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7
Chapter 27 – 서가연(4)
이 세계에는 경계라 불리는 곳이 존재한다.
차원문이 깨지면서 나타난 현상은 지구와 다른 차원을 이었다.
그곳에 가장 인접한 ‘문’이라고 불리는 곳에 ‘인류의 수호자’라 불리는 이들이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마인’이라 불리는 인류의 숙적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마인들은 인류의 적이다.
그들과 인류의 타협점은 없다.
이 세계의 것을 외적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바치고 힘을 얻은 그들의 목적은 결국 인류의 멸망이기 때문이다.
-귀찮군…….
시간이 지나갈 때마다, 마인들은 자신들에게 시간이 없어지고 있단 것을 깨달았다.
-예언자가 남긴 그놈. 올해 한국영웅학교에 입학했다고 들었는데.
어둠이 어둑하니 내려앉은 곳.
그곳에서 마인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들 중 정상으로 보이는 인물들은 없었다.
어떤 이는 15m가 넘는 덩치를 가지고 있었고, 어떤 이는 불덩이에 던져진 듯, 온몸이 녹아 흘러 멈춘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는 이곳을 나설 수 없다. 하지만 그 존재가 깨어나면 우리의 목숨도 얼마 남지 않았지.
-가장 좋은 것은 학교째로 학생들을 모조리 죽이는 것인데.
-불가. 그곳은 ‘황제’가 머무는 곳이다. 경계에서 우리가 나가는 순간 놈은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
그리고 마인들은 경계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그 힘이 쇠락한다.
그것은 일찍이 인류 중 가장 뛰어난 영웅이라 일컬어지는 위대한 영웅이 만든 서약 때문이다.
-빌런을 움직이지.
-놈들을 믿을 수 있나? 겉으로는 사회의 질서를 무너트리고 싶어하지만, 결국 목숨이 달린다면 가장 먼저 제 안위를 살필 쓰레기들뿐이거늘.
-쓰레기 중에서 나름의 보석은 있는 법이지. 제천회(制天會). 스스로 하늘이라 칭하며 하늘을 뒤덮을 마(天魔)를 기다리고 있다는 놈들이면 쓸만하지 않나?
-흐음, 그놈들이라.
마인들은 고민했다.
그들을 움직이려면 비싼 값을 치러야겠지만, 그들 정도면 꽤 괜찮은 패다.
-그럼 제천회를 움직인다. 그리고 후속으로 별빛의 마력을 개화할 존재를 친다.
-그 존재에 대해서 알려진 건?
-없다. 어떻게 생겼는지, 성별은 무엇인지, 출신지마저도 모른다.
-흑마련을 움직인 건 그래서였나?
-그래. 놈들을 움직인 건 아주 작은 정보라도 얻기 위해서였지. 그러나 얻은 정보는 여전히 1학년이란 것 뿐이다.
-곤란하군. 누군지 특정할 수조차 없다니.
-그럼 그놈들을 모조리 죽이면 되잖아?
가장 조용히 있던 남자가 말했다.
2m는 되어 보이는 남자.
마인과는 달리, 세상의 질서를 무너트리고 싶기에 마인과 한 편을 먹은 존재들.
빌런.
그들은 사특한 존재에게 힘을 얻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 까다로운 존재였다.
-좋아,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군. 그렇다면 간단하게 가자. 입단 테스트를 이번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로 정하지.
마인의 말에 빌런인 남자는 웃었다.
-우선…….
***
경기도 동두천 소요산.
원래대로라면 거리가 꽤 있는 곳이지만, 한국영웅학교에 있는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서 곧장 왔다.
나는 그곳에서 기타 케이스를 매고, 기둥에 기대고 있었다.
-흐음…….
흑천마검은 내 옆에 서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의 마력이라. 별빛의 힘을 이어받은 존재가 이 시대에 있었나.
“알아?”
-물론이다. 문헌으로만 본 적이 있지. 아무튼, 주인. 중요한 건, 그 여자는 놓치지 마라.
“절대 안 놓치지.”
나는 나른하게 하품을 했다. 어제 훈련을 좀 빡빡하게 했더니 몸이 노곤하다.
“서, 서하야.”
잠시 후, 서가연이 왔다.
편하게 입고 오라고 했기에 서가연의 옷차림은 편해 보였다.
검은색 반팔에 하얀색 하이웨스트 반바지. 그리고 호신용으로 들고온 검.
한국영웅학교는 예비 영웅취급을 받기에 무기를 소지하는 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왔어? 그럼 바로 가볼까?”
“으, 응.”
내가 산쪽으로 향하자 서가연이 졸졸 따라왔다.
“그, 그런데 서하야. 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서가연이 물었다.
나는 잠깐 고민했지만, 이제는 그냥 사실대로 말해주기로 했다.
“던전.”
“아, 더, 던전……던전?!?!”
서가연이 기겁해 했다.
“더, 던전을? 우, 우리끼리 도, 돌 수 있을까?”
“괜찮아, 나만 믿어.”
서가연을 위해서 일부러 엄선한 던전이다.
서가연이 마인측이 아니라 나를 함정에 빠트리는 게 아니라면 무사할 수준의 던전이기도 하고.
마인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수준에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했다.
‘무엇보다 념도 있고.’
념(念).
정신을 기반으로해서 현실에 나타내는 힘.
그 힘은 역천이란 스탯으로 변했지만, 그 힘은 여전히 남아있다.
보다 훨씬 강력해진 상태로.
‘상태창.’
나는 상태창을 바라봤다.
▼
[이름 : 이서하]근력 : 7
민첩 : 10(7+3)
체력 : 13
재주 : 8
개념스탯
역천 : 6
◈재능
-「열람(-)」, 「불가해한 재능(A-)」 「손재주(B+)」
◈기예
-「흑신무(?)」, 「알턴의 비전 연금술(B)」, 「이카르의 심화 영력 제어술(C)」, 「흑섬검법(D)」
◈체질
-「역천지체(S-)」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체력이었다.
체력이 굉장히 급파르게 올랐다. 서예빈이 준 영약은 아직 섭취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다른 것들도 소소하게 올랐고.
“등산이 익숙해 보이네?”
“으, 응. 어,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등산을 조, 좋아하셨거든.”
서가연의 얼굴이 아주 약간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서가연의 집은 가난한 건 아니다. 그러나 유복한 환경도 아니다.
어렸을 적에 산에서 이것저것 버섯이나, 나물 같은 것을 주워서 먹은 성향 탓이다.
“그럼 위로 올라갈까?”
“으응.”
우리는 계속해서 등산했다.
숨이 좀 가파를 때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잠시 숨을 돌리고 등산을 시작했다.
그렇게 산을 오르기를 1시간.
평지에 오자 무덤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무수히 많은 사람도.
“여긴?”
“무덤이야.”
일명 시체 없는 무덤.
처음 차원이 깨지면서 다른 차원들의 존재가 왔을 당시, 사람들은 마나라던가 이능을 깨우쳤다.
그들 중에서 선한 존재들은 지구의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무공과 마법을 전해주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긴것은 차원이 깨지면서 나온 ‘마인’들이란 존재와 괴수들이었다.
많은 이들이 몬스터들에게 먹혔다.
많은 이들이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었다.
어떤 이는 게이트에 들어가서 실종되었고.
어떤 이는 탑에 갇힌 채 생을 마감했다.
그 숫자는 대한민국만 집계해도 무려 천 만여 명이 넘어간다.
그런 이들을 기리기 위해서 만든 무덤이 바로 이 시체 없는 무덤이다.
그리고 이번 던전은 이곳 근처에 있다.
이 근처에 무덤을 들리면서 모인 원념이 어떤 물건과 공명하면서 만들어진 던전.
나는 서가연을 데리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점점 사람이 보이지 않고, 무덤도 줄어든 깊숙한 곳으로.
이윽고 사람이 없고, 무덤이 없어진 곳이 보였다.
절벽.
산을 내리깍아 보이는 절벽에 조그마한 틈새가 있었다.
어린아이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인 자그마한 장소였다.
“여기가 더, 던전이구나.”
“응.”
서가연이 덜덜 떨면서 말했다.
새삼스래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을 어떻게 알얐냐-물어볼 법도 한데. 게임 속 세계와 같았다.
“먼저 들어갈게. 잘 따라와.”
“으, 응.”
혹시나 하는 위험에 대비해서 내가 먼저 들어가야지.
나는 흑천마검을 넣은 기타케이스를 념으로 조종하면서 앞장세웠다.
-주인, 내 취급이 너무 험하지 않은가.
‘이해해줘.’
얼마전에 념을 다루면서 얻은 텔레파시-비슷한 힘으로 흑천마검에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마음 같아서는 아공간에 넣고 다니고 싶지만, 본인이 끔찍하게 싫어해서 이렇게 들고 다니고 있었다.
나는 몸을 접으면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으읏.”
서가연이 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잘 따라오고 있는 모양이군.
나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100m가량 몸을 접으면서 갔을까. 점점 통로가 넓어지기 시작한다.
-키헥?
그러자 괴수가 보였다.
짙은 보랏빛의 불꽃 같은 것을 흩날리며 반투명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원령이라 불리는 괴수다.
“저, 저건, 뭐, 뭐야?”
“괴수. 원념이 모여서 만들어진 일종의 정령같은 괴수지.”
“위, 위험한거 아니야?”
“전혀.”
나는 우선 안전을 확신시켜주기 위해서 흑천마검을 꺼냈다.
획-.
흑천마검은 내 념에 따라 원령에게 쏘아졌다.
-키헤에에에에엑!
원령은 단말마를 내뱉으며 죽었다.
흑천마검은 역천의 힘으로 수 없이 담금질이 된 검.
‘마나’로 이루어진 육체를 가진 원령은 이 힘에 버틸 수 없다.
원령에 한해서라면, 나는 그들의 천적 이상의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인데.’
그러나 지금같은 경우는 너무 강한 힘이 문제였다.
서가연이 위험하지는 않지만, 내가 개입하는 순간 원령으로 이루어진 마인은 내 공격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사, 사라졌어?”
“설마 내가 널 위험한 곳으로 데려왔을까.”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하자 서가연이 움찔거렸다.
설마 진짜로 대책 없이 왔다고 생각했나.
“걱정마. 안전은 확실해.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이 던전이 너에게 가장 적합해서니까.”
“이, 이 던전이?”
“어. 가연이 네가 가진 별의 마력은 마의 대척점이라서 말이야. 마와 관련된 것과 싸우면 싸울수록, 네가 가진 마력이 점점 개화할 거야.”
“그, 그렇구나.”
서가연이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면 가장 빨리 마나를 개화하는 방법이 뭘까.”
“여, 열심히 싸우는 거?”
“아니, 죽기 직전까지 구르는거야. 걱정마. 생명은 위험하지 않게 해줄게.”
“어, 어?”
나는 아공간에서 포션 하나를 꺼내왔다.
원령들이 좋아하는 냄새를 가진 포션.
뚜껑을 땄다. 쾌쾌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그럼 화이팅.”
“어, 어?”
나는 달려오는 원령들을 보며 서가연을 앞으로 밀어놓고 뒤에 섰다.
***
“허억, 헉.”
서가연은 검을 들고 크게 호흡하고 있었다.
단정했던 옷들은 여기저기 긁혀서 해져 있었다.
원령들은 대부분 죽었다.
사실 중간에 위험할 뻔한 적이 있긴 했는데, 별의 마력을 조금이나마 개화한 시점에서 모든 원령들이 문자 그대로 ‘증발’했다.
이서하는 말 없이 회복 포션을 따서 서가연에게 발라줬다.
“이건 마셔.”
“헉, 허억. 고, 고마워.”
서가연이 두 손으로 포션을 받고 꼴깍꼴깍 넘겼다.
“감은 찾은 것 같아?”
“어, 어. 어느 정도는.”
서가연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럼 조금만 더……아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서가연의 표정이 급변했다.
더 이상은 절대 안 될 것 같다는 표정.
이서하는 아쉬워했지만, 여기서 포기했다.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면 강행했겠지만……그걸 서가연한테도 강요하는 것은 조금 그랬다.
아직은.
서가연은 숨을 몰아쉬며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원령들이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었을 때.
이서하가 움직이기 직전, 자신의 몸 안에서 느껴졌던 힘을.
너무나도 선명한 힘은 그녀에게 하나의 충격이었다.
“음, 다음엔 다른 던전으로 가야겠네.”
“으, 응?”
무슨 소리야-라고 묻기 전.
소름이 끼치는 시선이 그녀를 훑었다.
“마인이야.”
이서하는 가볍게 웃으며 흑천마검을 쥐었다.
지금 잡을 생각은 없었지만, 아이템이 걸어온다면 줍는것이 예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