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48
48화-더는 안 됩니다
“크아아아아아앙-!”
화가 난 자이언트가 크게 포효하고 양 주먹을 내리쳤다.
화아악-! 쾅-! 콰쾅-! 콰콰쾅-!
자이언트의 주먹과 뒤집히는 땅바닥을 잘 피하며 다시 한번 옆구리의 살을 뜯어냈다.
스카칵-! 콰지직-!
자이언트의 옆구리에서 피가 튀고 뼈가 드러났다.
“크아아악-!”
더욱 화가 난 자이언트는 계속 주먹을 내려치며 나를 공격했고 내가 피하는 바람에 애꿎은 아스팔트 바닥만 계속 뒤집어졌다.
콰콰쾅-! 쾅-! 쾅-!
슈카칵-! 슈칵-!
자이언트와 곰돌이 갑옷을 입은 내 싸움이 합정동 사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이언트를 공격하려던 사람들이나 나를 막으려던 사람들 모두 감히 끼어들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보고만 있었다.
“허, 저 친구가 자신만만한 이유가 있었어. 그렇지 않나?”
심 씨의 말에 40대 남자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희망 고문이 아니라 자신이 있었던 거네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이라 비관적으로만 본 것 같습니다. 인간들에게 어쩌면 희망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까지는 모르겠네. 난 내 딸만 무사하면 돼. 그게 나한테 희망이고 그게 인류의 생존보다 더 중요해.”
“그렇죠. 가족···. 저도 찾아야 할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심 씨는 40대 남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이럴 세상일수록 사람이 희망이 되어야 하네. 그것까지 잃으면 너무 슬프지 않나.”
“···.”
다른 사람들도 나와 자이언트의 싸움을 보고 한마디씩 했다.
“외부인이지? 누가 데려온 거야?”
“외부인이라고? 혹시 시간 벌려고 데려온 사람이야?”
“그럼 모르고 데려온 사람이라고? 말도 안 돼!”
“우리 그룹으로 영입하는 게 가능할까?”
“글쎄? 이야기해 봐야겠지?”
“그런데, 우리 이렇게 보기만 해도 돼?”
“그렇지! 궁사하고 마법사가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야?”
“그게···. 도움이 필요할까?”
“어? 피, 필요 없을까?”
자이언트와 나는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콰콰콰쾅-!
슈카칵-! 스칵-!
“크허허헝-!”
사거리 중심에서 싸우기 시작했는데 움직이는 범위가 넓어졌다.
“크아아아악-!”
쿵-! 쿵-! 쿵-! 쿵-!
슈카칵-!
자이언트가 계속 주먹을 내리치고 아스팔트 땅바닥이 뒤집어졌다.
콰콰쾅-! 쿠아아악-!
움직이는 내 발이 걸리는 바람에 공간을 넓게 쓰며 자이언트를 유인하며 싸울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아아아악-!”
화가 난 자이언트는 몸 전체를 흔들며 포효했다.
왼쪽 옆구리가 반 정도 뜯어져서 갈비뼈가 다 드러나고 그 사이로 내장이 튀어나와 바닥에 질질 끌렸다.
“쿠어어-!”
허벅지도 뜯겨서 두툼한 근육이 다 드러나 반 정도는 잘려있었고 몸 곳곳에서 검붉은 피가 질질 흐르는 상태였다.
‘곧 끝낼 수 있겠네.’
허벅지의 근육을 뜯어내니 움직임이 확 느려졌다.
“크르르-!”
자이언트도 마지막 공격이라는 듯 힘을 모으는 게 보였다.
“크아아아-!”
그렇게 남아 있는 힘과 근육을 응축시키는가 싶더니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카아아아앙-!”
쿵-! 쿵-! 쿵-! 쿵-! 쿵-!
나도 마주 달려갔다.
쿵쿵쿵쿵쿵-!
자이언트는 양손을 크게 벌렸다가 확 모아 나를 잡으려 했다.
후아아아아악-!
내가 계속 몸을 낮춰 피했다.
쿵-! 쿵-! 쿵-!
놈은 허리를 굽히며 나를 잡으려 했다.
콰아아-!
나는 이번엔 몸을 띄워 놈의 머리에 손톱을 찔러 넣었다.
파아앗-! 콰드드득-!
자이언트의 양 관자놀이에 내 손톱이 박혔고 놈은 괴성을 지르며 나를 밀쳐냈다.
“크아아아아악-!”
파악-! 콰드득-!
나를 밀쳐나 뒤로 날아가면서 자이언트의 머리 절반을 뜯어왔다.
쿠쿵-!
넘어지지 않고 바닥을 밟은 상태에서 손에 잡힌 머리 반쪽을 봤다.
같이 뜯어진 눈알이 의미 없이 뱅글뱅글 돌았다.
“···!”
그리고 남아 있는 자이언트를 봤다.
“그으으···.”
머리 중 절반인 앞의 얼굴이 통째로 뜯긴 자이언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은 상태에서 움찔거리기만 했다.
‘얼굴을 뜯어내니 더 징그럽게 생겼네.’
나는 놈에게 걸어가서 움찔거리는 자이언트의 뇌에 손톱을 박아 넣었다.
슈악-! 푸욱-!
그리고 주먹을 움켜쥐고 터트렸다.
퍼억-!
“끄어어어어···.”
손을 뽑아 몸을 돌렸고 자이언트는 스르륵 앞으로 쓰려졌다.
쿠웅-!
“소환 해제-!”
슈우웅-! 탓-!
나는 갑옷을 벗고 원래 걸어왔던 자리로 돌아갔다.
멍하니 나를 보는 심 씨에게 싱긋 웃었다.
“괜찮을 거라고 했죠?”
“어, 그래. 그랬지. 허허, 대단했네.”
나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사람을 찾았다.
“이놈 사냥이 끝나고 살아남은 사람들한테 원하는 만큼 식량을 주겠다고 했는데 식량은 누구한테 받아야 할까요?”
***
“아니요. 저는 가족을 찾으러 온 거라서요. 찾고 바로 수원으로 내려갈 겁니다.”
“아···그러시군요. 그래도 혹시 가족분들과 같이 머물 곳을 찾으신다면 저희가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말씀은 알겠지만 저는 이곳에 머물 생각이 없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진웅 씨가 같은 분이 너무 필요해서 강요 아닌 강요를 한 것 같습니다. 혹시나 나중에라도 저희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망설이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나는 이 마포그룹의 수뇌부인 30대 남자에게 한참을 붙잡혀 있었다.
약속한 즉석밥과 물을 주며 계속 그룹에 남지 않겠냐는 이야기하는 데 거절해도 달라붙고, 다시 거절해도 계속 달라붙어서 설득했다.
그렇게 거의 한 시간을 넘게 계속 거절해서 겨우 떨쳐냈다.
하긴, 내가 한 그룹의 수장이라도 나 정도 되는 전투력을 지닌 사람을 찾으면 같이 다니자고 계속 설득할 것이니 이해는 됐다.
‘그래도 한 시간은 너무 길지. 이전에 보험을 팔았던 사람인가? 대단한 상대였어.’
자이언트와의 싸움보다 설득을 거절하는데 에너지를 더 쓴 나는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걸었다.
걸어가는데 같이 이동했던 40대 남자가 나를 붙잡더니 대뜸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자네 덕에 희망을 다시 꿈꿀 수 있게 됐어. 고맙네.”
“아, 예. 다행입니다.”
“다시 볼 기회가 되면 그때는 이 고마움을 보답하겠네.”
“예, 건강하게 지내세요. 다음에 또 뵙죠.”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을 꽉 잡고 나서 힘차게 걸어 나갔다.
걸어가는 발걸음이 경쾌해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나로 인해 희망을 봤다고 하니 조금 쑥스러웠다.
같이 고기 방패로 선정된 다른 사람들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일부는 떠났고 일부는 이 그룹에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심 씨가 한 20대 여성과 함께 가방을 메고 내 앞에 섰다.
“진군! 고맙네. 자네 덕분에 딸을 찾았어! 이 녀석이 이 그룹에서 지내고 있었어!”
기분 좋은 우연이었다.
홍대에 다니던 학생이 마포에 있는 그룹에 있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했다.
“아! 정말 다행입니다.”
“그래. 고맙네. 다 자네 덕이야!”
“아닙니다. 제가 아니었어도 두 분은 만나셨을 겁니다.”
“아니 자네가 없었으면 내가 죽은 후에 만났겠지. 자네가 없었다면 고기 방패로 나온 우린 다 죽었을 거네.”
“그렇진 않을 겁니다. 아무튼 두 분 만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뒤에 있던 심 씨의 딸이 꾸벅하고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아빠 말씀이 맞아요. 그쪽 분이 아니었다면 아빠를 다시 만나기 힘들었을 거예요.”
“두 분은 이곳을 떠나시려는 겁니까?”
심 씨의 딸은 화가 난 듯 씩씩거렸다.
“예! 아무리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도 아빠를 방패막이로 쓰려고 했다는 걸 알고서는 이 그룹에 있을 수는 없어요. 그래서 같이 삼척으로 내려가려고 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니에요. 다 저 좋자고 한 겁니다.”
“그래도 감사한 건 감사한 거죠.”
괜히 쑥스러워서 다시 심 씨에게 말을 걸었다.
“조금 있으면 어두워질 텐데 빨리 떠나셔야 하지 않습니까?”
“맞아. 빨리 가야지.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저는 목적지가 멀지 않아서 그곳으로 갈 겁니다.”
“그래. 그럼, 무사히 가길 바라겠네.”
“예, 두 분도 무사히 목적지까지 가시길 바랍니다.”
“고맙네.”
“감사합니다.”
심 씨 부녀는 다시 한번 꾸벅 인사하고 힘차게 걸어갔다.
혼자서도 여기까지 찾아온 심 씨니까 삼척까지도 무사히 갈 것이다.
왠지 뿌듯했다.
하늘을 보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서두르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목적지로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힘차게 걸어 나갔다.
나를 알아본 사람들이 나를 보며 수군거렸다.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나 전해 들은 사람들 모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 이런 상황은 쑥스럽네. 나는 관심에 익숙해지는 성격은 아닌가 봐. 영 적응이 안 되네.’
얼굴은 벌게졌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걸어서 마포그룹의 영역에서 벗어났다.
***
어둑어둑해질 무렵 둘째 작은아버지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각종 장애물로 입구를 막은 건 다른 그룹들과 별다른 것 없었지만, 만들어 놓은 지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는 건 이 아파트에 머물던 사람들이 떠났다는 거겠지. 그래도 살펴는 봐야겠지?’
나는 장애물을 넘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청소부들같이 숨어 있는 사람들의 시선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인적이 끊어진 것 같았다.
일단 내가 느끼기에는 사람들이 떠나간 아파트 단지 같았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랐다.
20층 문을 여는데 안에서 막아 놓은 것 같아 열리지 않았다.
빠루를 경첩 부분에 박아넣고 강철 문을 구부러뜨렸다.
덜컹-!
경첩에서 문이 떨어졌다.
문을 잡아서 옆으로 치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자 마차 좀비의 악취가 올라왔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방문을 하나씩 열었다.
먼지가 가라앉아 있는 걸 보니 그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 같다.
하나씩 열어 보다가 마지막으로 안방 문을 열었다.
끼이익-!
안방에서 무언가가 날아왔고 빠루로 막았다.
쉬이익-! 깡-!
“크윽-!”
충격에 뒷걸음질 치는 남자의 형체다.
자세히 보니 둘째 큰아버지였다.
둘째 큰아버지가 삐쩍 마른 모습으로 부엌칼을 든 손목이 아픈지 다른 손으로 손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원래도 살이 많지는 않은 체형이었는데 지금은 뼈 위에 바로 피부가 덮인 것 같이 말라 있었다.
삐쩍 말라서 건조된 좀비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누, 누구? 진웅이?”
내 얼굴을 보고 잠시 멍하게 쳐다보던 둘째 큰아버지는 겨우 잡고 있던 식칼을 놓치고 주저앉았다.
“드, 드디어 나, 날 죽이러 온 거냐?”
퀭한 눈으로 날 보는 둘째 큰아버지를 무시하고 침대를 봤다.
“···!”
침대에는 좀비가 되어 침대에 묶인 둘째 큰어머니가 있었다.
내가 들어와서 그런지 몰라도 나를 향해 버둥거렸다.
“···!!”
하지만 팔다리가 결박되고 입에도 재갈이 물려있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꿈틀대기만 했다.
둘째 큰아버지는 싫어하는 나쁜 사람이지만, 나한테 둘째 큰어머니는 좋은 사람이었다.
“···.”
그런 사람이 이런 모습으로 누워있는 걸 보니 가슴이 콱 답답해졌다.
나는 사촌 형제들에 관해 물었다.
“언제, 이렇게 되신 거죠? 성민이 형하고 시은이누나, 제은이는요?”
내 질문에 둘째 큰아버지는 멍하니 어딘가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성민이···먼저 가고, 그다음에 시은이···, 성민이 엄마랑 제은이는 같이 물렸는데···엄마를 보고···자기는 저렇게 되기 싫다며···말릴 사이도 없이···먼저 갔다.”
사촌 형과 사촌 누나, 사촌 동생까지 이 사태에 휩쓸렸다.
거기에 남아 있는 둘째 큰어머니의 모습은 끔찍했다.
이 방안이 지옥이었다.
“그 뒤로 이렇게 지내신 거예요?”
“그 후에 성민이 엄마를 놓고 떠날 수가 없어서 계속 숨어 지냈어. 조금 숨어 지내다 보니 아무도 찾아오지 않더구나. 이 아파트 전체가 비었어. 그래서 이집 저집 뒤져가며 겨우겨우 버텼지.”
“···.”
“그러다 제수씨가 나타났어. 너처럼 다른 사람이 되었더구나. 아무것도 묻지 않고 쳐다만 보다가 먹을 걸 내려놓고 사라졌다.”
“그게, 언제죠?”
“날짜는···모르겠다. 비가 많이 오기 전이야. 한 달? 한 달 반? 모르겠어.”
장마가 오기 전인 7월 초 정도를 말하는 것 같았다.
엄마가 아무 말 하지 않고 보기만 했다는 게 이해됐다.
나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으니까.
둘째 큰아버지는 간절한 눈빛으로 내게 부탁했다.
“그냥 가지 말고···우리 좀 어떻게 해주면 안 되겠니? 성민이 엄마를 내 손으로는···도저히 안 되겠더라. 대신해주면 안 될까?”
원래부터 둘째 큰아버지는 우유부단했었다.
그런 사람이 자기 동생인 우리 아빠 뒤통수를 칠 때는 왜 과감했을까 싶었다.
둘째 큰아버지와는 달리 둘째 큰어머니와는 좋은 기억밖에 없었다.
사촌들과도 마찬가지였다.
한참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둘째 큰어머니는 제가 보내드릴게요. 딱 거기까지만 해 드릴 겁니다. 더는 안 됩니다.”
“···그래, 고맙다. 그 이상은 욕심이겠지.”
둘째 큰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힘겹게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자신이 볼 자신이 없어서일 것이다.
그런 게 있었다면 이렇게 말라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가면서 살짝 고개를 돌렸다.
“명호···. 너희 아버지와 진한이가 그렇게 될 줄 전혀 몰랐어. 난 일이 그렇게 까지 될 줄 몰랐어. 나, 나는 명호가 그냥 자리만 잃을 줄 알았어. 빚을 지고 빚쟁이들한테 그렇게 몰릴 줄은 전혀 몰랐다. 거기까지는···난 몰랐어.”
“모르셨어도 그런 일이 생겼죠. 알고 나서도 아무 일도 하지 않으셨고요.”
“그래, 비겁하게 그 이후에도 찾아가지도 못했어. 너나 제수씨가 나한테 내 잘못이라고 할까 봐···무서워서 가지도 못했어.”
“저는 전혀 받지 않았지만 성민이 형, 시은이누나, 제은이까지 전화하고 메일도 보내고 그랬어요.”
둘째 큰아버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래···죄는 내가 지었는데, 애들이···그랬구나. 그랬어.”
둘째 큰아버지는 힘없이 문밖으로 나갔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정글도를 꺼냈다.
빠루는 머리를 깨기는 좋지만 깨끗하게는 힘들었다.
그래도 깨끗하게 보내주고 싶었다.
정글도를 세워 목뒤에 찔러 넣었다.
우둑-!
피만 조금 흐르고 둘째 큰어머니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쿠웅-!
밖으로 무언가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후우-!
한숨을 크게 쉬고 둘째 큰어머니의 시신을 이불로 감싸서 들어 올렸다.
아파트를 내려가 둘째 큰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해서 같이 이불로 감쌌다.
갑옷을 입고 화단을 파서 시신을 묻어 무덤을 만들었다.
굳이 이름을 적지는 않았다.
둘째 큰아버지를 보니 안쓰러웠다.
안쓰럽다고 복수심이 없어진 건 아니었다.
복수할 필요가 없었던 것뿐이다.
좀비 사태가 만든 지옥을 겪은 것이지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복수심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