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80
80화-보여줘야겠다
시체들을 땅에 묻고 흔적을 최대한 지웠다.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무성한 수풀이라 잘 가려줄 거라 기대했다.
일광교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원이 많으니 땅굴을 파고 숨기도 쉽지 않을 거다.
오늘은 10월 말일이고 비 각성자들이 야외에서 지내기엔 힘든 날씨다.
나는 여러 명이 지낼 수 있는 빈집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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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쯤에 빈 마을의 교회 건물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찾아냈다.
도시의 청소부들처럼 지저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삐쩍 마르고 눈빛이 이상한 게 거부감이 크게 들었다.
중간중간에 후드를 뒤집어쓴 사제들이 보였다.
저 중에 대장이 누구일지 조금 더 관찰했다.
어두워지자 누군가 교회 종탑에서 종을 쳤다.
뎅-! 뎅-! 뎅-! 뎅-!
좀비에게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제들이 있어서 종을 치고 주변의 이목을 끄는 것 같다.
오히려 좋다.
설교라도 하면 누가 대장일지 금방 알 수 있다.
나는 수풀에 숨어서 사람들이 교회 안으로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주변을 경계하던 사람들도 하나둘 안으로 들어가고 종소리에 이끌려 찾아온 좀비들을 사제 몇 명이 다른 곳으로 유인해서 보냈다.
비 각성자들이라면 확실히 저들에게 종속될 만하다.
비 각성자들도 각성을 할 수 있다.
그건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성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
나와 같은 초기 각성자들은 좀비 한 마리만 처치해도 각성했다.
그 이후로는 다른 각성자들을 보조하면서 각성한 사람들도 나왔다.
그런데 좀비 사태 이후 1년 반에 가까워진 지금은 각성하려면 좀비를 한두 마리 잡아서는 불가능했다.
수많은 비 각성자가 그래서 각성을 포기했다.
아마도 그것 때문에 일광교가 더 커지고 세력을 불리게 된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 국한된 세력을 여기까지 넓혔다.
일광교 교주가 전국에 나눠 보낸 5명의 사도가 뭐가 특별하기에 세력을 넓힐 수 있을까 궁금했다.
나는 교회 밖에서 몸을 숨기고 깨진 창문을 통해 안의 모습을 보고 있고 누군가가 단상에 오르고 있다.
일광처럼 치렁치렁한 긴 후드를 입은 사람이다.
단상을 제외한 교회 내부는 의자를 모두 치운 비 각성자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단상에 오른 사도는 후드를 내리고 얼굴을 드러냈다.
다른 비 각성자들과 다르지 않은 삐쩍 마른 남자가 자르지 않은 긴 수염 늘어트리고 고개를 들었다.
퀭한 눈이 인상적인 남자가 입을 열었다.
“오늘도 많은 분 들이 오셨습니다.”
남자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저는 일광 선생님의 다섯 제자 중 한 명인 사성이라고 합니다. 일광 선생님에게 받은 이름이지요.”
그러면서 손가락 네 개를 들어 올렸다.
“네 개의 빛난 별을 뜻하고, 네 번째로 받은 제자를 뜻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고주용을 성광이라고 불렀었다.
스타그룹의 후계자라고 성광이라고 부른 줄 알았는데 그냥 일광이 별을 좋아했던 것 같다.
“일광 선생님은 우리를 모아 놓고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서울에는 구원받은 제자들과 사제들이 많은데 다른 지방에는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을 슬퍼하셨어요. 그래서 우리에게 자신의 힘을 나눠 주신 후에 새 이름을 내리고 전국 각지로 보내셨습니다.”
본인이 다른 사제들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구원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여러분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왔습니다.”
사성은 조금 목소리를 올리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각성자들은 서로 죽고 죽이고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국 외부와의 통로도 파괴했습니다. 여러분도 누군가가 통로, 게이트를 파괴했다는 이야기를 들으셨을 겁니다.”
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히려 이 사람들이 내 소문을 퍼트리고 있다.
“게이트를 파괴하면 괴물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사성의 질문에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예 아닙니다! 여러분! 더 많은 괴물이! 더 강력해져서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이 격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각성자들이 강해지면 그 괴물들을 물리치고 우리를 지켜 줄까요?”
“아니요!!”
“예 아닙니다! 그 힘으로 더 많이 서로를 죽이고! 더 많이 파괴를 일삼습니다!”
다시 사람들이 동의하며 소리쳤다.
사성은 양손을 들어 사람들을 조용히 시키고 소리쳤다.
“생존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파괴로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다시 목소리를 낮추고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다.
“그래서 제가 여러분에게 왔습니다. 파괴 대신 공존의 방법을 알려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저들 사이를 아무 걱정 없이 오갈 수 있습니다.”
사성의 말에 사람들의 눈에 기대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일광 선생님께서 저에게 나눠 주신 권능으로 오늘 또 한 분을 일광 선생님의 사제로 모시겠습니다.”
그러다니 단상 저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자! 앞으로 나와 주세요.”
단상 아래에서 마른 여자 하나가 퀭한 눈을 하며 올라와서 사성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사성이 질문하고 여자가 대답했다.
“생존을 믿습니까?”
“믿습니다!”
“진짜 생존을 믿습니까?”
“믿습니다!”
“일광 선생님을 믿습니까?”
“일광 선생님을 믿습니다!”
사성은 여자의 이마에 오른손을 대고 눈을 감고 집중했다.
예전에 일광이 그랬던 것처럼 사성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일렁이다가 여자에게로 옮겨졌다.
여자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사성도 온몸에 땀을 비가 오듯 흘렀다.
잠시 후 사성은 여자의 이마에서 손을 뗐다.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눈을 떴다.
사성은 여자를 일으켜 세웠다.
“이제부터 일광 선생님의 사제입니다. 과거는 모두 버리고 일광 선생님만 따르십시오. 사제님!”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여자가 각성한 게 감격스러운 건지 사제가 되어 감격스러워하는 건지 궁금했다.
조금 더 설교가 이어진 후에 사람들은 흩어져서 마을의 빈집으로 하나둘씩 들어갔고 사성은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머지 사제들은 교회 바닥에 허름한 천막을 치고 들어갔다.
조금 더 어두워진 후 나는 교회의 벽을 타고 올라갔다.
창문이 나무판자로 막혀 있어서 종탑까지 올라갔다.
종탑에 있는 입구로 교회 안으로 들어가 사성이 자는 방을 찾았다.
문을 다 열고 살펴볼 수는 없어서 조용히 감각을 집중해서 자는 숨소리를 찾았다.
‘찾았다.’
방문을 열고 침대 위에서 자는 사성을 발견했다.
사성 본인도 각성자일 텐데 내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손으로 사성의 입을 막고 뒤통수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뻐억-!
사성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기절했고 나는 녀석을 어깨에 얹고 방을 나와 종탑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
아침이 됐다.
사성을 메고 오는 길에 봐둔 낚시터로 왔다.
다른 낚시터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있는 이런 좌대가 있는 낚시터는 작은 보트를 타고서만 올 수 있어서 좀비와 사람들을 피해서 평소에도 자주 이용했다.
위치도 그렇고 여기서 심문하면 소리쳐도 외부에는 거의 들리지 않을 거다.
두세 명은 충분히 누울 수 있는 크기의 방에 넣어둔 사성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너무 세게 때렸나?’
깨어나길 기다렸는데 일어나지 않아서 몸을 묶고 얼굴에 물을 뿌렸다.
“끄으···.”
사성은 목덜미가 아픈 듯 찡그리다가 눈을 뜨고 주변을 봤다.
처음에 정신 못 차리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를 보며 소리쳤다.
“넌, 넌 누구냐? 여긴 어디야? 아무도 없어요! 사제님들!”
나는 사성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서 소리치는 걸 지켜봤다.
“아무도 없어! 나 사성이야! 살려줘! 납치다!”
몇 분을 악을 쓰며 소리쳐도 아무 반응이 없자 사성은 소리치는 걸 멈추고 묶인 줄을 풀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써도 풀리지 않자 포기하고 나를 노려봤다.
사성을 묶어 놓은 줄은 좀 여러 번 매듭을 묶기는 했어도 크게 특별하지 않은 밧줄이다.
어느 정도 힘이 있는 각성자라면 힘 한번 주면 끊어질 정도인데 사성은 끊지 못했다.
‘확실히 힘을 쓰는 타입은 아니야. 사람들을 사제로 만드는 것 말고 무슨 능력이 있는지 이제 알아내야지.’
아까부터 사성은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나는 그 눈빛을 받아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못 참겠는지 사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넌 누구냐? 여긴 어디야?”
“왜 말이 없지?”
“이유가 있으니 잡아 왔을 것 아니냐!”
“말을 하라고!”
나는 조금 더 씩씩거리게 놔두다가 입을 열었다.
“나를 몰라?”
내 말에 사성의 눈을 크게 뜨고 머리를 굴리다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지 다시 물었다.
“네가 누군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나를 모르면서 산적들한테 나를 잡아두라고 했나?”
내 말에 다시 한번 눈알을 굴리더니 소리쳤다.
“산적? 아! 네놈! 교의 원수!”
“이제야 알아보나?”
“날 죽여라! 네놈에게 할 말은 없다!”
“응, 죽일 거야.”
나는 인벤토리에서 정글도를 꺼냈다.
낚시터에 사성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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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했다고 고통을 더 잘 견디는 건 아니다.
다만 이전보다 상처를 덜 입고 상처 입더라도 회복 속도가 빠르니 더 잘 견딜 수 있게 된 거다.
누구도 고통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물론 일부 특이한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작은 가시에 찔린 사람이 호들갑을 떠는 건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겁을 미리 집어먹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문을 하기 가장 좋은 상대는 참을성이 부족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다.
그 사람이 바로 내 눈앞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끄으윽···.”
나는 일단 사성의 양 발목을 정글도로 그었다.
상처 입자마자 사성은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과한 반응에 오히려 놀랐던 모습을 감추고 표정 없이 몸에 상처를 더 내어 피 흘리게 했다.
조금 더 고통에 시달리게 한 뒤 물었다.
“네 직업이 정확히 뭐지?”
사성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내 말을 못 들은 척 무시했다.
“넌 사도라고 하지만 사도가 아니잖아.”
“···.”
“정체가 뭐야?”
“···.”
“흑마법사인가?”
“···!”
사성은 흑마법사냐는 질문에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내 질문에 움찔거렸다.
“그래, 흑마법사라.”
“좀비들에게서 기운을 뽑아낸 후에 사람에게 심더군.”
“그렇게 사제들을 만들어 내는 거로 보였어.”
“사제들은 자신들을 재물로 헤카톤이나 킬리오이 같은 괴물도 불러내더군.”
“흑마법사는 또 무슨 능력이 있지?”
“혹시 게이트를 찾을 방법을 아나?”
이번엔 아무 반응 없었다.
내가 지금 가장 알고 싶은 게 게이트다.
나는 피가 묻어있는 정글도를 들어 올렸다.
“어차피 넌 죽어. 고통 없이 가느냐. 며칠 동안 고통을 겪다가 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야. 편하게 가고 싶다면 게이트에 관해 알고 있는 걸 다 말해.”
“···!!”
나는 계속 이야기하며 정글도를 얼굴에 가까이 댔다.
내가 말을 할수록 사성의 표정은 점점 무너져갔다.
“얼굴의 피부를 조금씩 잘라낼 거야. 피가 조금 나고 쓰라리겠지만, 죽을 만큼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얼굴부터 시작해서 전신으로 갈 거야. 조심스럽게 하면 일주일 정도 걸릴 거야.”
그리고 정글도가 뺨에 닿았을 때 못 참고 소리를 질렀다.
“나, 나는 몰라! 그런 건 일광 선생님이나 월광 사제님만 안다고! 나는 신도들을 늘리기 위해서 파견된 거야! 나는 진짜 몰라!”
“아니야. 다섯 명이 전국으로 파견됐다는데 그중 누군가는 더 많이 알 거야. 그게 누구지?”
“나, 나하고 오성은 진짜 신도를 모으기 위해서 파견된 거야! 우린 제일 아는 게 없다고! 일성, 이성, 삼성은 내 상급자라 정확히 알지 못해. 다만 이성이 어디 섬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찾는다는 것만 알아. 그게 뭔지 나는 몰라! 정말이야!”
섬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찾는다는 말이 신경 쓰였다.
내가 지금 가는 곳이 진도다.
이런 상황에 우연이라는 건 좀처럼 없다.
조금 더 질문했지만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좌대를 나와 좌대가 물에 떠오를 수 있게 해주는 바닥의 공기를 넣은 드럼통에 구멍을 냈다.
이제 서서히 가라앉을 거다.
사성에게 이야기한 대로 며칠씩 걸리지는 않는다.
불과 몇 시간이면 가라앉을 거다.
이정도면 편하게 보내주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보트를 타고 낚시터를 나왔다.
사성이 뭐라고 계속 소리쳤지만 무시했다.
***
조용히 익산을 빠져나왔다.
일광교 사제들과 신도들은 사성을 찾으려고 혈안이었지만 좌대는 이미 낚시터 아래로 가라앉았다.
흑마법사가 없어졌으니 신도들을 사제로 만들어 줄 사람이 없어졌다.
다른 흑마법사가 자리를 채우기 전까지는 이 지역에서 세력을 불리는 일은 힘들어졌다.
익산을 지나서도 평야는 계속됐다.
확실히 드넓은 벌판은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이 있었다.
이틀 후 김제시를 지나 정읍도 거의 지나갈 때쯤 평야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넓은 평야 수풀 사이로 앉아서 쉬고 있는 좀비 사자 무리 십여 마리가 보였다.
수놈이 3마리 암놈은 10마리 정도로 보였다.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평화로운 사자 가족의 풍경인데 다른 점은 저 사람들이 몸의 한두 군데씩은 썩어가고 있는 좀비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여기는 따뜻한 초원이 아닌 쌀쌀한 11월의 평야라는 것이다.
‘내가 저번에 이러면 사자도 나올 거라고 말한 게 씨가 됐나? 이게 뭐야?’
내가 사자 무리를 본 것처럼, 사자 무리도 나를 봤다.
앉아 있던 사자들이 일어서서 넓게 흩어지며 진형을 자서 천천히 다가왔다.
나를 사냥하려는 것 같다.
그렇다면 누가 더 유능한 사냥꾼인지 보여줘야겠다.
나는 갑옷을 소환했다.
“갑옷소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