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525
제 525화
525. 여덟 번째 귀환, 지구 (10)
“오오오…….”
“아…….”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그들의 신앙과 신성이 태산을 향해 흘러들어 간다.
나약한 그들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나타난 적은, 여태 그 어떤 존재와 비교를 불허하는 무척 강력하고 이질적인 존재라는 것을.
바란다면 이 세상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괴물이라는 것을.
“태산이시여…….”
그들이 자신들의 신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어떻게 되려나.”
마법사는 애매한 얼굴로 그린란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울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건 불가능하다.
마법사가 할 수 있는 건 지구가 붕괴하지 않게 지키는 것, 그게 전부였다. 마법사가 투덜거렸다.
“오랜만에 무력감이 드네.”
“마, 마법사시여…….”
떨리는 목소리가 울렸다. 마법사가 힐끔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다이애나와 벨뎅키아가 있었다.
둘은 어찌할 줄 모르는 얼굴로 엉거주춤 자세를 낮추고 있었다.
마법사는 미궁을 창조한 위대한 초월자. 모험가였던 둘에게는 다른 초월자보다 더 위대한 존재로 보였다. 그들을 바라보던 마법사가 중얼거렸다.
“그놈의 장난질에 희생당한 필멸자들.”
“네?”
“안타깝게 됐어. 그래도…… 정리할 수는 있게 되었으니 나쁘지 않으려나.”
“그게 무슨 말씀인지…….”
“너희가 신경 쓸 필요는 없는 문제야. 하지만 너희에게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
마법사가 다시 장벽 너머를 바라봤다.
“일단은 승리해야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지켜보자고.”
태산이 패배한다면 그들에게도 좋지 않다. 우주 전체에 영향이 가해질 수 있었다.
‘이길 수 있으려나.’
마법사가 눈매를 좁혔다.
솔직히 그도 확신할 수 없었다. 태산은 분명 강하다.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한 경계선이라는 이레귤러의 보유자이며, 지금은 곱하기라는 시스템의 한계선에 닿아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
그는 분명 괴물이었다.
동격의 적이라면 패배할 일이 없으리라.
하지만 문제는, 상대는 태산보다 상위의 존재라는 것이었다.
비록 밑바닥에 가깝고, 열화되어 있다 하더라도 상대는 고신이다. 그 드높은 격과 이질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법사도 패배 쪽에 추가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
“믿을 수밖에 없군.”
마법사가 투덜거리며 계속 전투를 지켜보려던 순간이었다.
마법사의 얼굴이 흔들렸다.
“……응?”
마법사가 태산과 문지기의 전투를 주시했다.
그리고 마법사의 동공이 커졌다.
“잠깐.”
마법사가 빠르게 손을 든다. 장막 수십 겹이 일제히 생겨난다. 그럼에도 불안한 듯, 마법사는 손을 펼친다.
키이이이잉!
시스템의 장막이 그린란드를 거칠게 두른다.
마치 봉인이라도 하는 듯한 움직임에 사람들이 당황해했다.
“마법사님?”
영문을 모른 다이애나가 질문했지만 마법사는 답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거기에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뭐야? 저거.”
마법사의 얼굴엔 경악이 있었다.
* * *
거대한 물리력이 태산의 검 안에 담겼다.
[아.]바드레이가 순간 신음을 흘렸다. 응집된 물리력이 감각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태산은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공간이 깨진다.
시간축이 붕괴하고 일그러진다.
물리력이 우주에 상흔을 남긴다.
그리고 그렇게 나아가, 문지기를 방어하는 구슬과 맞닿았다.
으지지직.
구슬이 깨져나간다.
경계선으로도 부술 수 없었던, 혼돈의 대붕괴조차 파괴해버린 구슬이 검에 닿는 순간 유리처럼 깨져나가기 시작한다. 태산이 검에 더욱 힘을 준다.
쩌저저저적!
구슬 수십이 일제히 깨져나간다. 방어막이 순식간에 붕괴한다.
검의 궤적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물리력이 만물을 부수고, 개념을 부수고 전진했다.
그것은 그 어떠한 비유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물리력이라는 이름을 가진 또 다른 무언가였다.
문지기가 힘을 끌어모은다. 남기는 것 따위 없이, 전력으로.
꾸드드드득.
수백 개의 구슬들이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한다. 극도의 압축에 공간축이 버티지 못하고 붕괴하기 시작한다.
키이이잉!
그리고 일그러진 형상의 작은 구슬 하나만이 세계에 남았다.
문지기는 그대로 손을 휘둘렀다. 그의 전력이 담긴 구슬이 검과 충돌했다.
쩌어어어어엉!
그제야 검이 전진을 멈췄다.
검과 구슬이 충돌하였다. 문지기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구슬이 거칠게 회전하며 검을 밀어내려고 한다.
끼기기긱.
하지만 검은 밀리지 않는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구슬을 밀어낸다.
카가가가가가각!
구슬이 밀려나며 금이 퍼진다. 문지기가 당황한 것처럼 더욱 힘을 끌어모은다.
쩌저저저적!
하지만 변하는 건 없다.
태산이 이를 드러낸다.
“막을 수 있으면 막아봐.”
그의 전력. 현재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공격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데미지는 4,000억 이상.
사도를 쓰러트렸을 때보다 백 배는 강한 물리력이었다. 고신의 예측을 가볍게 뛰어넘어 있으리라.
이 물리력이라면 설령 고신이라 해도 유의미한 피해를 줄 수 있다. 태산은 확신했다.
쩌저저저적!
검은 멈추지 않는다. 세계에 지워지지 않는 자국을 남기며 천천히 구슬에 금을 퍼트린다.
고신의 전력과 태산의 전력.
쩌엉!
승자는 태산이었다.
구슬이 부서졌다. 안에 있는 힘이 폭발하며 사방을 뒤흔들었다. 더 이상 그곳에는 그린란드라는 땅은 없었다. 폭발한 검은색이 장막을 거칠게 흔들었다.
카가가가각!
검은 계속 나아간다. 문지기가 황급히 움직이며 벗어나려고 한다.
쿠우우웅!
하지만 불가능하다.
거대한 물리력은 공간과 시간 자체를 일그러트렸다. 아무리 고신이라고 해도 쉽게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 결과 검이 문지기와 맞닿았다.
[균열의 문지기에게 432,190,537,744 데미지.]데미지 창과 함께, 힘이 폭발한다.
콰아아아아아앙!
물리력이 부채꼴로 퍼진다. 문지기의 전신이 순간 일그러진다. 그렇게 터져나간 힘이 마법사가 펼친 장벽과 충돌한다.
쩌어어어어어엉!
“꺄아아아악!”
“으으으윽!”
사람들이 귀를 틀어막았다. 세계 자체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마법사의 장막은 모든 영향을 차단함에도, 그걸 뚫고 울려 퍼졌다는 의미였다.
쩌저저저적!
마법사가 펼친 수십 겹의 장막이 일제히 부서지고 금이 퍼진다.
“이!”
마법사가 다급히 손을 휘두른다. 시스템의 장막이 더욱 단단하고 빈틈없이 경계를 차단한다.
그리고 터져 나온 물리력이 시스템의 장막과 충돌했다.
우우우우우우웅!
장막이 떨린다. 마법사는 순간 부담을 느꼈다. 장막과 충돌한 물리력에는 그만한 힘이 담겨 있었다.
우우웅…….
터져 나온 물리력이 마침내 가라앉는다. 모든 힘이 소모되어 서서히 적막이 돌기 시작한다.
쩌억.
그리고 시스템의 장막에 금이 생긴다. 마법사가 실소를 흘린다.
“생각해보니 당연한 건데.”
곱하기는 데미지를 제곱한다.
그리고 태산은 공격력과 데미지 상승 스킬을 여럿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마법사는 미궁의 창조자이자 초월자이면서도, 이렇게 될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초월자의 관점에서 봐도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물리력이라기보단 하나의 개념에 가까운데.”
마법사가 중얼거렸다. 세상을 찢을 듯이 흔들리던 물리력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후우.”
태산은 숨을 골랐다.
전신이 저릿했다. 그의 스킬인 만큼 피해는 없지만, 여파는 느껴졌다.
태산은 시선을 돌렸다.
검의 궤적을 따라 공간과 시간축 자체가 일그러져 있었다.
강대한 물리력이 우주에 상흔을 남긴 것이었다.
“멋지네.”
[……어우.]바드레이는 부르르 떨었다. 그는 태산이 다루는 물리력을 전신으로 느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이게 우주의 법칙으로 가능한 일 맞아?]이해할 수 없는 힘이었다. 적어도 그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개념은 아니었다.
[아무리 고신이라도 이거 맞고 살아있을 수가 있나?]“가능한 거 같네.”
무너진 대지 속에서, 물질이되 물질이 아닌 것이 천천히 모습을 보인다.
[살아있어?]바드레이는 놀랐고, 태산은 담담히 받아들였다.
고신은 너머의 존재. 물리력 하나만으로는 죽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피해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것은 망가져 있었다.
인간의 형태가 일그러져 마치 녹아버린 조각상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전신에서 느껴지던 위압감과 이질감도 한없이 떨어진 상태였다.
고신은 그의 일격에 큰 타격을 입었다.
빈사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가까웠다.
‘확실하군.’
지금의 그가 가진 물리력이라면 고신에게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문지기는 떨리는 손을 들었다. 검은색이 울컥 흘러나왔다.
키이이이잉!
이윽고 구슬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수와 질은 이전보다 확연히 떨어져 있었다. 나타난 구슬은 다섯 개밖에 되지 않았다.
키이이잉!
황금빛이 태산을 두른다. 육체가 회복된다.
‘문제가 있다면 나도 뭐가 없단 말이지.’
방금의 일격을 적중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신성은 무한한 만큼 소모되지 않았지만, 검은색은 더 이상 끄집어낼 수 없었다.
‘하지만.’
상대 또한 멀쩡한 상태는 아니다. 이런 상태라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태산이 발에 힘을 주었다.
콰아아앙!
육체가 문지기를 향해 질주한다. 문지기가 구슬을 다루어 밀어내려 한다.
[당신은 연속 공격을 발동했다.]카가가각!
검을 휘두른다.
경계선이 아닌 오로지 신성만이 담긴 공격이지만 구슬 또한 충분히 약화된 상태였다. 부담이 느껴지더라도 쳐내는 것 자체는 가능했다.
카아아앙!
멈추지 않는다.
전진하고 전진한다. 머리를 꺾고 자세를 낮추고 검을 휘둘러 공격을 쳐낸다.
그리고 태산은 다시금 문지기의 앞에 도착했다.
“또 만났네.”
이전과는 다르다. 둘 다 가진 전력을 털어놨다.
하지만 태산은 문지기와 달리 아직 남은 카드가 있었다.
문지기가 손을 휘두른다. 다섯 구슬이 회전하여 태산을 향해 날아온다.
태산은 검을 들었다.
40억 대의 물리력이 검을 통해 세상에 구현된다.
콰아아아앙!
힘이 터진다. 구슬들이 그대로 흩어지고 문지기가 땅을 구른다.
하지만 문지기는 곧바로 일어났다. 40억의 데미지를 버텨내고 팔을 휘둘렀다. 구슬이 빠르게 태산을 향해 날아왔다.
태산은 피하지 않았다.
[당신에게 3$%$! 데미지.] [당신의 버티기가 발동되었다. 1초 동안 받는 모든 피해를 무시한다.]태산은 검을 들었다.
콰드드득.
검이 문지기의 가슴 깊숙이 박힌다.
그대로 신성을 터트린다. 태양과 같은 빛이 세상을 물들였다. 문지기의 몸이 불타기 시작한다.
하지만 죽지는 않는다.
태산은 검에 힘을 주었다. 단순한 신성으로는 고신을 죽일 수 없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경계선뿐.
하지만 검은색은 전부 소모한 상태다.
그러니까 억지로 불러온다.
[당신은 강제 도달을 발동했다.]스멀.
태산의 내면에 더 이상 검은색은 존재하지 않았다. 바닥까지 긁어모아서 남은 것은 편린조차 되지 않는 티끌이었다.
하지만 검은색이 일어난다.
그의 안에 있되 그의 것이 아닌 것들이 강제로 일어난다. 순간적으로 검은색이 일대를 뒤덮는다.
카드득!
그대로 잿빛이 되어 문지기를 뒤덮는다.
그리고 세상이 잿빛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