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10월 쿠데타 (1)
푸틴은 윤기가 식사 중인 식당에 곧바로 들어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자신은 쿠데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으니까.
아는 내용이라고는 KGB가 이번 쿠데타에 가담한다는 것뿐.
그 외에 어떤 집단, 누가 가담하는지 모를뿐더러, 결정적으로 언제 일으킬지 날짜를 알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윤기와 접촉한다?
해서 뭘 하겠는가?
‘그나마 내가 지금 우연을 가장해서 접촉할 수 있는 자 중에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저 사람 정도겠지.’
뒤에 따라붙고 있는 KGB 요원들의 상황으로 볼 때, 앞으로도 푸틴은 자신에게 요원들이 감시역으로 따라붙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상황에서 도망쳐 봤자 높은 확률로 죽고, 죽지 않으면 평생 도망자 신세가 되겠지. KGB의 쿠데타는 성공할 가능성이 크니까.’
푸틴은 고르바초프의 정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푸틴이 쿠데타에 진심으로 협조적으로 나가기는 불가능.
그렇기에 푸틴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가며 정보를 모았다.
‘다른 건 몰라도 디데이만큼은 알아내야 해.’
디데이에, 고르바초프는 반드시 죽는다.
그렇다는 것은 디데이에 고르바초프만 살려낸다면, 어떻게든 쿠데타를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살아남아야 해.’
그렇게 하기 위해선, 자신이 쿠데타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아야 했다.
왜냐하면,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가는 순간, 자신 역시 가담자로서 처벌을 받게 될 테니까.
그 처벌이란?
잘해야 굴라그, 대부분은 총살이겠지.
푸틴은 하기도 싫었던 쿠데타로 인생이 망하는 꼴을 겪기는 싫었다.
그렇기에 열심히 쿠데타를 준비했다. 그래야, ‘현재’를 살 수 있었으니까.
“좋아, 블라디미르. 아주 마음에 들어. 한동안 조직을 떠나서 충성심이 줄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착각했던 모양이야.”
국장의 칭찬.
하지만, 푸틴에 대한 감시망이 허술해진 것은 아니었다.
KGB 건물 내부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하면, 반드시 요원 두 명이 따라붙었다.
자고로 연락책은 쿠데타에 관한 중요한 정보들을 알고 있는 만큼, 한 명이라도 이탈했다간 쿠데타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기 때문이었다.
물론,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가진 않는다.
연락책이 아무리 윗선에 ‘쿠데타가 계획되었어요!’하고 보고해 봤자, 증거가 없으니까.
물론, 윗선이 조심하기는 하겠지만.
그것만으로 쿠데타를 준비했던 자들이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그리고?
연락책은 십중팔구 사고사나 의문사로 죽게 된다.
KGB가 밀고한 연락책을 그냥 둘 리가 없으니까.
‘후우, 머리가 아프군.’
하루가 지날수록 피가 마르던 푸틴에게 드디어 희소식이 찾아왔다.
* * *
“디데이는 10월 26일로 정했다.”
놀랍게도 한국에서 P가 제거당한 10월 26일.
하지만, 이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10월 26일인 이유가 있습니까?”
순수하게 궁금증을 담아 물어보는 푸틴을 향해, 국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이미, 푸틴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에 국장 역시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기 때문이었다.
“레닌의 혁명이 완료된 것이 10월 26일 새벽 2시지. 우리는 레닌의 공산주의를 공고히 한다는 명분을 위해 10월 26일로 정한 거야.”
하지만, 국장이 애써 외면하는 것이 있었다.
러시아의 10월 혁명은 민중 전체의 참여가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들의 쿠데타는 어디까지나 ‘기득권에 의한’ 기득권 탈취일 뿐이었다.
이들이 쿠데타를 성공시킨다고 해서 기득권이 민중들에게 이양되는 일은 없을 게 분명했다.
“아아, 그렇군요. 가만, 태양력으로 치면 11월 8일에 하나요?”
1917년의 러시아는 태양력이 아닌 ‘율리우스력’이라는 일력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11월 8일에 혁명이 일어났었다.
“아니, 이제는 태양력의 시대잖아? 그러니 10월 26일에 하는 것이 맞지.”
“그렇군요. 그러면, 날짜에 대한 전달은 언제 하면 되겠습니까?”
“조만간 지시가 떨어질 거야.”
“알겠습니다.”
사실상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지금이 10월 11일이니, 불과 보름이 지나면 쿠데타가 일어날 판국이었다.
‘생각해 보니, 민간인의 기업 설립이 현재 공표되는 상황이지.’
고르바초프는 민간인이 기업을 설립할 수 있다는 골조의 전문을 소련 전체에 뿌렸다.
해당 법안의 시행은 1987년 1월 1일.
사실상 자본주의의 길을 걷겠다는 내용인 만큼, 그 시기가 오기 전에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이 합리적으로 맞는 일이기는 했다.
‘자, 이제 쿠데타 날짜를 알려 주는 것만이 남았는데…….’
일단 KGB 내부의 전화선을 통한 전달은 불가능.
연락을 보내는 동안 다른 요원들과 함께할뿐더러, 뒤에도 감시역이 있기 때문에 섣부른 행동은 할 수 없었다.
만약 쓸모없는 내용을 보낸다거나, 예정되지 않은 곳으로 연락을 보낸다면 100퍼센트 의심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고, 외부의 연락망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외출 중에는 반드시 감시역이 붙었으니까.
하지만, 푸틴은 이미 밑밥을 하나 깔아두었다.
그것은 외식.
푸틴은 언제나 점심을 외부의 식당에서 해결했고, 처음에는 의심을 받았지만, 단순히 식사만 했기 때문에 의심에 대한 끈은 상대적으로 느슨해져 있었다.
더불어서 푸틴은 식사할 때, 혼자서 하지 않았다.
누군가 혼자 식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은근슬쩍 대화를 나누며 합석을 했고, 이것은 쿠데타를 준비하는 내내 이어졌다.
‘빌어먹을, 오늘은 없는 건가…….’
식당들을 둘러본 푸틴은 윤기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식사를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초조한 마음을 숨기며 여느 때처럼, 다른 사람들과 합석하며 즐거운 식사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또, 그다음 날도 푸틴은 외부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그야말로 피 말리는 일주일.
‘젠장, 이렇게까지 확률이 떨어지는 일에 내가 모든 것을 걸어야 하나?’
사실, 지금 푸틴이 계획하고 있는 일은 확률이 천문학적으로 낮았다.
만약, 쿠데타가 성공한다면?
푸틴은 KGB 중심의 새로운 소련 정부에서 무탈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만약, 쿠데타가 실패한다면?
푸틴은 반란군의 일원이 되어 총살을 당하겠지.
하지만, 푸틴은 쿠데타를 실패로 유도하되 자신은 무탈한 인생을 살아가고 싶었다.
현재 상황에서 유일하게 쿠데타 상황을 전달할 방법, 그리고 그 방법을 눈치채고 쿠데타를 막아 줄 만한 인물.
푸틴이 생각하기에 그 사람은 윤기밖에 없었는데, 도통 윤기가 보이질 않는 것이다.
‘젠장, 그냥 눈 딱 감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
오늘도 허탕을 친다는 생각에 난감해하는 푸틴에게 드디어 광명이 비추었다.
‘오……!’
예전에 윤기를 만났던 식당에서, 윤기가 식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 것이다.
끼익-!
푸틴은 자연스럽게 식당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놀랍게도 윤기가 푸틴을 먼저 알아보았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윤기가 누구인지는 다른 KGB 요원들 역시 안다.
소련을 경제 파탄에서 구한 영웅, 소련에서 칭송받는 사업가.
그렇기에 푸틴은 빠르게 그들을 향해 예전의 일을 설명했다.
“아, 예전에 제가 식사하고 있을 때 말이죠…….”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고, 납득할 만한 설명인 데다가, 윤기의 유명세가 있었기에 요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인사와 함께 다른 곳에 자리를 잡는 푸틴을 보고 윤기가 말했다.
“두 번째 만남인데 같이 앉으셔서 식사라도 하시죠? 제가 대접할게요.”
푸틴은 자신을 따라온 요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요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윤기의 얼굴이 잘 보이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푸틴의 얼굴을 보면서 무언가 이상한 낌새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보다 일반인인 윤기를 관찰하며, 혹여나 푸틴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판단하겠다는 것이 그 이유.
실제로 푸틴이 다른 사람과 식사할 때도, 요원들은 언제나 상대의 얼굴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었다.
“요즘, 슬라브멘이 아주 인기입니다.”
푸틴이 먼저 운을 떼자, 윤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하면 소련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많이 연구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소련의 음식을 먹고 있지요.”
“확실히, 그 나라의 맛을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맛을 알아야 하는 법이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소련 음식을 드셔온 건가요?”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종종 너무 물려서, 카자흐스탄 쪽의 당근 김치를 먹기도 해요.”
카자흐스탄에는 ‘고려인’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진짜로 한국을 또 다른 조국으로 생각하고 있는 고려인들.
그들은 혹한의 러시아에서 김치를 먹기 위해 당근으로 김치를 만들어 먹고 있었다.
한국의 일반적인 김치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향수를 조금 진정시키기에는 충분한 음식.
물론, 푸틴은 당근 김치를 몰랐다.
“당근 김치요?”
“아, 당근 김치가 뭐냐면 말이죠…….”
윤기의 설명에 푸틴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제가 그 지역에는 가 본 적이 없어서 처음 들었습니다. 역시, 음식과 문화는 꽤 일맥상통하는군요.”
일상적이면서도, 나름대로 쾌활한 대화.
그렇게 윤기와 푸틴은 즐거운 식사를 마쳤고, 요원들 역시 아무런 의심 없이 푸틴과 함께 식당을 먼저 나섰다.
그렇게 창문에서도 전혀 보이지 않게 된 푸틴의 모습.
그제야 윤기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 * *
사무실에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구시죠?”
“회장님, 저 빌입니다.”
“아, 들어오세요.”
윤기의 허락에 빌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소련에 처음 왔을 때 암시장에 관한 설명을 해 주고, 알래스카 농담을 했던 흑인, 빌.
미군 출신으로 멕시코에서 쏠쏠히 재미를 보았던 빌이 지금 윤기의 사무실에 나타난 것이다.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빌의 말에 윤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한 게 있는데, 이왕 부를 거면 빌을 부르고 싶어서 말이죠. 재밌잖아요?”
윤기의 이러한 친근함에 빌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저야 환영이죠. 그리고 보니, 아까 식당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으신 것 같던데, 혹시 무언가 걱정거리라도 있으신가요?”
그야말로 직설적인 질문.
윤기 역시 스스럼없이 자신의 고민을 오픈했다.
“아까 식당에서 식사했을 때의 일 때문에 그래요.”
“혹시, 그를 따라온 두 명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것도 그렇죠.”
푸틴을 따라온 두 명의 사람들은 분명 일반인과 다른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그렇기에 빌은 그들이 고도의 훈련을 받은 자들이라는 것을 파악했던 것이다.
“그것도 그렇다면…… 다른 것이 있으신 건가요?”
“빌은 못 본 건가요? 푸틴의 눈을?”
“예?”
윤기는 빌을 향해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굉장히 불규칙적으로.
“뭔가……, 대단히 불규칙적인데요? 아니,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순간 윤기는 단서를 잡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봤다고요?”
“……너무 빨리 지나가서 확신은 못 하겠습니다.”
“다시 보여 줄게요.”
윤기는 다시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그것만으로는 너무 빠릅니다. 좀 더 반복해서 볼 만한…….”
“아, 그럼, 방법이 있죠.”
윤기는 빌의 말을 끊으며, 내선전화로 사람을 불렀다.
그렇게 준비된 촬영.
윤기는 비디오카메라에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고, 이러한 깜빡임은 비디오카메라에 여과 없이 녹화되기 시작했다.
“이걸로 반복해서 보세요.”
비디오카메라를 건네받은 빌을 이후로 영상을 반복해서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역시 모스부호였네요.”
“역시…….”
윤기는 노가다 인생을 살던 시절, 어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눈을 통해 모스부호를 보내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
조금 전 식당에서, 푸틴이 필사적으로 무언가 규칙적이면서도 불규칙적인 눈 깜빡임을 할 때, 혹시나 해서 외워 뒀던 것이다.
만약, 푸틴이 KGB 출신이 아니었다면 외우지 않았겠지.
하지만, 푸틴이 괜히 그런 행동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외워 둔 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모스부호를 해독하는 법은 몰랐기에 지금 이렇게 빌을 부른 것이었다.
“예. 보니까 눈을 깜빡이는 게 점이고, 감고 있는 게 선인 것 같은데. 잠시만요.”
미군 출신인 빌은 모스부호를 알고 있었고, 이를 토대로 영상에 녹화된 부분을 종이에 모스부호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눈 깜빡임을 모스부호로 변환하고, 모스부호를 다시 한번 알파벳으로 변환하자, 마침내 읽을 수 있는 단어가 나왔다.
“쿠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