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226
가이낙스와 미궁의 악마를 쫓아 미궁에 들어온 지 몇 밤이 지났을까. 겨우 둘의 흔적을 쫓는데 성공했지만 드워프들의 상황은 그렇게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젠장…! 이건 일반 독이 아니야! 해독제가 전혀 안 먹혀!”
알레톤이 가우란의 상처를 확인하며 말했다. 시퍼렇게 변해가고 있는 가우란의 안색을 보며 주위에 있던 파우덴과 차데반은 입술을 바득 깨물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알레톤이 계속해서 해독제를 가우란의 입 안에 흘려 넣어보지만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기운이 몸 넓게 퍼지고 있는지 가우란의 안색은 새파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런 드워프들의 모습에 동굴 구석에 처박혀 있던 고블린이 말했다.
“…키..키릭, 그건 저주다! 내 동료가 가지고 있던 단검 때문에…”
“그걸 왜 미궁의 악마가 가지고 있던 거지!?”
알레톤이 소리친다. 그 고성에 압도당해 입을 열었던 고블린은 뒷걸음쳤다. 등에 동굴의 벽이 닿고 나서야 고블린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그게 녀석이 내 동료를 죽였으니까. 녀석이 죽이고서 사용한 게 아닐까..”
그 말에 알레톤은 더 이상 고블린을 꾸짖지 못했다.
죽은 동료의 물건을 사용하는 적한테 사냥 당하고 있는 게 어떤 기분인지…
그건 지금 여기에 있는 드워프들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들은 죽은 동료의 물건을 사용하는 적한테 사냥당하고 있었다.
고블린의 말에 드워프들 사이의 분위기가 더욱 어둡게 변했다.
“…그 건틀릿. 분명 가이낙스의 것이었네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것은 가우란이었다.
“가..가우란! 괜찮은 건가!?”
독에 중독되어 정신을 잃었던 가우란이 눈을 뜨자 모두들 안색이 조금 나아졌다.
가우란은 누운 상태 그대로 눈만 움직여 동료를 살폈다. 독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하지만 그나마 입은 움직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입안이 찢어질 것처럼 건조했지만 가우란은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 알렸다.
“이 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걸세. 다행히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독한 녀석은 아니였으니까. 몇 시간이면 자연스럽게 해독이 될 거야. 다만 몸이 마비되는 건 어떻게 할 수 없는 거 같군.”
“그..그런가? 어쨌든 괜찮다고 하니 다행이군.”
가우란이 스스로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말하자 드워프들은 겨우 안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상황은 암울했다.
미궁의 악마가 그들을 쫓고 있다. 이렇게 도망친 것도 천운이라고 해야 했다.
밤이 찾아오는 시간에 수많은 갈림길이 나와 준 덕분에 악마를 따돌릴 수 있었다.
아무리 악마라도 어둠 속을 뚫고 추적을 계속하는 건 불가능할 터.
드워프들은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독에 중독되어 싸울 수 없는 몸이지만 가우란 또한 그렇게 믿고 있었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미궁의 악마 놈이 가이낙스의 무기를 쓰고 있다는 걸세.”
가우란은 미궁의 악마와 교전하면서 보았던 그의 오른팔을 생각하며 말했다. 녀석이 오른팔에 착용하고 있던 건틀릿은 분명 가이낙스의 오버드 웨폰이었다.
“그럼 역시… 가이낙스는?”
확신이 담긴 가우란의 말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드워프들은 표정을 흐렸다.
싫은 상상이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가우란은 눈을 질끈 감으며 입에 담기 싫은 사실을 토해냈다.
“미궁의 악마에게 살해당했다는 거겠지. 가이낙스가 설마 목숨을 구걸하며 자기의 무기를 내놓을 리는 없지 않은가?”
가우란의 말을 부정하는 드워프들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렇지만 녀석이 가이낙스의 오버드 웨폰을 어떻게 쓰고 있는 거지?”
설령 나쁜 쪽으로 생각해 가이낙스가 오버드 웨폰을 넘겼다고 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건 가이낙스 뿐이었다. 오버드 웨폰의 중요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핵이 사용자를 가리기 때문이다.
오버드 웨폰은 정해진 사용자가 아니면 쓸 수 없는 무기였다.
악마가 빼앗는다고 하더라도 손쉽게 쓸 수 있는 무기가 아니라는 소리다.
“그건…”
가우란은 물음에 답할 수가 없었다. 그건 가우란도 의문이었으니까.
길게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알레톤이 말한다.
“…마핵을 바꾼 게 아닐까?”
“마핵을 바꾸었다고? 어떻게? 마핵은 우리 검은 강철들만 만들 수 있는 물건이야. 인간 따위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벼운 물건이 아니라고.”
“만약 녀석이 정말로 블랙핸드랑 연관이 되어 있다면?”
“………!”
블랙핸드는 오버드 웨폰의 중추인 마핵을 만든 드워프였다. 사실상 오버드 웨폰의 기본 설계에서 절반을 혼자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녀석은 블랙핸드의 표식을 사용하고 있다. 애초에 처음부터 연관이 되어 있었음을 알리고 있었는데 드워프들은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 블랙핸드가 관련이 되어 있을 존재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면 가능하겠군…”
잠시 고민하던 가우란이 신음하며 알레톤의 말에 동의했다.
블랙핸드. 어째서 그 존재가 여기까지 와서 문제를 일으키는 걸까.
그리고 동시에 미궁의 악마가 블랙핸드와 관련이 되어 있다고 하니 드워프들은 더더욱 녀석을 이길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가슴 한쪽으로 두려움마저 들었다.
블랙핸드란 별명을 가진 드워프는 그만큼이나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경외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가 무슨 짓을 했던 간에 그가 이루어낸 업적들은 지울 수가 없다.
오히려 그가 남기고 간 업적에 검은 강철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단순히 손재주 좋다고 불리던 종족에게 새로운 힘을 꿈 꿀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훌륭한 무기를 만들어도 훌륭한 전사는 될 수가 없다.
그것이 드워프들이었다. 언제나 그들은 자신들을 위한 무기가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한 무기를 만들어 왔다. 그런 의미에서 검은 강철이 이루어낸 건 혁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타락을 알았을 때 많은 드워프들이 슬퍼했다.
‘미궁의 악마… 넌 도대체 어디서 나온 녀석이냐.’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간의 등장에 알레톤은 모든 것이 두려워졌다.
미궁의 악마는 강했다.
녀석은 여러 명에서 달려드는 드워프들을 어렵지 않게 제압했다.
오히려 이쪽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처음에 드워프들은 미궁의 악마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일대일로 싸우게 될 경우 누가 이길지 점치기 어려웠지만 둘 이상부터는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다.
4명이 합공을 한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궁의 악마가 가이낙스의 오버드 웨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후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길 수 없다.
단순히 힘 하나 쌔진 걸로 녀석의 움직임은 모든 것이 바뀌었다.
미궁의 악마는 검은 강철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압도적인 전투 능력이 무엇인지.
무기의 힘에 크게 의존해 왔던 검은 강철에게는 미궁의 악마는 상극이나 다름없었다.
블랙핸드와 미궁의 악마를 연관하자니 분위기는 더욱 어두워진다. 마치 접근해서는 안되는 존재에 접근해 버리고만 듯한 그러한 생각이 들 때였다.
-삐이이이이이.
갑자기 목덜미의 뼈를 울리는 듯한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이 소리의 정체는 하나다. 결계에 누군가 침입했을 때 나는 소리였다.
“…누..누가 결계 안에 들어왔다! 이..이건 미궁의 악마가 분명하다! 키릭! 빨리 도망쳐야 한다!”
미궁의 악마에게서 살아남은 고블린 마법사가 소리친다. 힘줄이 잘려 지팡이 하나 못 들게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마법은 쓸 수 있었다. 겁에 질린 그 모습은 정말로 꼴사나울 정도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런 고블린 마법사를 눈살 찌푸리며 볼 수가 없었다.
고블린 마법사의 경고에 드워프들은 새파랗게 지린 얼굴로 무기를 들었다. 녀석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건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도망쳐야했다.
‘어떻게 녀석은 이런 밤 중에도 움직일 수 있는 거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의문을 푸는 건 살고 나서다.
드워프들은 빠르게 떠날 준비를 했다. 고블린들은 이미 도망친 지 오래였다.
“나는 버리고 가게.”
아직 몸의 마비가 풀리지 않은 가우란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우란의 얼굴은 마치 이미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것처럼 하염없는 얼굴이었다.
“지..지금 자네를 버리고 가라는 건가?”
알레톤이 묻자 가우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고개를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은 되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다리 한쪽 드는 것도 힘들다.
“나를 데리고 가면 악마에게 반드시 따라잡힐 걸세. 그러니 자네들이라도 도망치게.”
“……….”
가우란의 분위기에 알레톤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뒤에 있던 파우덴과 차데반도 그저 굳은 얼굴만 한 채 등을 돌렸다.
이렇게 시간을 질질 끌어봤자 바뀌는 건 없다. 가우란이 원하는 대로 살아서 도망치는 게 그를 편하게 해주는 일이었다.
알레톤은 입술을 바득 깨물며 가우란의 손을 한 번 꼬옥 쥐고는 등을 돌렸다.
동료들이 모두 떠나고 얼마나 지났을까.
발소리가 들려왔다.
동굴 안에 망설임 없이 들어온 그건 가우란을 발견하기 까지 몇 초도 안 걸렸다.
“모두 도망친 건가.”
그 물음에 가우란은 대답이 없었다.
“뭐, 어차피 상관없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지 태평한 목소리로 가우란의 옆에 앉았다.
가우란은 힐끗 자신의 근처에 앉은 유현을 쳐다봤다.
“자네는 블랙 핸드랑 무슨 관계 인건가?”
“딱히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군. 그러면 가이낙스의 오버드 웨폰은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가이낙스라는 이름은 처음 듣지만, 누군지는 대충 짐작은 되기에 유현은 오른팔에 끼고 있는 강철 건틀릿을 쳐다봤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유현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기에 운이 좋았다고만 말했다.
가우란은 그런 유현의 대답을 전혀 믿지 않다는 것처럼 코웃음 칠 뿐이었지만.
유현은 가우란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든 간에 자신의 능력치 변화만을 확인했다.
이 모든 건 유현에게 있어 능력의 힘을 시험하는 단계일 뿐이었다. 드워프들은 운이 좋았던 게 아니다. 유현이 그렇게 도망갈 수 있도록 방치하고 있었을 뿐.
유현은 〈빛과 어둠〉을 통해 상승하는 능력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흐음. 능력치의 상승폭은 이정도인가. 확실히 강하면 강할수록 능력치가 많이 상승하는 건가.”
종족의 차이보다는 역시 상대의 강함에 따라 달라지는 거겠지.
확실히 드워프들이 공포를 느꼈을 때 올라가는 수치는 고블린들 보다는 상승폭이 컸다. 실험할 만한 가치는 있었다.
강한 힘을 가진 자가 두려움을 품을수록 힘의 상승폭은 커진다.
아마,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유현이 무엇을 보고 있는 건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가우란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는 결국 모든 걸 잃게 될 걸세. 자네의 던전을 포함한 모든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