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86)
586화 아낌없이 주는 회사 (3)
“물론입니다.”
류근태와 더불어서 임시찬 부장도 나이를 많이 먹었다.
세스 밑에서 잠실 부동산으로 와이케이와 경쟁했던 때도 꽤 오래전 일.
그래도 임시찬은 아직 현역이었다.
“필요한 건 어느 부서에서 근무했는지 정도예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조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랜 기간 와이케이의 정보 담당을 했던 만큼, 임시찬은 빠르게 류근태가 원하는 정보를 모아왔다.
“여기 있습니다.”
3.5인치 플로피디스크를 건네는 임시찬.
어지간한 회사원들이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보고하는 데 종이로 된 보고서가 아니라 플로피디스크를 건네다니.
플로피디스크는 200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거의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아마, 고대 유물 취급 정도 받겠지.
좀 쉽게 설명하자면, USB 이전에는 동그랗게 생긴 CD를 저장매체로 썼었다.
그리고 CD 이전에 쓰던 저장매체가 바로 ‘플로피디스크’다.
무려 1.44 메가바이트의 용량을 저장할 수 있는 3.5인치 플로피디스크.
류근태는 임시찬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후, 임시찬이 떠나자 바로 컴퓨터에 플로피디스크를 넣었다.
측근들에게 무조건 컴퓨터를 배우라고 지시이자 명령을 내린 윤기.
그렇기에 50줄에 접어들려는 류근태도 컴퓨터라는 최신 기술을 나름 자유롭게 다루고 있었다.
타자를 치는 것도 독수리 타법이 아니라 제대로 친다.
애초에 진급하려면 조건 중 하나가 컴퓨터이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디 보자…….”
엑셀 파일로 만들어진 임시찬의 보고서.
류근태는 자연스럽게 엑셀 파일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직장인 입장에선 또 놀랄 일.
도저히 믿지 못하겠지만, 부하 직원이 액셀을 쓰면 핀잔을 주는 상급자들이 진짜로 존재한다.
[그런 걸 쓰니까 업무 능률이 떨어지는 거야. 꼼수를 쓰는 게 아니라, 정공법으로 해야지!]실제로 누군가가 겪어 본 말이라는 게 더 무서운 사실.
대기업으로 가면 그래도 이런 일이 많이 줄어들긴 하지만, 연줄로 임원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결국 대기업에도 이런 상급자가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와이케이는 다르다.
서재에 들어오고 싶으면 컴퓨터를 익혀야 한다.
만약, 측근이 컴퓨터 익히기를 거절한다?
그러면 그때부터 측근이 아니게 되는 거다.
“되게 자세히 조사하셨네.”
류근태는 미소를 지으며 엑셀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조작했다.
특히 류근태가 한 행동은 목록에 있는 사람들을 부서별로 정리한 것.
아무래도 와이케이 백화점의 사원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회사였던 만큼 퇴사하는 사람의 숫자도 꽤 있는 편이었기에 확실히 이러는 편이 보기 쉬웠다.
“미안하다, 사무직.”
안타깝지만, 사무직은 이번 선발에서 패스.
사무직은 일자리가 많던 옛날에도 참으로 슬픈 직종이다….
‘설계직이면 충분하겠네.’
해고당한 사람들은 여러 보직에 있었지만, 류근태는 그 중 설계와 관련된 자들만을 추렸다.
그리고, 그들 중 현재 무직이거나 만족스럽지 못할 것 같은 직장에 있는 자들로만 다시 정리하자, 몇 명의 사람만이 남았다.
“오 비서, 이 사람들 스카우트해 와.”
그렇다.
류근태는 그들을 채용할 생각이었다.
* * *
“아니, 농담도…….”
올해로 47살의 최남인.
나름대로 건실한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자진 퇴사한 숙련 노동자다.
솔직히 말이 자진 퇴사지, 사실상의 해고.
부장 직급이었던 최남인은 두 달 전, 상무와 포장마차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이제 슬슬 최 부장도 사회로 나가서 자기만의 날개를 펼쳐 봐야 하지 않겠어?]자영업을 해 보라는 식으로 종용하는 상무.
말은 번드르르했지만 사실상 회사를 나가라는 말.
[만약, 최 부장이 사회로 나가겠다면 내가 회사에 잘 말해서 퇴직금도 좀 더 받게 해 줄게. 어때?]당연한 말이지만, 최남인은 이러한 상무의 말을 거절했다.
[아이쿠, 최 부장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어쩌겠어, 허허허헛!]포장마차에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던 상무.
하지만, 바로 다음 날부터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바로 책상 빼기.
책상이 어디 갔냐고 물었지만, 사무실의 아무도 최 부장에게 답을 해 주지 않았다.
상무를 찾아가서 물어봤더니 책상이 수리 중이니 참으라는 대답뿐.
게다가 이후로 툭하면 상무가 불러서 엄청난 꾸지람을 주었다.
다른 사원의 실수까지도 최남인의 관리 부실을 거론하며 폭언까지 일삼는 상무.
솔직히 최남인이 회사생활을 모나게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직원들은 최남인을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
그야말로 현실.
인터넷에서야 사람들은 직장에서 자진 퇴사를 종용당하며 괴롭힘당하는 사람들을 왜 도와주지 않느냐며 화 낸다.
같은 사무실의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왕따 당하는 급우를 도와주는 사람이 솔직히 몇이나 되었는지 생각해 보자.
직장이라고 해서 다를 거 없다.
자기가 피해를 볼까 봐 대부분 몸을 사리고, 상무의 말을 따르게 되는 것이다.
결국, 최남인은 두 달 정도를 버티다 저번 주에 퇴사했다.
복도에다가 책상을 배치하고,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툭하면 상무가 불러서 폭언하고, 심지어 일도 안 줬다.
거기에 딴짓도 못 하게 했다.
멍하니 복도 책상에 앉아서 가만히 있어야 하는 상황.
신입사원에서부터 이사들까지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자신을 질렸다는 듯이 쳐다본다.
그야말로 사람을 정신적으로 죽여 버리는 방법.
그렇기에 최남인은 속으로 울면서 다시 상무를 찾아갔다.
그러자 다시 환히 웃으면서 반색하는 상무.
결국, 최남인은 퇴직금에 겨우 두 달 치 봉급을 더 얹어서 퇴직했다.
하지만, 아내한테는 엄청나게 혼났다.
당장 아들이랑 딸이 곧 결혼하는데, 집이랑 혼수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게 그 이유였다.
물론, 퇴직금과 모아 놓았던 돈을 탈탈 털어 아들 집을 해 주고, 딸 혼수도 장만해 줬지만 그걸로 끝.
당장 최남인과 아내의 생활과 노후가 미궁에 빠졌다.
그러던 차에 찾아온 와이케이의 스카우터.
[우리 와이케이에 입사하셔서 능력을 보여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문을 열어 준 것은 아내였고, 아내는 반색하면서 환영했지만, 최남인은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구라치고 앉아 있네.’
와이케이가 뭐 하러 자신을 스카우트하러 오겠는가?
사실상 해고된 47살의 무직 백수일뿐인데 말이다.
실제로 최남인의 이러한 판단은 오히려 옳은 것이었다.
상대가 ‘나 와이케이 스카우터입니다’라고 해도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게 순진한 거겠지.
하지만, 아내는 달랐다.
“여보, 좀 진지하게 들어 봐욧!”
이래서 세상에는 운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분명 합리적인 것은 최남인의 행동인데, 운을 가져오는 것은 아내의 저돌적인 행동이었으니까.
“아니, 여보. 상식적으로 와이케이의 스카우터가 나한테 왜 와? 내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아니,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와이케이가 찾아와서 일해 달라고 하는데!”
“아니, 이 사람이 사기꾼일 수도 있잖아!”
그렇지 않아도 해고가 되어서 심기가 대단히 불편한 최남인.
더불어서 남편이 백수가 되어 매우 기분이 나쁜 최남인의 아내.
둘은 바로 앞에 와이케이의 스카우터가 있음에도 ‘아니’라는 단어를 연발하며 대놓고 직설적인 화법을 쏟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류근태의 측근인 만큼, 이곳에 찾아온 와이케이의 스카우터는 나름대로 능력자.
그렇기에 시종일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가장 확실한 방법을 제안했다.
“혹시 여기 전화번호부 있나요?”
“전화번호부요? 있죠!”
뭔가 싶어서 반색하는 최남인의 아내.
“전화번호로 와이케이 백화점에 전화 걸어서 류근태 사장님 바꿔 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확인하시면 되지 않겠어요?”
“아, 그러면 되겠네! 여보, 빨리 걸어봐요!”
아내의 채근에 최남인은 하는 수 없이 전화기를 들었다.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이 아니라 버튼을 누르는 방식의 무선 전화기.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호가 갔고, 최남인은 그제야 상황에 맞추어 당황함을 느꼈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
하지만, 이미 신호는 연결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와이케이 백화점 안내처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명랑하면서도 친절한 여성의 목소리.
“어…, 류근태 사장님을 바꿔 주실 수 이, 있을까요?”
당황함이 가득 섞인 목소리.
[실례지만 전화하신 분의 성명과 직장, 그리고 직급을 알 수 있겠습니까?]“어…, 그러니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최남인의 동공에 스카우터의 모습이 들어왔다.
마치, 자기에게 바꿔 달라고 하는 듯한 모습.
그렇기에 최남인은 얼떨결에 전화기를 넘겨주었다.
“어, 한 주임. 나 비서실 김 과장인데 사장님한테 전화 연결 좀 해 줄래?”
안내처의 한 주임과 안면이 있는 김 과장이었기에 한 주임은 김 과장의 목소리를 바로 확인했고, 이어서 다시 전화가 연결되는 소리가 들렸다.
“받으세요.”
다시 최남인에게로 전달된 전화기.
[네, 와이케이 백화점 회장 류근태입니다.]탁-!
안방 바닥에 떨어진 전화기.
[여보세요? 여보세요?]분명 집 전화번호부에 나와 있는 와이케이 백화점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안내처를 통해 사장실로 전화 연결이 되었다.
그렇다는 것은?
적어도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은 와이케이 그룹의 사람이 맞다는 거다.
“여봇!”
답답한지 소리를 치는 최남인의 아내.
최남인은 간신히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여, 여보세요?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최, 최남인이라고 합니다. 정말 저를 고, 고용하고 싶으신 겁니까?”
[네, 맞습니다. 다만, 제가 지금 바빠서 그러니 자세한 사항은 김 과장과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전권을 위임한 사람입니다.]“아, 알겠습니다. 바쁘신데 죄송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까지 꾸벅 숙이는 최남인.
전화가 끊어진 후, 최남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이 실례를 어떻게 사죄해야 할지….”
“어휴, 사죄라뇨. 솔직히 판단력이 좋으셔서 저는 더 좋습니다. 와이케이에 들어오실 분인데, 당연히 합리적인 판단이 있으셔야죠.”
김 과장의 말에 최남인은 그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여보, 뭐 해. 귀한 손님 오셨는데, 차라도 한 잔 갖다 줘.”
“어머, 내 정신 좀 봐.”
스카우트하러 왔다는 말에 정신이 팔려 커피도 내놓지 않은 최남인의 아내.
잠시 후, 최남인의 아내는 정말 정성 들여 탄 커피 세 잔을 안방으로 가져왔다.
“감사합니다.”
인사와 함께 커피잔을 잡는 김 과장.
최남인 역시 자연스럽게 커피잔을 잡았다.
“사모님은 안 드시나요?”
“아, 저는 커피 안 마셔요.”
최남인 아내의 대답.
“그런데 왜 세 잔을…?”
“이 사람이 커피는 두 잔씩 마시거든요.”
“풉!”
뭔가 상황이 웃겼기에 입에 머금었던 커피를 살짝 커피잔에 다시 쏟은 김 과장.
어쩐지 사이가 좋은 부부의 집에 왔다는 생각이 들어 당황한 표정과 달리 속마음은 편했다.
“어이쿠, 이걸로 드십시오.”
자신의 두 번째 잔을 권하는 최남인.
김 과장은 미소와 함께 괜찮다며 마시던 커피를 다시 마셨다.
“커피 맛이 좋군요, 감사합니다.”
“어유, 그냥 인스턴트 커피인걸요.”
자고로 가정 커피의 맛은 프리마와 설탕의 양이 좌우하는 법.
김 과장은 커피를 아주 맛있게 마셨다.
“김 과장님,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걸 먼저 물어도 될까요?”
“아, 네.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저를 왜 고용하시려는 거죠? 와이케이에서 제가 일할 부서가 있나요?”
“네, 육아용품 A/S 부서에서 일해 주셨으면 합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A/S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