담을 수 있으니 점점 눈덩이가 불어나는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게이트에 들어왔다.
밖은 3월의 마지막 날이고 이제 따듯한 봄이 시작되었지만, 게이트 안은 끈적거릴 정도로 습기가 가득한 후텁지근한 밀림이었다.
“갑옷소환-!”
나는 바로 갑옷을 입었다.
위협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감이 안 좋았다.
갑옷을 입고 몇 걸음 내디뎠을 때 나무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슈슈슉-!
미세한 바늘들이 갑옷에 부딪히고 후드득 바닥에 떨어졌다.
나뭇가지 위의 고블린들이 긴 대롱으로 바늘을 입으로 발사했다.
카메라로 확대해서 본 바늘 끝에는 녹색의 점액이 묻어 있었다.
‘이건 누가 봐도 독침이야!’
나는 손톱과 칼날을 뽑고 눈앞의 나무들을 베어갔다.
슈카카카칵-!
“키에엑-!”
“케륵-!”
넘어가는 나무들에서 고블린들은 떨어졌고 나무에 깔렸다.
바닥에 떨어진 고블린들을 발로 밟아서 터트리면서 계속 나무를 베며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 후 도망을 갔는지 고블린들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빽빽한 나무숲을 벗어나서 아름드리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지역으로 나오자 고블린들이 무기를 들고 서 있었고 그 뒤에는 고블린에 비하면 거인으로 보이는 몬스터가 서 있었다.
오크는 고블린과 같은 녹색의 피부에 2m의 덩치, 근육질의 몸이었다.
짐승의 가죽을 걸치고 몽둥이에 가까워 보이는 두꺼운 대도에 큰 도끼를 들고 삐죽 튀어나온 어금니는 위아래로 삐뚤빼뚤 나 있었다.
“취익! 분홍색 괴물 곰이다! 저 돌연변이를 잡아라!”
오크 하나가 소리치자 오크와 고블린들이 동시에 나에게 달려들었다.
오크나 고블린이 나를 진짜 곰이라고 착각하는 게 재미있었다.
그것보다 말이 통했다.
고블린은 샤먼 정도 되어야 대화가 통했는데 오크는 처음부터 대화가 통하는 몬스터였다.
‘그런데 몬스터라고 부르는 게 맞나? 나중에 사람들하고 이야기해봐야겠다.’
나는 우선 오크의 전투력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려고 휘두르는 도끼를 손톱으로 막아 보았다.
후아악-! 채챙-!
힘 자체는 자이언트 정도였다.
자이언트가 본능으로 움직이면서 단순한 동작으로 공격한다면 오크는 강한 힘으로 싸우는 법을 배운 것처럼 공격하는 까다로운 상대였다.
후우웅-! 채채챙-!
거기에 고블린들은 얇고 뾰족한 쇠꼬챙이 같은 검으로 사각에서 찔러왔다.
슈슈슉-! 투툭-!
하지만 고블린의 쇠꼬챙이는 내 털옷에 막혀 그냥 퉁겨졌다.
오크가 전면에서 공격하고 고블린들이 옆에서 거드는 게 나름 체계적이고 위협적이었지만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적당히 받아주면서 전투력을 파악한 뒤에 앞으로 나서며 칼날을 크게 휘둘렀다
슈카카카칵-!
“크아악-!”
“키이익-!”
달려들었던 몬스터 십여 마리가 칼질 한 번에 허리가 잘렸다.
몬스터는 도망가지 않고 계속 달려들었다.
덕분에 쫓아가지 않고 쉽게 칼질로 몇 번으로 몬스터를 베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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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들과 싸울 때는 주술을 쓰는 샤먼도 등장했었는데 이 게이트에서는 오크와 고블린의 전사들만 모인 것처럼 무기를 들고 달려들기만 했다.
“취아악-! 죽여라-!”
“키이익-!”
후아아악-!
달려드는 몬스터에게 나도 칼날을 내밀어주었다.
슈카카칵-!
가볍게 좌우로 칼날을 휘두르며 몬스터를 조각내다가 보니 더 이상 서 있는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밀림의 한복판 아름드리나무에 붉은색 빛이 소용돌이쳤다.
보스 방 게이트가 열렸다.
인벤토리에는 마석 조각과 마석, 고블린이 들고 다녔던 쇠꼬챙이와 오크의 도끼가 들어와 있었다.
‘이 녀석들은 부산물이 좀 박하네. 보스를 깨면 보상이 좀 괜찮으려나?’
인벤토리를 정리하고 보스 장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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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 마리의 오크가 줄 서 있고 그 뒤에 흰 수염의 오크가 머리뼈가 앞에 박힌 뼈로 된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
주술에 쓰는 도구 같은데 맞으면 매우 아플 것 같은 뼈 막대기로 나를 가리켰다.
“취익! 분홍색 곰의 팔에 칼이 달려있다니 저주받은 존재로다!”
“네가 대장인가?”
내 대답에 오크들이 놀랐다.
“취익-!! 마, 말을 하느냐!”
“너희들도 말을 하는데 내가 못 할 건 없지.”
“취익-! 공격해라! 저주받은 놈을 처치해라!”
대화를 좀 하려고 했는데 말을 하자마자 공격을 시작했다.
오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쉬아아악-!
오크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드는데 샤먼은 뒤에 처져서 중얼중얼 주문을 외웠다.
내가 달려오는 오크를 향해 칼날을 휘두르고 자르는데 샤먼이 크게 외쳤다.
“취익! 불의 폭풍은 모든 것을 재로 만들 것이다! 저 저주받은 존재를 불태워라!”
뼈 막대기 끝에서 불꽃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화염이 소용돌이치며 나에게 날아왔다.
쿠콰콰콰콰-!
화염이 날아오자 검을 휘두르던 오크들은 좌우로 피하고 화염이 그대로 나에게 쏘아졌다.
콰아아앙-!
신기하게도 화염은 나를 지나가지 않고 머물면서 계속 소용돌이쳤다.
지정한 상대를 끝까지 태우는 그런 주술인 것 같다.
갑옷 안의 나는 주변과 갑옷 안의 온도가 올라가는 걸 느꼈다.
카메라로 비치는 걸 보면 화염은 내 인형 옷을 하나도 태우지 못했다.
하지만 온도가 올라가면서 더웠다.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지만, 화염이 사라지기를 더 기다리기 싫었다.
다리의 흡입구를 열고 한 번에 공기를 분사해서 넓게 퍼트렸다.
파아앙-!
나에게 머물렀던 화염이 사방으로 확 퍼지면서 피해 있던 오크들에 옮겨붙었다.
“취익! 부, 불이다!”
“크아악-!”
오크들이 불이 붙은 채 사방으로 흩어졌고 샤먼은 당황했다.
“취익! 저주받은 괴물이 하나도 타지 않았어!”
나는 혼란에 빠진 오크들을 빠르게 베어갔다.
슈카칵-!
일단 오크들부터 처리하고 저 대장을 심문할 생각이다.
내가 오크들을 베어가는 동안 샤먼은 다시 주술을 준비했다.
그러다가 오크들을 모두 처리하자 주술을 쏘아냈다.
“취익-! 가장 뜨겁고 순수한 태초의 불이다!”
샤먼은 온 힘을 다한 듯 땀을 뻘뻘 흘리며 뼈 막대기를 겨누는데 막대기 끝에서 나온 불꽃은 점점 커졌다.
커지던 화염은 붉은색에서 노란색 그리고 파란빛으로 변했다.
화염은 가까이 오지도 않았는데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푸른 화염은 아까와는 다르게 천천히 날아오면 주변의 모든 걸 태우고 증발시켰다.
콰아아아아아-!
나는 다리의 공기를 분사하며 화염을 향해 날아갔다.
파앙-!
양손을 모으고 날아가서 화염을 그대로 터트렸다.
슈아아아악-!
화염을 통과하는 순간 아주 잠깐 확 뜨거워짐을 느꼈지만, 갑옷은 털끝 하나 타지 않고 그대로 샤먼의 멱살을 잡았다.
꽈악-!
“크헉-!”
나는 샤먼을 들어 올리고 물었다.
“너희들은 이곳에 속한 존재인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온 건가?”
샤먼은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취익! 저주받은 존재에게 이렇게 당하다니!”
“왜 대답을 안 하지?”
“취익! 내, 동료들이 복수해줄 것이다!”
“정말?”
“크으윽!”
오크 샤먼은 혼자서 부르르 떨더니 축 늘어졌다.
‘이전에 고블린도 그렇고 이 녀석까지, 마치 대사가 정해진 것 같은데?’
나는 샤먼을 바닥에 던져놓고 나타난 보물상자를 보았다.
“소환 해제-!”
갑옷을 벗고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마석과 마석 조각, 황금이 들어있었고 체인메일이 들어 있었다.
나는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빛의 소용돌이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
***
아이템들을 처리하고 다시 게이트를 돌았다.
그러다가 사흘 뒤 들어간 게이트에서 다시 오크를 만났다.
이번에는 고블린 없이 오크들만 나와서 앞을 막았다.
“취익! 저주받은 괴물이다!”
“취익! 죽여라!”
무기를 휘두르는 오크를 막으며 무기째로 잘랐다.
슈카카칵-!
이상하게도 처음 보는 오크들이 나를 저주받은 괴물이라고 불렀다.
하나 붙잡아서 물어보고 싶은데 잡힌 놈들은 그대로 축 늘어져 버렸다.
역시나 주어진 대사 몇 개 이외에는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귀찮게 살려서 잡을 필요가 없었다.
나는 굳이 참지 않고 칼날을 휘둘러 오크들을 잘랐다.
슈가가각-!
오크들은 도망가지 않고 부딪혀와서 어렵지 않게 처리하고 보스 방으로 들어갔다.
보스 방에는 오크 백여 마리와 샤먼 3마리가 있었다.
오크들이 나를 공격하는 동안 샤먼 3마리는 각자 주문을 외우고 나를 공격했다.
“취익! 바위의 영역에서는 움직이지 못한다!”
샤먼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작은 돌 결정들이 쏘아지며 바닥에서 뾰쪽한 바위들이 튀어나와 내 움직임을 방해했다.
쿠쿠쿠쿠쿵-!
“취익! 불의 길은 모든 것을 태운다! 죽어라!”
내가 튀어나오는 바위를 피할 때 다른 샤먼은 일직선으로 화염을 몇 갈래로 쏘아냈다.
화아아악-!
화염을 피하려고 뛰어오르는 나를 향해 마지막 샤먼이 양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취엑! 이것은 벼락의 땅이다!”
샤먼의 손끝에서 번개 줄기들이 뻗어 나왔다.
파지지지직-!
바위벽과 불길과 번개를 쏘아내며 공격했지만 나는 이미 하늘로 도약해서 피하고 그대로 바닥으로 쏘아지며 샤먼들을 베었다.
슈카카카카칵-!
“크헉-!”
“큭! 저, 저주받은 괴물에게 이렇게 당하다니!”
“커억! 내 동료들이 보, 복수해줄 것이다!”
3마리 샤먼의 숨은 금방 끊어졌고 나는 보물상자를 열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
집 근처에 도착하니 이제 곧 저녁인데도 집 앞에는 공사로 분주했다.
공방들이 조립식 건물이라고는 하지만 현대의 조립식이 아닌 통나무집들에 가까워서 분해하고 옮겨서 다시 조립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들 각성한 사람들이라 힘이 세지고 체력들도 좋아져서 커다란 통나무를 번쩍 들어 옮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트럭이나 지게차 사다리차들로 옮기는 이사나 공사보다 아무래도 보는 맛도 있었다.
시멘트를 배합하거나 철물들을 용접하는 공사보다는 망치를 뚱땅거리는 공사들이었다.
그래서 각성한 사람도 각성하지 못한 사람도 다 같이 참여할 수 있었다.
일광교 때문에 피난 온 사람들은 은성민의 대화 그룹과 연관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대부분 같이 이전을 했지만 일부는 여전히 한쪽에 자리 잡고 살았다.
망가진 빈집들에 천막을 치며 살던 사람들은 공방이 옮겨가면 정리된 자리에 집을 짓고 살기로 했다.
그래서 공방을 옮기고 공사하는데 일용직으로 일을 거들었다.
이들은 내 집 울타리 바깥에 집을 짓고 살고 그 앞에 밭을 만들고 산에서 나물이나 약초를 캤다.
비 각성자들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더 이상 괴물들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무서워하는 건 괴물과 각성자들의 습격인데 이곳은 둘 다 해결된 장소다.
이전에 괴물들이 나올 때도 불가침 지역이라서 각성자들 간의 전투가 벌어진 적 없는 장소였다.
그런 장소에 이제는 괴물들도 나타나지 않는다.
대화 그룹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여길 떠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피난민들이 떠났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집 앞을 바쁘게 오갔다.
부산스럽기는 해도 다들 밝은 표정이라 보는 재미도 있었다.
울타리 안쪽에는 내 집 맞은편 임효영의 건물들 옆으로 공방들이 쪼르르 붙어서 지어졌다.
하지만 시끄럽고 물이 가까워야 하는 대장간은 산으로 올라가는 길 초입에 자리 잡았다.
계곡 옆에 물레방아도 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 집 아래 1, 2층은 숙소로 사용할 부분들 빼고는 공용시설로 만들고 있었다.
시장에서 산 냉장고와 세탁기를 설치하고 마석과 연결해서 공용으로 사용 중이다.
아직은 집마다 하나씩 보유할만한 물량도 없었고 마석도 부족했다.
아쉽지만 시원한 물을 마시거나 깨끗하게 옷을 빨아 입을 수 있는 전자제품들이 사용할 수 있다는데 사람들은 만족했다.
‘깨끗한 옷은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지.’
멀쩡한 가로등도 몇 개 뽑아와서 밤에 불을 켜놓을 수 있었다.
아직은 매우 부족하지만 뭔가 하나씩 재건 되는 것 같아서 사람들은 희망을 품었고 나 또한 그랬다.
‘뭔가 일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잖아.’
게이트를 도는 것도 지겨운 것보다는 재건에 필요한 자원을 얻는다는 생각으로 나름 즐겁게 돌았다.
공방들의 이전이나 건물들 공사가 끝나면 길드를 출범시킬 생각이다.
‘그전에 부족한 걸 채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