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85
Chapter 185 – 흑염용제(5)
세실리아는,
나락에서 태어난 마룡이다.
나락(奈落).
지옥 중에서도 지옥이라고 불리는 곳. 그곳에서 나오는 흑염은 어지간한 괴수조차도 한순간에 재가 되는 곳이었다.
지옥의 끝자락에서 태어난 이 용은 태생부터가 남달랐다.
나락에서만 나타나는 흑염을 삼켰다. 흑염의 주인이 되어 지옥을 불사르던 존재가 되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영능을 깨우쳤으며, 세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렸다.
타고난 이야기가 격을 만들었다.
태어나자마자 그녀를 노리던 상격의 악마조차도 그녀의 손아귀에 터져 죽었다.
고작 그녀가 태어난 직후의 일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육체는 점점 더 강건해지고, 마력은 끊임없이 차올랐다.
하나의 세계를 통쨰로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그릇이었다.
생후, 100살도 채 되지 않았을 때의 무렵이다.
72위의 악마들조차도 그녀에게 감히 대적하지 못했으며, 지옥을 총괄하는 마왕, 솔로몬조차도 그녀를 함부로 하지 못했다.
지옥을 떠도는 혼돈룡. 나락용, 흑염룡. 온갖 칭호가 그녀에게 깃들었다. 세실리아는 그때까지도 자신을 확정하지 못했다. 모든 이름이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지옥을 떠도는 세실리아는 그러다가 보았다.
여리디여린 악마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한 존재를.
악마를 본 후로 그녀는 호기심을 키웠다. 여린 것들은 살 가치가 없다는 강자존(强者尊)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일족을 만났다.
그것은 그녀와 반대되는 비늘을 지닌 존재였다. 은빛의 비늘이 모든 것을 투영하는 존재였다.
허상룡(虛狀龍).
그것과 만나면서 그녀의 세계는 변했다.
*
큰일 났다.
나는 머리를 굴리며 생각했다.
이렇게 지내다가 꼼짝없이 납치당하게 생겼다.
문제는 이걸 흐지부지 넘겨도 문제라는 것이다. 자칫, 인간 사회가 나를 핍박했다는 사실을 깨달은(아님) 세실리아가 한국을 멸망시키고자 몸을 움직일 수 있다.
한국은 그걸로 무너지지 않을 거다.
그러나 많은 영웅이 죽을 거다. 아무리 천견이 나선다고 해도, 잠시 주춤 시키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힘의 차이도 차이지만, 타고난 격과 상성의 문제다.
천견은 세실리아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없고, 그녀는 천견의 마법을 가볍게 찢어버릴 수 있으니까.
‘아니, 오히려 특수 스탯 용(龍)의 효과랑 「흑천용혈(S+)」을 알아볼 기회인가.’
용은 그 정체가 베일에 싸여 있다.
고인물인 나를 포함해서 모든 유저가 달려들었음에도 그 정체가 파악된 용은 일곱 개체가 채 되지 않는다.
레드 드래곤인 염작룡(炎炸龍), 쉐도우 드래곤인 영정룡(影征龍), 모든 힘을 굴절시켜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허상룡(虛狀龍), 지옥에서 태어나, 태어난 직후 상격의 악마를 터트려 죽인 암흑염룡(暗黑炎龍), 빛의 힘을 사용하는 성광룡(聖光龍), 칠색의 힘을 사용하는 칠채룡(七彩龍)까지.
‘심지어 산맥 일대가 굴절된 채, 드러나서 그 모습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
다만, 그 광경을 본 김서현의 심정은 그것이 용이란 것을 짐작시키게 했을 뿐이었다.
아무튼 용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극히 적다.
《에픽 월드》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았기에 후속작이 나온다면 거기서 다룰 거라 생각하기만 했다.
그래서 용의 대한 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용혈을 얻었지만, 언령이나 저항력 등을 전혀 얻지 못했지.’
마법이나 술법 역시 마찬가지.
영천의 말에 의하면 기본적인 술법 적성이 눈에 띄게 올라갔지만, 지금의 내가 굳이 취할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서하 님은 어차피 탄탄대로니까 지금 하시던 대로만 하시면 될 겁니다.
-영천의 말에 동의하고 싶지만, 이건 나도 동의한다, 주인.
그 두 명이 뜻을 합쳤으면, 당연히 하지 않는 게 맞지. 그래서 지금까지 용의 힘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가르쳐 주시는 건가요?”
“그래. 일족의 남은 마지막 아이, 서하야. 내가 친히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쳐주마.”
-처, 처음부터 끝까지?
꿀꺽-하고 흑천이 얼굴을 붉히며 세실리아를 바라봤다.
옆에서 영천이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
나는 뒤를 힐끗 봤다. 같이 데리고 왔지만, 아무래도 여기서부턴 나 혼자 가야 할 것 같다.
“잠시 일행에게 말을 전해도 될까요?”
“일행?”
세실리아의 눈이 일장로에게 향했다. 흑염이 일렁이는 듯한 눈이 파충류 특유의 노란색 세로 동공으로 바뀐다.
“……!”
일장로가 크게 움찔거렸다. 그저 쳐다본다. 그 행위 하나로 일장로를 압박하는 것을 느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생명체가……!”
일장로가 크게 비틀거리면서 주저앉았다. 일장로는 강하다. 그러나 상대가 나빴다. 저 존재는 초월자들조차도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게 만드는 존재다. 일국을 눈 깜짝할 사이에 없애버리는 인외의 종족이다.
감히 신조차도 드래곤에게는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꽤 쓸만하군. 하인으로 부리기에 적당하구나.”
세실리아는 일장로를 바라보고 그렇게 평했다.
“그러나 아이야, 네가 동료라고 칭했으니, 나 또한 저들을 존중하마.”
“감사합니다.”
“그래, 아이야. 동료는 소중히 하거라. 유대는 중요한 것이니까.”
“…….”
나는 혼자서 걸어가는 세실리아를 바라봤다.
“그럼 나의 둥지로 가자꾸나.”
“마법을 쓰십니까?”
“아니, 마법으로 가기엔 귀찮은 잡것들이 많아서.”
동시에 세실리아가 웃었다. 흑색의 불꽃이 그녀의 몸에서 솟아올랐다. 흑염이 뒤로 뻗어나가면서 용의 형체를 갖추었다.
-타거라.
“…….”
나는 세실리아를 멍하니 바라봤다.
동료를 소중히 하라고 했더니, 멋대로 동료를 시험해보고 이대로 가라고……?
‘역시 용들이랑은 친해지지 않는 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세실리아의 머리 위에 탔다.
핸드폰으로 전자 마녀에게 연락을 돌리며 일장로와 하성휘, 마공녀에게 길드를 지키라고 연락했다.
그리고 나는 안전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 몸에는 용의 피가 흐르는데, 그것 때문에 마룡이 직접 나섰다는 말과 함께.
‘이건 길드에 비밀로 해달라 하고.’
전자 마녀라면 알아서 처리해주겠지.
나는 시선을 세실리아로 돌렸다.
‘이번 기회에 알았으면 좋겠는데.’
특수 스탯 용(龍).
용이 가진 신비의 힘을 얻고 싶었다.
*
─────!!
흑염룡의 거체가 바람을 가른다. 한 번의 날갯짓으로 그녀는 순간 이동하듯이 이동했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한순간에 태평양을 가로질렀다.
‘도대체 얼마나 빠른 거야.’
눈 깜짝할 사이였다. 그러나 풍압 같은 것은 느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시야에 보이는 마법 같은 장벽이 나를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암흑염룡은,
한순간의 날갯짓으로 그리스에 도착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았냐면.
‘올림포스.’
거대한 백색의 신전이 보였다.
백색의 신전 그 위,
무언가 거대한 존재가 이쪽을 주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경계 어린 시선이었다.
‘제우스인가.’
다른 시선들도 꽂히기 시작한다. 강렬한 시선들이었다. 그것들이 암흑염룡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암흑염룡은 유럽에 거주하는 건가? 유럽은 만마전이나 다름이 없을 텐데.
나치 제국과 올림포스, 아스가르드와 아일랜드, 온갖 신화들이 끼어들면서 이곳은 중국과 다름이 없는 전쟁터와 비슷했다.
-이곳은 올림포스란다. 유럽의 땅을 적당히 집어삼키는 신들이 거주하고 있지. 제약이 심해서 나치 놈들에게 일방적으로 얻어터지지만, 그들은 너무 건드리지 말렴.
‘제약을 무시하고 공격할 수 있기 때문입니까?’
-역시 영특하구나. 내가 있는 이상 그것도 힘들겠지만.
암흑염룡은 그리 말하고는 신전을 한번 바라봤다. 그리고 날개를 휘둘렀다.
펄럭.
암흑염룡은 그 시선을 즐기는 듯 하다가 날개짓을 했다. 한 번 더 도약하자 장소가 바뀌었다. 거대한 창공 위에 신전이 하나 보였다.
아스가르드.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시선이 꽂힘이 느꼈다. 나는 신전보다는 하늘 아래를 바라봤다.
어둠으로 물든 듯한 대지 위. 그곳에서 마기에 영향을 받은 마도병들을 도끼로 찍어 내리는 존재들이 보였다.
바이킹과 발키리들이었다.
“이곳은?”
-아스가르란다. 이쪽도 올림포스와 사정이 비슷하지. 꽤 귀찮은 족속들이지.
“그런데 설마…….”
-네 짐작이 맞다. 원래라면 한곳 더 들려야 하겠지만, 거긴 지금 상황이 위급하니 신경을 쓸 곳 정도는 안되는 것 같고.
암흑염룡은 거기까지 말하고 다시 한번 날개를 휘둘렀다.
이번에도 공간을 이동하듯이 창공을 가로질렀다. 그러자 거대한 신전이 보였다. 일찍이 미국에 왔을 때, 보았던 곳이기도 했다.
‘백신전.’
그 근처에 오자 시선이 30개 정도 꽂힘이 느껴졌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암흑염룡이 대륙 전체를 순회하는 이유를 짐작헀기 때문이다.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겠지.’
자신과 싸우기 싫다면 이 아이를 건드리지 마라.
아마 내가 모르는 방법으로 각 세력에게 경고를 한 것이다. 홀로 세력들에게 경고한다.
어지간히 힘에 자신이 있는 존재라도 하지 않을 일이었지만, 암흑염룡은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어지간한 초월자라도 부딪치면 물어뜯어 죽일 수 있는 존재였다.
-암흑염룡? 어째서 네가 그 사내를 데리고 있는 거지?!
투쟁의 신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음? 어떻게 너희가 서하를 알고 있는 것이지?
-그 존재는 내 사도다! 건드리지 말지어다!
-사도……?
“투쟁의 신에게 힘을 받았습니다.”
-아아, 그렇군. 하긴, 우리 일족의 마지막 아이가 워낙에 재능이 뛰어나 탐낼 만 하군. 하지만 건드리지 마라.
-일족의 마지막 아이…? 무슨 헛소리를!
나는 침을 삼켰다.
투쟁의 신이라면 내가 용혈이 없단 걸 알아차릴 수 있을 테니, 무어라 말을 하기 전에 암흑염룡에게 말했다.
“저, 빨리 둥지를 구경하고 싶습니다.”
-그렇구나. 서하, 너의 부탁이라면 당연히 가야지.
펄럭.
그리고 다시 한번 이동했다.
‘아니.’
나는 암흑염룡이 이동한 곳을 보자마자 당황했다. 아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푸른 하늘이 아니다. 그 위로 바로 이동했으니까.
수 많은 별이 반짝거린다. 암흑염룡이 날개를 펼치며 나에게 말했다.
-이곳이 바로 내 둥지란다.
지구라는 행성이 보이는 달 위에서.
암흑염룡은 고고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