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8
Chapter 28 – 서가연(5)
-크흐흐흐흐.
마인의 생김새는 원령과 비슷했다.
이곳은 원령이 모이는 곳.
마인은 이곳에서 힘을 비축하고 있는 존재였다.
원령은 보통 까다로운 존재다.
마력 공격이 통하지만 그중에서도 일부만 데미지를 받는다.
물리 공격은 통하지 않아서 마력을 깨우치지 못한 학생이 만나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하물며 마인이다.
지성을 약간 포기하는 대신 온갖 능력치가 올라가는 보정이 있다.
그럼에도 별로 긴장이 되지 않는다.
‘다른 마인이었으면 긴장이 됐을지도 모르는데.’
지금은 긴장이 하나도 안 된다.
서가연이 지닌 별의 마력.
내가 가진 역천의 기.
둘 다 원령이라는 존재에게 극단적인 상성을 자랑한다.
육체가 없기에 물리 공격이 먹히지 않지만, 별의 마력과 역천의 기와 같이 특이한 힘에 더 극단적으로 작용하는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키에에에엑!
마인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읏!”
서가연이 순간 휘청거렸다. 파동을 뿜어내어 정신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역천의 기가 내 몸을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역천의 검에 역천의 기를 불어넣는다.
검을 휘두르려 하자 원령이 멈추고 흑천마검을 쳐다봤다.
-아직 지성은 남아있는 모양이군. 거기다가 속도도 빠르고.
‘그러게.’
흑천마검의 말에 념으로 답했다.
념.
집중한다. 그러자 원령의 움직임이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검을 쥐어 잡았다.
흑섬검법.
그저 빠를 뿐인 검법. 그러나 나는 이 검이 꽤 마음에 들었다.
역천의 기로 타격한다.
그 행위로도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안 되지.’
이 세계는 그렇게 편리한 세계가 아니다.
편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모르면 그대로 당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엔딩을 볼 수 있는 세계다.
그래서 나는 에픽월드라는 게임이 마음에 들었다.
“후우.”
호흡한다.
그리고 움직인다.
원령이 내 움직임에 맞춰 움직인다.
팔을 크게 움직인다. 보랏빛의 궤적이 내 얼굴을 향했다.
보법.
아직은 완성하지 못한 보법으로 움직인다. 그럼에도 움직이는 데에 문제는 없다.
[흑영보의 숙련도가 올라갑니다.]흑신무.
그것은 몸을 더욱 잘 움직이는 방법이다. 흑정이 내 움직임을 바로잡아준다. 역천이 원활하게 움직인다.
서걱.
흑천마검이 원령의 팔을 베었다.
-크흐앗!
놈이 움직인다. 반대쪽 손에서 손톱이 길게 솟아나더니 내 팔을 노렸다.
발을 반걸음 움직이면서 회피.
이렇게 보니 알겠다.
상대의 움직임에 낭비가 많다.
‘슬슬 감을 잡을 것 같은데.’
나름의 전투를 겪으면서 깨달은 게 있다.
나는 상대방보다 부족한 게 많다.
기본적으로 육체적인 능력이 크게 부족하다.
최소한으로 회피하고 최대한 상대에게 공격을 욱여넣어야 한다.
동시에 나는 상대의 공격을 맞으면 안된다.
한 번의 실수조차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똥망겜.’
진짜 빌어먹을 게임이다.
***
흑천마검은 이서하를 바라봤다.
원령을 상대로 최소한으로 움직이면서 상대의 전력을 야금야금 깎아 먹는 방식.
그러나 역천의 기는 그 공격을 극대화해 상대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일으킨다.
‘터무니 없군.’
이서하의 무재는 수재 수준이다.
처음에 무공을 가르칠 때, 흑천마검은 이 점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전투가 시작되고, 끝마칠수록, 이서하의 성장세는 심상치 않다.
히죽-.
원령이 공격한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상대의 공격을 회피한다.
원령의 손톱에 머리카락이 잘리면서 얼굴에 실선이 그어졌다.
그럼에도, 이서하는 웃고 있었다.
불리한 싸움.
이서하는 스스로 불리한 상황에 몰렸다.
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은 점점 싸움에 익숙해지는 움직임으로 바뀌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광기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자신을 저렇게 몰아넣지 못한다.
무에 평생을 바친 사람이라도 저렇게 자신을 몰아넣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서하는 그 행위가 정답이라는 듯, 망설임없이 한다.
그렇기에 흑천마검은 이서하가 두려웠고, 기대되었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이서하가 원령의 가슴을 흑천마검으로 꿰뚫었다.
‘나쁘지 않군.’
이서하는 생각 했다.
흑신무가 좀 더 익숙해졌다.
이제 슬슬 흑섬검법이 아니라 다른 검법을 배워도 될 것 같은데.
파스스스.
원령의 몸이 재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마인을 죽였습니다! 개념 스탯 역천 1 상승합니다.]툭.
그리고 짙은 보랏빛을 발광하는 보석이 떨어졌다.
……마인을 잡는다는 행위에 스탯이 추가되는 건가.
‘최대한 마인을 잡는 방향으로 가야 되나.’
사아악.
흑정이 새롭게 늘어난 역천을 받아들였다.
조금 더 커진 흑정을 느끼며 나는 보랏빛의 보석을 주웠다.
감정.
──────────────
【원념이 서린 자수정(B+)】
원념을 가진 악령들이 뭉쳐진 자수정.
마법학적 가치가 높다.
:액세서리로 만들 시, 착용자에게 마력 추가 보정.
:무기로 만들 시, 적중 시, 상대에게 저주 적용.
:방어구로 만들 시, 착용자를 타격하면 상대에게 저주 적용.
:섭취 시, 정신 -3, 마력+5 증가.
──────────────
등급이 높다.
나야 워낙 쉽게 잡았지만, 원래라면 이렇게 쉽게 잡을 존재가 아니니 그렇겠지.
그리고 다방면으로 두루두루 쓰이는 물건이기 때문에 높은 등급이 붙은 것도 있고.
‘그러나 이 보석의 진가는 따로 있지.’
이서하는 그걸 아공간에 넣었다.
“괴, 굉장하다, 서하야.”
서가연이 감탄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무리를 했다는 증거겠지.
“어, 너도 고생했어.”
그렇게 말하며 이서하는 원기 회복 포션을 서가연에게 건넸다.
“그, 그런데 이걸 이렇게 줘도 되는 거야?”
“이러라고 마음껏 쓰라는 거니까 문제없어. 그리고 학교에서 가장 유망한 인재들이 쓰겠다는데 뭐 어쩌겠어.”
“유, 유망?”
서가연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이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망주지. 아니, 유망주 정도가 아닌가. 속성 마력에 마인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별의 마력이니.”
이정도면 어쩌면 수석을 내줘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이서하는 그렇게 덧붙이며 웃었다.
서가연은 혼란스러웠다.
그는 항상 내게 이랬다.
무궁무진한 호의를 보여준다.
가족조차도 자신을 이렇게 믿어주지는 않았는데.
“오늘 느낌은 마력을 개화했던 느낌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
“……응, 오늘 하루 진짜 고마워.”
“뭘. 그렇게 고마우면 나중에 뭐라도 해주던가.”
“해줄게. 무엇이든.”
서가연은 이서하를 보며 활짝 웃었다.
***
서가연과 함께 학교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키니 카톡들이 와 있었다.
‘많이 와 있네’
생각보다 톡이 많이 와 있어서 나는 카톡을 확인했다.
홍유화
-수요일에 송라희 교수님의 파훼 마법 시험 있는 거 알지?
-그때 다시 한 번 내기하는 거야.
……이건 무조건 해야겠군.
나
-ㅇㅋ
홍유화
-좋아. 이번에는 각오해.
각오해야 할 사람은 다른 사람 같은데.
서가연
-오늘 정말 고마웠어!
-나중에 밥 한 끼 살게!
-햄스터가 고개를 꾸벅하는 이모티콘.
나
-ㅇㅇ
밥이라.
대충 김밥 같은 걸로 얻어먹어야겠다.
김서현
-오늘 먹은 치즈등갈비
-사진
-어때? 맛있어 보이지?
나
-ㅇㅇ
김아라
-좋은 아침이야. 일어났니? 항상 하는 말이지만 아버지한테서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쳐줘서 고마워. 내가 낮을 좀 많이 가려서 이렇게만 문자로 보낼게. 우리 같이 화이팅…….
편지에 가까운 장문 메세지에 나는 숨이 막혔다.
아무리 나라도 이걸 단답형으로 보내면 안될것 같았다.
나
-오늘도 ㅎㅇㅌ
톡을 정리한 다음 대충 손을 씻었다.
쉬고 싶다.
격렬하게 쉬고싶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한다. 나는 한숨을 쉬고 몸을 일으켰다.
훈련장으로 가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을 눌렀다.
띵.
얼마 안 가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98층.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물기가 있는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에르실이 나타났다.
“어, 오셨네요? 서가연이랑 같이 어디 가신다더니.”
에르실은 입꼬리를 올리고는 말했다.
“응. 금방 보고 왔지.”
“그래요? 어디 갔다 오셨는데?”
“비밀. 그런데 넌 훈련하러 밖으로 가는 거야?”
“네, 밤의 마력이 저에게 꽤 잘 맞아서요. 보통 밤에 수련해요.”
말을 돌리자 에르실의 눈동자가 나를 쫓았다.
별모양이 그려진, 금빛으로 반짝이는 눈.
“그쪽, 알고 계시죠?”
“뭘?”
“…흐음, 아니에요. 그것보다 곧 중간고사 시작하잖아요.”
“그렇지.”
시간이 꽤 흘렀다. 중간고사는 2주 후.
그것 때문에 교관들은 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에 중간고사를 좀 크게 한다는 소문이 있어서요.”
“크게 할만하지. 우리들이 보통이 아니잖아?”
“흐응, 그건 자신감이에요?”
“그럴수도 있고.”
그래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번 중간고사는 마인들이 수작을 부리기 때문이다.
시험 중간에 마인이 난입해서 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그리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거다. 시험기간에 마인 몇명이 오는거니까.
아무리 마인이라도 정도란게 있다.
지옥이라도 학교에 쳐들어와서 모든 학생을 쳐죽인다는 행동은 하지 않을테니까.
“아무튼 난 훈련하러 간다.”
“정 없긴. 열심히 해요.”
에르실이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나는 훈련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