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153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겨우 파티 하나서 모든 걸 바꾸었다.
단단하게만 보였던 벽을 가볍게 깨부수며 전열을 뚫어버리는 그 모습은 엄청났다.
샤먼을 지키고자 라비락들이 창을 내밀며 촘촘한 방벽을 세웠지만 무의미.
유현이 휘두른 검에 라비락들을 무기 째 썰려나갔다. 그건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가 정말 자신과 같은 플레이어인지 의문일 정도였다.
‘역시 엄청난 녀석이었네.’
한 번 틈을 허락하자 순식간에 무너지는 라비락들의 전열을 보며 랑샤오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라비락들을 학살하며 플레이어들이 즐거운 듯 웃고 있다.
그 모습만 보면 지상에 강림한 악마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라비락들을 학살하는 플레이어들의 손길에 자비는 보이지 않았다. 누가 더 빠르게 죽이는지 경쟁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그 동안 쌓인 게 많아 라비락들의 단말마들이 꽤나 즐거운 듯 싶다.
랑샤오가 플레이어들의 손에 의해 바닥에 차례대로 쓰러지고 있는 라비락들을 태평한 얼굴로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랑샤오! 우리가 먼저 샤먼을 잡아야 해!”
랑샤오의 파티원 중 하나가 다급히 소리쳤다.
얼굴에 라비락들의 피로 생각되는 걸 잔뜩 묻힌 채 달려왔다.
튜토리얼 때부터 함께 했던 소중한 동료다. 랑샤오는 그런 동료를 향해 웃음을 흘렸다.
“우리가 샤먼을 잡자고?”
“그래야지! 딱 봐도 녀석이 라비락의 대장이었잖아! 녀석만 잡으면 이번 토벌에서 우리가 제일 큰 공헌도를 얻을 수 있을 거야! 이건 기회라고!”
“그럴지도 모르지.”
맞는 말이다. 랑샤오도 그 이야기에 동의했다.
째작째작 라비락 몇 마리 잡는 것보다 대장을 잡는 게 훨씬 영향이 클 것이다.
“하지만 말이야..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랑샤오는 라비락 샤먼을 잡는 것에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딱히 라비락 샤먼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분명 녀석의 마법은 위협적이다. 그대로 직면하게 되면 피할 자신도, 어떻게든 막아낼 자신도 없다. 하지만 위협적인 건 마법뿐이다.
녀석에게 마법을 쓸 틈만 주지 않는다면 해치울 자신은 충분했다.
그럼에도 랑샤오가 라비락 샤먼을 잡는 것에 회의적인 이유는 하나였다.
“그 남자가 이미 샤먼을 쫓고 있어. 지금 와서 우리가 쫓아서 뭐 하게? 미안하지만 무리야. 그 녀석은 그냥 그 남자에게 사냥감으로 주자고.”
랑샤오의 말에 동료는 표정을 찡그렸다.
랑샤오를 설득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이며 고민했지만 떠오르는 말 따위는 없었다.
끝내 어쩔 수 없이 랑샤오의 동료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랑샤오의 얼굴은 이미 확고했다. 생각을 바꿀 것 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 때였다. 랑샤오의 동료는 뭔가 잊었던 걸 떠올렸다.
더듬더듬 목소리를 떨며 이야기를 간신히 꺼냈다.
“그..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어.”
“뭐가?”
“랑샤센은 이미 라비락 샤먼의 뒤를 쫓아갔어…”
생각지 못한 이야기에 랑샤오가 인상을 찌푸렸다.
랑샤셴이 라비락 샤먼의 뒤를 쫓아갔다고?
아니, 랑샤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녀는 샤먼을 쫓아간 게 아니다.
‘녀석… 설마…!’
그녀가 진정으로 쫓고 있는 건 샤먼을 쫓고 있는 유현일 것이다.
지릿, 하고 온몸이 저려오는 이 감각.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초감각이 소리친다.
랑샤오는 전날 있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여동생은 분명 유현이 위험하다고 했다.
언젠가 큰 재앙을 몰고 올 거라면서. 안 그래도 오늘 아침 악몽을 꾸었다고 하던 그녀다.
시간이 흐를 때마다 유현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커져만 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랑샤오는 입술을 깨물었다. 시간이 없다. 랑샤오는 급히 등을 돌렸다.
샤먼이 사라진 방향은 알고 있다. 그 방향을 쫓으면 될 터.
‘멍청한 짓은 하지 말아달라고. 바보 같은 여동생아!’
혹시라도 벌어질지 모를 미래의 일을 걱정하며 랑샤오는 온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
-녀석들이 어떻게 이곳을 알고 있지?
엉망진창의 상태로 달리며 라비락 샤먼은 생각했다. 다리를 저는 듯한 그 모습에 라비락 샤먼이 오른쪽 다리를 다친 걸 알 수 있다. 누군가 쏜 눈 먼 화살에 어처구니없게 맞은 것이다.
약초를 이용해 간단한 응급처치는 했지만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는 건 변함이 없다. 그런 상처로 이렇게 무리를 하니 나중에 큰 후유증이 남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다. 일단 사는 게 우선. 라비락 샤먼은 숨을 헐떡이며 앞만 보고 달렸다.
바닥을 내딛을 때마다 오른쪽 다리에서 시작된 지독한 아픔이 신경 잘기잘기 찢어내듯 내달렸지만 머릿속에 고통 보다는 어째서라는 말만이 맴돌았다.
라비락 샤먼이 생각하는 건 하나였다. 인간들이 무슨 방법으로 여기에 왔는지였다.
자신의 결계는 완벽했다. 인간들의 눈을 피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만든 완벽한 결계였다.
하지만 인간들은 여기를 발견했다. 그리고는 수를 모아 습격을 해왔다.
혹시 모를 공격에 열심히 만들어 놓은 방벽은 손쉽게 뚫렸으며 그 결과가 지금이다. 훈련된 라비락 전사들도 인간들에게 학살당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라비락 샤먼은 자신의 종족을 버리고 혼자 도망치고 있었다.
분하다. 분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다른 라비락들보다 뛰어난 지성이 그를 무리의 새로운 우두머리로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엘더 라비락 만큼의 우수한 리더성은 가질 수 없었다.
라비락 샤먼은 엘더 라비락을 그리워하는 동시에 생각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렇게 꼬인 거지.
시작은 역시 미궁에서부터겠지.
눈을 뜨며 걸음을 배웠을 때부터 라비락 샤먼은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싸우는 법을 배웠다. 미궁에서 피식자가 아닌 포식자가 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왕인 엘더 라비락만을 따르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배웠다.
실제로 엘더 라비락은 강했다. 그의 주변으로 수많은 라비락들이 모이고 태어났다.
그는 완벽한 왕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미궁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늑대들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미궁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아마 죽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늑대들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간신히 동족을 챙기며 도망치는 도중 가슴에서 뚝 끊기는 듯한 묘한 감각을 느꼈으니까.
-결국 나도 왕처럼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건가?
그 때였다.
“흐음. 자신의 종족을 버리고 혼자 도망치는 건가. 애초에 그래봤자 오래 버틸 수 없을 텐데. 머리는 똑똑해도 결국 라비락일 뿐이니까.”
도망치는 라비락 샤먼을 비웃는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샤먼의 앞을 가로막았다.
라비락 샤먼은 급히 지팡이를 들어 주술을 준비했다. 마력이 발광한다. 휘몰아치는 마력의 흐름에 주위의 나뭇가지들이 사사삭 흔들리고 있었다.
목소리는 위에서 들려왔다. 지팡이 끝은 이미 그곳에 향해 있다.
유현은 자신에게 향한 지팡이를 보며 나무에서 사뿐히 땅으로 착지했다.
그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 찐득찐득한 핏물들.
그것들 모두가 자신의 동족들 것이라는 걸 샤먼은 어렵지 않게 눈치 챘다. 상처 따위 하나 없이 여유로워 보이는 표정에 조바심을 느끼면서 캐스팅을 멈추지 않는다.
그 차분함에 유현은 작게 놀란 듯 감탄하다가 작게 웃었다.
유현은 나무에서 내려온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서있는 채 라비락 샤먼의 지팡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라비락 샤먼은 그런 유현을 향해 울부짖고는 지팡이를 높이 쳐들었다.
죽어라. 자신의 오만함에 괴로워하고 죽어라!
징그럽게 핏발 선 두 눈으로 라비락 샤먼은 유현을 노려보고는 속으로 그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라비락 샤먼의 캐스팅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이변이 일어났다.
-GRRRRRRRRR!
지팡이를 들고 있는 오른쪽 손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라비락 샤먼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했다. 어째서 갑자기 폭발이. 핏발 선 두 눈동자가 이유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고.
타닥, 하고 작은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지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샐러맨더 씨앗이었다.
“엘더 라비락은 아니지만 그래도 로렐라이에 놔뒀으면 위험했을 놈이군.”
-GRRRRRR….
유현의 말은 라비락 샤먼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하지만 그런 유현의 말을 라비락 샤먼이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미궁에서 태어나고 자란 라비락이 미궁의 던전에 숨어 사는 인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걸 알기에 유현은 그저 혼잣말 하듯 중얼거렸다.
“만약 좀 더 규모를 키우고 샐러맨더 씨앗을 충분하게 모아놨으면 쉽게 건들기 어려웠을 거야. 솔직히 말해서 나도 조금 궁금해지는데. 내가 없던 과거에는 이걸 어떻게 처리했는지. 나참 이런 걸 무기로 다루는 라비락들이라니. 생각도 못해봤다고.”
유현은 아직 손에 남아 있는 샐러맨더 씨앗을 굴리며 큭큭, 웃었다.
유현이 아니었다면 플레이어들이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라비락 부락을 발견하지 못했을 거다. 오랫 동안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놔두었을 테고 그 동안 라비락들은 빠르게 성장을 했겠지.
그리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회귀 전 기억으로 유현은 로렐라이라는 던전을 알지 못한다.
그게 잘려나간 기억 중 하나인 건지 아니면 회귀 전에는 알지 못할 정도로 이미 멸망 당했던 건지 유현도 알 수가 없다.
지금 있는 기억으로 찾아보기에는 단서가 부족했다.
-GRRRRRRRRRR!
캐스팅이 끊긴 라비락 샤먼이 울부짖는다. 그리고는 갑자기 허리춤에 걸려 있던 무기를 꺼냈다. 다른 라비락들과 비교할 때 조금 화려하게 생긴 손도끼였다.
나름 우두머리라고 무기에 신경을 쓴 걸까.
지팡이를 버린 채 라비락 샤먼은 유현에게 달려들었다.
그걸 보며 유현은 스산한 웃음을 지었다.
그 순간 라비락 샤먼의 손도끼가 휘둘러지지 못하고 허공을 맴돌았다. 손가락 다섯 개가 도끼와 같이 떠돌다가 바닥에 떨어진다. 라비락 샤먼이 고통스러운 듯 울기 시작했다.
라비락 샤먼의 오른손에는 손가락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이제는 무기를 쥐지 못하겠지.
유현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라비락 샤먼이 고개를 쳐들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손도끼를 왼손으로 쥐어 잡았다. 귀기마저 느껴지는 라비락 샤먼의 눈동자에 유현은 작게 감탄했다.
“역시 위험한 놈이야.”
단순한 샤먼은 아니다. 만약 이대로 놔뒀으면 엘더 라비락이 되었을지도 모를 녀석.
유현은 거기서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과거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로렐라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답을 예상해 보기도 전에-.
-GRRRRRRR!
쿠우우웅. 유현은 라비락 샤먼의 목을 베어버렸다.
========== 작품 후기 ==========
쌍검에서 태도로 바꾸니 모든 게 쉬워졌네요.
덕분에 디아블로스를 쉽게 깼습니다.
상위 퀘스트가 드디어 열렸…
그리고 저는 아쉽게도 PSN을 사지 않았습니다. ㅠㅠ
멀티를 하기에는 뭔가 부담스럽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