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210
유현이 회의 동안 한 일은 드워프에 대한 설명이었다.
미샤는 플레이어들에게 드워프에 대해 말해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녀도 드워프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이니 플레이어들에게 제대로 설명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상한 정보를 흘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결국 드워프들이 어떤 놈들인지는 직접 보는 게 좋았다. 안 그래도 녀석들이 어디서 사냥했는지 궁금했기에 유현은 녀석들이 사냥한 곳을 한 번 직접 확인해 보자고 제안했다.
유현의 의견은 별 어려움 없이 수락되었다.
애초에 그 자리에 있던 플레이어들도 어떤 식으로 아이언 호른을 학살했던 건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내일 아침에 곧 바로 조사단을 꾸려 확인하러 가게 되었다.
“그런데 유현. 드워프들이 그렇게 강해? 그 검은 강철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여관으로 돌아가는 길 도중 시노하라 료코의 물음에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지금 플레이어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존재인 건 분명했다. 애초에 오버드 웨폰의 사용자이니 직업도 없는 플레이어들이 상대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숫자가 몇이나 될까.’
녀석들을 상대하는 건 결국 유현의 일이 되었다. 두 놈까지는 한 번에 상대할 수 있어도 셋이 된다면 말이 달라진다. 한 놈을 죽이는 것도 몸에 많은 무리를 줘야 했다.
실제로 드워프 하나를 죽이고 나서 과도한 마력 소모에 팔과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았는가. 힘과 민첩, 그 두 개 전부에서 밀리니 일격에 해치우는 게 정답이었다.
“흐음. 그런데 역시, 너는 대단하네.”
옆에서 경쾌한 스텝으로 걷던 료코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는 유현을 쳐다봤다. 그대로 손을 뻗어 유현의 가슴에 손가락을 대고는 원을 그린다.
남자를 본성을 자극하는 듯한 요염한 몸짓이었지만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하는 그녀의 눈은 진지했다. 유현은 그녀의 몸짓이 단순히 자신의 감정을 지우기 위한 것임을 눈치챘다.
진지한 눈동자 너머로 보이는 건 미약한 두려움.
지금 그녀의 몸짓은 두려움을 숨기기 위한 행위에 불과했다.
이윽고 뭔가 고민하듯 말이 없던 료코가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그래서 네 생각은 어때? 우리 상황에 대해 솔직히 말해줘.”
유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희망적인 관측보다는 부정적인 게 많다.
결국 나올 말은 하나.
“최악이라고 해야겠지. 정 안되면 아예 이곳을 포기하고 도망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거야.”
“그래..?”
유현의 대답에 료코는 표정을 흐렸다.
그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아닐 것이다. 몇 번이나 상황을 파악하고서 현실을 이야기 한 거겠지.
그래서일까. 료코는 무심코 약간 두렵다는 것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로베리아에서 언제 쯤 접촉이 오는 걸까.”
“글쎄. 그건 그 누구도 알 수 없지. 원래 내가 생각했던 기간은 1달이었어.”
유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만약 무언가 일이 터지기 전에 로베리아에서 접촉이 오면 좋겠지만 현재 유현은 그렇지 않을 경우를 많이 생각하고 있었다.
“뭐… 그래도 다행이네.”
갑자기 료코는 씨익 웃었다. 뭐가, 말이지 유현이 말하기도 전이었다.
“네가 여기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료코는 얼굴에서 두렵다는 감정을 순식간에 지워버린 채 요염하게 반짝이는 눈빛과 함께 유혹하듯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어딘가로 뛰어갔다.
지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런 걸 생각하며 그녀의 뒷모습을 멋쩍은 얼굴로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음? 오빠 벌써 볼 일 끝났어요?”
품안에서 무언가 잔뜩 사들고 돌아오던 길유미가 말을 걸었다. 그러면서도 멀어져 가는 료코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유현은 멀어지는 료코에게서 시선을 떼고 길유미를 쳐다봤다.
그녀가 들고 있는 짐이 꽤나 무거워 보인다. 도대체 뭘 산걸까.
“그건 뭐야?”
유현이 묻자 길유미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이거? 당분간 여관 안에서 뒹굴거리며 먹을 것들. 다른 애들도 꽤나 좋아해.”
말하면서 그녀는 사온 것들 중 몇 개를 보여줬는데, 확실히 전에 애들이 맛있게 먹었던 것들이 잔뜩 있었다. 그 중에는 과일을 말린 게 인기가 많았다.
한 동안 쉴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은 건지 길유미의 표정이 평소보다 밝다. 얼굴만 보더라도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 빈둥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하지만 어떻게 하지. 그런 그녀의 계획은 반드시 취소 될 예정이다.
‘너무 미안한데.’
분명 며칠 간 여관 안에서 쉰다고 말 했던 건 유현이었다.
그걸 잘 알고 있기에 유현은 오늘 있었던 일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싱글벙글 웃는 얼굴을 대고 말하기에는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숨길 수도 없었다.
“미안하지만 며칠 간 쉰다고 했던 말 취소해야 할 거 같다.”
“……엉?”
어디선가 콰광! 하고 번개가 치는 듯한 효과음이 들려 온 기분이 들었다. 밝게 웃고 있던 얼굴이 그대로 돌덩어리가 되었다. 그건 마치 서서 기절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 정도로 충격이 컸던 걸까. 유현은 그녀의 품속에서 굴러 떨어진 사과 같이 생긴 과일을 줍고는 그녀의 종이 봉투에 다시 집어 넣어주었다.
유현은 축 처진 길유미를 이끌고 겨우 여관으로 돌아와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일행의 반응은 길유미와 비슷했다.
*
돌아오고 겨우 하루 만에 다시 움직인다고 하니 약간의 소란은 있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유현은 파티를 이끌고 조사단에 합류했다.
마을 입구에 조사단으로 움직이기 위해 모인 숫자는 꽤나 많았다. 그 만큼 드워프가 어떤 방법으로 아이언 호른들을 사냥했는지 모두 궁금했던 거겠지.
“최대한 빠르게 움직일 거니 모두 긴장하는 게 좋아.”
떠나기에 앞서 미샤는 힘을 주며 플레이어들에게 말했다. 그녀의 옆에 그녀의 파티원들이 가지런히 모여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길을 알고 있는 미샤가 대장이 되어 앞에서 움직이기로 했다.
모두가 모인 걸 확인하고서 미샤는 움직였다.
미샤의 뒤를 따라 긴 줄이 이어졌고, 그렇게 에이리어를 3일 만에 돌파.
미샤와 플레이어들은 큰 위험 없이 미궁으로 나와 드워프를 보았다고 하는 협곡으로 향했다. 비록 한 번 지나쳤던 길이지만 미샤는 걸어온 길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에 빠르면 반나절 안에도 충분히 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었다.
“…..생각 했던 것보다 더 가까웠군.”
협곡에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을 떠올리며 미샤는 입술을 바득 깨물었다. 아이언 호른이 학살 당한 협곡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로렐라이에 가까웠다.
그걸 다른 플레이어들도 눈치 채고는 별로 좋지 않은 표정을 했다.
어쨌든 여기에 온 목적은 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플레이어들은 각각 나뉘어 협곡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드워프들이 어디로 왔고, 어디로 갔는지 쫓는 것이다.
그리고 몇몇은 협곡을 내려다보며 아이언 호른들의 시체를 확인했다.
그 중에는 유현의 일행도 있었다. 미샤의 설명을 들어보면 드워프들은 폭탄을 쓴 듯 했으니까 그게 진짜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이건 화약 냄새일까요. 분명 떠난 지 며칠이 지났을 텐데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많이 남아 있네요.”
송가연이 코를 막으며 말했다.
협곡 아래에서 올라오는 매캐한 냄새. 지금까지 미궁에서는 맡아본 적 없는 특이한 냄새였다. 협곡의 벽에는 폭발의 흔적들이 잔뜩 남아 있었다.
아이언 호른들의 시체들도 끔찍한 상태였다.
“과연. 엄청나군요. 검은 강철이라는 분들.”
송가연의 옆에 있던 류트 또한 눈동자에 이채를 띠며 흥미롭다듯이 협곡 아래를 바라봤다.
말로만 들었던 화약 무기가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이야. 마법을 쓰는 입장에서 드워프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은 상당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 남아 있는 흔적들을 보면 마치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동시에 마법을 난사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건 소수의 드워프들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
그 사실에 오싹함을 느낀다.
유현도 협곡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관심 있게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유현.”
랑샤셴이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어쩐지 낯빛이 많이 어두운 랑샤셴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녀의 얼굴이 어둡고 그런 게 아니었다.
그녀의 눈이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회색빛을 닮은 무색으로 변해 있었다.
‘미래시?’
저건 그녀가 미래시를 사용하고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유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그녀는 입술을 달싹였다. 마치 말하는 걸 꺼리는 것처럼.
겁에 질려 있다. 평소의 단아함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잔뜩 겁에 질려 떨고 있었다.
고개를 떨구며 몸이 춥기라도 하는 건지 어깨를 껴안고는 떨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유리 파편처럼 부서져 내릴 것만 같은 그녀의 모습을 유현은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
“정신 차려.”
유현은 랑샤셴의 어깨를 붙잡으며 마력을 흘렸다. 어깨를 타고 들어오는 청아한 기운에 그제야 랑샤셴이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퍼뜩 들었다.
“……아.”
거기서 랑샤셴의 눈의 색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미래시가 끊겼다는 걸 알리듯 무색의 눈동자가 검은색으로 돌아온다. 미래시가 끊기는 동시에 랑샤셴은 유현을 응시했다.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떨기만 하던 눈동자는 머지않아 차분함을 되찾았다.
눈앞에 유현이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랑샤셴은 공포를 떨쳐 낼 수 있었다. 몸 깊숙한 곳부터 시작되던 떨림을 억누르며 랑샤셴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몇 분 후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온 랑샤셴을 보며 유현이 묻는다.
“이제 괜찮은 거야?”
“…네. 괜찮아요.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랑샤셴이 고개를 꾸벅 숙인다. 그리고는 깊게 가라앉은 얼굴을 했다.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그녀가 말한다.
“…별로 좋지 않은 미래를 보았어요. 모험가들이 로렐라이를 습격하는 그런 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