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151
제 151화
151. 바깥. 신들의 전장 (7)
“크윽!”
거리를 벌리며 뒷걸음치는 카인의 얼굴은 한없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대는 신을 믿지 않는다고 했지 않나! 사도가 아니라고 들었건만!”
“사도는 아니야. 받은 거라니까?”
“웃기지 마라!”
카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카인은 태산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세계에서 누구보다 위대한 대전사였다.
모든 나라를 통틀어도 찾기 힘든 힘을 가졌으며 황제조차 그의 앞에서는 말을 함부로 꺼내지 못했다. 만나는 모두가 그를 향해 몸을 굽히고 숭배의 시선을 보냈다.
뛰어난 전사 수백이 모여도 그를 상대로 이길 수 없었으며 자연재해조차 그의 앞에서는 위용이 가려졌다.
그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현 세대에서는 누구도 나를 이길 수 없다는, 이전 세대를 통틀어도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하다는 자부심을.
하지만 그런 그조차 여태까지는 사도의 계약을 받지 못했다.
사도는 신의 곁에서 평생을 지키는 자리.
그보다 위대했다고 평가받던 대전사들도 일평생 사도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경우가 제법 있었다.
그조차 태산을 쓰러트리기 위한 특례로 간신히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그런데 태산의 말은 달랐다.
자신은 신을 믿지 않으며, 신이 자신에게 호의를 보인 것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카인은 그 말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건 우리에 대한 모독이다!”
“모독이든 뭐든.”
태산은 관심 없었다.
카인이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검을 내려찍었다.
억지로 부여받은 자리라지만 그래도 사도의 일격이었다. 흘리기도 피하기도 어려운 힘이 담겨 있었다.
태산은 검을 휘둘렀다.
카각.
검을 부딪치며 태산은 손목을 꺾는다. 태산의 검이 카인의 검을 흘려 지나가며 카인의 가슴을 노린다.
“흥!”
뻔한 반격이었기에 카인은 코웃음을 치며 몸을 빼내고 검을 들어 올렸다.
카인의 칼자루가 태산의 머리를 향했다.
카앙!
폼멜이 태산의 검면과 부딪혔다.
서걱.
그리고 카인의 손목이 베였다.
“어, 어?”
카인이 손목을 부여잡으며 거리를 벌렸다. 그의 얼굴엔 동요가 서려 있었다.
“어떻게?”
그는 분명 태산의 반격을 피하고 역으로 공격했다. 그리고 태산은 그의 공격을 막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손목이 베여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태산은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듯 곧바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크윽!”
카인이 이를 갈며 검을 휘둘렀다.
다시금 검이 부딪혔다.
[당신은 카운터를 발동했다.]아까와 마찬가지로 태산은 카인의 검을 흘렸다. 카인은 부드럽게 힘을 갈무리하며 반격했다. 태산이 방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서걱.
[카인에게 150 데미지.]하지만 아까와 마찬가지로 카인의 팔목에 상혼이 생겨났다.
태산이 검을 털었다.
“이번엔 데미지 창이 뜨네.”
여태까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베궤세타 때도 천사에게나 데미지 창이 나타났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신과 직접적으로 관여된 이들에겐 데미지 판정이 시도되는 건가?’
“이, 이 무슨…….”
카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그가 유리해야 할 상황임에도 상처가 생기는 건 그였다.
동요하던 카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추잡한 사술을 쓰는구나!”
태산이 검술이 아닌 마법이나 흑마법 따위를 사용한다. 카인은 그렇게 받아들였다.
태산으로선 억울한 오해였다.
“이게 내 검술이야.”
“웃기지 마라! 그따위 검술이 있을까 보냐!”
“그렇게 말해도.”
이게 태산의 검술이었다.
검의 신 앞에서 만들어내고 유령이 인증한 그의 검술이었다.
[당신은 강격을 발동했다.]카아아앙!
“읏!”
카인의 팔이 밀려났다. 여태까지 서로의 힘은 비슷했는데 갑작스레 차이가 생겨버린 만큼 카인은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태산은 곧바로 달라붙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카인은 황급히 자세를 갈무리하고 그 공격을 막았다.
카인에게는 최선의 행동이었지만, 동시에 태산이 노린 행동이기도 했다.
카아아앙!
카인의 팔이 다시금 밀려난다.
강격은 가속과 같이 타이밍을 맞춰서 공격에 성공하거나 상대의 검에 가로막히면 연속해서 발동이 가능했다.
카가각!
카인은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밀려났다. 갑작스레 힘의 차이가 두 배로 늘어난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크윽!”
태산의 검이 그의 목을 스쳤다. 그가 목을 부여잡고 물러났다.
부여잡은 손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지만 카인은 거기에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이, 이따위 것이!”
[당신은 가속을 발동했다.]파바바박!
카인의 검을 스쳐 지나가며 전신을 벤다.
화려했던 카인의 갑옷은 어느새 이곳저곳 찢어져 쓰레기와 같은 모양으로 변해 있었다.
태산이 검을 흔든다.
“더럽게 튼튼하네.”
마치 미궁의 모험가를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면 옛적에 죽었을 상처임에도 카인은 아직 여력이 있어 보였다.
“저것도 사도의 힘인가.”
무엇보다 태산이 벤 상처들이 천천히 치유되고 있었다.
이런 자잘한 공격으론 쓰러트리기 힘들 것 같았다.
[사실 공격이 먹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인데.]유령이 헛웃음을 흘렸다. 태산이 사도화를 받았다지만 어디까지나 사도의 힘 일부만을 쓰는 것이었다. 실제로 사도 여럿을 본 유령의 시점에서 태산이 가진 사도화에는 부족한 것이 많았다.
그걸 태산은 단순한 격의 우위로 찍어누르고 있었다.
[그래도 슬슬 끝내야 해.]“알고 있어.”
사도화의 지속 시간은 이제 3분밖에 남지 않았다.
일격에 승부를 끝낸다.
태산은 자세를 잡았다. 카인 또한 그에 대비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그는 그러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이, 이 뭔…….”
무언가 저항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힘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하지만 상념에 빠져 있을 시간은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태산은 그에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크윽!”
카가각!
카인은 뒤늦게나마 방어에 집중했다. 거북이처럼 자세를 웅크리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막아내기 시작했다.
태산은 그 방어를 뚫을 생각이었다.
[당신은 연속 공격을 발동했다.]카아앙!
“웃!”
강한 진동이 검을 타고 카인의 팔에 전해진다.
카인의 검을 쥔 손이 순간적으로 풀렸다. 태산은 카인의 아래로 파고들어 검을 올려 벴다. 카인은 검을 제대로 쥐지도 못한 채 급히 공격을 막았다.
[당신은 도약을 발동했다.]콰직.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력이 검에 담긴다.
카인이 검을 놓친다.
저 멀리 날아가는 황금의 검을 그가 황망한 얼굴로 바라본다.
무기를 놓친 검사에겐 아무 가치도 없다.
태산의 검이 카인의 가슴을 꿰뚫는다.
그대로 힘을 주어 돌진하며 벽에 처박는다.
“커억!”
[카인에게 1989 데미지.]비슷한 데미지가 연달아 뜬다. 태산이 검을 뽑는다.
“내 승리야.”
카인을 둘러싼 신격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육체와 영혼이 신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와 동시에 사도화의 지속 시간이 끝났다.
육체에 깃든 강대한 힘이 사라지자 조금 탈력감이 들었다.
“이거 습관이 되면 안 되겠어.”
머릿속에 들어온 인간의 인지를 뛰어넘는 지식, 정보, 그리고 힘.
그 모두가 매력적이었다.
취해버린다면 스스로 영혼을 팔아 사도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아마 그걸 노리고 라키라타스가 사도화를 내려준 것이겠지.
태산은 정신을 갈무리했다.
들끓는 흥분과 열기가 가라앉았다. 진정한 후 카인을 바라보자 그는 헛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하, 하하…….”
방금까지 그의 전신에 깃들었던 힘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내가 이런 최후를……,”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카인은 그렇게 죽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다.
거기에 스킬 하나를 획득했다.
[당신은 신의 사도를 상대로 승리했다. 특수 발동 스킬 [사도 살해자]를 얻었다.]“신을 죽이면 신 살해자를 얻게 되는 건가?”
[어…….]유령은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애매한 목소리로 말꼬리를 흐렸다.
태산 또한 농담으로 말한 거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스템 창을 봤다.
[당신은 화려하게 치장된 검의 신의 마지막 신도를 처리했다. 화려하게 치장된 검의 신은 신들의 전장에서 쫓겨났다.] [미궁의 신들이 흡족해한다.] [검의 신은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그는 당신의 행동에 무척이나 만족한다.]하늘의 균열을 통해 강대한 힘이 빠져나간다.
아마 화려하게 치장된 검의 신이겠지.
이걸로 끝이었다.
신들의 전장에 남은 건 태산 혼자였다.
[특수 퀘스트 성공]성공 창과 함께 세계에 금이 간다. 마치 거울 세계가 깨져나가듯 공간이 부서져 내리기 시작한다.
조각나는 세계를 마지막으로 태산은 미궁에 들어왔다.
드디어 끝났다.
태산이 검을 집어넣었다.
* * *
“내가 아니면 클리어 못 하는 퀘스트가 맞네.”
[아마 그랬을걸.]카인은 사도의 힘을 손에 넣었다.
만트라는 태산이 아니더라도 미궁의 존재가 전장을 위협한다면 사도의 권능을 주었을 가능성이 컸다.
아니면 직접 내려와서 죽였겠지.
사도화를 가진 태산이 아니면 이길 수 없는 적이었다.
거기에 카인은 그 자체로도 강했다.
태산에게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패배했다지만 검술의 격은 결코 낮지 않았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카인의 힘은 40층 초반의 모험가 수준은 되었다.
30층을 공략하는 모험가의 수준으로는 이길 수 없는 적이었다.
[아마 만트라의 검술이었겠지. 실제로도 검술 자체의 수준은 꽤 높았어. 단지 그놈의 숙련도가 낮아서 쉬웠던 거야.]유령도 그리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네 검술에 대해서 아예 대응법을 몰랐으니까 더 간단했지.]“내 검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니까.”
처음 상대하는 자는 공략법을 아예 찾을 수 없다. 그게 태산의 검술이 가진 특징이었다.
검격의 속도가 갑자기 두 배가 된다.
힘 또한 갑자기 두 배가 된다.
카운터의 경우엔 그보다 더했다.
유령이 기가 찬 어조로 중얼거렸다.
어빌리티 소드의 효과로 카운터를 좀 더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성공이 아닌 실패한다는 변수는 태산이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었고, 그 이후의 공격은 확정타가 먹히는 만큼 상대를 혼란에 빠트리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실제로 카인이 그랬었다.
그는 태산의 반격을 막고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태산이 공격을 무시하고 그에게 타격을 주자 카인은 크게 당황해 제대로 된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다.
데미지 자체는 그리 대단하지 않지만 전투 자체에는 큰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래도 마냥 쉽지는 않아.”
반격에 실패해야 한다는 리스크는 컸다. 확정타 또한 이쪽에서 공격을 시도해야 이루어지는 만큼 백 퍼센트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었다.
“그래도 좋긴 하지만. 카드 게임 하는 기분이야.”
태산이 중얼거렸다. 조건을 채우고 효과를 끌어낸다. 카드 게임과 비슷했다.
“그나저나 보상은 언제쯤 주는 거야?”
미궁으로 돌아온 지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도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태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다수의 신이 소수의 신의 결정에 대해 의문을 보인다.]“의문?”
그에 대해 생각하기도 전에 창이 주르륵 나타났다.
[선택의 신의 간섭 영역이 줄어들었다.] [증명의 신의 간섭 영역이 줄어들었다.] [승리의 신의 간섭 영역이 줄어들었다.] [마신의 간섭 영역이 줄어들었다.] [투쟁과 죽음의 신의 간섭 영역이 줄어들었다.] [검의 신의 간섭 영역이 줄어들었다.] [마법의 신의 간섭 영역이 줄어들었다.]태산이 멈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