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3
Chapter 13 – 에르실
-신기하군.
흑천마검이 입을 이죽거리며 내가 고생하는 걸 즐겁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의 차림새와는 달랐다. 오프숄더 블라우스에 검은색 치마, 검은색 스타킹을 입었다.
“갑자기 옷을 바꿨네?”
-기분 전환의 일원이지. 이곳의 옷들은 이 몸의 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많거든.
흑천마검이 침대 위에서 입꼬리를 올렸다.
“뭐가 신기한데.”
-주인이 한 번에 못하는 것도 있구나-라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나는 천재가 아니니까. 너도 내 무재는 평범하다고 했잖아.”
-주인, 과거를 보는 남자는 인기가 없다.
흑천마검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주인은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게 너무 내 입장에서는 기이하기에 뭐라 평가할 수 없을 뿐.
기이하다라.
-뭐라고 해야될까. 상대를 ‘공략’하고, 그에 맞춰서 싸움법을 바꿔가는 방식? 다른 것은 모르지만, 주인은 그쪽 방면에 특히 특화되어 있는 것 같더군. 기이할 정도로 말이야.
흑천마검이 말했다. 그러니까 게임을 잘한다는 뜻이었다.
기분이 좋아져서, 나는 흑천마검과 눈싸움을 하는 걸 멈추고, 미간을 찌푸리며 팔을 바라봤다.
내 오른쪽 손가락이 검게 물들었다.
흑신무의 호신강기 역할을 하는 흑린(黑鱗)──.
-역천의 기를 둘러서 모든 이능과 물질계에 영향을 행사하는 물리적인 힘을 막는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흑린으로 방어하는 그 순간은 무적이나 다름없다. 문자 그대로 최강의 방어 능력이지.
다만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흑린은 범위가 좁다.
어느 정도냐 하면, 현재 내 손을 다 감싸는 정도이며, 대성을 한다고 해도, 두 팔을 감싸는 정도가 끝이니까.
-어째서 이렇게 좁냐고 한다면, 역천의 기는 모든 이능을 무시하고, 파훼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물리적인 힘에는 영향력을 끼칠 수 없기 때문이다.
흑천마검이 아쉬워하며 말했다.
-그래서 전대 주인이 고민해서 만든 것이 바로 흑린. 그러나 범위는 좁다. 두 팔을 감싸는 정도가 끝이니까. 다만, 얇게 펴는 방식으로 좀 더 늘릴 수 있지만……그렇게 하면 흑린의 구조가 무너져서 굳이 쓸 필요가 없어지지.
괜찮다. 나중에 얻을 ‘그게’ 있다면 흑린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으니까.
-방어를 배운다는 주인의 선택도 나쁘지 않아. 흑익(黑翼)과 흑경(黑經)이야 차근차근 배워도 괜찮으니. 흑린은 방어형태의 기술이지만, 그것으로 공격 기술을 사용해도 무적이나 다름없으니까. 다만 문제는,
흑천마검이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의 역천지체가 후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원래라면, 주인의 재능이면 흑익까지 익혀도 문제는 없을 테지만.
“아니, 오히려 좋아.”
만약 역천지체를 선천적으로 가졌다 하면, 이 육체의 나이에 걸맞은 역천의 기를 가질 수 있을 터.
그러나 그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대신 다른 ‘힘’이 더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늘었어.’
그것은 이능과 같은 힘이 아니다. 오히려 김아라의 힘과 비슷한 일종의 ‘근력’ 그 자체니까.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지. 주인 검술보다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지?
“걸음.”
나는 지체없이 답했다.
왜냐하면 게임에서도 보법을 익히는게 굉장히 중요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공격은 회피하게 해주지. 순식간에 파고들어서 급소를 공격하면 상대의 피를 대폭 깎아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거.
최상등급의 보법을 익히면, 그 순간부터 이동거리가 굉장히 길어진다.
‘이건 못 참지.’
-원래대로 흑익(黑翼)을 익히면 걸음걸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흑신무를 제대로 익히는 순간 상대에게 공중전을 강요할 수 있으니. 다만, 주인은 아직 역천의 기가 모자라니 보법을 익혀야 한다.
“그렇군.”
-걱정마라, 주인. 전대 주인은 이럴 경우를 걱정해서 보법을 만들어 두었다. 멀리 뛰는 데에 특화된 경신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회피할 때는 꽤 괜찮은 보법이니.
그 날 나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보법만을 익혔다.
***
나는 한숨을 쉬면서 오컬트 연구부로 향했다. 에르실과 함께.
오컬트 연구부는 꽤 멀리 떨어져 있다. 에르실은 오는 길에 중간에 만났다.
“생각보다 본격적으로 오컬트에 관해서 연구하는 것 같은데요? 건물 바깥인데 이렇게 음(陰)의 마나가 잔뜩 있다니.”
에르실의 금빛 눈동자가 반짝반짝 거렸다. 별모양의 눈 때문일까. 더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서하 씨는 기분이 어때요? 막 흥미진진하지 않아요? 유령이 어디서 확 튀어나올지 모를 이 으스스한 분위기. 헉, 혹시 유령 같은 거 무서워하세요?”
“……아니.”
귀에서 피가 나올 것 같았다. 에르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하며 입을 조잘거렸다.
“그거 아세요? 서우주 교관님이 송라희 교수님을 좋아하는 거. 근데 송라희 교수님은 어린 사람이 취향이라 거절당하셨대……어라, 저분은 홍유화 씨 아니에요?”
“홍유화?”
에르실의 말에 한쪽을 응시하니 진짜 홍유화가 있었다. 흰색의 마이에 정갈하게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치마. 그리고 홍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
다행이다.
나름 초면인 에르실과는 조금 거북했는데 안면이 있는 홍유화를 만나니, 그나마 좀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안녕, 오랜만이네. 너도 오컬트 연구부야?”
“음의 기운과 마법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했거든. 근데 너희도 오컬트 연구부야? 몰랐네.”
홍유화가 도도하게 말했다.
그러나 거짓말이다. 홍유화는 스스로에 대한 자존심이 극도로 높다. 원래대로라면 김서현이 택했던 동아리에 자동으로 들어오는 것이 바로 홍유화다.
그래서 민트초코 연구부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김서현보다 나를 의식하는 건가?’
“어차피 가는 길인데 같이 갈까?”
“그러지, 뭐.”
홍유화는 도도하게 말하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뭐예요뭐예요~. 설마 홍유화씨 이서하씨한테 관심이 있는 거예요? 나 이런 거 엄청 좋아하는데~.”
“아니거든.”
옆에서 에르실이 히죽히죽 웃었다.
홍유화는 이내 발끈하려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발끈하면 에르실이 더 좋아할 것을 눈치챈 탓이었다.
“에이, 맞는것 같은 데에~? 뭐, 어때요. 저희는 아직 청춘인 나이에요? 사랑 같은 거 누가 뭐라고 하지 않으니 솔직하게 저한테 말해보는 게 어때요? 저희 셋끼리의 비밀로.”
히죽-웃으면서 에르실이 말했다.
“아니거든!”
홍유화가 찌릿-하고 에르실을 노려다 본 다음, 조금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갔다.
홍련의 찬탈자를 저렇게 놀릴 수 있다니 대단하군.
“봤죠, 봤죠? 저분 관심 있다니까요?”
킥킥-거리며 에르실이 옆에서 웃었다.
***
오컬트 연구부는 문자 그대로 음산했다.
“아, 아, 안녕하세요.”
부장이라는 사람은 음침한 사람이었다. 김아라와 비슷하게 앞머리가 눈을 살짝 가리는 헤어스타일.
그러나 저래 봬도 나름, 저주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친하게 지내면 좋은 인물.
“저 사람, 저렇게 보여도 저주에 해박해. 친하게 지내면 좋은 인물이야.”
홍유화가 뒤에서 귓속말로 말해줬다.
“그런데 너, 항마력이 왜 이리 두꺼운 거야? 메시지 마법으로 전달하고 싶어도 그게 안 되잖아.”
“그건 체질이라서.”
“……설마 송라희 교수님의 마법을 막은 것도 체질?”
“아니, 그건 내 힘이지.”
체질이 맞지만, 그걸 굳이 홍유화에게 말해줄 필요는 없다.
“그리고 난 해주 같은 것은 필요 없으니 열심히 친해져 봐.”
“자신감이 엄청난데. 아니, 자기한테 걸릴 저주면 일개 학생 따위가 못 푼다는 건가.”
홍유화가 어처구니없어하는 말투로 말했다.
틀린말은 아니다. 역천지체를 뚫을 저주는 없다. 어지간한 마법도 뚫지 못하는데, 저주나 버프, 디버프따위 용도는 역천지체에게 잡아먹힐 뿐.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오컬트 연구부답게 온갖 저주가 잔뜩 들러붙은 물건들이 가득했다.
“꽤 괜찮네요. 이정도면 한국영웅학교에 입학한 새내기들도 잘못 만져야 1주일 동안 잠을 못 잘 정도로 약한 저주가 걸려 있네요.”
에르실이 감탄하며 말했다.
그게 약한 건가……?
“앗, 그건 만지시면 안 돼요. 교수님들이 자주 애용하는 거라서…….”
“교수님들이 애용한다고요?”
“네. 대학원생들이 재능도 없고 노력도 없으면, 강제로라도 잠을 재우지 않고 노력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대학원생들도 사람일 텐데.”
“대학원생이 사람이었어요?”
내가 침울하게 말하자 에르실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여기를 잠깐 구경해도 될까요?”
“네, 네. 다만, 저주가 걸린 물품들이 많으니 조심해주세요. 잘못하면 대학원생이 되는 저주같은 것도 있으니까.”
정말 무서운 저주였다.
나는 재능 열람을 통해서 여러가지 물품을 관찰했다. 그러자 재밌어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남자가 사용할 경우, 여자가 돼서 매력이 폭증하는 물건이나.
화 속성 지배력을 올려주는 대신 온몸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팔찌가 있었다.
저주가 걸린 아이템들은 대체로 이렇다. 다른 이들에게는 힘을 준다고 해도 절대 안 쓸 물건들이지만……나는 좀 다르다.
나는 화 속성 지배력을 올려주는 대신 온몸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팔찌를 집어 들었다.
“헉, 그거 잘못 쓰면, 온종일 움직일 수 없어요! 쓰면 안 돼요!”
“괜찮아요. 저는 저주가 드는 체질이 아니라서.”
나는 팔찌를 착용했다. 그러자 스멀스멀 검은색의 기운이 팔을 타고 내 몸에 침범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내 역천의 기운이 잡아먹었다.
딱.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허공에서 불꽃이 피었다.
괜찮네.
“혹시 이런 물건 더 있나요?”
“괘, 괜찮으신 건가요?”
“네, 저주가 드는 체질이 아니라서. 처분하기 힘든 물건들 저한테 주면, 제가 처리해 드릴게요.”
“그, 그런 체질이 있었나? 그, 그럼 조금만 가져가 보실래요?”
그 뒤로 나는 소소하게 물품 5개 정도 얻었다.
-나쁘지 않은 소득이군.
그러게.
나도 흑천마검의 의견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