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225
“현재 상황은?”
“빈 말로도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아무래도 로렐라이의 위치를 안 거 같으니까. 조금 길을 헤매는 느낌은 있지만 차근차근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어.”
레날드의 대답에 랑샤오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나 태연한 얼굴을 하던 그도 지금 상황은 별로 좋지 않게 여기고 있는 건지 얼굴에 긴 그늘이 지고 있었다.
레베카라 불리는 여성 플레이어에게서 소식을 듣고서 랑샤오는 곧 바로 다른 그룹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지만 미궁에서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이상 일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사실 이렇게 레날드의 그룹을 발견한 것도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랑샤오가 발견해서 연락을 취한 것보다는 레날드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었다. 레날드 그룹에 속해 있던 유현의 파티원이 랑샤오의 접근을 알아챈 것이다.
눈앞에서 푸른빛의 작은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얼마나 놀랐는가.
처음에는 몬스터인가 싶었지만, 적의는 없었기에 굳이 공격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그 선택은 옳았다. 만약 공격했음녀 골치아프게 되었을 것이다.
‘정령이라고 했나.’
랑샤오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의 차가운 인상을 지닌 소녀의 어깨에 앉아 있는 정령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정령은 주인과 비슷하게 생겼다. 소녀가 어려지면 저렇게 생기지 않을까, 싶은 그런 생김새.
정령을 다루는 저 소녀가 누군지는 당연히 알고 있다. 던전으로 돌아올 때 며칠 밤을 함께 하기도 했으니 몇 번 대화 정도는 나누어 봤다. 아쉽게도 긴 대화는 나눌 수 없었지만.
그녀는 그다지 사람과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가벼운 주제로 시작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지만 길게 이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덕분에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이름 정도만 알아낸 정도였다.
어쨌든-.
“이름을 편하게 불러도 괜찮겠지?”
한 동안 송가연을 쳐다보고 있던 랑샤오가 조심스레 접근했다. 지금 상황에서 그녀가 가진 힘은 무척이나 도움이 된다. 실제로 지금 레날드가 통보한 이야기도 그녀의 것 아닌가.
랑샤오의 말에 송가연은 차가운 얼굴 그대로 반응했다.
“네. 가볍게 부르셔도 괜찮습니다. 랑샤오 씨는 랑샤셴 언니의 오빠이기도 하니까요.”
그 말에 랑샤오는 힘이 들어가던 뺨이 천천히 느슨해지는 걸 느꼈다.
“좋아. 그러면 가연 양이 직접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겠어?”
레날드의 말로는 부족하다. 직접 상황을 조사한 사람에게서 직접 듣는 게 편했다.
레날드고 그걸 아는지 품속에서 지도를 꺼내고는 송가연에게 넘겼다.
시노하라 료코, 그 여자가 만들었을 지도를 송가연은 조심스레 받고는 펼쳤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이미 한 번 이야기를 들었을 레날드도 귀를 기울였다.
송가연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녀의 손가락이 제일 먼저 가리킨 곳은 고블린들이 캠프를 꾸리고 있던 협곡이었다.
“현재 모험가들의 움직임은 이렇게 됩니다.”
그녀의 손가락이 선을 그리듯 움직인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리는 선이 모험가들의 동선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로렐라이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건 즉 모험가들이 로렐라이에 거의 다 접근해 와 있다는 것.
“…..다행히 적들은 로렐라이의 정확한 위치를 아는 것 같지는 않아요. 아마 거기에 잡혀 있는 분도 길을 정확하게 외우고 있는 건 아닐 테니까요. 의도적인 건지 아니면 정말로 모르는 건지 시간이 적당히 벌릴 정도로 길을 헤매고 있어요.”
미궁은 넓다.
몇 번을 돌아다녀도 익지 않은 길을 한 번 지나친 걸로 전부 기억하는 건 힘들다.
특히 굳이 길을 외우고자하는 노력도 안했을 테니 로렐라이로 돌아가는 길을 정확히 알고 있던 것도 아닐 것이다. 아마 기억을 최대한으로 짜내서 더듬더듬 나아가는 거겠지.
그 사실이 그나마 시간을 벌어주고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급박한 상황인 건 변함이 없군.”
한 번 들었지만 변함이 없는 현실에 레날드는 무거운 얼굴을 했다. 그의 중얼거림에 다른 사람들도 레날드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도를 통해 모험가들의 움직임을 설명하던 송가연도 나직이 한숨을 쉬고는 말한다.
“네. 레날드 씨의 말대로 저희는 시간이 없어요.”
잔인할 정도로 현실을 꿰뚫는 그녀의 차가운 한 마디에 랑샤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예상 도착 시간은 얼마나 될 거 같아?”
잡혀 있는 플레이어가 길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고는 있지만 방향은 맞았다.
방향만 알고 있어도 로렐라이를 발견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늦어도 이틀. 빠르면 오늘 안에 도착하겠죠. 애초에 협곡이랑 로렐라이 사이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았으니까요. 대충 방향만 알아도 발견되는 건 순식간이에요.”
“그건 즉 다른 그룹이랑 연락할 시간도 없다는 거겠군.”
“그렇게 되겠죠.”
며칠 정도 시간을 더 투자하면 모든 플레이어 그룹을 모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늦는다. 그 때면 이미 모험가들은 던전을 헤집고 다닌다.
“그렇다고 무작정 우리끼리만 가겠다는 생각은 아니겠지?”
주위로 흘러 다니는 분위기에 랑샤오는 반대하듯 말했다. 팔짱을 끼며 그건 절대 사양이라듯이. 그가 가지고 있는 〈초감각〉은 지금 상황을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지금의 선택이 위험하다는 거였다.
그리고 굳이 능력이 아니더라도 위험하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로렐라이가 공격당하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어요.”
“정작 우리가 전부 죽을지도 모르는데?”
“로렐라이에 있는 게이트웨이가 파괴 되도 결과는 똑같아지겠죠. 정작 로베리아와 접촉을 해도 게이트웨이가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젠장.”
송가연의 말에 랑샤오는 말문이 막힌 듯 욕설을 내뱉었다.
게이트웨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지겹도록 들었다.
거주민을 왜 우리들이 지켜야 한다는, 플레이어들의 논리를 깨부술 수 있었던 제일 첫 번 째 이야기 아닌가.
모든 플레이어들이 자기와는 관계없는 거주민들을 위해 목숨을 걸 정도로 선한 인간들이 아니었다. 누구나 그렇듯 자기의 목숨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
이 싸움에 목숨을 걸고 있는 건 그럴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게이트웨이가 있다.
모험가들에게 게이트웨이가 파괴되면 수백 명의 플레이어가 미궁의 미아가 되어버린다. 수백 명이 미궁 안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몬스터들과 싸우는 건 문제가 안 되도 식량이 문제다.
그렇다고 7계층에 있다고 하는 로베리아까지 수백 명에서 내려갈 수도 없다.
만약 로베리아로 직접 내려가야 한다는 게 현실이 되어버린다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계층이 깊어질수록 몬스터는 강력해진다.
다음 계층에 있는 몬스터들도 얼마나 상대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잡히는데 4계층을 넘어 5계층, 6계층, 7계층은 공포 그 자체였다. 로베리아에서 올라오는 병력이 아무리 강력해도 밤마다 몬스터들의 습격에서 수백 명을 무사히 지켜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랑샤셴 언니가 봤던 미래는 틀리지 않고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거기서 갑자기 송가연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랑샤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힐끗 레날드를 쳐다본다. 지금 말의 의미가 뭔지 그는 눈치 챘을까. 다행히 그는 다른 것에 생각이 잡혀 있는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 사실에 작게 안도하며 랑샤오는 말한다.
“…하.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고 당하고 있던 것보다는 낫겠지.”
모험가들에게 던전을 공격당하더라도 가만히 있다가 당하던 것보다는 낫다. 그런 점에서 랑샤오는 생각한다. 자신의 여동생이 본 것처럼 무력하게 당하지는 않을 거라고.
랑샤오의 중얼거림에 레날드가 정신을 차리고는 묻는다.
“그럼 의견은 결정된 건가?”
“답이 그거 밖에 없다고 하잖아. 그러면 해야겠지.”
*
꽤나 오랜 시간을 걸었다고 생각한다. 수백명의 고블린이 한꺼번에 움직이니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도 그 소리가 미궁을 울린다. 벌써 이런 움직임이 수시간.
그런데 그 결과가 이런 것인가, 하며 길드장은 눈앞에 나타난 막다른 길을 보고는 눈을 좁혔다. 짜증과 살기가 길드장의 눈동자에 복잡하게 얽히고 있었다.
정말로 미치겠군.
“한 가지 물어보지, 인간. 이쪽 길이 맞긴 맞는 거냐?”
“자..잘못했습니다!”
길드장의 물음에 여성은 곧 바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행동에 길드장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 쯤 되면 길드장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죽일까, 말까.
무심코 손끝에 힘이 들어간다. 마력을 담아 주먹을 휘두르는 것으로도 눈앞에 빌고 있는 여자의 머리를 수박 깨듯 박살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볍게 생각만 했을 뿐인데 살기가 흘러나온 건지 여성이 기겁을 했다.
“거..거의 다 왔어요! 정말로 거의 다 도착했으니까…!”
다리에 붙어 간절히 빌고 있는 여자를 싸늘하게 쳐다보던 길드장은 작게 혀를 찼다.
여기까지 왔는데 중간에 내치는 것도 아깝기는 했다.
여자의 뒤를 따르면서 자신이 속은 게 아닐까, 여러 번 의심도 들었지만 이걸 보면 생각이 또 달라진다.
이 여자는 정말로 모르는 것 뿐이다.
그런데도 알고 있다고 뻔뻔하게 말했던 그 모습이 아직까지도 어이가 없지만.
길드장은 아직도 다리에 붙어서 빌고 있는 여자를 쳐냈다. 그러자, 비명과 함께 바닥을 굴렀지만 여자는 분노보단 간절한 얼굴로 길드장을 올려다봤다.
“알겠으니까, 일어나. 하지만 만약 한 번만 더 길을 틀리면 그 자리에서 네 년을 찢어 죽일 줄 알아. 다음에도 지금처럼 막다른 길이 나타나면….”
“네!”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여자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곧 바로 몸을 틀어 길을 찾는다.
솔직히 말해서 별로 믿음직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
살아야해, 살아야해, 이런 걸 계속 중얼거리며 핏발 선 두 눈을 하고 있는 모습은 흉측하기 까지 했다.
그럼에도 저런 미친 여자를 믿어보고 있는 건 그 만큼 던전을 찾는 게 많은 시간과 귀찮음을 요구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었다.
수백명의 고블린들이 다시 여자의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길이 맞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