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323
로베리아의 펜던트. 이름만 들어도 요정 로베리아와 관련된 물건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녀가 이렇게 제시할 정도면 그 만큼의 힘이 있는 물건이겠지.
“로베리아의 펜던트는 본래 로베리아가 자신의 전속 사제를 위해 선물하려고 했던 물건입니다. 현재 이유현님이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와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이거 말인가.”
유현은 조심스레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쥐었다.
[이리샤의 수호의 목걸이]이리샤에게서 예전에 선물 받은 목걸이였다. 육체와 정신적으로 안정시켜주는 힘이 있기에 평상시에도 항상 착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분명 좋은 아이템이다. 여러 가지로 많은 의미가 있는 아이템이기도 했고. 로렐라이가 이리샤에게 선물하기도 했던 물건.
지금 눈앞에 있는 펜던트도 그러한 걸까.
하지만 로베리아의 펜던트 하나 얻자고 그런 고생을 할 수는 없다. 보구도 아닌 뛰어난 아이템 하나로는 분명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유현의 반응이 별로 좋지 않은 걸 눈치 챈 아이리스는 말을 이었다.
“요정이 자신의 전속 사제에게 선물하는 아이템에는 특별한 힘이 담겨있습니다.”
“특별한 힘?”
“영령의 힘을 계승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죠. 유현님이 가지고 계시는 목걸이는 계승의 과정이 모두 끝나 평범한 아이템으로 변했지만 로베리아의 펜던트 같은 경우는 다릅니다.”
“아직 힘이 남아있다는 건가.”
“네. 그 때 당시 로베리아는 아직 자신의 전속 사제를 선택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조금 말이 달라진다. 유현은 그제야 조금 흥미가 생겼다. 로베리아의 펜던트를 통해 일반적으로는 획득할 수 없는 능력들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니까.
하지만 문제는 역시 사제를 위한 아이템이라는 거겠지. 전속 사제한테 선물해주는 물건인데 당연히 사제의 힘이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건 이서연을 위한 아이템이었다. 현재 일행 중에서 사제는 이서연이 유일했으니 고민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유현은 잠시 고민했다.
몇 가지 생각을 하던 유현은 아이리스에게 질문했다.
“그 로베리아의 펜던트에 담겨 있는 힘은 정확히 어떤 종류지?”
사제들 중에도 여러 분류가 있다. 이리샤처럼 창을 다루어 전열에 서는 전투 사제가 있었고, 현재 이서연 같은 경우에는 뒤에서 일행을 보조하는 사제였다.
일단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이서연에게도 항상 근접전을 교육하고는 있지만 이리샤 같은 전투 방식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전투 사제 쪽보다는···. 역시 축복계열이 좋겠지.
이서연에게 어울리는 힘이 있는 걸까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리스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그건 저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런가?”
“펜던트에 담긴 영령의 힘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일반적으로는 확인할 방법이 없을 뿐더러 알기 위해서는 펜던트의 힘을 받아 들이고 나서야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성향이 맞지 않는 경우 부작용이 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어?”
예를 들어 지금 로베리아의 펜던트에 담겨 있는 힘이 전투 사제 쪽의 성향이 강하다면 이서연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힘을 받아들이다가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었다.
그걸 아이리스도 알고 있는 건지.
“···네.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로베리아의 성향이라면 이유현님이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유현님이 걱정하시는 건 아마 이서연님이겠죠. 분명 이서연님에게 어울리는 힘이 담겨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유현은 눈을 가늘게 했다. 만약 그녀의 말이 틀리면 이서연에게 독이 될 뿐이다.
“그거 믿어도 되는 건가?”
“네.”
“흠. 좋아.”
그녀의 태도를 보니 믿어 봐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현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리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
그러자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한다. 정말로 모르는 건가.
“먼저 건네주면 좋겠는데. 다른 요정의 영역에 가는 일이야. 도움이 되는 건 지금 받아서 쓰는 게 좋지 않겠어?”
“···그건.”
“날 믿지 못하는 거면 나도 지금 거래는 거부 하겠어.”
강하게 나가자 아이리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주의사항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 말이 끝나갈 때 쯤.
유현은 아이리스에게서 여러 개의 보상을 더 약속 받았다. 분명 로베리아의 펜던트는 매력적인 보상이지만 그래도 부족했던 건 사실이니까.
정작 아이리스가 필요했던 건 페르시의 도움이었겠지만 현재 그녀는 유현의 파티였다.
*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오늘 아이리스의 제안에 대해 설명하니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그나마 거주민인 류트와 페르시는 담담한 반응을 하고 있었지만.
둘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그다지 반기는 얼굴은 아니었다. 페르시 경우에는 동생이 관련 되어 있어 담담해 보였지만 류트는 살짝 눈썹을 찡그리고 있었다.
“비스마르크? 그게 정확히 뭐하는 곳이에요? 던전 이름은 아닌 거 같고.”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이리아스 쪽의 요정이 아닌 다른 세력의 요정이라는 건 너무나도 먼 세계의 이야기겠지. 하지만 일을 받아들인 이상 유현의 일행은 이제 알 필요가 있었다.
“현재 우리가 있는 세력은 이리아스라고 불리는 집단이야.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갈 곳은 비스마르크라 불리는 세력에 속하는 던전이지.”
“으으음···.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면 다른 나라에 간다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요?”
남궁민이 신음하며 고민할 때 송가연이 말했다. 역시 이해가 빠르다. 아직 잘 이해를 못하고 있는 남궁민과 달리 그녀는 알아 들었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 그녀의 말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하면 어딘가 문제점은 있겠지만 단순하게 이해하자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그렇게 생각하면 좋겠지. 그리고 간다면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만날 거고.”
“하하, 모르는 사람들이야. 여기서도 많은데요. 가끔 길거리를 돌아다녀 보지만 대다수가 처음 보는 얼굴이에요. 그나마 로렐라이에 있을 때는 많이 얼굴을 알아봤는데.”
길유미가 그렇게 말하고는 쿡쿡 웃었다. 그녀의 말대로 이곳에서도 모르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아예 다른 세력으로 간다면 모든 것이 낯설 것이다.
“모르는 사람은 많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유명한 사람들하고는 안면이 있잖아? 안 그래?”
길유미는 곰곰이 생각하는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으음···. 그런가?”
적어도 이쪽에서 인지도가 높은 사람들 하고는 어느 정도 전부 연관이 있었다. 레날드나 랑샤오만 해도 나름대로 거대한 클랜을 이끌고 있다.
단지 잘 느끼고 있지 못할 뿐이지.
길유미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가만히 있던 랑샤셴이 손을 들었다
“괜찮은 건가요? 이리아스 쪽에 속해 있는 저희가 그런 곳에 가는 게.”
신중한 성격의 랑샤셴이 질문할 법도 했다. 때 마침 옆에 있던 송가연도 궁금했던 건지 빤히 쳐다보고 있다. 어차피 이제부터 주의사항을 이야기 하려고 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좋은 취급은 받지 못할 거야.”
“네?”
턱을 괴며 하품을 하던 남궁민이 눈을 크게 뜬다. 조금 당황 한 얼굴이다. 늦은 시간인 만큼이나 졸리는 건 이해하지만 정신을 차리면 좋겠는데.
“비스마르크와 이리아스 사이의 관계는 좋다와 나쁘다로 나누어 볼 때 나쁘다고 할 수 있어. 오히려 적대 관계라고 할 수 있겠지. 대놓고 공격은 안 하지만.”
“그, 그거 위험한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주의사항을 말하려고 하는 거 아니겠어? 그러니까 멍 때리지 말고 잘 들어. 방금처럼 하품을 하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니까. 특히 남궁민.”
“죄, 죄송합니다.”
가볍게 말했지만 충분히 혼이 난 건지 남궁민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풀려 있던 얼굴이 굳는다. 그걸 보고 있자니 차갑게 했나 스스로 생각할 정도였다.
흠칫하는 남궁민을 보고서 그 옆에 있던 길유미가 입꼬리를 잡아당겼다.
“킥, 남궁민. 오빠한테 야단 들었네? 오늘 밤 제대로 잘 수 있겠어?”
“시, 시끄러워! 너도 방금 전까지 하품하고 있었잖아.”
“음? 난 모르겠는데? 가연이한테 물어봐. 내가 얼마나 진지하게 듣고 있었는지.”
길유미가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웃자 남궁민은 지친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 가운데에 있던 송가연이 지친 듯 한숨을 쉬는 게 보였다.
둘 사이에 껴있는 탓에 정신이 사나운 거겠지. 둘 사이에 있던 송가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서연의 옆으로 갔다. 묘하게 이서연은 침묵에 잠겨 있다. 뭘까 싶지만.
유현은 웃음과 한숨을 동시에 흘리고는 말했다.
“그 때가서 내가 다시 말을 할 생각이지만 일단 알고 있어둬. 거기서 우리는 이리아스 세력에서 왔다는 걸 티를 내면 안 돼. 만약 들키면 꽤나 험한 꼴을 당할 거야.”
“험한 꼴이라면?”
“다른 세력에서 들어온 스파이 같은 취급? 어쩌면 들키는 순간 쫓기는 입장이 될지도 모르지. 그런 거 영화에서 많이 봤었지? 실제로 그런 상황이 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해.”
“우와···. 잠시만, 그거 정말이에요? 지금 우리 그런 곳에 가는 거였어요?”
이제야 현실감이 느껴지는 건지 길유미가 묘한 감탄사를 흘리며 말했다.
그 옆에서 남궁민과 송가연, 이서연이 긴장하는 얼굴이 보인다. 적어도 장난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안 거겠지. 감탄하던 길유미도 조금 굳은 얼굴로 말이 없어졌다.
모두가 조금씩 가라앉은 분위기가 된 가운데.
“···. 만약 들키게 될 경우 저희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요?”
침착한 얼굴로 랑샤셴이 묻는다. 그녀는 그 다음 일을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그 물음에 유현이 할 말은 하나였다.
“어쩌면 사람을 죽이게 될 지도 모르지.”
“사람을 죽여요···? 저희가요?”
“최대한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들켰을 경우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
질문을 했던 랑샤셴도 이번 대답은 조금 예상치 못했는지 안색이 좋지 않다. 말을 할 수 없어 지금까지 침묵을 유지하던 천설화 또한 손에 들고 있던 쿠키를 손에서 툭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