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09
Chapter 109 – 흑천(6)
‘……역시.’
기백 년을 살아온 여우 요괴, 영천은 우묵한 눈으로 이서하를, 아니, 흑천을 바라봤다.
길어진 장발에 자신감 넘치는 미소. 그 모습에서는 요염함까지 느껴진다.
그 증거로 하성휘라는 존재는 얼굴을 붉힌 채, 멍한 표정으로 이서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영천은 이서하 주변의 역천의 기를 바라봤다.
역천의 기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그 지배력은 감히 이서하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말이 안 돼.’
영천은 이서하의 옆에서 꽤 오랫동안 붙어 있었다.
기백년을 살아온 여우 요괴이며, 술법의 대가라고 불릴만한 영천은 자신의 쓸모를 위해서 이서하 전용의 술법을 만들었다.
그렇기에 알고 있다.
이서하의 역천 지배력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지를.
그건 초월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아니, 일부 다른 부분에서는 이서하가 앞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비견되는 지배력을 가진 것은 천마 정도뿐이다. 영천은 진정 그리 생각했다. 그녀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기억을 숨기고 우리들의 기억을 조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하네.’
흑천은 천마다.
***
가장 먼저.
단장은 움직였다. 저 존재는 위험하다. 다른 영혼이 저 소년의 영혼을 집어삼키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은 초월의 격을 지녔다.
육체가 소년의 육체라는 것은 중요치 않다.
초월의 혼을 가진 이는 그 자체로도 막대한 권능을 행사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초월자다. 육신이 없어도, 세계의 법칙을 바꾸는 존재.
다르게 말하자면, 아직은 반쪽짜리 초월자라는 뜻이다.
‘꼬여도 단단히 꼬였군.’
단장은 이를 악물었다.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거지. 그냥 패왕에게 부단장을 교섭할 카드를 원했다. 그것이 황제가 이 판에 끼어들게 하였고, 다른 초월자가 개입할 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위천의 여단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소년을 죽이면 안 된다.
‘아니, 이제는 죽이기도 힘든데.’
저 존재와 지금 싸운다면, 여단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잡아야 한다. 저 존재가 있어야 부단장에게 심어둔 혈정(血精)을 회수할 수 있을 테니까.
여단의 단장이 머리를 굴리는 시점, 마공녀는 생각했다.
‘천마…….’
저 모습은 천마의 현신이다.
문헌에 나오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주체가 남자지만, 저 모습은 틀림없이 천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같은 분위기. 오롯이 나만이 이 세계에서 존귀하다는 듯한 분위기를 두른 채 그는, 서 있었다.
“덤벼라, 버러지들아.”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으며 그가 말했다.
“노옴!”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단장의 오른팔을 자처하는 이였다. 2m 크기의 근육으로 꽉꽉 찬 남자가 뛰어들었다.
콰앙!
발 밑에 크레이터를 만들며 도약. 그리고 손에 힘을 응축했다. 우웅-! 념이 기를 형상화한다. 경파가 응축되어 권기로 형상화했다.
“꽤 쓸만한 실력이로구나.”
흑천은 담담히 말했다.
흑천이 손을 뻗었다. 역천의 기가 손에 몰려들었다. 부정한 힘이 손을 완전히 감쌌다. 흑천은 주먹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이게 바로 진정한 흑경이다.”
권기를 응축해서 내리친 주먹이 부정한 힘에 감싸인 손과 맞닥트렸다.
퉁.
가벼운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꾸드드드득.
권기가 모조리 부정당했다. 그것을 넘어 근육으로 꽉 찬 남자의 몸이 꽈배기처럼 돌아갔다.
“모든 힘을 무시한다. 상대의 공격이든 방어든, 흑경 앞에서는 부질없지.”
흑신무는 상격을 끌어내리기 위한 힘. 흑천은 가볍게 손을 털었다. 이미 죽어버린 시체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지금은 자신의 주인이 조금이라도 배우길 바랄 뿐.
“그래서 본녀는 저렇게 무식하게 돌진해오는 상대를 좋아한다. 그만큼 죽이기도 쉽지.”
“…….”
여단의 일원들은 경계심을 짙게 끌어올리며 흑천을 경계했다. 그 경계에 흑천은 설핏 웃었다.
“그리고 한 가지, 주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흑천은 여단을 향해 걸었다. 마치 저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였다.
“가슴을 펴라. 주인은 너무 덤덤해. 위에 서는 이는 그래서는 안 된다.”
흑천은 담담하게 말했다.
자신의 주인이 되는 이가, 모든 것에 무감각 했다. 위에 군림하는 자는 그리 해서는 안된다.
단장은 그 말에서 아주 짧은 틈을 보았다.
촤악!
단장의 주위로 피가 폭풍을 이루었다. 동시에 여단의 일원들이 움직였다.
“하핫! 오늘 초월자를 잡아보는 건가!”
외팔이 무사가 호기롭게 외치며 무기를 뽑았다. 그 뒤에 마공녀가 조용히 섰다. 그녀의 등 뒤에는 수라같은 형상의 무언가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삼두(三頭)와 육비(六譬)의 형상. 팔마다 검을 든 형상이 나타났고 팔이 움직였다.
푹.
“뭐……라고?”
마공녀의 수라가 외팔이 무사의 가슴을 뚫었다.
“마공녀, 감히 배신해!”
“헛소리. 혈정을 받아서 강해진 너희와는 달리, 나는 일시적인 협력 관계였어. 천마를 찾는 조건이었지.”
마공녀는 그리 말하며 웃었다.
동시에 단장이 움직였다. 피의 폭풍이 마공녀를 노렸다.
“쯧.”
혀를 차며 마공녀가 뒤로 물러났다. 피가 대지를 감싸고 그 위에 꼬챙이들이 튀어나왔다. 족히 수백 개는 될법한 꼬챙이들이 마공녀를 노렸지만.
쩌어엉!
마공녀 뒤에 있는 삼두육비의 수라가 모조리 쳐냈다.
“단장. 힘을 너무 못 쓰는 거 아니야? 요새 피를 못 먹었나 보지?”
“너, 나중에 잘근잘근 씹어먹을 거다.”
단장이 으르렁거렸다.
흑천이 그 광경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런 느낌은 꽤 오랜만인데. 자신이 ──가 된 지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꽤 불쾌했다. 하지만 흑천은 그 감정을 집어넣었다. 슬슬 시간이 되어간다.
애초에 이것은 이서하만을 위한 시간.
별들을 일부러 소환하지 않은 것은 자신을 믿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스승으로서 그 믿음을 보답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보거라.”
흑천은 담담하게 말했다. 한쪽 구석에 있는 이서하를 향해서.
단장의 시선과 마공녀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했다. 단장은 뒤로 물러났다. 도망칠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소용없다.
단장은 여기서 죽는다.
자신이 정했다면 그런 것이다. 흑천은 흑천마검을 들고 땅에 꽂았다.
흑신무(黑神武).
무저갱(無底坑).
후우우우우웅!
흑색의 폭풍이 일어났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서 폭풍이 흑천마검의 검 끝에서 일었다. 그것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한순간에 커졌다.
일부 단원들은 도망을 택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하룬. 그는 검을 들어 무저갱에 대항하고자 했다.
“흐. 끝내주는군.”
하룬은 대검을 들었다. 무에 미쳤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었다. 스스로의 무를 시험하고 자, 자신의 목숨을 건다. 무인에게는 당연했다. 무라는 학문에 미쳐야만 들 수 있는 상격이다.
검으로 폭풍을 가른다. 모든 것에는 결이 있다. 자신이라면 그 결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검을 휘둘렀다. 흑색의 폭풍이 맞부딪쳤다.
“어……?”
콰득.
그 결과는 검을 맞대고 허망한 표정으로 폭풍에 집어삼켜져 생명을 잃었다.
폭풍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폐공장에서 시작해서 주변의 산을 삼키기 시작했다.
투둑. 투둑.
생명이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비명치는 소리가 들렸다. 울면서 단장을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숨죽이며 임종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든 것이 부정당한다.
지옥 밑바닥에 있는 심연으로 이끌어 내린다. 상격이라던가, 최상격이라던가, 초월자라던가.
그것들을 완전히 죽이기 위한 힘이었다.
외계의 존재들을 거스르기 위한 힘이었다.
흑천의 시선이 단장에게 향했다.
“나는, 나는 고작 이런곳에서 죽을 존재가 아니란 말이다!”
위대한 밤의 일족.
그중에서도 자신은 진혈이라는 고귀한 혈통을 이었다. 죽을지도 모른다. 그 간단한 사실이 생존본능을 깨웠다. 그의 몸속에서 잠들어 있던 힘을 일깨웠다.
화악.
무저갱에서 버티는 게 고작이었던 단장의 머리카락이 변했다. 핏빛의 형태였다. 머리카락 한올한올의 혈기가 감돈다. 중력을 무시하는 듯, 그것들이 위로 솟아 오르며, 단장의 이빨리 날카로워졌다. 송곳니처럼.
“흐흐. 진혈을 완전히 깨우는 것은 이런 느낌인가!”
완전히 변해버린 단장의 모습.
그는 땅을 박차서 하늘에 섰다.
“보아라! 이것이 선택받은 피의 힘이다!”
가면 너머로 단장이 악을 내질렀다. 손을 하늘로 뻗었다. 피의 힘이 손을 타고 흐르며 거대한 파도를 만들었다. 핏빛의 하늘. 마치 세계의 종말을 고하듯이, 하늘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무식하기 그지없군.”
흑천은 그 모습을 보며 비웃었다.
무저갱이 땅에서 거대한 폭풍을 만들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심연은 이제 흑천의 제어력마저도 넘어서려 하고 있다.
흑천은 가볍게 손을 까딱거렸다. 역천의 기를 위로 올렸다. 방향성만 잡는다. 무저갱의 심연은 다루는 것을 상정하지 않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무저갱의 심연이 하늘로 뻗는다.
“이번에는 다르다! 보라! 이것이 바로 위대한 진혈의…….”
하늘을 뒤덮는 피의 파도가 모조리 부정당하기 시작했다.
“어, 떻게. 이런 힘이 존재할 수가…….”
허망한 목소리로 단장이 말했다.
“걱정하지 말려무나, 모기야. 네 뒤를 이미 따라간 이들이 있으니 외롭지는 않을거다.”
흑천이 요염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볍게 손뼉을 쳤다. 심연이 하늘을 뒤엎었다.
핏빛의 하늘이 흑색으로 뒤덮였다.
역천(逆天)이었다.
*
“어라. 컴퓨터가 왜 오류를 일으키지?”
“뭔 개소리야. 당장 위성이랑 연결해서 확인해봐.”
협회는 마인들을 관측한다.
위성을 쏘아 올려 그곳에 최첨단 시스템을 장착해서 우주에서 마인들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마인들의 움직임을 약 40% 정도는 억제할 수 있었다. 나머지 60%가 미친 듯이 날뛰어서 문제지.
아무튼 협회의 일원들은 오류를 멈추기 위해서 위성으로 지점을 확인했다.
“……이게, 이게 도대체……뭐지?”
그리고 보았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심연처럼, 위성에서 보이는 것은 그저 시꺼먼 무언가뿐이었다.
“다, 당장 마인들의 능력을 전부 다 훑어! 최상격, 아니, 초월자분들에게도 연락을 넣고!”
못해도 최상격.
어쩌면 새로운 초월자가 세계의 경계를 허물고 나타날지도 모른 사건이었다. 협회의 직원은 몸을 덜덜 떨면서 기도했다. 제발 이 존재가 자신들을 적대하지 않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