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272
제 272화
272. 61층, 시험의 장 (3)
“우선 보상이다.”
[당신은 첫 번째 시험을 통과했다.]벨뎅키아가 태산에게 물약 하나를 던졌다.
[[상급 힘 상승의 물약]을 얻었다.] [상급 힘 상승의 물약] [영구적으로 힘을 200 상승시킨다.]힘 200.
상당히 괜찮은 보상이었다. 장비와 달리 한 번 사용하면 영구적이란 점이 상당히 큰 어드벤티지였다.
“괜찮군요.”
“10단계 보상이니까. 그 정도는 해줘야지. 시험을 통과하면 통과할수록 더 좋은 보상을 받을 거다.”
벨뎅키아가 지팡이로 바닥을 두들겼다. 작은 마법진이 그려지며 술병과 마른안주가 튀어나왔다.
“우선은…… 너에 대한 것이 궁금하군.”
벨뎅키아가 술병을 홀짝이며 물었다.
“백 년 만에 이곳에 온 모험가. 너는 무엇을 바라고 어떻게 해서 이곳에 오게 됐지?”
태산의 배경.
딱히 숨길 내용은 아니었기에 태산은 순순히 말했다. 지구에 대해서. 그리고 그곳을 침략한 고신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이 미궁으로 초대됐다는 것에 대해서.
물론 미궁의 분리와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 따위는 숨겼다. 그럼에도 벨뎅키아로서는 지구 전체를 초대했다는 사실이 퍽이나 흥미로웠는지, 진지한 얼굴로 들었다.
상당히 긴 이야기였다. 신의 시련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벨뎅키아는 이것저것 물었다.
태산은 답할 수 있는 것들은 답하고, 그러지 않은 것들은 답하지 않았다.
이야기가 끝났을 무렵에는 꼬박 하루가 지나 있었다.
“고신들이 그따위 일을 벌였다 이거지.”
벨뎅키아가 텅 빈 술병을 흔들며 중얼거렸다.
“바깥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네. 흥미로워. 본격적으로 세상을 짓밟으려는 건가?”
[어차피 너한테는 관계없는 이야기잖아?]“뭐…… 그건 그렇지.”
벨뎅키아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미궁에 묶여 있는 존재. 이제 와서 바깥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와는 관계가 없었다.
“가장 흥미로운 건. 한 세계의 모든 존재가 미궁으로 들어왔다는 거네. 재미있어. 그들이 여기까지 올 가능성은…… 역시 없으려나.”
“몇은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그럴 가능성이 크죠.”
이태연과 강준혁은 클리어 가능성이 보이는 자들. 지금은 20층대에 머물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도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가 문제였다.
대다수의 얼론 모드 플레이어는 아직도 10층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태연과 강준혁은 몰라도 나머지 사람들이 살아남아서 얼론 모드를 돌파할 수 있을까. 태산 자신이 아무리 도와준다 해도 힘들었다.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하는 태산을 보고 벨뎅키아는 웃었다.
“넌 나와 다르구나. 무척 착해. 마치 그녀처럼.”
“그녀?”
벨뎅키아는 대답 대신 일어났다.
“하루가 지났어. 다음 시험을 받을 거지?”
“네.”
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벨뎅키아는 진한 미소와 함께 물었다.
“이번에 사용할 건?”
“흑마법.”
“난이도는 당연히 10이지?”
“네.”
“좋아.”
[흑마법을 제외한 모든 능력이 봉인되었다.]벨뎅키아가 마법진을 그렸다. 그곳에서 거대한 괴물이 뛰쳐나왔다.
[커어어엉!]마치 신화에 나오는 거인과 같은 크기였다.
거인은 집채만 한 팔뚝을 휘둘렀다. 그곳에 담긴 힘은 태산보다도 강했다.
태산은 발을 박찼다.
쿠우웅!
휘둘러지는 팔을 피한다. 지켜보던 벨뎅키아는 조용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흑마법만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서 태산은 스탯만으로도 밀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광경은 벨뎅키아를 더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당신은 메피스토의 검은 번개를 발동했다.]쿠르르릉!
번개가 거인을 꿰뚫는다. 거인의 움직임이 살짝 멈추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흑마법을 연계한다.
[당신은 엘리고스의 장미 가시를 발동했다.]장미 가시가 내려 거인의 움직임을 틀어박는다.
[당신은 마르바스의 칠흑 파도를 발동했다.]그리고 검은색 파도가 게걸스럽게 일어난다. 거인이 주먹을 질러 터트리지만 파도는 키득거리며 거인을 휩쓴다.
파도에 휘청거리며 일어나지 못하는 거인을 향해 태산은 통로를 열었다.
지켜보던 벨뎅키아의 동공이 커졌다.
“설마!”
[당신은 나베리우스의 황금빛 검을 발동했다.]황금의 검이 구현된다.
“이 무슨.”
강림한 힘에 벨뎅키아가 헛웃음을 흘린다. 태산이 흑마법을 가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어느 수준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 수준을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흑마법은 마신이 허락해야 얻을 수 있는 힘. 인간으로서 어떻게 얻어낸 모양이지만 그 경지는 마족들과 비교하면 초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건.
벨뎅키아는 알 수 있었다. 저건 중급 마법에 필적하는, 마신이 총애하는 마족에게도 쉽게 내려주지 않는 힘이란 것을.
즉 눈앞의 인간은 마족들보다 더한 마신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의미였다.
쿠우웅!
빛이 거인과 충돌한다. 거인이 볼썽사납게 날아간다.
벨뎅키아는 웃었다. 그 웃음은 만족의 미소였다.
‘이런 힘을 가진 자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의 소망을 이루는 것이.
그의 주먹 안의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그는 전투를 지켜봤다. 거인은 계속해서 저항했지만 오래지 않아 쓰러졌다.
쿠웅!
태산이 바닥에 착지했다. 그의 육체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벨뎅키아가 웃음과 함께 반겼다.
[나베리우스의 황금빛 검의 숙련도가 1% 올랐다.] [메피스토의 검은 번개의 숙련도가 1% 올랐다.] [엘리고스의 장미 가시의 숙련도가 1% 올랐다.] [당신은 두 번째 시험을 통과했다.] [상급 마기 상승의 물약]을 얻었다. [상급 마기 상승의 물약] [영구적으로 마기를 100 상승시킨다.]마기의 상승. 그것도 100이나 되었다. 아직도 마기가 600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한 상승이었다.
‘좋군.’
태산이 속으로 만족해하며 물약을 사용했다.
벨뎅키아는 다시 주저앉았다. 그가 바닥을 두들겨 술과 마른안주를 꺼냈다.
“그럼 다시 한 번 이야기해 보자고.”
* * *
하지만 이번의 이야기는 금방 끝났다. 태산이 할만한 것들은 전부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용사. 네가 이야기할래?”
[내가 왜 하냐?]용사가 거부했다. 벨뎅키아는 기다렸다는 듯 웃었다.
“그럼 내가 이야기할까?”
“어차피 그걸 노리고 계셨던 거 아닙니까?”
벨뎅키아가 이야기를 하자고 꺼냈을 때부터,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리라.
벨뎅키아가 킬킬 웃었다.
“역시 들켰네. 미안. 내 목적을 위해서는 네가 내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거든.”
“저도 궁금하긴 했으니, 말씀해보시죠.”
미궁에 자리 잡은 NPC. 그들은 각자의 소망을 가지고 이곳에 있다.
릴리스는 마법의 비원을 원했으며, 용사는 복수를 원했다.
벨뎅키아는 무엇을 원하는가.
벨뎅키아가 술을 마시며 말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미궁의 상점을 담당하는 놈. 그 드워프와 비슷해. 심층에 있는 것이지.”
“당신의 능력이라면 가능하지 않습니까?”
벨뎅키아의 정확한 수준은 모르지만 80층은 거뜬하게 넘어서리라. 어쩌면 90층까지도 갈 수 있었다.
태산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바에는 그 스스로 해내는 것이 더 빠르겠지.
“아니.”
하지만 벨뎅키아는 부정했다.
“나는 이룰 수 없어. 나는 불가능해.”
그가 흐느끼듯 웃었다.
“그러니까…… 난 네가 필요해.”
웃음이 뚝 끊겼다.
그가 멍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헤므로디아. 한때 마법이 찬란히 빛나던 아름다웠던 세계.”
그것은 벨뎅키아가 미궁에 들어오기 전의 이야기. 이제는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는, 수천 년 전의 과거.
“하지만 천천히 죽어가던 세계였지.”
식물이 시들고 샘이 마른다. 태양이 빛을 잃어가며 흑색 구름이 하늘을 가린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들의 세계는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였어. 나이는 어렸지만 수십 년을 마법에 바친 이들조차 내 재능 앞에서 무릎을 꿇었지. 그 누구도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내가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고 그들은 말했지만…… 그게 가능할 리 없잖아?”
세계의 멸망이다.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필멸자에 불과한 벨뎅키아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벨뎅키아 자신도 해결할 생각이 없었다.
“세계가 멸망해가고는 있었지만 내가 죽을 때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 그럼 나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잖아? 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하고 다녔지.”
마법을 연구하고, 실험하고.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지원은 부족하지 않았다. 그는 원하는 대로 살아갔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어. 세계는 분명 멸망해가고 있지만, 자신들의 세대만큼은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사치와 향락이 거리에 들끓었지만 누구도 막지 않았지.”
자신들이 이 세계의 끝이다. 후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실이 사람들은 광기에 물들게 만들었다.
그들의 세계는 마치 신화에서 나오던 탐욕에 물든 도시와 같았다.
“하지만…… 공주님만은 아니었지.”
제국의 유일한 핏줄. 멸망해가는 세계를 이어나갈 유일한 황족.
“그녀는 골방에 틀어박혀서 연구를 하던 나를 끄집어냈지. 공주님이 뭐라고 말한 줄 알아?”
‘세계를 구하러 가보죠. 방탕한 천재 마법사 씨.’
그녀는 그리 말했다. 찬란히 빛나는 금발 머리카락을 흔들며, 누구보다 빛나는 황금의 눈동자로, 밝은 웃음으로 말이었다.
마치 어제처럼 선명했다. 벨뎅키아는 키득 웃었다.
“웃긴 이야기지 않아? 공주인 그녀는 분명 강했지만 그래 봤자 인간이었어. 나도 마찬가지였고. 그런데 단둘이서 세계를 구하겠다고 말했어. 진심으로 말이야. 다시 생각해도 멍청한 여자였어.”
그리 말하는 벨뎅키아의 눈에는 그리움과 추억이 가득했다. 적어도 그때의 일이 벨뎅키아에겐 영 나쁜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나는 당연히 거부했지만…… 온종일 따라와서 쫑알쫑알거리더라고. 같이 해보자고 말이야. 그래서 짜증 나서 방법을 알아내오면 같이 해주겠다고 했더니, 미궁의 정보를 가져오더라고?”
마법사와 신들이 만든 미궁. 그곳을 공략하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었다.
신들이라면 세계의 멸망 따위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그들은 미궁에 들어왔다.
“안 그래도 강제로 끌려와서 짜증 났는데 공주는 나한테 말했어. 자신을 지키라고. 그럼 우리는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난 짜증이 났지. 내가 원해서 온 것도 아니고, 강제로 끌려왔는데 소원이고 뭐고 알 게 뭐야? 난 세계가 멸망하든 말든 상관없었어. 그래도 일단 들어왔으니 열심히 했지.”
벨뎅키아는 웃음을 흘렸다.
“한 이백 년 정도 말이야.”
바깥에서보다 훨씬 긴 삶을 미궁에서 살아갔다. 그리고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언제나 공주와 함께였다.
“짜증 나던 계집애는 어느새 내 삶의 의미가 되었지. 그녀를 위해서는 죽을 수 있다. 그런 생각도 했었어. 하지만…… 난 그러지 못했지.”
벨뎅키아가 손에 힘을 주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마른안주가 손아귀 힘에 먼지가 되었다. 감정에 호응한 마나가 주변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난 겁쟁이야. 압도적인 존재감 앞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땅에 머리를 박고 목숨을 구걸했지. 나는…… 나는 할 수 없어.”
벨뎅키아는 웃었다.
“그러니까 부탁해.”
처연한, 하지만 절박한 얼굴로 태산에게 말했다.
“저 깊은 곳에서 고통받고 계시는 공주님을 구해줘.”
[서브 퀘스트 시작] [공주를 구하지 못한 마법사. 벨뎅키아는 신에게 영혼을 붙잡힌 공주의 구원을 바란다.] [조건 : 추락의 신. 에센스와 조우하여, 그와 거래할 것.] [보상 : 당신의 성과에 따라 벨뎅키아와 에센스가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