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49
49화-알아서 살아남으세요
다음 날 출발해서 중간에 하루 자고 이틀 만에 첫째 큰아버지 집 근처에 도착했다.
서울의 인구밀도가 높아서인지 정말로 좀비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큰 그룹이 있을 법한 큰 빌딩이나 쇼핑몰, 아파트들을 피해서 움직이면 여지없이 소규모 그룹이 공격해 왔다.
가방도 없이 가볍게 움직이는 나를 보면 각성자라는 걸 알면서도 인원이 더 많은 자기들이 이길 거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생각은 빗나갔다.
나를 공격한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상처 입었다.
내 기준은 단순했다.
다짜고짜 나를 죽이려고 달려들면 용서하지 않았다.
그나마 물건만 빼앗으려 하면 대충 신체 일부분만 잘랐다.
그리고 너무 약하거나 건들기만 해도 죽을 것처럼 말라 있으면 기절만 시켜놓고 떠났다.
떠나간 자리엔 그들을 공격하는 청소부들이 있었다.
살아남는 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말이 이틀이지 하루 반나절 정도 이동했는데 강도를 세 번 만났다.
첫 번째는 모두 죽였고 두 번째는 손목만 자르고 떠났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즉석밥을 몇 개 던져줬다.
등에 가방을 메고 싸우는 줄 알았는데 아기 띠였다.
어린 아기를 뒤에 업고 공격했었다.
부부로 보였고 아기까지 3명이 모두 피골이 상접해 보였다.
각성자들도 이런데 비 각성자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지방에서는 텃밭이라도 가꾸는데 서울에서는 그런 모습을 별로 보지 못했다.
내가 못 본 거겠지 라는 생각하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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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에에엑-!”
전사 좀비, 워리어가 괴성을 질러대고 좀비 무리가 아파트 입구를 공격하고 있었다.
콰아앙-! 퍼억-! 퍼퍽-! 퍼퍼퍽-!
“케에엑-!”
아파트의 각성자들이 앞에서 좀비를 공격하고 있으면 아파트 위나 뒤에서 비 각성자들이 돌멩이를 던졌다.
‘이곳은 각성자 수가 적은 모양이네. 아파트라 그런 건가?’
어찌 되었건 난 저 안에 들어가서 찾아야 할 사람이 있었다.
“갑옷소환-!”
슈우웅-! 쿠웅-!
갑옷을 입자마자 손톱을 뽑아 들고 좀비들을 향해 달려갔다.
슈카카칵-! 슈거거거걱-!
“커어억-!”
내 손톱에 물결이 갈라지듯 좀비 무리가 갈라졌다.
“우와! 이거 뭐야?”
“저 사람 뭐야?”
“그게 중요해? 우릴 돕잖아!”
“지금이다! 더 공격해!”
슈아악-! 퍼퍽-! 퍼퍼퍽-!
“끄어억-!”
내가 뒤에서 좀비들을 학살하고 앞쪽에선 각성자들과 비 각성자들이 좀비들을 공격했다.
화가 난 워리어가 괴성을 지르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키에에에에엑-!”
쐐애액-! 스카악-!
“크에엑-!”
달려들었던 워리어는 내게 목이 잘렸고 멍청해진 좀비들은 금방 정리가 됐다.
쉬이익-! 쉬악-! 퍽-! 퍼퍽-! 퍼퍼퍽-!
“끄에엑-!”
좀비들이 모두 처리되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싸우던 사람들이 다가와 말 걸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곰돌이 귀여워요!”
“너무 대단하십니다!”
“누구신지 알 수 있을까요?”
나는 갑옷을 벗었다.
“소환 해제-!”
슈우웅-! 탓-!
내 앞에 모인 사람 중 한 명 앞에 섰다.
“오랜만이야. 성운이 형.”
“···!”
첫째 큰아버지의 큰아들이자 내 사촌 형인 진성운이 쇠파이프를 들고 멍하게 나를 쳐다봤다.
“진웅아.”
진성운 옆에 있는 중년인이 진성운에게 말을 걸었다.
“오! 성운 씨 아시는 분이야?”
“예···. 사촌 동생입니다.”
“그래? 여긴 우리가 정리할 테니까 둘이 이야기 나누고 와. 혹이 머물 장소 찾으시는 거면 좀 잘 이야기하고.”
“아, 예.”
중년인은 웃으며 떠나가고 나와 진성운은 뻘쭘하게 서 있었다.
진성운은 아파트 산책로를 가리켰다.
“저쪽으로 갈까?”
“그러죠.”
우리 둘은 산책로를 걸었다.
“오랜만이네. 4년만인가?”
“예. 아빠와 형이 죽은 지 4년이니까요.”
“···.”
잠시 멈칫하던 진성운은 힘없이 물었다.
“무슨 일로 왔어? 우리 아버지한테 복수라도 하러 왔니?”
나는 진성운에게 악감정은 없었다.
“형, 가족들은 어때요? 괜찮아요?”
“···나와 민우···아버지만 남았어.”
나는 멈칫했다.
“형수는···어떻게?”
“첫날, 내가 애 보는데, 네 형수는 아래층에 재활용 쓰레기 버리러 가서 당했어. 황당하지?”
첫째 큰아버지 가족은 첫째 큰아버지 부부와 성운이 형과 성주 누나가 있다.
그리고 성운이 형은 아내와 아이가 있었다.
나에게는 첫 조카인 민우였는데 우리 가족들의 사이가 안 좋아질 때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비극인데 거의 모든 사람이 비슷비슷한 비극을 겪는 중이라서 진성운의 비극이 특별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도 가족이었는데 이렇게 덤덤하다니, 나도 참 정상이 아니다.
“첫째 큰아버지는?”
“아버지는 실종됐어.”
“실종?”
“한 달 전에 갑자기 사라졌어.”
한 달 전이라는 날짜가 좀 공교롭다.
“근처에 큰아버지가 갈만한 장소가 있어?”
진성운은 다시 멈칫하다가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진웅아. 미워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아버지는 비 각성자에 나이가 칠십이야. 무슨 이유인 줄은 모르겠지만 사라져서 한 달 동안 나타나지 않았으면 죽은 거야. 아들인 내가 오죽하면 찾을 생각도 없이 이런 말까지 하겠냐. 그냥 잊어.”
“···.”
진성운은 내가 복수를 위해 자기 아버지를 찾는다고 생각했다.
뭐, 아주 다르지는 않지만 내 목적은 복수보다는 구출에 있다.
“이틀 전에 둘째 큰아버지를 만났어.”
진성운은 뜬금없는 내 말에 살짝 당황했다.
“어? 어. 어떠시냐?”
“다른 식구들 모두 다 죽고, 둘째 큰어머니는 좀비가 돼서 묶여있었어. 둘째 큰아버지는 죽지 못해 살아 있었고. 내가 둘째 큰어머니 보내드리고, 두 분 같이 묻어 주고 왔어.”
의아한 얼굴이던 진성운은 내 말이 끝나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결국 넌 죽은 사람을 찾아서라도 복수를 하겠다는 거야?”
“엄마가 각성했어.”
진성운은 내 말에 계속 당황했다.
“뭐?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둘째 큰아버지한테는 한 달 반전에 엄마가 나타났다고 하더라. 그런데 첫째 큰아버지는 한 달 전에 사라졌다고 하고. 내 생각에는 엄마가 그런 것 같아.”
“···.”
진성운은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되는 것 같았다.
“멀지 않은 곳에 회사 관련 물건이나 서류를 보관할 장소 같은 데 없어?”
잠시 멍하던 진성운은 입을 열었다.
“수유역 근처에 사무실 하나가 있어. 그럴 장소는 거기밖에 없어.”
“주소 좀 자세히 알려줘 봐.”
진성운은 나에게 주소와 약도를 그려줬다.
“진웅아. 혹시···아버지를 발견하면 알아서 수습해주면 안 될까?”
진성운은 첫째 큰아버지가 생존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70세의 비 각성자가 한 달을 밖에서 무사히 버티는 게 좀 어려운 일이긴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엄마가 납치했다면 살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가능하면 수습해 볼게. 내가 오지 않으면 나도 못 찾았다고 생각해.”
“그래, 고맙다.”
나는 아파트를 나와서 약도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집 근처에서 간단히 업무를 볼 목적의 혼자 쓸 수 있는 작은 사무실이다.
멀지 않은 곳이라 금방 도착했고 오피스텔 7층 사무실 문을 열었다.
“크에엑-!”
“키에엑-!”
“크아악-!”
몇 평 안 되는 작은 사무실 가운데에 첫째 큰아버지가 의자에 묶여있고 좀비 3마리가 벽에 줄로 묶여있었다.
딱 좀비가 닿지 않을 만한 거리였다.
나는 빠루로 좀비들의 머리를 바로 깼다.
쉬이익-! 쉭-! 퍼억-! 퍼퍼퍽-!
“크이익-!”
첫째 큰아버지가 앉아있는 자리 위에는 비닐에 유동식 같은 게 들어있고 긴 호스가 달려있어 그걸 빨아서 먹을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끄으으.”
살아있다.
엄마가 살려 놓은 것 같다.
한숨을 쉬고 의자에 묶인 줄을 풀고 책상 위에 뉘었다.
***
어두운 밤이 되었다.
좀비 시체는 치워 놓았고 아직 덥지만, 일부러 불을 피워 사무실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냄비에 물과 즉석밥을 넣어 죽을 만들었다.
물을 많이 넣어서 죽보다는 미음에 가깝게 만든 음식을 식혀서 첫째 큰아버지 입에 조금씩 넣어 주었다.
몇 숟가락을 먹이고 나자 첫째 큰아버지는 잔기침을 토해냈다.
“쿨럭! 쿨럭! 쿨럭!”
기침을 멈추면 다시 미음을 조금 먹이는 걸 반복하면서 그릇의 반 정도를 먹이니 첫째 큰아버지가 기운이 조금 났는지 눈을 떴다.
“누, 누구···.”
처음엔 내 얼굴을 못 알아보다가 눈이 커졌다.
“지, 진웅이···”
침을 한번 삼치고 눈빛이 살아났다.
“네가 날 죽이러 온 거냐? 네 엄마랑 번갈아서?”
역시 엄마가 잡아 온 게 맞았다.
“엄마를 언제 마지막으로 봤죠?”
첫째 큰아버지는 반쯤 포기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몰라···지난주? 열흘? 모르겠다. 날···살려서 도대체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냐? 그냥 죽여라.”
“엄마가 뭘 질문했습니까?”
“네 엄마한테 직접 물어. 나한테 왜 이래?”
나는 첫째 큰아버지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난 지난 4년간 한 번도 엄마를 만난 적 없어요. 만나면 괴로우니까. 그런데 얼마 전 수원에 갔더니 엄마가 각성했다는 말만 적어 놓고 사라졌어요. 엄마를 찾으려는 거니까 솔직히 말해요. 엄마가 무얼 물었고, 무슨 대답을 했나요.”
첫째 큰아버지는 내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네 아버지와 동업했던 태희에 관해 물었다. 어디에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그래서 그 사람은 어디서 뭘 하고 있죠?”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이런 세상인데 그놈이 어디에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스타 유통에 한 자리 받아서 잘 먹고 살았다는 것밖에 몰라!”
스타 유통 이야기는 듣지 못한 일이다.
나는 더 캐물었다.
“스타 유통에서 자리를 받았다고요? 그냥 팔기만 한 게 아닌가요?”
“우리도 그놈한테 속았어! 준다는 돈의 절반도 못 받았어. 스타그룹에서 후려쳐서 어쩔 수 없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고 그놈은 스타 유통에서 본부장인지 뭔지를 하고 있었어. 그놈이 자리를 받고 회사를 홀랑 넘긴 거야! 나도 피해자라고!”
막냇동생에 대한 자격지심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형제의 뒤통수를 쳐 놓고서는 피해자라니 다시 봐도 너무 뻔뻔했다.
“첫째 큰아버지는 여전하네요. 전혀 달라진 게 없어서 고맙네요.”
싸늘한 내 말을 느끼지도 못하는지 첫째 큰아버지는 자기 생각에 빠져 계속 이야기했다.
“명호와 진한이 사고는 나도 안타깝지만 그건 사고였어. 회사가 넘어간 것도 내가 아니었어도 넘어갔을 거야. 나는 그나마 태희가 다 못 가져가게 한 거라고 돈을 다 받아서 너희들도 도우려고 했어. 절반도 못 받아서 그게 어렵게 된 거야. 나는 오히려 너희들을 지키려고 한 거야!”
말을 끊지 않으니 계속 이야기했다.
“명호 잘못도 있어. 아무리 죽마고우 친구라지만 그렇게 인감이고 뭐고 다 맡기는 게 말이 되냐고? 나나 명제 아니면 그나마도 못 건졌을 거야. 사고 이후에 너희들이 연락을 끊지만 않았어도 우리 관계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다. 아무리 상처가 크더라도 그렇게 모질게 하는 게 아니야.”
첫째 큰아버지는 궤변을 늘어놓고 누가 말을 막지 않으면 자기가 맞아서 그런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이없는 말에 할 말이 없는 것뿐이고 친척 중에 제일 어른이라서 말을 하지 않은 것이었는데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다.
나는 그냥 혼자 떠들도록 지켜 봤다.
며칠 거의 굶다시피 한 사람이라 금방 기운이 빠져 말을 멈췄다.
“그 정태희라는 사람은 어디를 가면 찾을 수 있죠?”
“몰라! 이사해서 사는 데는 몰라! 스타 유통 본사로 찾아가든가 해! 네 엄마한테도 그렇게 말했다!”
딱히 정보랄 것도 없었다.
첫째 큰아버지를 찬찬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엄마가 묶어두고 간 게 이해가 돼요.”
“뭐? 무슨 소리냐?”
“엄마도 나도 잘못했다는 말까지 기대한 건 아니었을 거예요. 그래도 약간의 반성 정도는 할 줄 알았어요. 그래도 형제였잖아요. 그런데 전혀 반성이 없고 이런 상황에서까지 아빠 탓을 하네요. 엄마는 죽이고 싶도록 밉지만 차마 죽이지 못한 거예요. 손이 더럽혀질까 봐 그랬을 거예요. 지금 내가 그러거든요. 손대면 더러워질 것 같아요.”
첫째 큰아버지는 오히려 화를 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큰아버지인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 어디서 배운···”
나는 첫째 큰아버지가 누워있는 철제책상을 손으로 뜯어냈다.
꽈드드득-!
“···!!”
첫째 큰아버지의 말이 멈췄다.
눈에 두려움이 보였다.
저 사람은 예전부터 강한 힘에는 비굴해지는 사람이다.
뜯어낸 책상 상판을 종이를 구기는 것처럼 우그려 트렷다.
“각성을 하니까 사람 하나 죽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더라고요. 힘을 함부로 쓰지 않으려고는 하는데 그게 그렇게 잘되지는 않아요. 노인의 목뼈 정도는 일도 아니에요. 굳이 한 번에 목숨을 끊을 필요는 없죠. 손가락 하나하나 부러트리면 되니까요.”
그리고 우그러트린 쇠뭉치를 양손으로 폈다.
“그렇게 충분히 괴롭힌 후에 청소부들한테 던져주면 흔적도 남지 않아요. 엄마라고 그런 생각을 안 했을까요? 그냥 손을 더럽히기 싫었던 거예요. 그런데 나는 엄마보다는 참을성이 없어요. 나를 자극하지 마세요. 내가 존댓말을 하고 대우하는 건 내 아빠의 형제였던 사람이라서 그런 거예요. 아빠 생각해서 그런 거지 첫째 큰아버지 생각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납작하게 펴진 쇠판을 보며 첫째 큰아버지가 물었다.
“혀, 협박하는 거냐?”
“협박이라고 생각해도 좋고, 충고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나는 납작해진 쇠판을 돌돌 말아서 뾰족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 길로 떠날 거예요. 아파트까지 멀지 않으니까 재주껏 돌아가세요.”
“나, 나를 두고 간다고?”
“엄마에 관해 묻기 위해 살려준 거니까 이제 나한테 쓸모가 없어요. 설마 내가 집까지 데려다 줄 거로 생각했나요? 내가 굳이 왜요?”
“나는 힘이 없어서 걷지도 못하는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하고는 상관없어요. 알아서 살아남으세요. 이 정도만 해도 나로서는 관대한 거예요. 그게 아니라 지금 당장 죽고 싶은 거라면 목을 매달 줄을 주거나 사무실 창문 밖으로 던져줄 수는 있어요. 그걸 원하나요?”
첫째 큰아버지는 무서운지 어깨를 움찔대며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말을 마치고 나는 바로 일어나 사무실을 나왔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수십 번은 더 손을 쓰고 싶었지만 진짜로 손을 대면 진짜로 손이 더러워질 것 같은 기분이라서 꾹 참았다.
그리고 그렇게 손이 더러워지면 자제하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다른 건물로 올라가 아래를 살펴봤다.
몇 시간 뒤 첫째 큰아버지가 몽둥이를 하나 들고 내려왔다.
눈치를 보면 몇 걸음씩 옮기는데 어디선가 청소부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첫째 큰아버지는 몽둥이로 위협하는데 청소부들은 딱 몽둥이가 닿지 않을 만한 거리에서 첫째 큰아버지를 따라가다가 십여 마리가 모이자 그대로 첫째 큰아버지를 덮쳤다.
사방에서 청소부들이 더 튀어나와 달라붙었다.
잠시 후 바닥에 핏자국이 남은 것 빼고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인데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후련한 느낌도 없었고 그냥 허한 느낌이 들었다.
허한 느낌에 인벤토리 안에서 빵을 꺼내 씹었다.
빵을 먹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흘렀다.
기쁨도 아니고 슬픔도 느껴지지 않는데 눈물은 났다.
이 눈물은 마치 여기서 더 나가면 괴물이 될 거라는 경고 같았다.
괴물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힘과 복수심에 먹히고 싶지 않다.
‘엄마도 나와 같을 거야. 빨리 엄마를 찾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