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248
“유현님도 클랜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떻습니까? 저희가 지원하겠습니다.”
여관 주인장의 제안에 유현은 풀려있던 표정에 힘을 주었다. 지금 한 마디로 슬며시 올라오고 있던 술기운이 한 번에 훅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갑자기 이런 제안이 나오니 당혹스러움보다는 의문만이 먼저 앞섰다.
“지원하겠다는 건 정확히 무슨 소리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클랜을 창설하신다면 저희가 지원을 해드리겠습니다.”
“그것은 곧 다른 길드에게 주지 않는 혜택을 저에게만 주겠다는 겁니까?”
여관 주인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혜택이라 하면 무엇이 있는 걸까. 그것보다 이런 걸 제안하는 이유가 뭐지.
단순히 호의를 가지고 있다고 이런 제안을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요정은 플레이어들과의 관계에서 형평성을 지켜야 한다. 한 쪽 플레이어에게만 노골적으로 혜택을 준다면 그건 곧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관계가 분열됨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형평성을 지켜야 했다.
….하지만 남의 시선이 닿지 않는 거라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든지 공짜는 없다.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게 있어야 한다.
유현은 차가운 얼굴로 여관 주인장을 쳐다봤다. 지금 여기선 그 동안 쌓은 관계는 의미가 없다. 철저하게 비즈니스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여관 주인은 바뀐 유현의 얼굴을 보며 마른 미소를 지었다.
“유현님이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클랜이란 건 일종에 제약이면서도 허락입니다. 단체로서 일정 숫자가 그룹을 이루는 걸 허락하지만, 그 만큼 그들은 성과와 행동을 확인 받아야 하죠. 사실 클랜은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유지하는 게 문제인 일이죠.“
클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마다 성과를 보여줘야 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그 동안 무엇을 했는지 보고서도 작성해야 했다. 이를 통해 요정은 클랜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것은 플레이어들이 집단을 이루며 반란을 일으키는 걸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시스템의 힘이 있는 이상 클랜은 자신들의 행동을 숨길 수가 없다.
“만약 유현님이 클랜을 만들 경우 이런 제약에서 전부 벗어나게 해드리겠습니다.”
“그건 조금 흥미로운 조건이군요.”
한 마디로 말하면 여러 제약이 있는 다른 클랜들과 달리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소리다.
엄청난 제안이다. 하지만 달콤한 유혹일수록 유현의 가슴은 싸늘하게 변했다.
유현은 이런 것에 혹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여관 주인도 그런 유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관 주인은 두 번 째 조건을 말하기로 했다.
“클랜 유지에 대한 비용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소모품들은 물론이고 장비들도요. 신규 클랜원을 받게 될 경우 문제없이 장비를 맞출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많은 돈이 들게 될 겁니다.”
여관 주인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원정군을 운영하는 비용에 비하면 많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단순히 원정군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돈이 든다. 어중간한 일 같은 것들은 자유 원정대에게 의뢰로 맡기는 것이 더 나을 정도였다.
활동의 제약도 없애주고, 돈도 지원해준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곧 바로 수락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유현이 묻는다.
“그러면 제가 지금 제안을 받으면 반대로 제가 줘야 할 건 무엇입니까?”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최고의 클랜을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최고의 클랜말입니까?”
“제일 인원수가 많고, 제일 힘이 강하며, 제일 큰 업적을 세운 집단을 말합니다.”
“쉬운 일은 아니군요.”
유현의 말에 여관 주인은 허허, 웃었다.
“유현님이라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되는데요. 이미 무력과 업적을 가지고 있으니 남은 건 최대 인원입니다. 유현님이라면 클랜 등급을 올리는데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클랜을 만든다고 해도 클랜 인원수는 제한이 있다.
하지만 클랜의 등급을 올리게 될 경우 클랜 인원 수 제한을 늘릴 수가 있게 된다.
“그래서 제가 최고의 클랜을 만들게 되면 여관 주인장이 얻는 이점이 뭐가 되는 겁니까?”
“최고의 클랜과의 우호 관계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여관 주인장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관 주인장의 제안은 어떠셨습니까?”
방에 돌아오니 피곤하다고 했으면서 아직 자지 않은 류트의 모습이 보였다. 창가 근처에 등을 기대며 서있는 그의 얼굴에 달빛이 스며들고 있다. 눈빛은 음흉하게 웃고 있다.
과연 무슨 대답을 했을지 기대한다는 것처럼.
코고는 소리가 돌려와 힐끗 고개를 돌리니 태평하게 잠을 자고 있는 남궁민이 눈에 들어왔다. 술 냄새가 난다. 아마 내일 아침에는 꽤나 고생 좀 할 것이다.
유현은 다시 류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깔끔하게 거절했어. 아직 클랜을 만들 생각도 없고, 조금 찝찝하거든.”
“찝찝하다라… 여관 주인장이 제시한 것들이 그다지 나쁜 조건은 아니었을 텐데요.”
“여관 주인장이 무슨 조건을 내걸었는지는 알고 있어?”
“네. 이미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유현보다 먼저 들었으니까요.”
“솔직해서 좋네.”
류트는 숨김없이 대답했다. 그런 류트의 태도가 싫진 않았기에 유현은 피식 웃었다.
아마, 여관 주인장은 류트와 몇 가지 상담을 했을 것이다.
정확히 무슨 내용을 나누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관 주인장이 제시했던 조건들 중 류트의 말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겠지. 그런 점에서 여관 주인과 류트는 공범인 건가.
유현은 류트의 옆에 있는 창문을 열고는 말했다.
“나는 대규모 인원을 몰고 다닐 생각은 없어. 그래서 거절했지.”
“…역시 그럴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몇 번이나 이걸 끼면 안 된다고 했지만 결국 말했나 보군요. 최대 인원을 갖추어야 한다, 여관 주인은 그걸 말했죠?”
“그렇지. 하지만 그가 그런 조건을 갖추는 것도 이해가 돼. 애초에 그러지 않으면 그가 원하는 모습은 이루어지지 않을 테니까.”
여관 주인은 말했다.
최고의 클랜과의 우호 관계를 쌓는 것. 그것이 목표라고.
그 말에 거짓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그가 원하는 건 요정과 배타적인 관계를 쌓는 클랜이 최고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는 플레이어들의 꼭대기 위에 선 이들이 요정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 하길 원한다.
최고의 클랜이 요정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면, 다른 플레이어들도 분명 영향을 받는다.
그 영향을 최대로 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클랜원은 필수였다.
하지만 문제는 유현이 대인원의 클랜을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나중에 어떻게든 요정과 귀찮은 관계가 쌓이고 말 것이다.
도움을 받는 다는 건 그런 것이다.
뭔가 생각하던 류트가 입을 연다.
“유현이 원하는 건 소수 정예로 이루어진 원정대입니까?”
일반적으로 총 인원수가 12명이 넘어간 집단을 원정대라고 부른다.
“원정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클랜이 필요합니다. 클랜이 없으면 원정대를 만들 수가 없죠. 유현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단순히 파티로 이룰 수 있는 인원은 12명이 한계입니다.”
이 룰은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적용이 된다. 실제로 로렐라이에 있을 때도 한 파티의 인원수가 12명을 넘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서로 같이 움직이는 경우는 있었지만.
파티의 리더를 2명으로 하여 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움직일 경우 페널티는 분명히 존재했다.
보상, 경험치, 업적 점수, 이러한 것들이 감소된다.
이러한 것들 때문에 중간에 파티 하나가 껴들어 퀘스트에 숟가락을 얹게 될 경우 분쟁이 생기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다른 파티가 조금만 영향을 주어도 받는 보상이 줄어드는 것이다.
류트의 말에 유현은 피식 웃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어. 실제로 클랜을 만들 생각은 있고.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닐 뿐이지. 애초에 우리 인원수가 몇이라고 생각해?”
“음. 총 7명이군요.”
“그래, 겨우 7명이야. 그건 즉 아직 시기가 아니라는 거지.”
“그러면 12명이 넘을 때까지 클랜을 안 만들 생각입니까?”
유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전에는 만들 생각이야. 다만, 명성의 힘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겠지.”
“…명성의 힘이요?”
회귀 전에는 던전의 요정들이 유명 클랜들에게 따로 특별한 퀘스트를 주고는 했다.
대다수가 높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만한 보상은 있었다.
흔히 유니크 퀘스트라고 플레이어들이 부르고는 했는데 이런 건 일반 파티에게는 제안이 되지 않는다. 명성이 필요한 일이었다. 명성에 이끌려 요정들이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하지만 지금 시기에서 명성이라고 할 게 뭐가 있을까.
현재 대다수의 요정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유니크 퀘스트를 주는 것보다 거주민들로 이루어진 자유 원정대에게 유니크 퀘스트를 주는 걸 선택할 것이다.
지금 시기에 명성을 떨쳐봤자 요정들은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 타이밍에 클랜을 만들어 봤자 괜히 요정에게 올릴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귀찮기만 하다.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며, 요정들도 플레이어들에게 기대게 될 때가 시작이다.
유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류트는, 그저 흘려듣고는 물었다.
“그렇지만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습니까?”
“오늘 제안을 거절한 거?”
“네. 유현 씨가 거절했으니 이 제안은 다른 사람에게 갈 게 분명합니다.”
“딱히 상관은 없는데. 누군가의 위에 우뚝 서고 싶은 생각은 없거든.”
“…뭐, 제가 지금까지 봐온 유현 씨는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래도 나름 남자라면 최고의 자리에 욕심을 내야하는 거 아닙니까?”
“너무 노골적인데. 역시 내가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했나봐?”
유현이 눈을 가늘게 하며 지그시 쳐다보자 류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기준에서는 유현 씨가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편했죠. 그러면 지금과도 같은 불편한 관계가 깔끔하게 정리되는 일 아닙니까?”
류트는 요정 쪽에서 보낸 일원이었다. 유현도 그걸 알고 있고, 류트도 자신이 이미 들켰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애초에 모를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차라리 그냥 요정 쪽 관계를 정리하는 게 어때? 그러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모두 잊어 주지.”
“호오. 정말입니까? 하지만…”
류트는 쿡쿡, 웃었다.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처럼.
“죄송하지만 그래도 그건 무리입니다.”
“그런가.”
유현은 아쉽다는 것처럼 입맛을 다셨다.
========== 작품 후기 ==========
요즘 국방 TV 보고 있는데 엄청 재미있네요 ㄷㄷ..
덕분에 토크멘터리 역사 하루 종일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