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251
“현재까지 총 191명이 전직을 완료했습니다.”
“…엄청난 숫자군요.”
요정 네리니의 보고에 아이리스는 놀란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1기 플레이어들이 돌아온 후 신전은 숨도 쉬기 어려울 만큼 바쁜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전직을 위해 신전에 왔는데, 그 숫자가 상당했었다.
굳이 보고를 듣지 않아도 많을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엄청나군요.’
로렐라이의 고립으로 인한 플레이어들의 성장은 아이리스의 예측에서 훨씬 벗어난 상황이었고, 그에 따라 전직 조건을 만족한 플레이어들도 우수수 생겨났다.
그것은 아이리스도 믿기 어려울 만큼 폭발적인 성장이었다.
“저는 이 숫자가 계속해서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제 예상으로는 아직 60% 정도만 전직이 끝난 상태니까요. 오늘만 하더라도 대기열 줄이 길더군요.”
이어지는 네리니의 이야기에 아이리스는 옅은 웃음을 띄웠다.
“그렇습니까? 그러면 전직이 완료되는 인원은 300명 정도로 잡으면 될까요.”
“아마,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이들이 죽었다. 하지만 그 만큼 플레이어들은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그 결과 전직을 할 수 있는 인원이 아무리 못해 300은 넘게 되었다.
대단한 숫자였다. 모두의 예측을 깬 거니까.
“…본래 예정으로는 지금 쯤 전직을 한 플레이어들이 100명 정도 되어야 하는데요.”
플레이어들이 직업을 얻는다는 건 단순한 게 아니었다. 직업을 얻는 다는 건 영령들의 힘을 이어 받는 작업이었다. 영령의 힘을 이어 받는 것이니 그 조건도 나름대로 까다롭다.
레벨, 미궁 탐사에 대한 경험, 모험가들과의 전투 경험, 이러한 것들을 모두 따진다.
그런데 로렐라이에서 고립되면서 겪은 경험들이 그런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켰다.
플레이어들의 비정상적인 빠른 성장을 좋아해야 하는 걸까, 아이리스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이번 사태로 많은 이들이 죽은 것 또한 문제다.
하지만 이번에 피해를 입은 건 플레이어들뿐만이 아니었다. 로렐라이에 가기 위해 무리한 속도를 낸 로베리아 원정군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4계층이나 올라가는 일이었다.
그 중간에 모험가들과의 전투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도착하고 나서도 게이트웨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고블린 모험가들을 상대로 방어전 까지 해야 했다. 피해가 없을 수가 없었다.
지금 같은 사태의 이유는 역시 하나 밖에 없다.
로렐라이의 죽음. 원정군이 돌아오고 보고를 받았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요정의 죽음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 아무리 작은 던전을 관리하는 요정이라고 하더라도, 요정은 요정이었다. 요정이라는 카테고리에 있는 이상 그녀의 죽음은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나저나 정말로 로렐라이가 죽었을 줄은 몰랐군요.”
“….네. 그러게 말입니다.”
네리니는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로렐라이의 죽음은 로베리아에 있던 요정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로렐라이의 유해는 찾았나요?”
“찾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고블린 모험가들의 공격 때문에 그녀의 유해를 찾는 것에 시간을 사용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고. 하지만 그녀의 죽음을 본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로렐라이의 죽음을요? 누가요?”
“이유현입니다.”
귀에 익은 이름에 아이리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째서 이 남자의 이름이 여기서 나오는 걸까. 수많은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그는 너무나도 이상한 남자였다.
“로렐라이의 사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로렐라이를 쫓은 네임드 몬스터를 사냥한 건 이유현이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죽음을 직접 보지는 않았어도, 시체는 봤을지도 모릅니다.”
“….시체를 봤다라.”
아이리스는 표정을 흐렸다. 요정의 죽음은 특별하다.
요정들은 인간이 아니다. 그걸 모르는 인간들은 없다.
던전의 거주민들도 요정이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걸 전부 알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특별한 건지는 잘 모르고 있다.
요정의 특별함 중 하나는 거대한 마력을 다룰 수 있는 힘이었다.
마력이 충분한 요정은 에이리어의 지형도 바꿀 수 있다.
그것은 곧 몬스터들의 생태계도 자기 맘대로 조절 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요정이 던전을 만든다는 건, 그 에이리어의 제어권을 확립한다는 것과도 같았다.
인간이 살기 좋은 지형을 만들고, 물길을 틀며, 농사가 잘 되도록 땅을 비옥지게 한다.
그 모든 것이 요정에게 가능했다. 단지 많은 마력이 필요할 뿐이었지.
그래서 요정은 마석을 필요로 한다. 마석을 가공해서, 던전의 자원으로 돌리는 것이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네리니는 낮은 목소리를 냈다.
“그녀가 죽었으면 분명 ‘그것도’ 남겼을 겁니다.”
“…그렇겠지요.”
“어쩌면 그 남자가 그걸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말하면서 네리니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만약 그런 거라면 회수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그건 가지고 있어봤자 평범한 돌덩어리 일 테니까요. 무언가 조건을 제시하면 수락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은 요정이 던전의 마력을 다룰 수 있는 근원 같은 것이기도 했다. 사람에게 심장이 있듯이, 요정에게는 그 돌이 있다. 마력을 다룰 수 있는 거대한 그릇.
단지 그것뿐이다. 무기가 아니었기에 플레이어의 손에서는 필요가 없다.
네리니의 제안에 아이리스는 잠시 고민하듯 상념에 잠겼다.
문제는 그 남자에게 어떻게 접근하느냐였다.
며칠 전 전해진 보고로는 룬드그렌의 제안도 거절했다고 한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인 힘을 가진 남자다. 그런 남자가 무리를 만들면 상당한 힘을 지닌 집단을 만들 거라고 생각 된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결국 이루어지는 수순.
도와준다는 제안도 거절했던 남자다.
그러면 이쪽의 접근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 걸까.
그런 것들을 고민하던 아이리스는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접촉을 해봐야겠군요. 이유현에게 연락을 보내보겠습니까?”
아이리스의 말에 네리니는 마른 웃음을 띄웠다.
“타이밍 좋게도 그는 지금 신전에 있습니다.”
“모두들 예절을 지키며 줄을 서주세요! 거..거기! 새치기는 하면 안돼요!”
리아 이리아스가 부지런히 주위를 돌아다니며 소리친다.
유현은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는 그녀를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길다.
줄이 너무 길다. 유현은 앞사람의 등을 피해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 줄을 확인했다.
30명 정도가 유현의 앞에 있다. 이것은 모두 영웅들의 안식처에 들어가기 위한 줄이었다.
‘설마 이렇게 길 줄이야.’
나름대로 시간이 지난 후에 왔음에도, 여전히 신전에 볼 일이 있는 사람은 많았다.
오히려 전날 보다 더 늘어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전직은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린다.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아무리 못해 1시간 정도는 걸리고 길면 반나절 넘게도 걸린다. 예전에 유현이 전직할 때도 반나절이 넘게 걸렸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안식처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도 한정 되어 있다.
전직을 할 사람은 많은데, 하루에 이루어질 수 있는 전직은 한정되어 있으니 대기열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면 랑샤셴이 전직을 한 것도 신기하다고 느껴졌다.
‘대략 7시간 정도인가.’
줄의 길이를 보며 시간을 가늠하던 유현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벌써 점심이 지나간 상태. 이른 아침부터 신전에 왔다는 걸 생각하면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이른 아침에 와도 유현보다도 더 빨리 온 플레이어들이 수십 명이었다.
‘하루에 전적이 가능한 인원은 20명에서 30.’
….어쩌면 오늘은 포기해야할지도 모른다.
결국 시간 낭비였나.
더 재미있는 건 지금 유현의 뒤로도 다른 플레이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도 지금쯤이면 느끼고 있을 지도 모른다. 오늘은 불가능하다는 걸.
‘쯧. 좀 더 나중에 와야겠어.’
작게 혀를 차며, 어쩔 수 없이 줄에서 나오려고 할 때였다.
“저기, 이유현님! 여기 이유현님 없나요!”
등 뒤로 리아 이리아스가 이름을 부르며 크게 소리치자 유현은 몸을 움찔거렸다.
반쯤 돌아갔던 몸을 원래대로 되돌려 유현은 리아 이리아스를 쳐다봤다.
“바..발견!”
유현이 시선을 주자, 리아 이리아스는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웃음을 띠우고는 신나게 날아왔다. 덕분에 유현에게 모두 시선이 모였다.
“다행이네요. 설마 지금 그냥 가시려고 한 건 아니였죠?”
“조금 전까진 그랬지. 그래서 나를 찾은 이유가 뭐야?”
유현의 물음에 리아 이리아스는 눈을 깜박이며 뭔가 생각하고는 씨익 웃었다.
“아이리스님이 유현님을 데리고 오라고 하던데요?”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하자 당연히 그 말은 주위의 플레이어들에게 모두 들릴 수밖에 없었다. 유현은 어쩐지 주위가 소란스러워지는 걸 느끼며 한숨을 쉬었다.
“알았으니까, 안내해.”
“넵!”
유현의 한숨소리에 리아 이리아스는 몸을 쭈뼛쭈뼛 긴장했다.
다행히 아예 눈치가 없던 건 아닌가 보다.
그녀의 뒤를 따르며 빠르게 줄에서 멀어진다. 이건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본래 반나절 넘게 기다려야 하는 줄을 빠르게 가로 질러 신전 안에 들어왔다.
지금 기회를 잘 살리면 그대로 줄을 무시하고 안식처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유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리아 이리아스에게 물었다.
“이번에 아이리스가 나를 찾는 이유가 뭐야?”
“으음.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아는 건 뭐고?”
“으음.. 끌쎄요?”
“….쯧.”
됐다, 유현은 쓸데없는 질문은 그만하기로 했다. 직접 그녀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다.
어느새 대화가 끊긴 채 리아의 뒤를 따르자, 나름대로 익숙한 거대한 문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