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337
“하악···. 하악···. 끈질긴 놈들! 도대체 우리한테 뭔 원한이 있다고!”
페르시가 앙칼지게 소리치며 소리쳤다. 헐떡이며 목덜미 아래로 땀을 흘리는 그 모습이 제법 요염했지만 눈매가 사납게 휘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화가 난 듯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모험가들은 방금 전까지도 거머리처럼 끈질기게 따라붙고 있었다.
처음에는 따돌려 보려고 했지만 녀석들이 죽기 살기로 따라오니 상대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다가 결국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 몇몇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하아···. 으읏···“
페르시는 괴로운 듯 죽어가는 얼굴을 했다.
단지 평소에 여유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티가 잘 안 났을 뿐이지 그녀도 결국 마법사였다. 게다가 레벨이 초기화된 탓에 능력치 또한 빈약한 편이다.
“으으으···. 죽을 거 같아···.”
현재 그녀는 계속 이어진 전투에 누적된 피로가 괴로운 건지 약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이서연이나 송가연 같은 경우 괜찮아 보이지만 페르시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다. 잠시 휴식이라도 할까, 생각하던 유현은 고개를 저었다.
휴식이라면 30분 전에도 했었다. 하지만 페르시는 지금 엄살을 떠는 게 아니다. 그녀가 지금까지 이런 걸로 엄살을 떨었던 적은 없었다. 아마 진짜로 힘든 거겠지.
···어쩔 수 없는 건가.
유현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다리를 굽혔다. 그러자 페르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유현은 말했다.
“업혀.”
“···그래도 돼?”
“빨리.”
“으..응.”
페르시는 지팡이를 역소환 하고서 조심스레 등에 업혔다. 풍만한 그녀의 가슴이 등 뒤로 느껴진다. 나쁘진 않다. 그녀는 가벼웠고 등 뒤로 느껴지는 부드러움 또한 기분 좋았으니까. 유현은 그녀가 편하도록 몇 번 자세를 조정하고는 멈췄던 걸음을 움직였다.
그래도 조금 불편한 게 있는 건지 페르시는 자기가 직접 움직여 몸을 밀착시켰다.
“그나저나 그 녀석들은 꽤나 위험했어.”
앞을 가로막고 있는 큼지막한 나무뿌리를 가뿐히 뛰어 넘는데 페르시가 말했다.
그 녀석들이라면 에이리어까지 따라붙었던 모험가 클랜을 말하는 건가.
“유현 그 때 진심으로 싸웠지?”
페르시는 작은 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뭐 어느 정도는.”
“사실 나도 그 싸움에 마력의 대부분을 썼어. 가볍게 상대할 수가 없는 놈들이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비실비실 거리고 있는 거야?”
“음. 그렇지 뭐. 하지만 이렇게 등에도 업혀보고 나쁘지 않네. 후흣.”
페르시가 쿡쿡 웃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등에 얼굴을 기대왔다. 잠이라도 자려는 건가. 어느새 그녀는 작은 숨소리를 반복적으로 흘리며 말이 없어졌다.
아무래도 단순히 피로 때문에 그녀가 힘들어 했던 건 아닌 듯했다. 제법 진심으로 싸우더니만 상당한 양의 마력을 사용했던 것 같다. 그러니 힘들 수밖에.
그녀가 그 싸움에 마력의 대부분을 사용했지만 딱히 화는 안 난다. 그럴 만한 싸움이었으니까. 만약 거기서도 마력을 아끼고 있었으면 그게 더 화가 났었겠지.
페르시의 말대로 그 녀석들은 위험했다.
아마 꽤나 이름 좀 날렸던 놈들인 게 분명하다.
익스퍼트급의 근접 클래스가 절반이었고, 후방에서 지원하던 마법사들 또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사전에 유현이 그들 사이로 파고들어 승세를 잡지 않았다면 위험했을 거다. 정말로 누군가 죽었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아예 소득이 없던 건 아니다.
정말로 죽기 직전까지 몰렸기에 남궁민과 길유미가 예상치 못한 성장을 보여주었으니까. 그 둘은 익스퍼트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은 채 오히려 밀어붙였다.
그건 둘이 익스퍼트에 이르렀다는 걸까. 놀라운 성장이라고 유현은 생각한다. 그런 면으로는 역시 천설화 또한 놀랍다고 해야겠지.
공격에 모든 걸 집중한 천설화는 익스퍼트급의 검사를 상대로도 쉽게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아마 파레디아의 보호가 없었으면 수십 번은 죽었겠지.
사실 녀석들의 수준이 상당했던 것도 있지만 숫자도 많았다는 게 문제다.
아무리 류트가 전력을 다해 후방에 서는 멤버를 지켜도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유현은 싸움을 빨리 끝내기 위해 오버드웨폰까지 사용하며 상대를 학살했다.
죽어나가는 자신의 동료를 보며 아연한 표정을 하던 모험가 대장의 얼굴이 뇌리에 선명하다.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 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쫓을까 생각했지만 일행이 모두 탈진 상태였기에 추적은 포기했다. 류트도 바닥에 주저앉아 땀을 쏟아내고 있었으니 얼마나 힘든 싸움이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음에는 더 귀찮아 지겠군.’
에이리어 안까지 쫓아오던 놈들이다. 그런 놈들이 더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악명을 날리면 날릴수록 모험가들은 파리 떼처럼 달려들 거다.
그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유현이 잘 알고 있었다.
유명 클랜이 깨졌다면, 그것보다도 더 유명한 클랜이.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무명의 클랜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 덤벼들 것이다.
*
아스바르다의 에이리어는 상당히 평화로운 곳이었다. 서식하는 몬스터들도 그다지 난폭한 편이 아니었을 뿐더러 수준도 낮았다. 5계층에서도 제일 약한 에이리어에 속하겠지.
가는 길마다 숲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거대한 암석산 같은 게 자주 보였다. 오로지 돌로만 이루어진 산이었는데 그쪽 주위로는 척박해 보이는 땅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거기에는 나무도 없었고, 풀들도 없었으며 생물체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버려진 땅이라는 게 옳다. 있는 건 오로지 돌덩어리들 뿐이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행군은 순조로웠다. 미궁 안에서 그렇게 고생했던 게 꿈이었던 것처럼.
따라붙었던 모험가들을 전부 전멸 시켜서 그런 건지 더 이상의 추적도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길 또한 걸음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평탄했다. 그 덕분에 페르시는 유현의 등에 하루 종일 업혀왔다. 깨어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저녁이 될 무렵 유현의 일행은 아스바르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흐음. 도착했군요.“
“하아···. 드디어 도착이야? 으으으! 드디어 침대에서 자는 건가?”
“목욕···. 목욕부터 할래. 가연이도 너무하지! 자기만 씼고!”
아스바르다는 도시라고 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었는데 로렐라이보다 약간 큰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허름한 마을의 모습에 이서연이 쓴웃음을 지었다.
“마치 로렐라이를 보는 거 같네요.”
그 물음에 송가연이 담담히 답했다.
“그 만큼 소던전이라는 거겠지. 그래서 우리를 도와주는 걸지도 몰라. 이 정도 규모라면 비스마르크 안에서도 그다지 영향력 없는 던전일 테니까. 다른 세력의 사람이라도 도움을 받고 싶었던 거겠지.”
“그, 그런 걸까? 어쩐지 슬픈 이야기네···.”
송가연의 분석은 정확할지도 모른다. 유현도 내심 옆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니까. 비스마르크 안에서도 버려진 던전···.
카르나덴의 성벽을 떠올리면 비루하기 짝이 없는 나무목책이 눈에 들어온다.
에이리어의 크기도 그다지 큰 편이 아닐 것이다. 미궁에서 에이리어로 진입한지 이틀 만에 여기에 올 수 있었으니까. 체력적으로 지쳐있지 않았다면 하루 정도로 끝났겠지.
‘경비병인가.’
그래도 어느정도 구색은 갖추고 있었다. 마을을 지키는 건 나무목책 뿐이었지만 입구에서는 경비병으로 생각되는 인간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당연스럽지만 유현의 일행을 발견하고서 경비병들은 깊은 경계심을 보였다.
“···너희들은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규모가 작은 마을답게 경비병들은 얼굴을 전부 기억하고 있는 걸까. 유현은 적의가 없다는 표시로 두 손을 들고는 천천히 그들에게 접근했다.
그래도 그들은 들이 내밀고 있는 창을 내려놓지 않고 있었다. 제법 군기가 잡혀있다.
그걸 보니 내심 안심이 된다. 경비병들이 똑바로 일을 한다는 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던전이라는 뜻이니까. 요정을 직접 만나봐야 확신할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지금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광경이었다.
유현은 일행을 뒤로 놔둔 채 혼자 접근했다. 다 같이 접근하면 오히려 경계심을 산다.
적당히 6m 정도로 거리를 잡고서 유현은 손에 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걸 대비해서 아이리스가 준 물건이 있었다. 요정 아스바르다가 신뢰의 증표로 빌려준 물건이라니 경비병들은 알아 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유현의 생각대로 물건을 보여주자마자 경비병들은 경계심을 풀었다.
“···이건. 아스바르다님의 표식이군요. 어째서 당신이···?”
조금 의문에 찬 눈동자로 흘낏 쳐다보지만 유현은 어깨를 으쓱했다.
비스마르크의 세력에 눈에 띄지 않도록 비밀스럽게 움직이는 이상 아무리 경비병이라 해도 조심할 건 조심해야 했다. 유현이 대답해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안건지.
“···. 방금 전의 무례는 사과드리겠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경비병은 깍듯한 자세로 인사하고는 문을 열었다. 문이라고 해봤자 결국 나무를 덩쿨로 엮어 만든 허접한 대문이었지만 일행은 안도하는 얼굴로 안에 들어갔다.
목책 안은 겉에서 보이는 것보다 상당히 깔끔한 편이었다. 마을 관리가 잘 되어 있다. 거주민들도 그럭저럭 살이 붙어 있는 걸 보면 식량 문제도 딱히 없어 보인다.
다만 어딘가 근심에 잠겨 있는 얼굴에 눈에 띄고 있다. 한둘이 아니라 여러 명이 그렇다.
때 마침 경비병이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최근 들어 모험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원래는 거래를 위해 찾아오는 자유 원정군 분들이 많아 크게 걱정은 안했습니다만···. 최근 거래량이 줄어서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아무래도 던전 데페르라가 함락 된 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는 듯했다. 뭘 거래를 하기에 원정군들이 자주 왔다는 걸까. 그걸 물어보려고 하는 순간.
“도착했습니다. 여기에 요정님이 있습니다.
안내가 벌써 끝난 건지 경비병은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고맙다고 작게 인사를 하고서 유현은 고개를 돌렸다.
···허름하다.
요정의 신전을 보고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때 마침 신전에서도 소식을 들은 건지 안에서 누군가 나오고 있었다.
사제라도 나올까 싶었는데 뜻밖에도 요정이 직접 나오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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