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154
-오른쪽을 주의해 주세요. 조금 거리 있는 곳에 누군가 숨어 있습니다.
라비락 샤먼을 처리하고서 묘한 생각에 사로 잡혀 있을 때였다.
차분한 송가연의 음성에 유현은 정신을 차렸다.
유현은 바람의 정령을 통해 전해 들어온 그녀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누군가 숨어 있다고?”
힐끗 주위를 둘러본다. 보이는 건 없다. 느껴지는 감각도 없고.
그러면 아무리 못해 5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는 건데.
누군가 의도적으로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경우 유현이라도 시선을 눈치채는 건 불가능했다.
감지해 낼 수 있는 거리는 결국 한계가 있는 것이다.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걸까.
-…활을 들고 있어요. 그 방향은 오빠한테 향해져 있고요.
좀 더 세세한 정보가 전해 들어오자 유현은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런 것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을 쏘면 유현이라도 틈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송가연이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틈을 허용했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송가연이 가리킨 쪽을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그래가지고는 상대가 도망칠 수가 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유현은 일단 상대를 지켜보기로 했다.
-괜찮겠어요?
어딘가 걱정어린 그녀의 목소리에 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설마 내가 당할 거 같아?”
-오빠가 당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빠는 강하니까. 하지만 문제는 상대를 어떻게 할지 걱정인 거예요. 죽일 건가요?
“내가 죽인다면?”
싸늘한 유현의 물음에 송가연은 잠시 침묵했다.
그라면 정말로 죽일 테니까.
먼저 공격을 해온 상대라면 죽이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그녀가 걱정하는 건 살인 후의 뒤처리였다. 이쪽 사정을 말해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논란이 될 수 있으니까.
실제로 누군가 PK를 하고서 거짓말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 적이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건 피할 수 없다. 그가 말하는 게 진짜인지 거짓인지 알 수 있는 증거라도 없는 이상.
-…저희가 몰래 가서 붙잡을게요. 일단 무슨 이유로 적의를 보였는지 아는 게 좋을 테니까요. 상대는 자기의 위치가 들켰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을 거예요.
송가연의 제의를 유현은 고민할 것도 없이 거절했다.
“아니, 됐어. 너희들은 계속해서 라비락들을 사냥해. 이건 나 혼자 처리 할 테니까. 가연이 너도 난장판 같은 곳에서 나를 서포트 하는 건 멈추고.”
유현은 그 말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대충 어디 쯤 위치 해 있는지 감이 잡혔다. 그러면 놓칠 일은 없다.
*
…역시 강하다.
‘여기서 끝내야 해.’
랑샤셴은 유현이 별 어려움 없이 라비락 샤먼을 베어버리는 모습을 보며 목울대를 떨었다. 긴장으로 인해 생겨난 떨림을 억누르려고 해보지만 쉽지가 않았다.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그 광경이 떠오른다.
시체 밭을 아무렇지 않게 걸어 다니는 그의 옆모습은 너무나도 섬뜩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가 엿본 미래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는 거겠지. 그의 미래를 엿보자 그녀가 본 건 온 통 검은색뿐이었다. 그게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무섭다.
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져버려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에게서 엿본 미래는 검은색의 이면에 뒤덮여 있어 그 뒤에 무엇이 있었는지 정확히 볼 수 없었지만 미약한 틈새로 보였던 건 지옥이었다.
그런 남자는 처음이다. 위험한 남자다. 그가 만들 미래를 그녀는 용납할 수 없었다.
‘지금이 기회. 그는 계속해서 강해질 거야.’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그녀의 긴 생머리가 땀에 젖어 피부에 진득하게 달라붙어 있다.
하지만 유현을 향한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다.
눈에 힘을 주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는 새하얗다.
현재 그녀가 가진 눈동자의 색은 미래시(未來視)가 발동 되었다는 증거였다.
미래시가 발동되면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색을 잃고 공허한 무채색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특이했다. 본래 몇 초 동안만 유지되고 본래의 검은색으로 돌아와야 정상인데 그녀의 눈동자는 10분이 넘도록 계속 무채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건 신기한 일이었다. 본래 이렇게 미래시가 계속해서 유지되는 경우는 없었다.
더욱이-.
‘그의 움직임이 보여.’
몇 초 후 그가 어떻게 움직일지가 보이고 있다.
미래를 알지 않는 이상 미래는 변하지 않는다.
그녀는 지금까지 틀린 적 없는 자신이 가진 눈의 힘을 믿었다.
환영처럼 몇 초 후에 있을 유현의 움직임이 그녀의 눈동자 안으로 선명히 재생된다.
그녀의 손가락이 활시위를 끝까지 당기자 활에서 마력이 희미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건 그녀가 마력을 사용하는 게 아니었다. 활자체가 가진 순수한 힘이었다.
활에 각인 된 알 수 없는 문자가 힘의 근원.
현재 그녀가 사용하고 있는 활은 미궁을 탐사하는 도중 오래 전에 죽은 모험가들의 시체에서 얻은 활이었다. 활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화살의 힘을 증폭 시켜주는 것.
‘————’
길게 내쉬며 떨림을 억누르던 호흡이 활시위에서 손을 떼는 타이밍과 정확히 일치했다.
쏘아진 화살은 순식간에 유현에게 날아가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무슨….?”
날아간 화살은 등을 보이고 있던 유현에게 검으로 튕겨져 수풀 안으로 처박혔다.
유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노려본다.
수풀에 숨어 있을 그녀를 정확히 노려보며 몸을 돌렸다.
그 광경을 랑샤셴은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모르고 있었을 텐데.
그가 볼 수 없는 사각에서 그녀는 활을 쏘았다.
그런 걸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랑샤셴의 오빠인 랑샤오처럼 초감각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불시에 가해진 공격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는 거지. 피하는 걸 넘어 검으로 튕겨냈다는 건.
“….내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어?”
그건 더욱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50M 넘게 떨어진 곳에 있는 그녀를 어떻게 발견한다는 걸까.
소름이 돋았다. 그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할 수 없어서 전신이 오싹해졌다.
딱딱하게 굳어가는 몸을 겨우 움직여 다시 시위에 화살을 건다. 손가락이 떨린다. 처음보다도 더 심하게 떨리고 있어 랑샤셴은 입술을 바득 깨물었다.
“아직 기회는 있어.”
랑샤셴은 고개를 내저어 약한 소리를 억누르고 꺾이려는 자신을 북돋았다.
그녀는 여전히 무채색을 유지하는 눈동자로 몇 초 후에 있을 유현의 움직임을 엿보며 화살을 쏘아 보냈다. 그리고는 다시 장전. 그녀는 계속해서 쏘았다. 그녀의 손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인다.
그녀가 노리는 건 유현이 아니었다. 수초 후 움직이고 있을 유현이었다.
그녀의 눈은 유현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했다.
그가 한걸음 내딛는 동시에 그곳에 화살이 그의 심장을 노리고 파고든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미 온몸에 화살이 꽂혀 죽었어야 한다. 피하려고 해도 그녀의 화살은 유현을 정확히 따라간다. 그가 다음 순간 있을 위치를 미리 알고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무의미했다.
수초 후 그가 있을 위치를 알아도 화살은 전혀 그에게 닿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눈앞이 침침해진다. 유현의 움직임을 믿을 수가 없어 그녀는 계속해서 활을 쏘았다. 분노인지 공포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머릿속을 검게 색칠해 간다.
“어째서야. 왜 맞지 않지?”
손에 피가 날 정도로 시위를 당기며 쏜다.
맞아라. 제일 맞아라.
하지만 그녀의 간절함은 전혀 닿지 못했다.
유현은 어느새 뛰고 있었다.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눈을 빛내며 달린다. 싸늘하게 식어 있는 사냥꾼의 눈동자가 그녀를 정확히 인지했다.
거리를 좁혀 오는 그에게 랑샤셴은 활을 쏘는 걸 멈추지 않았다.
방향을 꺾어 피하려고 해도 자신에게 정확히 날아오는 화살에도 그는 놀라는 얼굴 하나 없이 날아오는 화살을 하나하나 전부 베어내고, 튕겨내고 있었다.
이윽고-.
“어째서 나를 공격한 거지?”
그녀의 바로 앞에 상처 하나 없이 도착한 유현이 그녀의 목에 검을 내밀며 물었다.
베여질 것만 같은 한기 어린 목소리에 그녀는 목울대를 떨었다. 희미한 통증이 느껴진다. 밀착된 칼날에 그녀의 피부에 상처가 났다. 흘러 떨어지는 작은 핏방울.
대답이 없는 랑샤셴을 보며 유현은 가늘게 뜬 눈으로 그녀를 관찰하다가 발견한 무언가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현은 그녀의 눈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챘다.
“그 눈… 보통 눈이 아니야. 설마 미래시(未來視)인가? 재미있는 눈을 가지고 있네.”
“그걸 어떻게…?”
유현이 자신의 눈을 알아보자 랑샤셴은 놀랐다. 이 눈에 대해 아는 건 그녀의 오빠인 랑샤오 뿐이다. 그 누구에게도 그녀가 가진 눈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랑샤오가 유현한테 미래시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리가 없다. 어딘가 가벼운 것 같은 인간이지만 그렇다고 여동생의 비밀에 대해 쉽게 나불거리는 인간은 아니었다.
유현은 그녀의 표정을 즐기듯 입가를 비틀었다.
“왜 내가 그 눈을 알고 있으니까 조금 놀라워?”
“………….”
유현이 랑샤셴의 눈을 알아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저 눈 때문에 예전에 꽤나 고생했으니까.
모험가들 중에 랑샤셴처럼 미래시를 가지고 있던 수인족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묻지. 어째서 나를 공격한 거지?”
놀란 얼굴이 그대로인 랑샤셴에게 유현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처음에는 침묵을 유지하던 그녀가 이번에는 입을 열었다.
“당신은 위험하니까요.
그녀는 어쩐지 가슴속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건 모든 걸 포기하고 내려두었기 때문이겠지. 이미 들고 있던 활은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다. 유현이 검을 바로 목 밑까지 내밀자 온몸에 힘이 풀려 그만 놓아버린 것이다.
위험하다. 진심어린 그녀의 말에 유현은 흥미를 가졌다.
미래시의 소유자니 그녀가 위험하다고 한 건 그만한 미래의 일을 본 거겠지.
“나한테서 무언가 위험한 미래라도 본 건가? 나를 죽여야 할 정도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등급이 몇이지?”
유현의 말에 랑샤셴이 힘을 내며 말했다.
“C등급…”
“C등급? 겨우 그걸로 미래를 엿본다고 자랑한 건가? 하하하.”
유현은 랑샤셴의 대답을 듣고서 낄낄 웃었다. 한 동안 계속해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