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38)
#338화 검찰총장은 피곤합니다 (4)
“예? 기소를 중단하란 말씀이십니까?”
한본찬 검찰총장은 자신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중단하라니까? 말 두 번 하게 만드네?”
“하, 하지만, 이건 지검장님이 시키신……”
한본찬은 평검사의 말을 잘랐다.
“야, 이 개새캬! 내가 높아, 지검장이 높아?”
“하지만, 지검장님이 총장님께서 시키신 거라고……”
“그 총장이 지금 네 눈앞에 있잖아, 등신아! 너 어떻게 고시 합격했냐?”
한본찬의 일갈에 평검사가 고개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바로 기소 중지하겠습니다.”
그제야 한본찬은 웃으며 평검사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그래, 그렇게 대답하니 얼마나 좋아? 괜히 내가 떠나고 나서 생각 바꿀 생각은 하지 마. 다른 사람 말 들었다가 저~기 이상한 곳으로 발령 나도 책임져 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마치 혓바닥에 칼날이 달린 것 같은 한본찬의 나지막한, 속삭이듯이 하는 말.
그 말에 검사는 한직으로 좌천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좋아, 그런 마인드. 아주 좋아.”
한본찬은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다섯 개 지검을 직접 순방했다.
그리고 대전, 대구지검을 비롯한 비서울 지역은 평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기소 중지를 명령했다.
이것이 바로 한본찬을 영입한 이유.
검찰의 내규를 살펴보면, 궁극적으로 검찰총장은 모든 사건에 관한 기소를 강제로 중단시킬 수 있다.
이것은 검찰총장이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하지 못하는 일.
더불어서 법무부 장관과 영합할 경우, 모든 검사의 보직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검사의 임명권은 법무부 장관이 가진다.
하지만 이때, 법무부 장관은 반드시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둘이 한 팀이라면?
사실상 유아용 퍼즐 조각 맞추기보다 더욱 쉽게 검사들의 보직을 끼워 맞출 수 있다.
만약, 지금 상황에서 평검사가 한본찬을 거스른다면?
그것은 ‘날 한직으로 보내 줍쇼’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 이제 속이 편안하네.’
집무실에 돌아온 한본찬은 가장 먼저 아내가 싸 준 도시락을 꺼냈다.
최근에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해서 소화가 잘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남들 회식하고 외식할 때, 도시락으로 죽만 먹던 상황.
당연하지만, 오늘도 죽.
그렇지만 한본찬은 어제와 달리, 도시락통을 들고 죽을 그냥 들이켰다.
어제는 죽을 먹는데도 한 숟가락, 아니 반 숟가락씩 장인 정신으로 먹었다면, 오늘은 그냥 콜라를 마시듯 들이킨 것이다.
“아, 부족하네.”
한본찬은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고로 병은 정신에서 나오기도 하는 것.
집안에 쌓인 아주 많은 돈을 생각한 한본찬은 아주 건강한 정신으로 국밥이라도 한 그릇 하기 위해 집무실을 나가려고 했다.
끼익-
쿵
“악!”
갑자기 열린 문에 이마를 맞은 한본찬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총장님, 도대체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대검차장의 외침.
안으로 들어온 것은 대검차장, 서울고검장, 법무연수원장,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끗발 있는 검사들이었다.
“아우, 씨. 너희들은 노크도 안 하냐?”
아직 쭈그려서 이마를 문지르고 있는 한본찬의 말이었지만, 대검차장은 대답 없이 자신의 말만 반복했다.
“아니, 그러니까 무슨 짓을 하신 거냐고 묻지 않습니까!”
자신의 엄살이 통하지 않자, 한본찬은 아쉬운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맛을 쩝쩝 다시며 자신의 의자로 향했다.
그리고 푹신한 자신의 집무실 의자에 몸을 실은 한본찬은 검찰총장의 포스를 풍기며 입을 열었다.
“왜, 뭐가 문제인데.”
어느새 열흘 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한본찬.
하지만, 이러한 포스는 지금의 대검차장 일행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당연히 문제이지 않습니까! 도대체, 왜! 우리가 기소한 건들을 중지시킨 겁니까? 예?!”
최근 검찰총장의 애매한 모습을 많이 본 데다가, 지금 당장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계획이 검찰총장 때문에 뭉개진 상황.
당연히 검찰총장의 포스가 통할 리 없었다.
“이 새끼, 지금 누구 앞이라고 고함을 치는 거야!”
한본찬이 소리를 버럭 질렀지만 역시나 통하지 않았다.
“아니, 시팔, 도대체 얼마를 받아 쳐먹었길래 이런 미친 짓거리를 한 겁니까. 예? 다른 검사 후배들 미래를 짓밟아 놓고, 지금 그렇게 당당한 말이 나옵니까?”
계속해서 이어지는 대검차장의 고함.
대검차장의 뒤에 서 있는 검사들 역시 똑같은 말을 하고 싶은 듯 보였다.
“내가 뭘 했는데?”
하지만 한본찬은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여유롭게 이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돈 받고 다른 검사들이 기소한 사건들을 중지시켰지 않습니까!”
“기소한 사건을 중지시키기는 했지. 그런데, 그게 뭐가 어때서? 검찰총장의 권한이잖아?”
“돈을 받은 것 아닙니까!”
“내가?”
한본찬은 어이없다는 듯 한 번 말을 끊은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누구한테?”
“그거야 당연히 정부한테 받았겠죠!”
“안 받았는데? 그냥 내가 생각했을 때, 너희가 한 행동들이 이해가 안 가서 중지시킨 거야. 이번에 기소한 것들, 아무리 봐도 입법부 길들이기로 보이거든. 일본놈과 매국노를 처벌하는 데 우리가 우리 잇속을 챙겨서야 되겠냐?”
한본찬은 아주 정론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등신들아, 내가 검찰총장 자리를 고스톱 쳐서 판돈 따듯이 딴 줄 알아?’
한본찬은 이 녀석들이 여기저기에 녹음기를 차고 있을 것을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실제로 대검차장의 뒤에 서 있는 검사들 일부가 녹음기를 숨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한본찬이 돈을 받았다고 대답한다면?
그 순간 한본찬의 기소 중지는 뇌물을 받고 한 행위가 되어 취소의 여지가 생기게 되겠지.
하지만, 한본찬은 대검차장 일행의 술수에 빠지지 않았다.
“돈 받았잖습니까!”
“안 받았다니까?”
“하! 정말 그러실 겁니까? 기회를 드리려고 했는데, 안 되겠군요.”
“기회라니, 뭘?”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오. 곧 전화가 올 테니까.”
대검차장은 한본찬을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이내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양측이 대치한 상태로 시간이 계속 흘렀다.
5분.
대검차장은 잔뜩 이죽거리는 표정으로 한본찬을 향해 말했다.
“이제 후회해도 늦었습니다. 당신은 검찰총장이면서 다른 모든 검사들의 꿈을 짓밟았어요. 당신은 절대 전관예우를 받을 수 없을 겁니다.”
10분.
“이제 슬슬 연락이 올 때가 되었군요?”
대전고검장의 말에 대검차장이 킥킥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곧 시간이지. 얘들아, 이따가 총장님 나가실 때 다들 인사 한번 거하게 해 드려라. 최후의 만찬처럼 최후의 인사는 크게 해 드려야지?”
다른 검사들이 모두 왁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한본찬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대검차장을 비롯한 검사들의 입가에 더욱 진한 비웃음이 걸리기 시작했다.
15분.
상황이 조금 묘해졌다.
대검차장이 전화가 올 것이라 말을 했음에도 아직 연락이 없었으니까.
뜨거운 차가 있었다면, 미지근하게 식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상황.
“나이도 있으신데, 계속 일어서 계셔도 괜찮은 겁니까? 앉으시죠. 그게 이따가 나갈 때 조금이라도 다리에 힘이 생길 테니까. 하하하핫!”
대검차장은 그래도 아직 말투에 깐족거림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대검차장이 기다리는 전화라는 것이 오지 않았다.
25분째.
따르르릉-!
갑자기 집무실의 전화기가 울리자, 대검차장이 반색하며 전화기를 향해 달려갔다.
“뭐야, 새끼야. 내 전화야!”
검찰총장은 달려오는 대검차장보다 빨리 수화기를 들었다.
그러자 대검차장은 상관없겠다는 듯, 씨익 이를 드러내며 웃고는 한본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한본찬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대검차장에게 수화기를 넘겨주었다.
“푸흐흐, 이미 후회해도 늦었습니다.”
대검차장은 수화기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일은 잘 해결했나?”
[사…, 살려 주십…시오…….]“……!”
대검차장은 일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뜨악한 표정으로 한본찬을 바라보았다.
“다, 당신. 무슨 짓을 한 거야?”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정말로.”
정말로 한본찬은 아무 일도 안 했다.
단지, 집 주변에 보디가드가 항시 대기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
대검차장은 원래 사법부의 연줄을 총동원해서 검찰총장 집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당연히 실패.
그렇기에 조직들을 동원해서 검찰총장의 집을 급습했다.
총장의 입에서 뇌물 수수 혐의를 인정하는 말이 나오지 않을 때를 대비한 보험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본찬은 수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대검차장이 무슨 짓을 꾸몄는지 추측했던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번 정도 안 좋은 표정을 지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대검차장을 놀리기 위함이었을 뿐.
“그나저나, 평검사들이 감히 검찰총장의 집무실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되게 나쁜데? 나가 주지 않겠나?”
“평검사는 누가 평검……, 헉! 서, 설마…?”
맞받아치던 대검차장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응, 너희들 보직 해임됐어. 그러니까 평검사지.”
만약, 대검차장이 검찰총장의 뇌물 수수 물증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면.
하다못해 뇌물 수수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확보했다면.
아니, 애초에 정부와 국회가 완벽한 협업을 하는 중이 아니었다면.
검찰이 이렇게 무력하게 패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안배해 온 윤기의 계략은 검찰총장 단 한 명만을 매수하는 것으로 검찰을 완전히 몰락시켰다.
“야! 내 집무실에 있는 평검사 나으리들 퇴근시켜 드려라!”
한본찬이 수화기를 들어 밖에 명령하자, 경비들이 들어와서 대검차장, 아니 이제는 평검사가 된 일행들을 바깥으로 끌어냈다.
“아, 배고프다. 얼큰한 짬뽕이나 먹으러 가야겠네.”
사람은 살다 보면 한 번쯤 큰 선택의 기로에 선다고들 한다.
그리고 한본찬은 고위 검사 중 유일하게 선택을 잘한 한 명이었다.
* * *
만약 2010년대였다면, 검찰이 이 정도로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윤기가 국회를 이렇게 쉽게 장악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부유층들의 재산 수준이 상상을 초월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1988년.
윤기가 가진 재산을 약간만 써도 국회의원이든 정부인사든 얼마든지 회유할 수 있었다.
당장 단순 화폐 가치 비교만 해도, 1988년과 2020년은 대략 3배 정도의 가치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실질 가치 차이는 이것보다 훨씬 더 크다.
식품 쪽만 생각해 보더라도 대충 5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니까.
특히 재벌들의 힘이 약화된 게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만약 재벌들이 지금 기업이 아닌 다른 쪽에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좀 더 많은 방해를 받았겠지.
하지만, 기업들은 현재 재벌 전쟁 때 본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기업 경영에 힘을 쏟을 뿐, 정치까지는 신경을 쏟지 못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 법안은 어디까지나 친일 매국노 청산을 위한 쪽.
그렇다 보니 재벌들의 반발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에 속했다.
“통과됐어!”
국회의 표결을 확인한 YS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대한민국은 범죄자의 처벌과 관련해서, 가중주의가 아니라 병과주의를 채택하게 된 것이다.
이제 강도죄를 10건 저질렀다면 1.5건 저지른 정도로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10건에 걸맞은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병과주의를 저질렀다고 해서 10건이라고 무조건 10배를 받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개짓거리를 한 인물에게 그에 걸맞은 형량을 내릴 수 있게 된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나저나, 난 항상 신기해. 윤기 군은 정의를 구현하는 듯하면서도 정의로운 방법을 고집하지는 않는단 말이지?”
YS의 말에 윤기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정의로운 방법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 아닐까요? 비법적인 방식을 쓴다고 해서 꼭 악한 방식인 것은 아니니까요.”
만약, 수십 년이 지나고 누군가가 윤기의 행보를 알게 된다면 어떻게 평가할까?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악인이라고 표현하기는 힘들 것이다.
더군다나 윤기가 한 행동이 불법이라고 입증하는 데 대단한 어려움을 겪겠지.
“아, 그 말이 맞겠군. 아무튼, 마음에 들어. 쓰잘데기없는 부분에 신경 쓰다가 매국노들한테 지느니, 차라리 화끈하게 저지르는 게 낫지. 좋아, 좋아!”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연신 짓고 있는 YS.
그 모습에 미소를 짓고 있는 윤기.
둘을 보고 있던 N이 물었다.
“그러면, 검찰 쪽은 이걸로 이제 정리된 건가?”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검찰이 국회의원들을 협박할 때 쓴 자료들을 조사해서 털어 낼 의원들은 정리해야죠. 내년이 총선이니까요. 동시에 히무라와 매국노들을 처단해야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