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1)
#21화 미국 땅에 황금을 심어라! (3)
“그래도 지금까지 한 게 아깝지 않아? 더군다나 석사에서 끝낼 거면 안 하느니만 못하잖아.”
“그렇지만 현실을 봐야지. 대학원을 갈 거면 차라리 건축 쪽이나 의학 쪽으로 갔어야 하는데 내가 왜 수학 쪽으로 가서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진 거야?”
“어려워졌다기보다는 아버지가 이제 그만 현실을 보래. 더 이상 내 공부에 돈을 투자할 생각이 없다고……. 뭐, 유복한 집안이 아닌 데다가 내 학비가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윤기는 자신이 대화에 끼어들 타이밍을 좁히고 있었다.
일단 눈앞에 이 남자는 자신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자신에게로 관심을 돌려야 하는데, 그게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미국 대학원에는 장학금이 없나요?”
대답은 앤드류가 아닌 스티브가 했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미국은 대학교까지는 지원이 잘 나오는데 대학원, 그것도 ‘일반 대학원’은 지원이 굉장히 적어. 석사는 자기 돈으로 다녀야 하고, 박사도 교수님 일을 돕지 않으면 지원이 없으니까.”
“수학과는 일반 대학원인 건가요?”
“응. 전문 쪽은 법이나 의학, 그리고 건축, 뭐 이 정도야.”
“그렇군요.”
윤기가 고개를 끄덕일 때, 앤드류가 책상 위에 몸을 엎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나이 먹은 수학과 학생은 기업들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 텐데…….”
“빌한테 부탁해 보는 게 어때?”
“빌한테? 뭘?”
“마이크로소프트에 취업하는 건 어떻냐는 거지. 아직까지 회사 초기라서 나중에 잘되면 괜찮을지도 모르잖아? 완전 초기 멤버까진 아니겠지만.”
“거기 자본금 1,500달러잖아. 누구 하나 새로 고용하기가 굉장히 빠듯할 텐데?”
스티브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거기 이제 엄청 여유로워. 왜냐하면, 윤기가 거기에 70만 달러를 투자……, 헉!”
순간 스티브 발머의 안색이 창백해지며 윤기를 바라보았다.
분명 기업 비밀로 하기로 약속했는데 앤드류에게 무심결에 말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윤기는 화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삼았다.
“스티브 형, 입에 자물쇠 하나 채우셔야겠는데요?”
윤기는 화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씨익 웃으며 스티브를 ‘형’이라 불렀다.
그러자 스티브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하……, 진짜 앞으로는 주의할게.”
둘의 머쓱한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눈을 동그랗게 든 앤드류가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잠깐, 이 꼬맹이가 마이크로소프트에 7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지금 농담하는 거지?”
스티브가 윤기를 난처하다는 듯이 바라보자 윤기가 약간의 미소를 담은 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겠어요. 대신 이분한테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해 주세요.”
“그, 그럴게. 앤드류, 지금 들은 말은 절대 비밀이야. 이거 빌, 아니 폴이 알면 나 죽는다고.”
“아니, 잠깐. 진짜야? 진짜 이 아이가 70만 달러를 투자한 거냐고!”
스티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한국이란 나라에서 왔는데, 그곳에 있는 대기업의 맏손자야.”
앤드류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누구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서 어릴 때 여행을 다니고, 누구는 서민 가정의 아들로 태어나서 하고 싶은 공부도 제대로 못 해 보고…….”
어찌 보면 눈앞에서 면박을 주는 행위일 수도 있었지만, 윤기는 전혀 화내지 않고 오히려 대화를 이어갔다.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공부를 더 하시고 싶으신 건데 여건이 안 되시는 건가요?”
“지금까지 들었으면서도 몰라?”
가진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 미약한 증오로 드러났기에 스티브가 앤드류를 말렸다.
“앤드류, 애 앞에서 너무 심하잖아.”
“아니, 내가 뭘…….”
앤드류의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얼굴이 붉어졌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스티브 형, 이분은 천재인가요?”
윤기의 말에 스티브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수학에 한해서만큼은 현재 하버드에서 따라올 녀석이 별로 없을걸?”
“그럼, 제가 후원을 해 드릴게요.”
후원이라는 말에 앤드류와 스티브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후, 후원?”
앤드류가 상체를 앞으로 숙여 얼굴을 윤기의 거의 코앞까지 가져다 댔다.
“네. 후원이요.”
윤기가 고개를 끄덕이자 앤드류의 얼굴에 절박함이 감돌았다.
“진짜야?”
“네. 조건만 맞는다면 앤드류 형의 석사 과정, 그리고 박사 과정 동안의 모든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할 수 있어요.”
“오, 하느님.”
앤드류는 스티브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스티브. 너 진짜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 꼬맹……, 아니 이 애가 70만 달러 투자한 거 진짜지?”
“진짜라니까. 일시불로 20만 달러, 이후로 1년마다 10만 달러씩 투자하기로 했어. 그런데 이거 진짜 비밀이다?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
“알았어! 절대로 안 말해!”
앤드류는 아예 양손으로 윤기의 양손을 덥석 감싸 안았다.
“지원해 줄 수 있어? 난 진짜 공부가 하고 싶다고.”
윤기는 조용히 한 걸음 뒤로 물러났고, 그러자 자연스럽게 손 역시 앤드류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
실망한 듯한 앤드류를 바라보며 윤기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나중에 하버드 박사 과정이 끝나면…….”
“끝나면?”
“제 회사에 지원해 주세요.”
“네 회사에 지원을……?”
앤드류는 윤기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네. 제 회사에 취직 지원을 해달라는 소리예요. 비록 저희 그룹이 아직은 한국 100위권의 기업이지만, 앤드류 형이 박사 과정을 끝낼 때쯤에는 그 이상의 기업이 되어 있을 테니까요.”
“미국인이 나한테 한국이라는 나라로 갑자기 오라는 건 좀…….”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오라는 게 아니에요.”
“오라는 게 아니라고? 오라고 한 거 아니었어?”
“취업을 하라는 게 아니라, 지원을 해 달라는 거예요. 최소한 조건을 제시할 기회는 달라는 거죠.”
“아……!”
앤드류가 내용을 깨닫고는 윤기를 향해 굽혔던 몸을 쭉 폈다.
“최소 하버드 졸업생들의 평균 초봉, 최고 능력만큼의 연봉을 약속할게요. 물론 이주 비용 역시 전액 회사에서 지원할 거고요.”
“미친……, 윤기야. 내가 지원하면 안 될까?”
스티브의 말에 윤기가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당장은 제가 고용할 여력이 안 돼요. 최하 5년은 지나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윤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앤드류가 스티브를 약하게 밀치며 윤기의 바로 앞까지 걸어와서는 몸을 낮췄다.
“정말 지원만 하면 되는 거지?”
“네. 형이 지원하러 오면 전 형이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할 거예요.”
앤드류는 다시 윤기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오, 하느님.”
윤기를 향해 하는 말인지, 혼잣말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앤드류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내일, 제 일을 도와주는 아저씨를 데리고 다시 올게요. 그때 계약서를 써요.”
“계약서를?”
“네. 어떠한 지원을 해 줄 것인지 구체적으로 써야죠. 제가 중단에 지원을 끊을까 봐 걱정하는 것보단 그게 낫잖아요?”
“그, 그렇지.”
“그리고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는데…….”
“뭔데?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들어줄게.”
“혹시 하버드 대학원이나 다른 곳에 형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있나요? 더 공부하고 싶은데 재정 상황이 어려워서 원치 않는 취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요.”
“당연히 있지.”
“그럼, 그중에서 형이 정말로 믿을 수 있는, 입이 무거운 사람들을 저에게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형뿐만이 아니라 다른 우수한 사람들도 제가 개인적으로 지원하고 싶거든요.”
배포 큰 한국 아이의 말에 앤드류와 스티브의 입이 떡 벌어졌다.
70년대 말의 한국은 대학을 졸업하기만 하면 기업들에서 모셔 가는 수준이었지만, 미국은 아니다.
물론 하버드 정도쯤 되면 당연히 취직하기야 쉽겠지만, 한국에 비하면 고학력 구직자의 공급이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굳이 대학생 때부터 기업이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미국인도 아닌 한국인 꼬마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입사 조건도 아닌 입사 지원 조건으로 다년간의 학비를, 그것도 다수의 학비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모든 학과를 지원할 수는 없어요.”
윤기가 검지를 들어 올리자, 스티브와 앤드류가 정신을 차리며 윤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수학과나 물리학과 같은 공대, 경제학과, 건축학과, 회계, 법학, 지질학같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학과만 부탁드릴게요.”
일리 있는 제한에 앤드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지금 당장 떠오르는 애들만 해도 여러 명 있어.”
“꼭 하버드가 아니라도 상관없어요. 다만 하버드에 견주거나 혹은 바로 밑 정도는 되어야 해요.”
“알았어. 알았어!”
“그러면 내일 이 시간에 이곳에서 만나면 되겠죠?”
“응, 응!”
앤드류는 마치 윤뽕에 취한 사람처럼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기가 자리를 비우고 나면 내일 이 시간이 될 때까지 약속이 진짜인지 걱정하고, 고민하고, 의심하게 될 것이다.
특히 열 살밖에 안 되는 꼬마의 말을 믿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까지 뻗치겠지.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내일 이 시간이 되는 순간 완벽한 윤뽕으로 바뀔 것이다.
의심도 실체가 없을 때 생기는 법.
실체가 생기는 순간 윤기의 나이 따위는 의심의 범주에 들어가지도 못할 것이다.
“스티브 형, 다른 곳도 구경시켜 주실 수 있나요? 연구동은 이 정도면 될 거 같아요.”
“어……, 그, 그럴까? 배고프지 않아? 교내 식당 가 볼래?”
“좋죠!”
윤기와 스티브가 떠나고 15분.
한동안 멍하니 서서 사라진 뒷모습을 바라보던 앤드류는 황급히 자신의 연구실을 뛰쳐나갔다.
* * *
스티브와 함께 하버드를 방문한 다음 날.
윤기는 이번엔 류근태를 데리고 연구동에 방문했다.
앤드류의 연구실에는 앤드류를 포함해서 12명의 대학원생들이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윤기가 나타나자마자 앤드류가 반색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오는 줄 알고 계속 걱정했어!”
“경영인은 약속을 중히 여겨야죠.”
“그, 그렇지?”
“이분들은 어떤 학과 사람들인가요?”
“얘는 바스타, 물리학과. 얘는 핵싱턴, 나와 같은 수학과. 얘는 라이언, 회계학과. 얘는 리안나, 건축학과. 그리고…….”
의외로 앤드류는 메이저한 학과의 사람들을 많이 데리고 왔다.
“메이저 학과들은 취직하기가 쉽지 않나요?”
앤드류가 입맛을 쩝쩝 다셨다.
“사실 우리들은 이민자 가족 출신이거든.”
“이민자 가족 출신이요?”
“응. 미국은 대학교만 졸업하고 취직하는 게 사실상 더 이득이거든. 석사랑 박사 지원이 별로 없기도 하고, 기업들이 석사랑 박사를 선호하지 않기도 하고…….”
앤드류의 말은 사실이었다.
한국이야 석사와 박사를 끝내고 나면 연구원으로 고연봉을 노려볼 수 있지만, 미국 기업들은 그보다는 기업 실무에 빨리 투입하기를 원한다.
실제로 2018년 기준으로 하버드 학과생 연봉이 9만 4천 달러인 반면, 박사 연봉이 11만 2천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박사 학위를 따는 데까지의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인 셈이다.
기존 미국 거주자들이야 이걸 알지만, 외국인 혹은 이민자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해 무턱대고 일반 대학원에 입학했다가 후회하곤 한다.
“저는 제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제가 나이를 먹었을 때의 인재가 필요하거든요. 그러니까 상관없어요.”
윤기의 말에 앤드류가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아이, 어제보다는 스피킹이 더 자연스러워진 거 같은데?’
하지만 이어진 윤기의 말에 앤드류는 더 이상 상념을 할 수가 없었다.
“제 조건은 단 하나예요. 최소 5년이 지난 뒤에, 한국에 와서 제가 운영하는 회사에 면접을 볼 것. 그것뿐이죠. 다들 이해했나요?”
윤기의 말에 리안나가 손을 들었다.
대만계 미국인에 긴 말총머리가 특징인 미인.
“최소 5년이라는 건, 더 공부를 해도 된다는 거야?”
“최장 15년까지 학비를 지원할게요.”
순간 모두가 웅성거리면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구직을 생각하면 평생 지원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러면, 계약서를 쓸까요?”
윤기의 말에 류근태가 서류를 내밀었고, 동시에 계약을 위해 데려온 미국인 변호사 두 명이 양옆에 자리를 잡았다.
류근태가 아무리 유능하다고 해도 북미의 법에 전부 빠삭할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안 하실 분?”
학업에 목마르고, 지원에 목마른 자들이 서명을 안 할 리가 없었다.
물론 의심하는 표정도 있기는 했지만, 자국 변호사의 조언까지 겹쳐지자 어쨌든 서명은 전부 끝났다.
“아저씨.”
윤기의 말에 류근태가 슈트케이스를 꺼내더니 그곳에서 돈 봉투를 꺼내 모두에게 건넸다.
처음에는 무슨 봉투인가 싶어 안을 확인한 지원자들이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기겁하며 몸을 떨었다.
1,000$
77년 기준 한국 대기업 신입 사원 3달치 월급이 넘는 금액.
인원이 12명이니 12,000달러를 바로 이 자리에서 사용한 것이다.
“당장 사용해야 할 돈도 있을 테고, 미리 돈을 좀 가지고 있는 것이 편할 테니 선지급하는 액수에요. 이건 현물 지급이니 수령증에 서명해 주면 좋겠네요.”
방금까지 의심이 남아 있던 사람들의 눈에 의심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야말로 ‘윤뽕’만이 남았다.
“오, 하느님…….”
앤드류는 시종일관 하느님을 찾으며 감격스러운 눈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70만 달러의 작지만 큰 손님.
물론 70만 달러에 대한 이야기는 앤드류밖에 몰랐지만, 그만큼 앤드류는 윤기를 더욱 환희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모두의 환송을 받으며 하버드 대학을 떠난 윤기의 옆에서 최덕배가 물었다.
왜, 굳이 저런 녀석들을 후원한 거냐? 네가 기억하는 유명인들을 찾아내는 게 더 효과적일 거잖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었나요?’
만들었지.>
‘아뇨, 아이폰을 만든 건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그 밑에서 일한 직원들이에요.’
어…….>
‘반도체를 만든 사성 연구원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세요?’
……모르지?>
‘OLED TV를 만든 KG 연구원의 이름은요?’
그것도…… 모르지.>
‘실제 제품을 만드는 건 능력 있는 부하들이에요. 그걸 지휘하는 것은 일인자고요. 저는 일인자가 될 생각이고, 그러기 위해 하버드, 그리고 미국에 황금의 씨앗을 심어 둔 거예요. 나중에 저들 중 단 한 명만 제 회사에 취직하더라도 저들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저는 역량 있는 부하 직원들을 대거 고용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5년, 예상으로는 10년 정도가 지나야 하겠지만요.’
대단하구나……, 정말로…….>
최덕배는 처음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윤기에게 감탄했다.
동시에 한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 너는 돈이 없잖냐? 마이크로소프트에 그야말로 올인하다시피 했잖아. 남은 돈도 지금 현금 지급하면서 다 썼고.>
‘걱정할 필요 없어요. 경영자라면 리스크도 감수할 수 있어야죠.’
윤기의 알쏭달쏭한 대답은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야 풀렸다.
[아이구, 내 손주!]비록 전화상이지만, 오랜만에 듣는 손자의 목소리에 최기현이 매우 기쁘다는 듯 환한 목소리로 맞이해 주었다.
“할아버지, 잘 지내고 계세요?”
[잘 지내고 있다마다. 하루하루 너 오는 거 기다리느라 목이 빠질 것 같지만 말이다.]“저도 할아버지가 보고 싶지만, 할아버지도 소식 들으셨잖아요.”
[그렇지. 둘째 손주 볼 생각에 목이 두 배로 빠질 거 같아.]윤기는 바로 본론을 꺼내기보다는 최기현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본론을 꺼냈다.
“할아버지, 돈 좀 빌려주실 수 있나요?”
순간 최기현의 목소리가 냉철한 경영인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