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못생겼네
여자아이는 나를 보고 조금 생각하더니 눈이 커졌다.
“진웅 아저씨예요?”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아저씨지 무슨 오빠예요?”
여자아이는 청주 모텔 그룹의 위협에서 구했던 남매 중 동생인 지유영이다.
당시 초등학생 나이였는데 지금은 중학교 3학년 나이가 된 것 같다.
키는 조금 컸는데 얼굴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잘 지냈어?”
“예, 아저씨는요?”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데 누군가 달려왔다.
“유영아!”
야구 배트를 들고 오는 청년이 보였다.
“유영아! 괜찮아? 누구야? 누가!”
지유영의 오빠 지유재는 달려와서 지유영을 막아서며 앞에 있는 나는 보았다.
나를 알아보고 눈이 커졌다.
“진웅이 형?”
“오랜만이다. 키가 많이 컸네?”
“어? 아, 예. 잘 지냈죠. 형은요?”
“나야 잘 지냈지.”
나도 그랬지만 지유재, 유정 남매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다.
하지만 오랜만이라 어색했다.
나는 좌판에 놓인 광석중에 야광석을 가리켰다.
“이건 얼마에 파니?”
“아, 마석 조각하나 하고 교환해요.”
나는 인벤토리에서 마석 조각을 꺼내서 지유영에 넘겨줬다.
야광석을 받아서 인벤토리에 넣으며 지유재에게 물었다.
“예전에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
“가면서 이야기할까요?”
지유재는 나에게 권하며 지유영을 슬쩍 봤다.
“넌 여기 더 있을 거지?”
“응.”
“그래, 이따 보자.”
지유재는 지유영과 이야기하고 앞장섰다.
나는 지유영에 손을 흔들고 지유재를 따라갔다.
“형 소문은 많이 들었어요.”
“소문?”
“뭐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괴물들을 처치한다면서요?”
“그게 소문이 났어?”
“분홍색 곰 인형 옷이 하늘을 날면 눈에 너무 띄니까요.”
“그렇긴 하지. 너희는 어떻게 지냈어? 그게 더 궁금하다.”
내가 괴물들과 싸우는 모습을 많이 보았을 테니 소문이 났을 수도 있겠다.
“우리는 괴물과 싸우다가 농사도 짓고 그랬죠. 이제는 여기 스타몰보다 우리 농장이 우리 그룹 본거지예요. 여기는 지금처럼 물물교환하는 장소로 쓰이고 있어요.”
이 그룹은 예전에도 농사를 짓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게이트 때문에 갈등이 좀 있는 것 같은데?”
“예. 게이트 탐사는 우리보다는 주변의 다른 그룹들이 조금 더 적극적이에요. 그래서 먼저 선점하고 부산물을 통제하려고 하죠.”
“통제할 수 없을 텐데? 어떤 게이트가 어디에 생길지 예상할 수도 없잖아.”
“예. 억지죠. 그런데 이렇다 할 규칙도 없으니까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것 같아요.”
“그래 다들 처음이라 규칙이 없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게이트 때문에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고 있다.
“그래도 괴물이 사라진 덕분에 농장은 잘 되고 있어요.”
“4월이면 한창 농사지을 때인가?”
“예, 이제 시작이죠. 거기에 하우스 만들어서 열광석 같은 걸 놓으면 훈훈해요.”
“그걸 농사에도 쓸 수 있구나?”
“예 그렇더라고요.”
열광석을 하우스에 쓸 수 있으면 더운 여름에는 냉광석도 농사에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게이트 부산물을 점점 다양한 곳에 쓰다 보면 예전만큼은 못하겠지만 불편함은 많이 적어질 것 같다.
지유재와 대화하며 농장으로 향하고 있는데 주차장에서 시비 걸던 남자들이 동료를 더 데리고 와서 우리를 둘러쌌다.
“잘됐구나! 이놈들! 한 번에 손봐주마!”
나는 옆에 선 지유재에게 물었다.
“이 사람들은 너희 그룹과 갈등을 빚는 사람들이 맞지?”
“맞아요. 우리 영역을 자꾸 침범하면서 게이트를 선점하는 게 우선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이에요!”
“내가 어떻게 해 줄까?”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아서 지금까지 참았었어요.”
“그래?”
“그런데 이렇게까지 나오면 참기 힘들죠.”
말을 마친 지유재는 인벤토리에서 야구 배트를 꺼냈다.
“어린놈! 네가 먼저 무기 꺼낸 거다!”
남자들이 소리치며 무기들을 꺼냈고 나는 여유롭게 남자들을 보며 물었다.
“내가 오랜만에 와서 그런데 이 동네도 이렇게 모여서 위협하는 거면 끝까지 가려는 거 맞지?”
“흥! 네놈 혼내주러 온 거다!”
“그게 맞는다는 말로 알아듣겠어.”
“네놈이 실력이 좀 있지만 더 이상 허세를 부리지 못할 것이다!”
남자는 소리치며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게이트에서 가져온 무기였다.
“갑옷 소환-!”
갑옷을 입자마자 칼날을 뽑은 나는 휘둘러지는 무기들을 잘랐다.
쉬아악-!
“어?”
“허억!”
“어? 어? 분홍 곰이다!”
남자들은 자신들의 무기가 잘린 것에 놀라는 것보다 그보다 내 갑옷을 보면서 놀랐다.
“그, 그 분홍 곰이야!”
“서울에 있던 분홍 곰이 왜 여기에 있어?”
“누, 누가 저 사람한테 시비를 건 거야?”
“아, 아니 난 아니야!”
서울에서 내가 싸우는걸 본 사람들보다 보지 못한 사람들이 더 나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쨍그랑-! 챙! 채앵-!
나와 지유재를 둘러싼 남자들이 무기를 버렸다.
내 소문이 조금 무섭게 난 것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
“하하하, 정말 오랜만입니다!”
스타몰 그룹의 리더인 안도혁이 예전과는 다른 덥수룩한 수염을 하고 괭이를 든 모습으로 웃으면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나는 마주 인사하며 씩 웃었다.
예전에는 군인처럼 단정한 모습이었는데 농사꾼이 다 된 모습도 어울렸다.
다소 우유부단한 리더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그냥 넉넉한 아저씨 같았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안도혁은 지유재의 인솔에 따라오는 10명의 남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시비를 걸어서 싸우려는데 덜컥 항복해 버려서 데려왔습니다.”
“하하하, 저 친구들이 진웅 씨를 보고 바로 항복했군요?”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예, 제 소문이 좀 이상하게 난 것 같습니다.”
“저 하늘에 떠 있던 디아볼로스를 하늘을 나는 분홍 곰이 잘라버렸다고 들었습니다. 틀린 점이 있습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 틀린 게 없기는 합니다.”
내 대답에 안도혁은 아련하게 하늘을 보았다.
“디아볼로스를 처음 봤을 때의 공포를 기억합니다. 그런 존재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봤는데 겁을 집어먹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죠.”
“그렇군요. 그럴 수 있겠어요.”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겁니까?”
“아, 그게요.”
나는 안도혁에게 여기까지 온 이유를 이야기했고, 중간에 마법사 양일석과 대장장이인 신경일도 합류해서 들었다.
“호오, 보조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모였다고?”
“예, 전투직업이 없어서 그렇지, 전투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열심히 게이트를 탐사해서 부산물만 가져오면 금방 가공해서 팔거나 쓸 수 있습니다.”
“그래, 사람이 많으면 부산물 활용 방법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겠지.”
신경일은 다른 것보다 보조직업들이 모였다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
자신처럼 아이템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망치로 쇠를 다루는 대장간까지 있다는 말에 더 그런 것 같다.
“혹시 흥미가 있으십니까?”
“나? 아니야. 나는 여기서 농사짓는 도구들 만드는 것만 해도 벅차. 그냥 궁금하다는 거지.”
“아쉽네요.”
신경일과 내가 나누는 대화에 안도혁이 웃으며 끼어들었다.
“진웅 씨, 내가 여기에 있는데 우리 그룹의 어르신을 스카우트하려는 겁니까?”
“하하, 설마요.”
나는 아까 데려온 남자들을 봤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진웅 씨가 괜찮다면 저 사람들의 그룹과 협상할 생각입니다. 우리끼리라도 게이트 이용 방법에 합의해야죠.”
“뜻대로 하세요. 저는 지나가는 사람입니다. 같이 얼굴 맞대고 지낼 사람들이 정하는 게 맞죠.”
“고맙습니다.”
나한테 항복한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돌려주면서 좋은 방향으로 협상하면 된다.
게이트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나타날지도 모르니 선점하거나 장악하기는 힘들다.
안도혁의 말대로 합의로 규칙을 정하면 된다.
데려온 남자들은 구금장소에 보내고 안도혁과 농장을 같이 둘러봤다.
고추, 고구마, 당근, 호박, 방울토마토, 옥수수를 파종하는 밭을 보여주었다.
배추나 벼, 보리도 시기에 맞춰서 파종하니까 식량으로만 보면, 자급자족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제 괴물도 사라졌으니 작물을 더 많이 심고 더 많이 수확할 수 있을 거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나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크고 작게 농사를 짓는 그룹들은 많지만, 이 스타몰 그룹처럼 농사에 집중한 그룹은 처음이다.
그것도 시작하는 모습을 본 나라서 더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몇 년 만에 발전된 모습을 봐서 그런지 내가 다 뿌듯했다.
그때.
“게이트다!”
“주변에서 피해!”
외치는 소리에 달려가 보니 한창 파종 중인 고추밭 가운데에 게이트가 빛을 내고 있었다.
밭 한가운데이지만 괜찮은 부산물이 나오는 게이트라면 따로 관리할 필요도 없고 다른 그룹과 갈등도 없을 테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게이트를 보던 안도혁이 씨익 웃으며 나에게 물었다.
“어때요. 진웅 씨? 진웅 씨가 한번 탐사해 주세요.”
“제가요?”
“보시다시피 우리는 싸우는 것보다 농사에 집중한 지 오래됐고 여기서, 아니 세상에서 진웅 씨보다 강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각성자들과 비 각성자들이 섞여 있는 사람들은 그냥 농부들이었다.
다른 사람을 불러오는 것도 좋지만 처음 보는 풍경이 나올지 모르니 나 또한 마음이 동했다.
“그러죠. 잠시만 짐 좀 꺼낼게요.”
가방을 내려놓고 인벤토리에 있는 다른 물건들까지 다 꺼낸 뒤에 물과 괴조의 알 몇 개만 남겨두고 인벤토리를 비웠다.
“다녀올게요.”
나는 안도혁에게 인사하며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
밝은 낮이었던 풍경이 갑자기 어둡게 변했다.
‘광산이네.’
예전에 들어갔던 강원도 탄광 같은 모습이다.
중간중간 희미하게 빛을 내는 광석이 광산의 천장에 박혀있었다.
듣기로 저 광석은 캐내도 게이트를 나가면 인벤토리에서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나야 갑옷을 입으면 그럴 필요 없지만 캐내서 안에서 이동할 때만 잠깐 사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일단 한길로 죽 이어져 있어서 뚫려있는 어두컴컴한 탄광을 따라 내려갔다.
조금 더 내려가다가 주변이 어두워지자 나는 갑옷을 입었다.
“갑옷 소환-!”
어두워서 갑옷을 입은 게 아니라 누군가 숨어있지 않을까 둘러봤지만 일단 보이는 건 없었다.
조금 더 내려가 보니 넓은 공간이 나왔다.
탄광 중간에 나온 천연동굴이다.
동굴 벽면에는 야광석이 많이 박혀있고 그 빛을 받은 색색의 광석들이 아름답게 빛났다.
스스슷-!
빛이 밝게 비추지만, 그림자는 있었고 그 그림자 사이로 작은 몬스터들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자기들 딴에는 내 시야를 피한다고 그러는 거겠지만 후방 카메라로 다 보고 있었다.
‘코볼트, 고블린만큼 못생겼네.’
고블린과 비슷한 1m 정도의 크기다.
고블린은 주름이 많지만, 녹색의 매끈한 피부라면 코볼트는 직립 보행하는 털이 볼품없이 난 개와 비슷하다.
허름한 헝겊을 옷으로 걸치고 곡괭이와 삽, 길쭉한 쇠꼬챙이를 무기로 들고 있었다.
어디 무슨 짓을 하는지 보자는 생각으로 모르는 척 걷는데 고블린 백여 마리가 모습을 숨기고 나를 둘러쌌다.
‘저 코볼트 입장에서는 내가 괴물 거인이겠지.’
순간, 코볼트들이 야광석을 인형 옷의 머리 눈을 향해 비추었다.
번쩍-!
눈을 가리고 코볼트들이 동시에 공격했다.
컹-! 커엉-! 컹컹-!
하지만 카메라는 그것만 있지 않다.
나는 손톱을 뽑아서 가볍게 그었다.
슈아악-!
“깽-!”
“깨앵-!”
“깽! 깽!”
손톱에 코볼트 그대로 두세 조각으로 잘렸다.
다른 코볼트들이 내 다리에 곡괭이나 삽, 꼬챙이를 찍어 댔지만, 인형 털에 막혔다.
나는 무시하면서 발로 코볼트를 밟으며 코볼트들을 잘랐다.
빠드득-! 슈아악-!
백여 마리의 코볼트를 자르고 밟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금방 코볼트를 처리하고 인벤토리를 보니 야광석, 열광석, 냉광석이 들어와 있고 곡괭이와 삽도 들어왔다.
알려진 부산물 이외에 특이한 건 없었다.
나는 넓은 동굴을 지나서 있는 통로로 계속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