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205
미샤의 파티가 유현의 일행과 헤어지고서 5일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녀석들 괜찮을까?”
미샤의 파티원 중 하나인 케레토가 걷는 도중에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에 미샤는 걱정 말라는 것처럼 고개를 돌려 싱긋 웃었다.
“그 녀석 엄청난 놈이니까, 너무 걱정할 거 없어. 말했잖아. 네임드 몬스터를 혼자서 사냥하는 어마무시한 괴물이라고.”
“물론… 몇 번이나 듣기는 했지만 그래도…”
미샤가 활짝 웃으며 말하지만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인간인 이상 계속된 싸움에 지치는 건 당연했다. 실제로 1달 이상 미궁에 있어 본 적이 없는 케레토로서는 그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미샤의 말이 맞다면 유현이라는 남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혼자서 네임드 몬스터를 잡는 인간이니 그를 걱정하는 건 사치.
잠시지만 그에게서 느꼈던 인상은 특별했다.
어떻게 보면 특별한 게 없어 보이는 평범한 생김새였지만 그의 일행을 보면 유현이란 남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절대적인 신뢰감. 그 자리에서 케레토가 느꼈던 그런 것이었다.
케레토가 걱정하는 건 유현이 아닌 다른 이들이었다.
자신보다 몇 살은 어려 보이는 소년 소녀들이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서 엿보았던 의연하면서도 결연한 얼굴들.
그 표정들이 머릿속에 쉽게 잊혀 지지가 않는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힘을 내자고 스스로를 북돋게 된다. 가슴이 든든해진다고 해야 할까.
그들에게는 지금 상황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케레토에게 로렐라이는 고향이었다. 한 번 사라졌던 고향을 다시 잃기 싫다는 간절함이 그를 미궁으로 내몰고 있지만, 그 소년 소녀들은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는 걸까.
여기까지 오며 케레토는 그걸 몇 번이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 답을 케레토는 쉽게 내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신기합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랑 같이 힘을 합친다는 게. 처음에는 많이 이상했지만 나름 친해지고 보면 우리랑 별 다를 게 없더라고요.”
온화한 인상을 가진 네이르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네이르의 말에 든든한 갑주를 차려입은 파이잔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처음에는 조금 마음에 안 들었지만. 플레이어 녀석들 우리를 얼마나 무시했는지 알아?”
“아, 그거 뭔지 알거 같아요. 그들의 눈에는 우리가 조금 낡아 보이나 봐요.”
“하지만 결국 우리랑 비슷하게 되었지만. 하하하.”
파이잔은 미친 놈 마냥 시원스럽게 소리 내며 웃었다.
이상한 놈들 쳐다보듯이 행동하던 플레이어들도 결국 이쪽과 비슷해졌다. 짜증날 정도로 깔끔을 떨던 모습들도 많이 사라져 이젠 로렐라이의 주민과 별 다를 게 없는 모습들이었다.
한 동안 계속해서 플레이어들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때였다.
쿠우우우우웅-!
무언가 폭발하는 굉음이 미궁을 울렸다. 대기가 떨려올 정도로 굉장한 폭발음이었다.
우웅, 하고 벽과 천장이 떨려와 미샤의 파티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천장에서 무언가 돌조각 같은 것이 떨어졌다. 운이 없던 건지 케레토는 자신의 투구에 떨어진 돌덩어리에 신음하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짧은 순간 일행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지.”
발끝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미샤는 즉시 신호를 보내며 일행을 멈추게 했다.
“뭐야.. 이거.”
“마법? 누가 마법을 사용한 건가.”
“이게 마법이라고? 누군가 대마법이라도 썼다는 거야?”
일행도 미샤를 따라 잡담을 나누던 여유는 순식간에 지운 채 긴장했다.
“위험한 녀석만 아니면 좋겠는데 말이지.”
파티의 방패를 담당하는 파이잔이 즉시 방패와 검을 꺼낸 채 천천히 걸어가 미샤의 옆에 붙었다.
언제라도 미샤를 지킬 수 있도록, 언제라도 파티원을 지킬 수 있도록 파이잔은 항상 제일 앞에서 몬스터와 모험가들을 상대한다. 그걸 증명하듯 파이잔의 갑옷에는 상처가 많았다.
“…방금 그 소리 도대체 뭐였지?”
긴장한 얼굴로 미샤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의 싱긋싱긋 웃는 밝은 인상은 어디에 갔는지 날카로운 눈빛을 사방에 뿌리고 있는 리더로서의 든든한 얼굴만 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물음에 그 누구도 확신을 담아 대답한 사람은 없었다.
알 리가 없다. 애초에 미궁에서 이런 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 아쉽게도 미샤의 파티에는 마법사 또한 없었기에 방금 소리가 마법인지 아닌지 확인해 줄 사람도 없었다.
‘좋지 않아.’
미샤는 더욱 긴장감을 높였다. 안 그래도 지금 여기는 로렐라이 근처였다.
무난하게 흘러가면 좋을 것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일이 일어나면 곤란했다.
결국 방금 소리가 뭔지 결론을 내릴 수가 없어 미샤는 소리를 쫓아 움직이기로 했다. 그녀의 판단에 그 누구도 반대 의견을 내세우지 않았다.
위험하다-. 방금 그 소리는 명백히 머릿속의 경종을 알리는 소리였다.
그럼에도 모두들 침착한 자세로 미샤의 뒤를 쫓았다.
애초에 위험한 일이라는 걸 알기에 여기에 있었다.
바빠지는 숨소리만이 전부. 미샤의 파티는 무거운 침묵을 서로 유지하며 말없이 달렸다.
이윽고 제일 앞에서 달리던 미샤가 신호를 주고는 다리를 멈추었다.
무언가 발견 되었다. 그녀가 손으로 보인 신호는 그런 의미였다.
길이 꺾이는 코너에서 몸을 밀착 시킨 채 미샤가 천천히 고개를 내민다.
그러자 꽤나 깊어 보이는 골짜기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천장에 둥둥 떠다니는 미정령의 빛이 깊이 있는 골짜기 밑까지 제대로 닿지 못한 탓인지 얕은 어둠이 깔려있다.
눈에 힘을 준다. 마력을 이용해 그녀는 시력을 강화했다.
어둠 속을 헤쳐 나가듯 점점 시야가 선명해진다.
정확히 10초 후-.
“….뭐야-. 저게.”
그녀는 무심코 당황어린 목소리를 흘렸다.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을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GRRRRRRRRR!
몬스터들이 울부짖는다. 계곡 안에서 몬스터들이 고통을 호소하듯 울고 있었다.
계곡 안에 있는 건 아이언 호른이었다. 정작 보는 건 처음이지만 유현의 설명을 들었기에 미샤는 저게 무슨 몬스터인지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이언 호른들이 계곡 안에서 죽어나가고 있었다.
콰콰쾅! 콰콰쾅! 콰콰쾅!
몇 번이나 반복되는 폭발음에 절로 몸이 움찔거린다. 고막을 얼얼하게 할 정도로 그 거대한 소리는 사람의 본초적인 본능을 자극하고 있었다.
아이언 호른이 몇 번이나 반복되는 폭발에 죽어나간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튼튼한 뿔과 가죽은 폭발 앞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눈앞이 환하게 빛난다. 얕은 어둠이 깔려 있던 계곡에서 거대한 섬광이 몇 번이나 계속해서 터져 나온다. 그럴 때마다 아이언 호른이 수십 마리씩 죽어나가고 있었다.
계곡을 바라보는 미샤의 눈동자가 몇 번이나 빛나고 어두워지기를 반복한다.
입이 절로 벌어진다.
어떻게 저런 무식한 사냥 법이 있을까.
미샤는 눈앞이 무슨 상황인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아이언 호른을 계곡으로 유도해, 길목을 모두 막아버린 후 계곡 안에 가두어진 아이언 호른들을 사냥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분명 뛰어난 작전이지만 일반적인 모험가는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일반적인 모험가가 계곡을 한 번에 무너뜨릴 만한 방법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럼 저 짓을 하고 있는 건 도대체 누구일까.
도대체 누가 수천마리의 아이언 호른을 계곡에 가둔 채 저렇게 무식하게 사냥하는 걸까.
“……미샤.”
현기증마저 느껴지는 광경에 멍청이처럼 압도당하고 있을 때 파이잔이 미샤를 불렀다.
미샤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정말로 그 순간은 파이잔이 고마워졌다.
“저쪽이야. 저기를 봐.”
그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건 계곡의 끄트머리쯤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그들이 있었다.
가늘게 뜬 눈으로 유심히 지켜보던 미샤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현의 충고가 머릿속을 스친다. 그는 드워프를 조심하라고 했다.
“….드워프야. 저것들 드워프라고!”
유현의 충고가 떠올라 그녀는 그만 소리치고 말았다.
정작 드워프를 본 적이 없지만 한 눈에 알 수 있다.
마치 난쟁이들을 보는 것만 같은 체형이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저것들이 드워프라는 걸 한 번에 알 수가 있다. 보면 알 거라는 유현의 말이 사실이었다.
“뭐… 드워프? 저것들이?”
“자.. 잠시만, 정말로 드워프가 있던 거야? 녀석의 말이 사실이었어?”
“검은 강철…!”
미샤의 말에 뒤에 있던 파티원들이 잔뜩 놀란 얼굴로 고개를 내밀었다. 모두가 파이잔이 가리킨 곳을 쳐다본다. 여러 명이 한 꺼번에 코너에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무척이나 이상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드워프다.
드워프들은 현재 아이언 호른을 사냥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더니 계곡 아래로 쓰레기 버리듯 대충 휙휙 던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계곡 아래에서는 몇 번이나 폭발이 반복된다.
그들의 행동을 보고 있음에도 정작 그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이 던지고 있는 건 공 모양의 사람의 주먹 만한 물건이었다. 처음에는 마법 물품인가 싶었지만 또 그것도 아니다. 마력의 기운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이상한 냄새만이 주위에 퍼져나갈 뿐.
그 냄새마저도 일어나는 폭발을 보면 그다지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어떻게 하지.
입술을 바득 깨물며 드워프들의 행동을 지켜보던 미샤는 고민했다.
유현의 충고가 머릿속을 맴돈다.
바로 옆에 있다는 것처럼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재생이 된다.
-드워프들을 조심해라. 혹시라도 미궁에서 드워프를 만나게 되면 도망치는 걸 추천하지. 싸우는 건 정말로 어쩔 수 없다고 판단이 될 때뿐이다.
….역시 그의 말을 따르는 게 좋겠지.
여러 번 고민하던 미샤가 끝내 말한다.
“….피하자.”
“…좀 더 지켜보는 게 어때?”
“느낌이 좋지 않아. 일단 물러서서 로렐라이로 돌아가자.”
미샤는 급히 등을 돌렸다. 어쩐지 느낌이 좋지가 않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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