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56
56화-무슨 일인데
크게 피어오른 불길에 슈트를 입은 3명에 그 뒤로 같은 슈트를 입은 3명에 일반 각성자 4명이 더 합류해서 모두 10명이 불길을 살폈다.
“불이 붙은 거야?”
불길이 커서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몰라. 아직 안 보여.”
원래의 3명은 계속 경계했고 방금 합류한 사람들은 궁금함이 많은지 계속 질문했다.
“근데 도대체 뭐였어?”
“분홍색 곰인데.”
“그게 놀이공원에 있는 인형 탈···”
순간 불 속에서 시커먼 형체가 어른거리더니.
“어?”
화아악-!
화염 속에서 내가 연기와 함께 튀어나왔다.
“저, 저기!”
파아아악-!
그리고 바로 앞에 모인 사람들에게 손톱을 휘둘렀다.
“멀쩡해!”
“아, 안돼!”
“도망쳐!”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다급히 막거나 뒤로 물러났다.
“늦었어!”
“공격해!”
슈트를 입은 2명은 무기와 함께 몸이 위에서 아래로 잘렸다.
“크아악-!”
“커어억-!”
나머지는 겨우 피할 수 있었다.
타타탓-!
나는 내 곰돌이 갑옷이 불 속에서 어느 정도까지 버티는지 알고 싶어서 일부러 불길 속에서 머물렀다.
시험해 본 결과 몇 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지금도 인형 탈 옷 끝부분이 조금 꼬부라지고 있어서 튀어나온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불길이 사그라들 때쯤에 튀어나왔을 것이다.
2m 50cm의 분홍색 곰돌이가 하얀 연기를 내며 손톱 끝에서 피를 뚝뚝 흘리는 모습이 사람들이 보기에 조금 무서웠던 것 같다.
후우우-!
남은 슈트 4명과 마법사, 각성자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우물쭈물 물러서고 있었다.
“도, 도대체 네놈은 누구냐!”
“목적이 뭐야!”
목적이야 보면 알 텐데 왜 물을까 싶었다.
나는 움찔움찔 물러서는 적들을 쫓아가지 않고 공포 분위기만 조성하면서 서 있었다.
그래서 적들은 공격하지도 못하고 도망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로 나와 대치 중이었다.
사실 내 시선은 적들 뒤 어깨너머 벙커로 들어가는 엄마와 안성희를 보고 있었다.
‘이 앞에 있는 마법사 2명, 각성자 4명, 슈트 4명이 전부인 것 같네.’
벙커 안에는 아무도 없거나 두 사람이 감당할 만큼만 남아 있으니 들어간 것이다.
나는 시간을 잠시 끌 생각으로 궁금한 걸 물었다.
“내가 어디서 온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다가 도끼를 든 슈트가 앞으로 나섰다.
“그 분홍색 겉모습은 군에서 온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무기가 있는 걸 보면 군용으로 보이기도 하고, 뭐가 맞는 거지?”
“글쎄? 당신이 생각하기에 군에서 나 정도 능력자를 부릴 수 있을 만한 조직인가?”
내 대답에 다시 사람들은 수군댔다.
저들이 말하는 군이 어떤 조직인지 모르겠지만 쉽게 대답 못 하는 걸 봐서는 스타그룹을 위협할 정도로 대단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럼, 태산 그룹에서 나온 건가?”
스타그룹이 조금 압도적이어서 그렇지, 태산이나 대화, 명신이 스타그룹의 뒤를 잇는 재계 2, 3, 4위의 그룹이었다.
뜬금없지만 지금 그중 한 이름이 나온 건 그들도 스타그룹처럼 어느 정도 세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스타그룹처럼 전쟁할 만한 물자를 모은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도 다양한 제품을 만들던 대기업이고 다양한 물건을 만들던 사람들이다.
그들이라고 무력을 유지하지 못할 건 없었다.
“글쎄. 내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한번 잘 생각해봐.”
도끼가 분통이 터지는 듯 소리쳤다.
“뭐? 네 정체를 밝힐 게 아니라면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냐?”
내가 이러는 이유는 당연히 시간을 끌려는 거다.
마침 엄마와 안성희가 벙커에서 뛰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폭발물을 다 설치한 모양이다.
“좋아! 이유는 알 필요 없고, 선택권을 주겠다. 지금 바로 덤비거나 살고 싶으면 이 자리에서 떠나라! 떠나는 자는 쫓지 않겠다!”
내 이야기에 적들은 다시 혼란에 빠지며 수군댔다.
도끼가 발끈하며 나섰다.
“당신이 아무리 강해도 우리 열 명을 쉽게 이기지는 못할 거다!”
“그럼 해보든가? 시간 없어. 덤빌 거면 빨리 덤벼!”
정말로 시간이 없다.
폭발력을 낮춘 폭발물이라고 하니 주유소 같은 폭발이 일어나진 않을 거다.
그래도 빨리 정리하고 거리를 벌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어리석게도 적들이 공격 자세를 잡고 있다.
“쳐라-!”
“한 번에 덤벼!”
슈트 입은 4명이 정면에서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었고 각성자 4명은 자세를 낮추고 뒤쪽으로 돌았다.
타탓-!
마법사 2명은 다시 손에서 만든 불덩이를 나에게 날렸다.
쐐애액-!
나는 앞으로 튀어 나가며 눈앞에 쏘아지는 불덩이를 잘랐다.
스카카카칵-!
불덩이가 손톱에 네, 다섯 개로 잘리며 사방으로 불이 튀었다.
화라라락-!
정면에서 달려오던 슈트 4명이 불길에 휩싸여 당황했다.
“악! 불이야!”
“윽! 이거 뭐야!”
“이것 좀 꺼줘-!”
“그냥 돌파해-!”
나는 그대로 불길을 통과해서 손톱을 찔러 넣었다.
푸악-!
“끄악-!”
찔러넣은 손을 그대로 확 벌려 찢고.
우드드득-!
양옆의 슈트에 팔을 휘둘러 잘랐다.
슈카칵-!
“커어억-!”
다시 몸을 돌려 뒤쪽에서 공격하려는 각성자들을 발로 밟고 찼다.
“아, 안돼!”
뻐억-!
“크에엑-!”
다시 마법을 준비하는 마법사들에게는 몸으로 부딪쳐 날려 버렸다.
쿵-! 쿵-! 쿵-! 파아앙-!
“커억-!”
순식간에 적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크으으···.”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있지만 신경도 쓰지 않고 몸을 돌려 달렸다.
싸우느라 벙커에서 조금 멀어지기는 했다.
싸우다 보니 멀어진 거지, 저들을 위해 일부러 거리를 벌린 건 아니다.
운이 좋으면 살아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쿵-! 쿵-! 쿵-! 쿵-! 쿵-!
갈비뼈가 부러진 듯 가슴을 붙잡고 쓰러져있는 각성자가 달리는 나를 봤다.
“뭐, 뭐야? 왜···저렇게 달리지?”
“도, 도망이야?”
순간 바닥이 진동했다.
그그그그긍-!!!
그리고 바로 벙커가 있던 부분이 둥글게 부풀더니 폭발했다.
쿠콰콰콰콰콰콰쾅쾅-!!!!
바닥이 터져나가면서 불길이 확 일어났다.
쿠쿠쿠쿵-!
그러더니 바닥이 쑥 꺼지고 활주로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구멍에 바닥의 시체와 살아남은 사람들 일부가 무너져 내리듯 빠졌다.
콰콰콰콰콰콰-!!
“크아악-!”
“사, 살려줘-!”
“아악-!”
확실히 주유소보다는 폭발하는 반경도 진동도 적었다.
아무래도 주변이 허허벌판인 활주로라 더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도심에서 폭발이 일어나도 크게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폭발의 진동이 대단하기는 하네. 잘못하면 뛰어오다 넘어질 뻔했어.’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잘라 놓은 철망까지 왔다.
쑥 꺼진 활주로의 구멍에서는 먼지가 가라앉고 한 줄기 연기만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소환 해제-!”
철망 너머 엄마와 안성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안전 가옥으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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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가옥으로 돌아간 뒤 푹 잠을 자고 일어나서 새벽에 잠시 나왔다.
정찰하느라 걸린 시간보다 싸운 시간이 훨씬 짧았다.
지성천은 상대에 대해 큰 감정을 느낄 필요 없다고 말했고 나도 동의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그냥 이 습격들이 빨리 끝나고 고주용을 찾기만을 원했다.
그래야 뭔가 일단락은 될 것 같았다.
그래도 좀비가 출몰하는 세상인데 새벽에 이렇게 바람을 쐬러 다녀도 될까 싶었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감각이 좋아져서 대충 좀비들을 피해 움직였다.
그러다 구석에 쓰러진 자판기를 발견했다.
‘탄산이 있을지도 몰라!’
급히 빠루로 자판기 문을 뜯어냈다.
뿌드득-!
멀쩡히 남아 있는 음료가 많지 않았다.
누군가 손을 집어넣어서 탄산음료들을 다 빼낸 것 같다.
남은 음료는 평소에 전혀 먹지 않는 밀크티 음료와 홍차, 예전부터 이걸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솔잎 음료, 쌀 음료였다.
단 하나 남은 탄산은 보리로 만든 탄산음료뿐이었다.
음료들을 다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보리 음료를 열었다.
치익-!
탄산 빠지는 소리가 들려서 바로 입을 가져다 대고 마셨다.
목구멍을 때리는 탄산과 뒤이어 느껴지는 구수한 보리의 향이 의외로 좋았다.
‘이게 왜 맛있지?’
오랜만에 마시는 탄산이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계속 새벽에 길을 걸었다.
***
다음 날 강은실은 바람을 쐬고 온다고 하면서 안전 가옥을 나왔다.
아파서 방 안에 있을 수 없었다.
조금 아프면 참거나 마법으로 복부를 살짝 얼리면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가끔 고통이 심해질 때는 삐져나오는 신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산책을 핑계 삼아 나와서 아무도 오지 않을만한 장소로 찾아가서 입구를 막고 스스로 얼렸다.
서서히 몸의 체온을 낮춰서 가사 상태로 만들었다.
그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서 얼었던 몸이 녹으면 다시 의식을 되찾게 된다.
조금이라도 강하게 마법을 펼치면 깨어나지 못하고, 반대로 약하게 펼치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고통을 고스란히 느껴야 한다.
적절한 강도를 찾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고, 여러 번 죽을 뻔했다.
강은실은 좁은 방 안에 누워 자기 심장과 복부에 손을 대고 온도를 서서히 내리고 있었다.
오늘은 지난번보다 더 기온을 낮춰야 했다.
강은실이 생각하는 위험수위에 거의 도달했다.
생명은 몇 개월 더 유지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몸을 움직이고 적과 싸울 수 있는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전에 고주용을 죽여야 한다.
지성천에게 이용당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방법을 찾을 만한 시간이 없었다.
아쉬운 점이나 뒷일은 진웅이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며 강은실의 의식은 점점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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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천은 이틀 뒤에 우릴 찾아왔다.
나는 소고기뭇국을 냄비의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먹고 나서 지성천과 대화했다.
“항상 찌개나 국을 들고 오시는 이유는 뭡니까?”
“회사에서 만드는 시제품이라 반응도 보고 요새 이런 음식을 못 드셔봤을 테니까 드리고 잘 보이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시제품이라면 앞으로 이런 국이나 찌개를 판매하신다는 건가요?”
“예. VIP를 대상으로 판매할 계획입니다.”
이 말에는 호기심이 생겼다.
“VIP라면 어떤 분들인가요?”
“그룹이나 집단의 수장, 군 지휘관, 정치인, 지자체장 등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런 분들이 많은 모양이네요?”
“많지는 않지만, 적지도 않죠. 어차피 돈을 벌 생각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잘 보이려는 의도입니다.”
“중앙정부도 무너졌는데,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살아남은 겁니까?”
“정확히는 저희도 모릅니다.”
궁금한데 더 자세히 알려주진 않을 모양이다.
그래도 단편적으로는 정보를 얻었다.
벙커를 지키던 사람들과 지성천 말을 종합하면 군조직 일부, 정치인과 지자체장 중에 세력을 유지한 사람이 있다.
“그렇군요. 그럼, 오늘 오신 건 무엇 때문입니까?”
지성천의 표정이 약간 심각해졌다.
“이것도 확실한 건 아닌데, 좀 걸리는 정보가 있어서 전달해 드리려고 왔습니다.”
“어떤 정보입니까?”
“저쪽에 조폭들이 붙었습니다.”
생각지 못 한 말이라서 내 눈이 동그래졌다.
“예? 조폭, 조직 폭력배요? 지금요?”
“조폭들과 거래하는 일부 기업이 있습니다. 스타그룹도 그런 기업입니다. 이전에 거래하던 조폭들이 각성했고 외주를 주는 식으로 일을 몇 번 했었습니다. 전략 물자 보관소가 두 군데가 털리자 그 조폭들에게 경비 외주를 줬다고 합니다.”
조폭들이라고 각성 못 할 건 없다.
아니 오히려 무기나 싸움에 익숙하지 못한 일반 사람들보다는 각성할 가능성이 크기는 하다.
“그럼, 지금까지 경비 서던 사람들과는 다르겠네요.”
“예. 그렇습니다. 다만 싸움 자체에 익숙한 사람들이니 주의를 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런데 그런 외부인들이 전략 물자를 지켜도 되는 겁니까?”
“예, 저희도 그래서 외주를 줄지는 예상 못 한 일입니다. 포탄 같은 것은 바로 사용 못 하지만, 해체해서 폭발물로 사용해도 되고 총기나 탄약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들이라 위치가 알려진다면 탐을 낼만 한 단체들이 많습니다. 이런 물자를 이렇게 외부에 맡기는 이유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고주용이 외부 세력과 유착이 강하다는 증거입니다.”
결정할 권한이 있는 사람인 고주용이 그냥 정해 버렸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렇게 나온 건 고주용도 다급해졌다는 겁니다. 곧 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할 말을 마친 지성천은 조심하라고 계속 당부하며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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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전략 물자의 위치는 남부의 한강 다리 밑 하수구였다.
작은 하수구는 아닌 것 같고 홍수방지용 커다란 하수구일 것 같다.
홍수방지용이라면 곰돌이 갑옷을 입고도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일 것이다.
나는 레벨업을 한 뒤에 밤눈이 밝아진 상태라서 어두운 상태에서도 크게 무리 없이 움직일 수 있다.
안성희는 지도 덕분에 지금보다 더 어두운 장소에서도 문제없이 다닌다.
그리고 엄마도 어둠에 몸을 숨기는 게 익숙해서 어두운 하수구도 문제가 없다.
다만 냄새가 어떨지 좀 걱정이다.
***
다음 날, 우린 한강 다리로 출발했다.
9월 말 며칠이면 10월이다.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은 선선해서 가을 날씨가 너무 좋았다.
이렇게 좋은 가을 날씨는 금방 지나가고 곧 겨울이 될 거라 마냥 좋다고 할 수도 없었다.
전기 없는 여름을 힘겹게 버텨냈는데 전기 없는 겨울은 또 어떻게 버틸지 벌써 걱정이 됐다.
한강 다리 근처에 도착하니 좀비 몇 마리가 한강 공원을 서성이고 있었다.
가볍게 정리하고 주변을 넓게 정찰했다.
경비를 서는 사람은 없어 보여서 바로 다리 밑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다리 기둥을 지나 계속 들어가면 중간에 네모나고 시커먼 큰 공간이 나온다.
그 검은 공간 안에도 기둥들이 길게 이어져 있고 그 안은 불길해 보였다.
우린 기둥 사이를 걸어 어두운 하수구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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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냄새는 심하지 않았다.
원래 목적 자체가 홍수방지용 하수구라서 일반 생활 하수구와는 달랐다.
그리고 이 하수구 중간 어디쯤 전략 물자를 보관하기 위한 창고가 있으니 물이 드나드는 길을 막아놨을 것이다.
대신 점점 어두워졌다.
들어 온 지 20여 분이 지나니 거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어두운 장소를 지키고 있다면 적은 이런 상황에 특화된 능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갑옷을 입으면 사방에 카메라가 있어서 미세한 움직임을 파악하기엔 갑옷을 입은 게 더 유리하다.
셋 중에 갑옷을 입은 내가 방어력도 높으니 이쯤에서 갑옷을 입는 게 좋을 것 같다.
“갑옷소환-!”
고글에 비추면 화면은 온통 검은색이지만 이전보다 움직임이 잘 보이기는 했다.
“성희야. 무언가 보이면 바로 알려줘!”
“알았어. 걱정하지 마!”
안성희에게 당부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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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한참 안으로 들어가는데 안성희가 급히 손을 들어 나를 멈춰 세웠다.
“무슨 일인데?”
안성희는 손을 든 상태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입을 열었다.
“지도에 몇 명이 보여. 5, 6명은 천천히 우리한테 다가오는 게 보이는데, 다른 5명은 지도에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해. 자신을 감추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
안성희의 표정이 심각해질 만했다.
안성희의 능력 자체가 지도로 남들보다 빠르게 위치를 찾아내고 피하거나 미처 알아채기 전에 공격하는 것이다.
그런데 적이 지도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자신의 장점을 잃게 되는 것이다.
“내가 앞장설 테니 엄마하고 넌 내 뒤로 숨어서 이동해!”
나는 손톱을 뽑은 상태로 천천히 전진했다.
잠시 후.
안성희가 조용히 이야기했다.
“4, 50m 앞에 6명이 천천히 오고 있어. 보였다가 안 보였다 하는 사람들은 그 바로 앞에서 오고 있고 네 기준 정면이야.”
“알았어.”
나는 어둡지만, 감각을 집중했다.
안성희의 말대로 기척을 숨기고 접근하는 사람들은 움직임을 느끼고 찾아낼 수 있었다.
아무리 어두워도 이미 기척을 읽은 사람들의 움직임은 보였다.
문제는 안성희가 보이지 않는다는 자들이었다.
기척이 느껴졌다가 안 느껴지는 게 정말 위험했다.
특히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는 더 그렇다.
‘그래도 나라면 자잘한 공격은 충분히 버틸 수 있어.’
나는 언제든지 반격 할 수 있도록 양팔을 살짝 벌리며 기다렸고, 적들도 어두운 가운데서 내 모습을 본 듯 손이 안 닿을 거리에서 조심스럽게 경계하고 있었다.
서로 대화도 필요 없이 대치했다.
그러다 적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전사로 보이는 자들이 쇠파이프와 무려 진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쉬이이이익-!
정면에서 달려드는 적들을 마주 손톱을 찔러가려던 순간 나는 멈칫했다.
희미한 형체가 내 옆구리로 달려드는 게 보였다.
형체를 향해 손톱을 확 찔러 넣었다.
콰악-!
스키마스크에 온통 검은색 옷을 입은 남자가 회칼을 들고 달려들다가 내 손톱에 등째로 꿰뚫렸다.
“크와악-!”
나는 지체하지 않고 쇠파이프를 들고 달려드는 남자들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쉬카카칵-! 스거걱-!
남자들의 무기를 자르고 몸을 꿰뚫었다.
채챙-!
“어억-!”
“무기를 자른다-!”
신음이 터져 나왔다.
내 손톱을 피한 남자들은 동료의 죽음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공격했다.
쉬아아악-!
휘둘러지는 쇠파이프를 막는데.
채앵-!
순간 등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스키마스크가 회칼을 찔러넣었다.
쐐애액-!
‘어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