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86
Chapter 186 – 흑염용제(6)
검은색의 세계에서 별빛들이 반짝인다.
그 광경은 어떤 광경을 연상케 했다.
‘아니겠지.’
그 상상은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것이라 나는 머리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내었다.
-무슨 일이지?
“아뇨, 그냥 우주를 보니 신기한 마음이 들어서요.”
-그런가?
암흑염룡은 그렇게 말하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달의 안쪽.
암흑염룡은 나를 달의 안쪽으로 데려갔다. 거대한 크레이터 안에 있는 곳이 암흑염룡의 둥지였기 때문이다.
‘설마 달이 암흑염룡의 둥지일 줄이야.’
나는 신음했다.
어째서 극 후반부에 달이 부서졌을 때, 코빼기도 안 보였던 암흑염룡이 모습을 드러냈는지 알 수 있었다.
펄럭.
얕게 날개를 펼치며 암흑염룡이 안으로 들어갔다.
“헉, 흑염룡께서 오셨다! 다들 작업을 멈추고 인사드려!”
가녀린 목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니 그곳에는 수인(獸人)들이 있었다. 퍼리가 아닌 귀나 꼬리만이 달린 수인들이었다. 문제는 그들 전부가 토끼의 특징을 지닌 월(月) 족이란 것이다.
‘월족?’
껑충껑충 뛰면서 그들이 다가왔다. 자세히 살피니 그들은 모두 연장 같은 것들을 들고 있었다. 취향인 탓일까. 암흑염룡이 입던 메이드 복과 비슷한 차림새였다. 이쪽이 좀 더 클래식했다.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
암흑염룡은 고개를 한번 까딱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 앞에 다른 용이 존재한다.
“……다른 용 말입니까.”
-그래.
두근.
한 번 더 심장이 고동치기 시작한다. 내 몸속에 잠들어 있는 용혈이 다른 용을 인식했다.
-역시 뛰어난 아이구나. 허상룡(虛狀龍)을 인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허상룡이 안에 있습니까?”
-그래.
나는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안쪽을 바라봤다. 허상룡은 문자 그대로 실체하지 않는 용이다.
모든 것을 투과하고, 굴절시키는 용.
공간과 시간의 흐름에 간섭하여, 허상룡이 공격하는 순간은 그 누구도 인지할 수 없다.
미국에서 인비저블 드래곤이라 불리는 그 용은 습격에 특화된 존재다.
‘무섭지.’
초월자들의 싸움에서 무조건 선공을 취할 수 있으며, 후속타를 막는 능력을 지녔다. 가장 까다로운 힘인 공간과 시간의 흐름에 간섭할 수도 있어서 공격과 방어 모두 뛰어나지만, 가장 성가신 건 보이지도, 느낄 수도 없는 존재란 것이다.
내가 과연 그 존재를 볼 수 있을까.
성신안을 키면서 안쪽을 보니, 암흑염룡이 멈췄다.
-여기부터는 걸어가야 한다.
“그렇군요.”
나는 암흑염룡 머리에서 가볍게 도약해서 땅을 걸었다. 암흑염룡도 인간으로 변했다. 처음 봤을 때와 같이 메이드 복 차림이었다. 다만 월족이랑 다르다면 프렌치 형태의 짧은 미니스커트란 것과 민소매라는 것.
“그러고 보니 칭호는 어떻게 할까?”
“이름으로 부탁하겠습니다.”
“좋다. 이제부터 서하라고 부르지.”
암흑염룡은 안쪽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런데 용족들은 서로 연락하는 편입니까?”
“하는 애들도 있고, 안 하는 애들도 있고. 나랑 허상룡은 나락에 있었던 친분으로 같이 지내고 있어. 염작룡은 성격이 안 좋아서 아는 애가 없고, 영정룡은 음침해서 혼자 지내고. 성광룡은 지 잘난 맛에 사는데 칠채룡과 사이가 좋은 편이지.”
잡담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동공의 한가운데로 오게 되었다.
나는 문을 바라봤다. 현대식 손잡이 문.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나 온갖 마법이 걸려있는 것이 보였다.
‘엄청난데.’
성신안은 마력의 색채를 본다.
짙으면 짙을수록 그 밀도가 어마어마하단 것을 의미한다. 일개 문이지만, 저 문에 걸려 있는 마법의 수준은 황제가 지닌 세 번째 별과 비슷했다.
끼익.
문이 절로 열렸다. 내부에 광경도 보였다. 잡스럽게 어질러져 있는 만화책,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과자 봉지들. 그러면서도 쾌쾌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향긋한 냄새만이 났다.
그 중앙에.
새하얀 백발을 늘어트린 여성이 있었다. 길게 죽 늘어난 반팔티에 돌핀 팬츠를 입은 여성.
여인의 표정은 보기만 해도 나른해 보이는 존재였다. 그러나 내재한 힘도 느껴진다.
“……?”
여인의 표정의 귀찮음이 사라진다.
“뭐야, 일족의 아이네? 어디서 납치해온 거야?”
“인간들 사회에 살고 있길래 데려왔다. 아무래도 태어나면서 법칙이 어그러졌는지, 언령(言領)이나 숨결 등을 이어받지 못해서 데리고 왔지.”
“뭐? 그게 가능해?”
당황해하면서 여인이 다가왔다.
“먼저 소개해야지. 아이 앞에서 무슨 추태야.”
이거 진짜 적응이 안가네. 내 나이가 얼만데 무슨 아이 취급……이냐고 묻고 싶지만 실제로 나이 차이가 몇천살은 우습게 나기에 나는 조용히 있기로 했다.
“인간들 사회에서 있다고 했으니, 허상룡이라고 소개하는 게 맞겠지. 그런데 진짜로 아이네? 흑룡의 피를 타고났어. 그런데 무슨 힘이지? 왜 안 보이는 거야? 심장 쪽에 그릇이 있는 걸 보면 용심(龍心)은 있는 것 같은데.”
“이 아이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힘을 타고났다. 그러면서 바깥에 있는 놈들하고는 다른 힘을 타고났지.”
“확실히. 그놈들이라면 역겨운 냄새를 풀풀 풍겼을 테니까. 그런데 진짜 신기하네.”
백발의 여성, 허상룡이 눈을 반짝이면서 이야기했다.
“격이 느껴져. 태어나면서부터 쌓아 올려진 자연스러운 격이 아니야. 마치 인간들처럼 구도(求道)하여 얻은 힘이지. 단련한 용이라면 염작룡과 성광룡을 제외하면 처음인 용인가?”
허상룡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무시하는가?”
“너는 타고난 힘이 원체 쌔서 문제였지. 태어나면서 표궁? 아니, 표공이었나. 하여튼 하위권 악마를 터트려 죽였고, 그 힘을 조절해서 악마들을 죽인 걸 단련이라고 하지 않아.”
“흥, 단련이란 건 잡스러운 것들이 하는 거다. 나처럼 평생을 단련하지 않고, 강한 것이야 말로 강한 거다.”
“얘가 이상한 걸 봐서 이상한 말만 하네. 아이야, 너는 신경 쓰지 말고, 안으로 들어오렴.”
허상룡이 나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아이라서 그런가. 쪼그만 게 귀엽네. 아, 참. 그러고 보니 내가 소개를 안 했구나. 나는 허상룡, 은유하. 편하게 유하 누나라고 불러.”
“주책이다.”
“어쩌라고. 그런데 아이는 이름이 뭐니?”
“서하라고 합니다.”
“그래, 서하? 이름도 예쁘네. 근데 뭐부터 가르쳐야 하지.”
“마법적 지식 전반.”
“……큰일 났는데.”
“사실 그렇긴 하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자각한 것이니까.”
세실리아와 은유하가 눈을 찌푸렸다.
사실 생각해보면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마법의 종주라고 불리고 있으나, 그들에게 마법이란 숨을 쉬는 것과도 같은 것.
“음, 일단 서하야 용의 형태로 변해볼래?”
은유하의 말에 나는 잠깐 몸에 집중했다.
두근.
흑염휘성신이 박동한다. 몸속에 잠들어있는 피를 끄집어냈다.
스륵.
피부 위에 비늘이 돋는다. 눈이 변한다. 머리 위에 무언가가 자라는 기분이었다. 뿔이었다.
“흑염을 타고난 마룡이네. 근데 흑염이 네 것보다 질이 좋다?”
“터무니없는 흑염이군. 저걸 정통으로 압축해서 맞춘다면 어지간한 놈들은 다 죽겠는데?”
은유하의 말에 세실리아가 받아쳤다.
“마법은 빼자. 보아하니, 속성으로 빠르게 배우고 싶어 하는 모양인데, 마법은 과정이 너무 복잡해. 잡스럽기도 하고.”
“그러면 내가 직접 가르치는 게 맞겠군.”
“나도 가르칠 거야. 오랜만에 일족의 아이이니, 다른 놈들도 불러봐?”
“누굴?”
“염작룡. 음험하지만 영정룡도 나쁘지 않고. 성광룡은 오히려 불길하다면서 멀리할 거고, 칠채룡은 괜찮을 것 같은데?”
“그놈들 찾는 것보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더 빠르지.”
“그렇긴 하네. 다른 놈들은 몰라도 영정룡은 숨어다니니까. 그럼 가장 먼저 숨결의 권능을 가르쳐 줄까.”
“그건 내가 가르쳐주지.”
“넌 저리 가고. 보나 마나 어설프게 가르칠 게 뻔하잖아? 숨을 크게 들이쉬고 모든 걸 내뿜는단 느낌이라고 하면서 화낼 광경이 훤해.”
“……그것 말고 가르치는 방법이 있다고?”
세실리아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은유하가 머리가 아픈지 이마에 손을 올렸다.
“일단 내가 가르쳐볼게.”
“그렇게 해라.”
세실리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뒤에서 나를 껴안았다.
“……?”
“음, 역시 아기라서 그런가. 비늘이 생각보다 단단하지 못해. 오히려 푹신한 게 이대로 눌러앉고 싶구나.”
갑작스러운 신체접촉에 당황했지만, 나는 편하게 안을 수 있도록 자세를 바꿨다.
“저리 가. 애가 싫어하잖아.”
“무슨 소릴? 오히려 더 안아달라고 자세를 바꾸는 거 못 봤나?”
“네가 흉악하니까, 겁에 떤 게 아니라?”
“헛소리하는 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세실리아가 떨어졌다.
은유하가 슬쩍 내게 다가오며 내 귓가에 말했다.
“네가 이해하렴. 나락의 불꽃이 뇌의 일부를 태웠는지 머리가 좀 훼까닥해. 가족 놀이를 하고 싶어 한다고 보면 되는 거야.”
“…….”
나 돌아갈래.
*
그리고 한 달이 흘렀다.
한 달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염작룡이 쳐들어와서 나를 보겠다고 설치다가 은유하에게 얻어맞고 바다에 처박혔다던가.
그 충격파로 일본에 지진과 쓰나미가 덮쳐서 난리가 났다던가.
영정룡이 내 특수 스탯 영(影)을 보고 자기 아이라고 주장했다던가.
성광룡이 내 흑염을 광염으로 바꾸려고 했다던가.
칠채룡이 귀엽다면서 이것저것 나에게 보물을 줬다던가.
‘다행히 영정룡은 아이를 만드는 법을 몰라서, 넘어가긴 했는데.’
그 뒤로 영정룡이 이상하게 나를 볼 때마다 얼굴이 빨개져서 조금 수상했다.
“이젠 제법 태가 잡혔구나.”
“덕분입니다.”
“뭘, 허상룡이 고생했지.”
일곱 빛깔로 빛나는 머리색을 가진 남자가 멀겋게 웃으며 말했다. 칠채룡, 관철수였다.
“그나저나 벌써 인간의 사회로 나가려는 것이냐?”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인간에게 물든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군. 다른 용이었으면 호의를 권리로 착각해서 싹수가 없을 텐데, 너는 이것저것 줄 맛이 있었는데.”
“됐고. 이제 슬슬 내려가야지.”
“남자룡들끼리의 해후야. 그동안 청일점이었는데,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필요한거 있으면 말만해.”
금빛으로 반짞이는 머리카락을 지닌 여성의 말에 관철수가 한쪽눈을 찡긋-하고는 말했다.
성광룡, 금빛나가 내쪽으로 왔다.
“이 주동안 즐거웠다. 아 참, 그리고 괴롭히는 놈이 있다면 언제든지 우릴 불러도 된다. 용언은 기억하고 있지?”
“……네.”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은유하가 위급할 때 쓰는 버스터 콜이라면서, 어떤 세력이든 간에 한 번에 몰살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무슨 일이 생기든지 무조건 셋 이상의 용이 모일거라고 했으니.
“뭐야, 꼬맹이. 지금 가는 거냐?”
이글거리는 불꽃 형태의 단발머리를 한 염작룡이 말했다.
검은색 민소매에 가죽재킷을 입고 핫팬츠를 입은 불량스러운 소녀 형태였다.
“서운한 거냐? 눈이 왜 그렁그렁해?”
“아니, 무슨 헛소리야! 레드 드래곤인 이 몸이 고작 꼬맹이가 간다고 슬퍼할 것 같아! 그냥, 조금 외로운 것 뿐이지.”
“동의. 서하는 아직 아기야. 우리랑 같이 있어야 해.”
말쑥한 검은색 일색의 여성이 말했다. 영정룡, 한숙자였다.
“다들 헛소리다. 마룡으로 태어난 우리 서하는 어엿한 어른이지. 지난 한 달 동안 잘 봤잖아? 서하는 장한 아이였다. 네 손으로 인류를 몰살시키고 오렴.”
“넌 뭔 헛소리야.”
“자, 다들 아쉬운 건 알겠지만. 슬슬 출발할 시간이라고.”
칠채룡, 관철수가 상황을 정리했다.
“그런데 다 같이 내려가도 되나요?”
“당연하지. 꼬맹이, 널 해코지 하는 놈이 있다면 어찌 될지 보여줘야지.”
염작룡, 류샛별이 입꼬리 한쪽을 올리며 말했다.
“그럼 내려가 볼까.”
*
“벌써 한 달이나 지났네요.”
“마룡 사태가 크긴 컸지. 근데 결과는 터무니없이 허무했고.”
협회의 직원들이 담소를 나눴다.
당시에는 한국이라도 진짜 멸망할 것 같았다. 암흑염룡의 출현은 그만큼 무서운 일이었다.
그러나 한 소년이 암흑염룡을 설득했다.
숭고한 소년이었다. 홀로 북한을 지키고자 나섰다. 다른 영웅들이 전력을 추스를 시간에, 작전을 세울 시간에 민간인을 우선시했다는 증거.
그것은 미담으로 남았다.
영웅들 사이에서 누군가는 영웅 중 영웅이라고 불렀고, 구원자라는 타이틀은 그 소년에게 가야 했던 게 아닐까-하는 소리도 있었다.
직원들은 「별 측정기」 앞에서 잡담을 나눴다.
「별 측정기」.
협회가 자랑하는 마력 측정기다. 이곳에서 한국을 위협하는 존재를 찾아내고, 그것을 제거한다. 암흑염룡도 「별 측정기」로 찾아내었기에 협회는 긴급히 길드들을 소집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암흑염룡은 진짜 어마어마했죠? 마력에 몰빵한 상격이 10만 테트라의 마력을 지녔는데, 무슨 10억 테트라가 넘어가서 완전 비상이었는데.”
“괜히 용종이 아니지. 어라? 오늘 미국이 우주 정거장을 올린다고 했나?”
누군가의 말에 시선이 「별 측정기」에 꽂혔다.
「별 측정기」가 빛을 내고 있다. 무언가가 오고 있다는 증거였다.
“대기권에서 마력 반응 확인! 수치가 어마어마합니다. 100만 테트라, 1,000만 테트라…자, 잠깐 더 올라간다고? 50, 50억 테트라?”
“무슨 헛소릴 하는 거야! 용이 떼로 몰려오기라도 했나? 뭣?! 「별 측정기」가 터졌어?”
“이, 일시적으로 고장이 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마력 수치는 80억 테트라가 훌쩍 넘는…….”
“도대체 무슨.”
팀장은 멍한 눈으로 「별 측정기」를 바라봤다.
한 편, 그 시각 서울.
시민들은 멍한 표정으로 창공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용들이 존재했다.
붉은 거체를 자랑하는 염작룡.
그림자가 용의 형상을 이룬 영정룡.
굴절의 힘을 쓰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 은빛 비늘을 자랑하는 허상룡.
흑염을 두른 비늘을 가진 암흑염룡.
빛이 용의 형상을 이룬 성광룡.
그리고 칠색 빛으로 빛나는 칠채룡까지.
그리고 가운데에서 흑빛의 비늘을 가진 인간의 형체가 떨어졌다.
“너무 요란한데.”
이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