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233
류트의 말에 유현은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휘관끼리 주고받던 사역마라는 건…
잠시 말이 없던 유현이지만 생각을 정리하고는 류트에게 물었다.
“그 사역마가 너한테 연락이 왔다는 건 로베리아 병사가 근처에 왔다는 건가?”
유현이 묻자 류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 거 같습니다. 제가 남긴 표식을 발견하고서 사역마를 보내온 거죠. 사역마가 전해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던전에 진입하는데 성공한 듯 싶습니다.”
“뭐? 로베리아에서 병사가 왔다고? 드디어?”
그제야 지금 상황을 이해했는지 일행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드디어 기다렸던 순간이 왔다. 로베리아에서 접촉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던가.
류트의 말에 남궁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것처럼 신난 얼굴로 류트를 쳐다봤다.
“그러면 이 지긋지긋한 상황도 끝이라는 거야?”
“아마도요?”
애매한 대답이었지만 류트는 웃는 얼굴이었다.
“사역마에 담긴 정보를 들어보니 아란스 대장이 직접 움직인 듯 싶습니다. 그가 왔으니 이제 걱정은 한숨 덜었다고 할 수 있죠. 게다가 요정도 함께 있는 거 같으니까요.”
요정이 함께 있다는 건 로렐라이의 게이트웨이를 활성화 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던전의 기능도 원상 복귀 할 수 있었다.
다행히 로베리아는 로렐라이의 상황을 어느 정도 분석했나보다. 요정이 왔다는 건 요정 로렐라이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걸 눈치챘다는 것이다.
모두가 기다렸던 일이 이제 멀지 않았다.
“그러면 한 가지 물어보는 건데 아란스, 그 남자는 마스터 클래스인가?”
“네?”
유현의 물음에 류트가 문득 멈칫한다. 유현의 입 밖으로 나온 마스터 클래스란 단어 때문이었다. 갑자기 그런 걸 왜 묻는 걸까. 의아한 생각이 조금 있지만-.
류트는 씨익 웃었다.
“예. 아란스 대장은 마스터 클래스입니다. 적어도 고블린들 중에서 아란스 대장과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존재는 없다고 할 수 있겠죠.”
“흐음. 그러면 좋겠는데.”
아란스에 대해 이야기해도 어딘가 걱정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자 류트는 유현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스터 클래스가 무엇인지 그는 잘 알고 있는 듯한데…
유현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 걸까.
그에게서 느낄 수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류트의 마음을 꿰뚫었다.
“….무언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혼자서 그룹을 박살내고 안드레센을 죽였던 고블린도 마스터 클래스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류트는 멈칫했다.
“그 고블린이 마스터 클래스라고요? 그게 사실입니까?”
“아아, 확실해. 게다가 녀석은 저번에 있었던 던전 공략 실패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아란스를 쫓고 있던 것 같아.”
“맙소사. 아니, 마스터 클래스나 되는 고블린이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
마스터 클래스라면 모험가들 사이에서도 최상위에 이르는 실력자다. 그런 실력자가 이런 변방의 미궁에 머물고 있다는 건 류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둘 사이에서 오고 가는 이야기를 다른 일행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스터 클래스, 이 단어가 무언가 중요한 걸 의미하고 있다는 것만 지레짐작 할 뿐.
끝내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랑샤셴이 조심스레 물었다.
“마스터 클래스라는 게 정확히 뭔가요?”
유현은 힐끗 주위를 둘러봤다. 랑샤셴 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도 궁금한 모양새였다.
마스터 클래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고민하는 유현을 대신해 류트가 나섰다.
“마력을 어느 정도 다를 수 있는지 그 수준을 등급으로 나눈 것인데요, 총 네 개의 등급이 있습니다. 유저, 익스퍼트,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 이렇게 나뉘죠.”
말하면서 류트는 남궁민과 길유미를 가리켰다.
“남궁민과 길유미 씨 같은 경우는 제일 하위 단계인 유저 클래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력을 통한 신체 강화, 즉 강화계를 어느 정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으음… 그럼 나랑 이 녀석은 제일 낮은 등급이네?”
남궁민이 실망한 듯 표정을 흐리자 류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일 낮은 등급이지만 너무 실망하실 거 없습니다. 여러 분들은 상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다음 단계인 익스퍼트는 모험가들 중에서도 상위 10%에 이르는 강자들이니까요.”
“…그러면 마스터는 상위 몇 퍼센트 정도 되는 거야?”
“마스터는….”
류트는 말끝을 흐렸다. 마스터 클래스가 몇이나 되는지는 류트도 잘 알 수 없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엄청나게 적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만큼 그들은 강하다.
익스퍼트 까지는 어떻게 노력으로 올라갈 수 있어도 마스터부터는 재능의 단계였다.
류트가 대답을 못하자 길유미는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그 고블린이 엄청 쌔다는 거지?”
“…유현 씨의 말이 사실이면 그렇게 되겠죠.”
종족들 중에서도 신체 능력이 제일 좋지 않다고 하지만 마스터 클래스라면 다르다. 그러한 불리함도 극복한 존재가 마스터 클래스였다.
“그러면 아란스 그 사람은 어때?”
“아란스 대장도 엄청나게 강합니다.”
“흐음.”
흔들림 없는 류트의 얼굴에 길유미는 피식 웃었다.
“그러면 된 거잖아? 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고블린에게 질 거 같아?”
그녀의 물음에 류트는 눈을 몇 번 깜박이고는 웃음을 흘렸다.
“아니요. 절대로 질 것 같지는 않군요. 비록 마스터 끼리 싸운 걸 본적은 없지만.”
애초에 바보 같은 고민이었다. 아란스 그 남자가 누군가한테 진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강철보다도 더 강철 같이 단단한 남자다. 무엇을 만나든 깨부술.
*
바닥에 고블린들의 시체가 넘쳐흐른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들의 시체도 드문드문 보이고 있었다. 흔적을 따라 움직이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길드장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숲속을 걸어 다니면서 길드장은 어쩐지 생각지 못한 걸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흥미롭군.”
많은 모험가들이 죽었지만 그는 분노 보다는 흥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인간들의 시체는 그다지 관심이 안 간다. 길드장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고블린들의 시체였다. 그들의 몸에 새겨져 있는 상흔들을 길드장은 한 동안 유심히 관찰했다.
상처들의 흔적을 볼 때 일단 상대는 검을 사용하는 검사였다. 게다가 이 주변에 있는 모든 고블린을 죽인 건, 이 흔적을 남긴 검사 혼자다.
보아하니 전투라고 할 것도 없었다. 일방적인 학살이다.
“익스퍼트… 수준은 절대 아니군.”
검기의 흔적들만 보더라도 상대의 수준이 짐작이 된다.
깨끗하게 잘려 있는 고블린들의 몸뚱이들을 보고 있자니 길드장은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이렇게 수준 높은 검기를 구사하는 존재를 발견한 건 도대체 얼마 만일까.
잘 만들어진 경갑과 튼실하게 잘 훈련된 몸뚱아리의 근육과 뼈를 일검에 절단할 정도의 실력.
모험가에서 은퇴한 후로 적어도 수년간 이 정도 수준의 검사를 본 적이 없었다. 그 정도로 헤이라 모험가들의 실력이 낮은 탓도 있겠지만, 주요 미궁 도시에 가도 이럴 것이다.
바닥에 넘쳐흐르는 핏물을 밟으며 길드장은 팔짱을 끼고는 생각에 잠겼다.
“그 인간인가?”
저번 던전 토벌을 실패하게 만든 원흉. 클랜장들이 말했던 마스터 클래스의 인간.
하지만 그런 인간은 지금 던전에 없다고 들었었는데.
만약 있었다면 던전을 공략하는 게 이렇게 쉬웠을 리가 없다.
‘정보가 틀렸나? 아니, 그건 아닐 테고.’
여러 인간들을 붙잡아 심문을 계속해본 결과 이 던전의 상황이 어떤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요정이 살해당했다. 그것도 미궁에서 침입해온 몬스터에게 요정이 살해당한 것이다. 겨우 라비락들에게 눈에 팔린 사이에 겨우 늑대 따위에게 던전은 절벽 끝까지 내몰렸다.
웃긴 이야기였다. 도대체 얼마나 한심한 던전이면 몬스터에게 휘둘리다가 요정이 죽는 걸까.
길드장은 요정을 비웃었다.
그러면서도 가슴 한쪽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다.
이런 던전의 요정에게 헤이라 모험가들은 엉망진창으로 당한 것이다.
길드장은 죽은 고블린들을 따라 계속해서 움직였다.
인간들을 쫓다가 도리어 당한 것인지 앞으로 나아갈수록 시체의 수는 늘어만 갔다.
“여기가 끝인가?”
길드장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고블린의 마지막 시체가 있는 곳이었다. 여기를 끝으로 더 이상 고블린들의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인간들의 발자국만 보일 뿐.
고개를 들자 인간들의 발자국이 가지런히 찍혀 있는 게 보였다.
“흐음. 숫자는 겨우 일곱인가. 그런데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니.”
자신들에게 맡겨달라면서 크게 소리치고 움직이던 놈들은 전부 죽어 있으니 누구를 꾸짖을 수도 없었다. 그래도 나름 명성 좀 떨치던 클랜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실제로 익스퍼트에 근접해 있던 모험가들이 몇 있었다. 클랜장은 익스퍼트에 이르는 모험가였고. 하지만 모두 죽었다. 지금 길드장 발밑에 굴러다니는 고블린의 시체가 클랜장이었다.
이걸로 이 클랜은 완전히 끝났다고 해도 좋겠지.
클랜 하나가 줄었다, 그 사실에 한숨을 쉬면서 길드장은 손바닥을 넓게 펼쳤다.
손바닥 위로 마력이 응집되더니, 응집된 마력은 점점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밝은 빛깔을 흘리며 길쭉한 형태를 이루던 그건 갑자기 투박하게 생긴 단검으로 바뀌었다.
그걸 손에 쥐고서 길드장은 발자국들을 따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