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373
유현은 어쩔 수 없이 이서연을 데리고 홍등가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대충 사정을 이야기하자 그녀는 이해한 듯 괜찮다고 말했지만, 주위를 확인하고서 얼굴 들기 무서운지 유현의 등 뒤에 밀착한 상태로 따라왔다.
‘시끄럽군.’
그녀가 눈을 딴 곳에 돌리지 않는다고 해도 분위기와 소리는 어쩔 수 없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들과 여인들의 유혹들이 유현의 귓가를 맴돈다. 당연히 이서연도 잘 듣고 있는 것 같다. 보진 않았지만 붉어진 그녀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오, 오빠···. 도시에 이런 곳이 있었군요. 하하··· 어쩐지 오빠랑 오니 부끄럽네요.“
손을 꼬옥 쥐면서 말한다. 그녀의 눈은 땅바닥을 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애처로울 정도다. 유현은 그녀의 시선을 가리며 앞을 걸었다.
“주변을 보지마. 굳이 볼 필요는 없으니까.”
“네···.”
점점 작아지는 그녀의 대답을 들으며 유현은 정면을 바라봤다. 바로 등 뒤로 이서연의 체온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그 정도로 그녀는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틈은 없다.
유현의 앞에 로브를 쓴 여인이 걷고 있다. 망설임 없는 걸음을 볼 때 자주 온 듯하다.
저쪽은 다행히 이쪽을 눈치채지 못한 걸까. 그녀에게서 딱히 특별한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저 여인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유현은 최대한 기척을 죽여 걸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주위의 소음들이 유현과 이서연의 존재를 지워주고 있었다.
‘연금술사.’
페르네에 대해서는 페르시에게 많은 설명을 들었다. 적어도 그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무력은 없다고 했다. 마법은 잘 알아도 잘 다루지는 못한다. 체질적인 한계라고 하던가.
‘정말 맞는건가?’
얼핏 보았기에 유현은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로브를 벗겨내고 싶지만 주위의 시선 때문에 그것도 어렵다. 적어도 좀 더 인기척이 없는 곳으로 가야한다.
밤이 되자 활발해진 흥등가 길가에는 많은 모험가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시장에서 봤던 것보다도 더 다양한 종족들이 눈에 들어오는 건 착각일까.
얼빵해 보이는 고블린이 오크 여인의 유혹에 넘어가는 모습은 우스웠다. 오크 여인은 씨익 웃으며 고블린을 데리고 간다.
주위로 노골적인 말들이 돌아다닌다. 유현도 그렇게 느낄 정도인데 이서연은 어떨까. 개방된 유현의 귓가로는 남녀간의 리드미컬한 신음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살과 살이 부딪치며 울리는 교성들.
그걸 그녀도 들은 걸까.
“으으으으···.”
등 뒤로 이서연이 옷자락을 집는 힘이 강해지는 걸 느낀다. 그건 마치 어디까지 갈 거냐고 항의하는 듯 했다. 미안하지만 지금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는 건 무리한 일이었다.
적어도 저 로브 여인이 누군지 확인해야 했다.
그런 유현의 의지를 느낀 걸까.
이 이상 가지 말자고 항의하던 조그마한 손에 힘이 풀리더니 그녀가 말했다.
“오빠···. 어쩐지 저희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네요.”
주위의 눈치를 보면서 이서연이 말했다. 알게 모르게 그녀는 시선을 끌고 있었다.
험악한 모험가가 아닌 나이 어려 보이는 소녀가 평복을 입으며 돌아다니고 있으니 시선이 끌릴 수 밖에. 홍등가의 여인들이 재미있는 무언가를 본 것처럼 입꼬리를 당겼다.
순진해 보이는 이서연의 얼굴은 이런 곳에 올법한 생김새가 아니었다. 화장이 필요 없는 풋풋한 어린 얼굴은 절정의 시기가 끝나가는 여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거기 멋진 오빠. 그 소녀랑 같이 오는 건 어때? 싸게 해줄게.”
“흐흐 그 아이는 또 뭐야? 혹시 여동생? 설마 애인이야?”
앞을 가로막은 건 수인족 여인들이었다.
투명하게 비쳐지는 얇은 천옷을 입으며 유현의 몸에 달라붙었다. 젖가슴이 중턱까지 드러난 야시시 한 옷을 입은 채 남자를 유혹하고 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가 무척이나 요염하다. 과연, 수인족 여인들은 이런 건가. 흔들리던 꼬리는 유현의 허리를 조심스레 감싸고 있었다. 그대로 밀착해 유혹을 하고 있다.
유현으로서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꼬리는 윤기가 날 정도로 잘 관리가 되어 있었고, 따스했다. 그 부드러움에 꼬리를 한 번 만져보고 싶을 정도였다.
유현의 가슴팍을 매만지던 희롱하던 여인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꺄르르 웃었다.
“좋은 몸이네. 당신 같은 남자라면 곧 바로 반할지도. 이런 튼실한 몸은 정말로 드문데.”
그것은 단순히 돈이 아닌 순수하게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목소리.
녹아내릴 것만 요염함을 흘리며 유현의 눈을 응시한다.
“저, 저기···. 오빠한테 떨어져 주시겠어요? 저, 저희는 갈데가···.”
이서연이 용기를 내서 말하지만 여인들은 즐겁게 까르르 웃을 뿐이었다.
그걸 보고서 이서연이 으으으, 이상한 소리를 흘리더니 시선이 허공을 헤맸다.
그 모습이 홍등가의 여인들에게는 더욱 귀엽게 느껴진 걸까.
“이런 곳에 올 법한 아이가 아닌 거 같은데···. 왜 데리고 온 걸까?”
유현은 아직 로브를 쓴 여인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는 걸 학인하며 물었다.
“저기 로브를 쓰고 있는 여자는 여기에 종종 오는 편입니까?”
“흐음···. 저 여자 말이야?”
다행히 홍등가 수인족은 호의적이 었다. 눈을 가늘게 하더니 잠시 뭔가를 생각한다.
이윽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었다.
“종종은 아니지만 가끔씩 눈에 보이는 편이지. 얼굴은 본 적이 없어. 항상 저렇게 로브를 쓰고 다녀서 말이야. 혹시 모르지. 그런 컨셉의 여자일 수도.”
“그렇습니까. 질문에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흠흠. 그러면一. 어라?“
유현은 조심스레 수인족 여인의 몸을 밀어내며 이서연을 끌어당겼다. 여기서 이 이상 발이 붙잡히는 건 사양이다. 유현은 이서연의 손을 잡고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뒤에서 수인족 여인들이 꺄르르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들의 눈에는 지금 모습이 재미있었나 보다.
그녀들한테 지금 같은 행동은 작은 장난이었던 거겠지.
“···저기. 오빠.”
어느새 주위의 풍경에 적응이 된 건지 차분함을 되찾은 이서연이 나직이 불렀다.
“오빠는 방금 전 같은 여자들이 좋아요?”
“뭐···?”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 걸까. 유현은 무심코 걸음이 멈줬다.
고개를 돌리자 이서연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서연이 저런 눈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일지 모른다.
이서연의 눈을 보고서 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변명 같은 말을 하고 말았다.
“그건···. 그냥 신기해서 그렇지. 수인족의 꼬리를 저렇게 사용할 수 있구나, 싶어서.”
“···정말로 그것뿐인 가요? 방금 오빠 얼굴 조금 풀려있던 거 같은데. 그, 어딘가 기뻐 보였다고 해야 할까···. 역시 남자는 그런 게 좋은 건가···.”
이상한 신음소리를 흘리며 이서연은 우울한 표정을 했다.
자신은 어떤 표정을 했던 걸까. 그녀의 말대로 정말로 그랬던 건가.
유현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어째서일까. 유현은 사과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미안.”
“그, 사과까지 할 필요는···. 하지만 수인족 여자분들은 무섭군요.“
누구를 향한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강한 적의를 보며, 뭔가를 이해했다는 것처럼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현은 어색한 웃음을 흘린 채 고개를 돌렸다.
“············”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쫒고 있던 여인이 모습을 감추었다.
감춘 것보다는 놓쳤다고 하는 게 옳을까. 유현은 작게 혀를 차며 뛰었다.
마지막에 보았던 그녀의 위치에 서보지만 주위로는 길이 난잡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홍등가는 화려한 외견을 감추고 있는 동시에 허름함 또한 안 쪽에 품고 있었다. 길 초입 부분에서는 여인들이 남자를 유혹하는 화려함만이 보였지만 안쪽은 달랐다.
썩은 냄새가 난다. 이 냄새의 정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유현을 알 수가 없었다.
냄새가 어디서 나오는 건지도 알 수가 없다.
방금 전까지 달콤한 향수 냄새가 가득 했던 길거리하고는 너무나도 다른 곳.
사방에 만들어져 있는 어두운 골목길 모든 곳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고 있다.
유현의 눈이 어지럽게 주위를 돌아다닌다.
—어디로 간거지.
혹시 놓친 건가 싶어 유현이 미간을 찌푸릴 때였다.
”오빠···. 여기에요.”
이서연이 무언가 발견했는지 유현의 손을 잡아당겼다.
유현은 그녀가 당기는 쪽으로 그대로 몸을 옮기었다.
이끌린 곳은 제일 구석진 곳의 골목길이었는데 조금만 더 들어가니 쫓던 로브가 눈에 보였다. 코너를 도는 쪽에서 로브의 옷자락이 사라지는 걸 보았다.
다시 로브를 쓴 여인을 쫒는다. 가면 갈수록 주위의 풍경이 빠르게 변했다.
허름하게 변하는 주위의 모습에 이서연은 긴장이 되었는지.
“···저 분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요?”
낮게 깔리 면서도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지금 쫒고 있잖아. 어디로 가는지 알기 위해.”
“···이런 홍등가를 지나야 하는 곳이라니.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아요.”
말하면서도 이서연은 한 층 더 긴장감을 높였다.
방금 전까지 홍등가의 길거리에 부끄러워하던 소녀의 얼굴이 아니다.
미궁에서 보여주는 의연한 얼굴. 유현으로서는 상당히 좋아하는 얼굴이었다.
—로브가 사라졌던 코너를 돈다.
그러자 모습을 드러낸 건 판자촌이었다.
허름한 집들과 길거리에는 오물들이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닌다.
쥐새끼 같은 것들이 구멍 난 곳들을 돌아다니는 것도 보였다.
사람의 것인지, 다른 동물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오물들로 오염된 바닥에 술주정뱅이가 쓰러져 있다. 바닥을 기며 헤롱헤롱 거리는 모습에 유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저건 술주정뱅이도 아니다.
얼굴이 풀려있는 걸 보면 마약류를 흡입하는一.
거기서 유현은 생각을 멈추었다. 지금 중요한 건 주위의 풍경이 아니다.
어째서 그 로브를 쓴 여인이 여기에 왔는지다.
그런 걸 생각하며 유현은 좀 더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미궁 도시의 뒤편으로는 이런 곳이 숨겨져 있던 것인가.
누가 봐도 여기는 약자들만 모여 있는 빈민굴이 었다.
“이런 곳이 있었군요···. 저 아이들은 괜찮은 걸까요.”
추악한 일면을 보았다는 생각에 유현은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지만 이서연 같은 경우에는 슬프다는 것처럼 표정을 흐리고 있었다. 허름한 집 안쪽에는 어린 아이들이 보였다.
딱 봐도 제 상태는 아니었다. 영양 상태는 좋지 않았으며, 안색이 새파랗다. 특히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서연 같은 경우에는 울 것처럼 몸을 떨고 있었다.
···괜히 데리고 왔다.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의미 없지만 유현은 후회했다.
도대체 그 여자는 어디에 간 거지一.
그런 걸 생각할 때였다.
”성녀님이 오셨에 모두들 이리와!”
어린 아이의 목소리 같은 게 빈민굴을 울렸다.
그 소리에 이서연이 아, 입을 벌리며 놀랬다.
“···이거. 저희가 점심 때 만났던 아이들의 목소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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