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기회가 왔습니다
다시 게이트를 두 번쯤 돌고 열흘 후 사람들과 만나서 정보를 교환하려고 모였다.
나와 안성희, 권호창은 기본으로 모였고 서윤재, 은성민, 도민철 같은 서울 기반의 그룹의 수장과 나연제가 군 기반의 그룹들을 대표해서 모였다.
거기에 경기 외곽의 건설 회사였던 진성건설과 호진그룹의 대표로 진미성과 황지상이라는 30대 남녀가 더 참석했다.
서윤재나 다른 사람들끼리는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던 것 같다.
역시나 재벌 3, 4세들끼리는 서로 얼굴들을 익히고 있었나 보다.
그래도 여기 모인 사람들은 나름대로 괴물들과 싸우면서 본인을 증명한 사람들이라 마냥 편하게 산 티는 별로 나지 않았다.
모두 모여 내 집 옥상에서 과일 주스를 마셨다.
이 과일 자체가 오늘 처음 본 진미성이 게이트에서 가져온 아이템으로 노란색의 사과였다.
이 노란 사과는 피로 해소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맛은 사과에 피로 해소제가 섞인 맛이다.
‘익숙한 맛이라 좋은데? 이게 효과가 좋은가?’
나는 크게 체감하지 못했지만, 상당히 효과가 좋다고 한다.
레벨이 비교적 낮은 사람들일수록 체감효과가 좋다는 것을 보니 초기에 사용할 수 있는 피로 해소제다.
아무튼 먹을 수 있는 아이템이 나왔다는 게 놀라웠다.
‘나중에는 레벨에 맞는 다른 과일이 나타나겠지? 피로 해소 이외에 다른 효능이 생길 수도 있고 말이야.’
다음으로 황지상이 더 놀라운 것을 가져왔다.
새의 알 이었다.
닭의 알보다는 조금 큰 오리알 정도 크기의 괴조라는 새의 알인데 괴조는 날아다니며 공격하는 몬스터이고 괴조를 죽이면 깃털과 알을 부산물로 얻을 수 있다.
깃털은 겨울옷의 충전재나 이불속으로 쓰고 알은 먹는다면서 삶은 괴조의 알을 하나씩 나눠 주었다.
나도 받은 알을 까서 먹었다.
‘어? 어어?’
알을 하나 먹었을 뿐인데 공깃밥을 두 그릇은 먹은 것처럼 배가 불렀다.
서윤재를 비롯한 그룹의 사람들은 눈을 빛내며 이 새로운 아이템들을 봤다.
괴조의 알은 달걀과 다름없는 맛이었다.
맛을 떠나서 최악의 경우 이 알 하나면 하루를 버틸 수 있다.
관심이 없을 수가 없다.
‘부피는 적고 포만감은 큰 이런 아이템을 대량으로 구할 수 있다면 음식가지고 싸울 일도 훨씬 줄어들 거야.’
아쉽게도 이후로는 음식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게 시작이라 기대감은 커졌다.
나연제는 강원도와 부산의 소식을 알려주었다.
강원도의 게이트들에서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광산이 무대인 게이트들이 많았고 코볼트라는 몬스터가 출몰했다.
녹색의 작은 사람 같은 고블린과는 다르게 개와 사람을 절반 정도 섞은 몬스터인 코볼트는 광산의 광부들처럼 땅굴을 파서 함정을 만들고 기습해서 공격하는 몬스터였다.
그렇지만 코볼트 자체가 약한 몬스터라서 게이트 공략은 어렵지 않았다.
부산물로는 무기나 곡괭이 삽 같은 공구와 광석들이 있었다.
그중 광석이 조금 특이했는데 어두운 곳에서 은은하게 빛을 내는 야광석, 데일 정도는 아니지만 뜨끈뜨끈한 열을 내는 열광석과 반대로 냉기를 품은 냉광석이 있었다.
나연제는 계속 받은 편지를 사람들에게 읽어 주었다.
“강원도의 1군단은 마석보다는 이 광석들을 부산물로 많이 얻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야광석은 조명으로 사용하고 열광석은 추울 때 연료 대신 사용합니다. 당연히 냉광석은 냉장고 대용으로 사용하고요.”
그리고 다음으로 부산 3군단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아무래도 게이트는 지역에 맞는 몬스터를 만나게 하는지 바다와 해안이 무대인 게이트들을 만났다고 한다.
게이트에서는 고블린들도 많이 나오지만, 거대 게와 거대 거북이들이 많이 나타났다.
거대 게와 거대 거북이 모두 부산물로 단단한 껍질을 얻을 수 있었다.
3군단의 대장장이들에 의하면 거대 게의 껍데기는 방탄조끼보다 더 단단하지만 가벼운 갑옷을 만들 수 있고 거북이의 껍질은 아직 자르는 방법을 찾지 못할 정도로 단단한 방패였다.
그래서 게이트를 공략할 때 무거워도 꼭 들고 가서 적의 공격을 막는 데에 상당히 유용하다고 한다.
그리고 거대 게에서는 하나의 부산물을 더 얻을 수 있는데 해초라는 것이다.
미역이나 다시마처럼 생긴 해조류로 상처 부위에 붙이면 바로 피가 멎고 부기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급속 치료제였다.
서윤재, 은성민, 도민철은 나와 별다른 건 없었지만 고블린이 다양한 장소에서 나타나서 다양한 무기와 방어구를 부산물로 남겼다.
그리고 마석이나 마석 조각을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야기했다.
나는 다른 건 말할 게 별로 없었다.
“이미 다 이야기가 나와서 다른 건 할 것 없고 인벤토리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내 말에 사람들은 궁금한 얼굴이었다.
인벤토리가 뭐가 어떻다는 것이냐는 얼굴을 보니 아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인벤토리를 늘릴 수 있습니다. 한 칸에 금화 1천 개, 포인트 10개가 소모됩니다. 지금 인벤토리 설명창을 확인해 보시면 대장장이를 만나라고 나올 겁니다. 다들 한 번씩 확인해 보세요.”
내 이야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인벤토리를 확인해 보고 내 말처럼 항목이 추가 됐다는 것에 놀랐다.
언제 추가됐는지 모르게 바뀌었으니 더 그랬을 것이다.
나와 내 동료들과는 다르게 지금 앞에 모인 사람들은 더 많은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 나보다 더 빨리 인벤토리를 늘려 볼 것이다.
그건 좀 배가 아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혼자니까 조금 더 강한 적이 나오는 게이트를 찾아서 공략하는 데에 우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은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몰랐던 일들을 알게 되어 기뻐했다.
기업의 후계자 출신들이라 아이템을 이용해서 강해지는 것보다 가공해서 상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더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모두 만족하며 조금 정기적으로 모여서 이렇게 정보를 교환 하자고 하면서 헤어졌다.
***
모여서 정보 교환하고 이틀 뒤 열심히 금화를 모으던 나를 임효영이 불렀다.
늘 옥상에서 아이템 강화를 받아서 그런지 임효영의 공방은 자주 들어 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들어가 보니 작업실 겸 사무실 책상 스탠드에 불이 켜져 있고 아직 조금 쌀쌀한 3월 초지만 훈훈하게 공기를 데워주는 선풍기 모양의 전기 히터도 켜져 있었다.
모두 자동차 배터리에 연결이 되어 있었고 자동차 배터리에는 하급 마석이 붙어 있었다.
나야 이제는 날씨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지만 그래도 따뜻한 사무실에 앉아 있는 임효영을 보니 약간의 배신감이 들었다.
“진웅 씨 앉으세요. 커피 한잔할래요? 커피 싫으면 보리차는 어때요?”
“아니, 괜찮습니다.”
전기 히터 앞 의자에 앉으니 따듯해서 노곤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임효영이 슬쩍 웃었다.
“하급 마석의 용량이 어느 정도 될지 실험해보고 있었어요.”
“그렇군요. 어느 정도인가요?”
“이 전기 히터 같은 전열기 두세 개를 한 달 내내 틀어도 될 정도예요.”
“저렇게 연결하는군요.”
다시 자동차 배터리를 보았다.
없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지만, 저것보다 더 편하게 연결하는 방법은 없을지 궁금했다.
“예, 자동차 배터리에 연결한 상태인데 나중에는 마석만 들어간 상자도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전기차나 전기 자전거는 실험 안 해보셨어요?”
“멀쩡한 게 없어서요. 킥보드는 있는데 사용하기엔 마석이 조금 아깝더군요.”
“하긴, 킥보드는 조금 그렇죠.”
임효영 말이 맞았다.
정확한 날짜로는 4년이 조금 안 되지만 햇수로는 5년이 지났다.
자동차는 유용한 은신처나 장애물이었다.
실내 주차장에 있던 차량도 몇 년을 방치된 상황이니 멀쩡한 차량을 찾기 힘들었다.
“공방 사람들을 통해서 철물을 이용하는 능력자를 찾고 있어요. 차량은 그 이후에 이용할 방법을 찾아 볼 생각이에요.”
“그럼, 저를 부르신 이유는 뭔가요?”
임효영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고 나도 왠지 긴장했다.
“냉장고가 필요합니다.”
“예?”
“상태가 좋은 냉장고가 최소 두 대가 필요하고 세탁기도 필요합니다. 아니 전기를 이용한 가전제품 중에 상태가 좋은 걸 찾을 수 있다면 다 가져와 주세요.”
임효영의 말에 처음엔 당황했다가 곧 심각해졌다.
좀비 사태 초기 때부터 마트와 상가는 단골 보급장소였다.
아무리 전기를 이용한 제품들을 쓸 일이 없다고 전시되어있던 상태 그대로 있을 턱이 없다.
냉장고와 세탁기는 훌륭한 장애물이다.
사람들이 쉽게 갈 수 있는 장소에서는 멀쩡한 제품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생산공장이나 물류창고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겠죠?”
“냉장고 생산공장 위치를 알 수 없잖아요. 물류창고는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았을까요?”
임효영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전제품 생산공장을 알 턱이 없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서윤재 씨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네요.”
서윤재의 명신 그룹은 주력사업이 식품과 바이오, 미디어에 물류였다.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아니었지만, 사업 중에 물류도 있으니 나보다는 생산공장을 알 가능성이 크다.
“생각난 김에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
나는 서둘러 임효영의 공방을 나와서 서윤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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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요?”
서윤재의 직원들을 통해 내 집 옥상으로 불렀다.
내가 서윤재의 사무실로 가도 되지만 요새 들어 가능하면 자기 그룹의 본부에는 나 같은 외부인들이 들어가기 힘들어졌다.
게이트 탐사의 수확물들을 보이기 싫어서 그런 것일 거다.
임효영과 이야기하다 서윤재를 더 올렸고 서윤재에게 창고를 물어보는 것 보다 창고의 물건들을 서윤재가 가져오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제안했다.
“예. 제집 앞에 저녁마다 작게 음식을 물물교환하는 벼룩시장 비슷한 게 열리잖아요. 그걸 좀 더 확대해 보자는 겁니다.”
“어떤 식으로 확대하자는 거죠?”
“기존에 음식을 교환하는 것도 확대하고 게이트에서 얻은 부산물이나 전자제품, 전기자동차 같은 걸 교환하는 겁니다.”
“전자제품이라면?”
“명신 그룹이 물류업을 하셨으니 일반인들이 아직 발견 못 하거나 열지 못한 물류창고나 생산공장의 멀쩡한 제품들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런 제품들을 이제는 사용할 기회가 왔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 눈을 가늘게 뜨면서 생각에 잠겼다.
내 의도를 가늠해 보는 것일 거다.
내 의도야 내가 편하게 물건을 얻는 게 첫째고 둘째가 가능하면 경쟁자들을 늘리는 거다.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게이트를 탐사하고 부산물을 얻어서 어떤 식으로든 사용하기를 바랐다.
그럴수록 더 빨리 세상이 재건 될 거다.
큰 그림을 그릴 능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경쟁을 통한 발전이 필요한 시기가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한참을 생각 후 서윤재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한번 해보죠.”
***
보름 후에 내 집 앞에 시장이 열렸다.
은성민의 대화 그룹과 피난민촌이 자리를 옮겼다.
시장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게이트를 탐사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본거지가 필요해서 멀지 않은 곳에 따로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내 집 앞에는 아직 이전 중인 공방들과 넓은 공간이 새로 생겼고 그 자리에 시장이 열렸다.
임효영이 원하던 냉장고와 세탁기 선풍기나 에어컨, 에어프라이어와 전자레인지, 전기 오븐들을 포함한 각종 전자제품이 길게 늘어서 있다.
거리를 두고 서윤재의 명신 그룹의 유명한 사업 중 하나인 식품 사업의 결과물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명신 그룹 종업원인 각성자들이 인벤토리 가득 신선식품들을 담아서 바로바로 판매했다.
그리고 거리를 두고 원래부터 장사하던 음식 파는 장사꾼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리를 두고 게이트에서 얻은 부산물들을 교환하러 온 사람들도 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소규모 그룹이나 개인 각성자들은 게이트를 탐사하고 얻은 부산물들을 실험하거나 가공하기만 만만치 않아서 팔러 나온 것이다.
나는 임효영이 원했던 가전제품은 마석이나 마석 조각으로 교환하고 명신 그룹의 신선식품을 많이 샀다.
서윤재가 만족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살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임효영이 공용 냉장고를 사용할 수 있게 가공해 주면 음식들을 오래 보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괴물들이 나오지 않으니까 빈 땅에 작게나마 텃밭을 만드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직 쌀쌀해서 많은 채소는 아니지만 파나 상추처럼 봄에도 수확할 수 있는 채소들을 팔았다.
3월 말 따뜻한 봄볕에 바글바글한 사람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