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52
Chapter 52 – 유산(3)
부웅.
자동차가 허공에 떴다.
“어때요? 새로운 직렬마력엔진의 힘이 느껴지시나요?”
“……네.”
송라희와 다니면서 몇 가지를 깨달았다.
첫 번째로 송라희는 말이 많다.
그리고 이과생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역시. 수석이라면 알 줄 알았어요. 보통 마력은 병렬로 연결하는데 이 직렬로 연결한 마력엔진은…….”
어마어마한 설명충이라는 이야기였다.
보통 30분 동안 걸어갈 거리를 30초 만에 주파했음에도 불과하고 나는 얌전히 차에서 송라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아, 이런. 제가 너무 설명만 했네요. 그럼 안에 들어가죠.”
안으로 들어가니 인형을 만지면서 갖고 노는 에르실이 보였다.
“어머, 같이 오셨네요.”
에르실이 싱긋 웃고는.
“그런데 수영복 준비하셨나요?”
“수영복?”
“네, 저희 별장 근처에 바다가 있거든요. 그리고 영국에는 해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죠.”
에르실이 그렇게 말하며 팔짱을 끼고는 내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흠, 그래도 서하 씨는 기본적으로 얼굴이랑 몸 비율이 워낙 잘났으니, 대충 입어도 될 것 같기는 한데.”
“그렇죠. 저희 수석이 마치 신이 빚은듯한 얼굴과 몸을 가지고 있어서.”
“맞아요. 교수님 뭘 좀 아시네요? 이 정도면 TV나 인터넷 매체에 나오지 않는 게 죄일 정도죠.”
“그렇지.”
“크흠.”
송라희와 에르실의 칭찬세례에 나는 괜스레 찔려서 헛기침을 했다.
“그러고 보니 유화는?”
“홍유화 씨는 워프 게이트 앞으로 바로 오실 거에요. 잠깐 여기 오기 전에 들러야 할대가 있다고 하셨거든요.”
에르실의 눈동자가 휘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두 분 사이가 장난 아니시던데.”
“나랑 유화가?”
“네. 요즘 같이 밥을 먹거나, 유화씨가 서하씨 사진을 구한다든가, 같이 운동을 한다던가. 학생들 사이에서 말 엄청 나오고 있어요~.”
“…….”
나로서는 굉장히 억울한 말이었다.
같이 밥을 먹는 것은 홍유화가 나랑 밥을 먹는 걸로 경쟁해서 그렇고, 홍유화가 사진을 구하는 건 아마 자기 딴에는 라이벌 의식을 기르려고 하는 것이겠지.
같이 운동하는 건 홍유화가 일방적으로 와서 그런거고.
“흐음, 서하 씨 반응을 보니 아닌가 보네요.”
에르실이 씩-웃으며 말했다. 기분이 좋아진 듯 고개를 살랑 살랑거렸다.
나는 묘한 눈으로 에르실을 바라봤다.
***
영국으로 오는것은 금방이었다.
전 세계에 세워진 워프 게이트는 대부분 한국영웅학교가 세워진 인공섬이 중간 통로 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위대하고 위대한 대영웅이 학교를 만들고 그곳에 겸사겸사 전 세계로 통하는 워프 게이트를 만들었다.
그래서 고작 동아리 활동임에도 학교의 학생인 우리들은 언제든 이동할 수 있다.
“흠, 오랜만에 고향에 오니 기분이 좋네요.”
에르실이 웃으며 말했다.
홍유화는 팔짱을 끼며 도도한 표정으로 집사에게 짐을 맡겼다.
“한국영웅학교 학생은 언제든 올 수 있을 텐데?”
“집중하고 싶었거든요. 이기고 싶은 상대가 생겨서.”
에르실의 생글생글한 눈이 나를 보면서 반달을 그렸다.
“……나?”
“네. 김서현이한테는 생각보다 경쟁심 같은 게 안 생기는데……이상하게 서하 씨한테는 엄청 생겨요.”
“서현이도 강한데.”
“그쪽은 뭐라고 해야 될까. 지금 당장에라도 이길 수 있는 느낌?”
“…….”
실제로 정확하다.
에르실은 환상마법의 대가. 김서현이 가진 바 재능은 더 월등하지만, 김서현은 익힐 게 많다.
스승은 초월자라는 게 같지만, 환상 마법을 1,000여 년 간 익힌 멜라니와 천의 마도사가 같을 리가 없다.
‘무공도 있고.’
무림이 무너지면서 그들이 남겼던 천년무학도 익혀야 한다.
당장에는 김서현이 약할지도 몰라도 1학년을 넘어 2학년이 되면 달라진다.
“그런데 나는 환술에 강한데.”
“그래서 제가 특별히 배우고 있는 기술이 있어요.”
히죽-웃으면서 에르실이 말했다.
“그러니까 계속 수석으로 남아주세요. 기말평가 때, 제가 당신을 이길 테니까.”
“……그래.”
조금 떨떠름한 감정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에르실이나 홍유화도 조숙했지만, 아직 어린애였다.
“근데 우리끼리 뭐 할 건데.”
“저희 4명이니까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거나 몰려다녀서 쉬어도 되고요.”
“……부장은?”
“……아차.”
에르실이 잠깐 당황하다가 곁눈질로 부장이 있는 쪽을 쳐다봤다. 다행히도 부장은 근처를 구경하고 있어서 들은 게 없는듯싶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쳤다.
“큼, 큼. 제, 제가 시, 실수했네요. 여, 영국은 처음이라서.”
“그럼 오늘은 어떤 활동을 하나요?”
에르실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자 부장이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오늘은 첫날이니, 따로따로 행동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좋네요.”
나는 재빠르게 말했다.
천마의 유산이 있는 장소는 위험과는 거리가 꽤 멀다.
그래서 역천지체를 얻고서 극 초반부만 어떻게 넘긴다면 바로 영국에 와서 얻을 생각이지만.
‘혹시 다른 게 있을지도 모르니 빨리 갔다 와야지.’
“흐음, 뭐에요. 그렇게 영국이 궁금하셨나?”
“……가보고 싶은 데가 있어서요.”
“어디에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영국 환상마도가의 장녀이자 차기 가주인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릴 테니까요.”
에르실이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거기는 나 혼자만 갈 수 있는 데라 안돼.”
“흐음.”
에르실이 나를 가늠하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봤다.
흑천이 어느새 내 옆에 와서 에르실을 바라봤다.
‘흑천?’
-흠, 저 안에 있는 거. 이제는 느낄 수 있겠군.
‘멜라니 메르헨 말하는 건가?’
-이름이 멜라니 메르헨인건가.
흑천은 에르실을 주시했다.
달칵.
심상에서 무언가 켜지는 소리가 들리며, 시야가 바뀐다.
성신안을 켰다.
그리고 에르실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에르실의 몸 안에 존재하는 거대하고 거대한, 하나의 ‘세계’가 보였다.
멜라니 라는 존재가 1,000년의 세월을 걸쳐 만든 환상 속의 세계.
그 세계의 중심에서.
은빛머리의 여성이 보였다. 은빛의 눈동자는 특이하게 저울이 그려져 있었다.
멜라니 메르헨.
-……재밌구나. 과연 천마의 후계. 그러나 너는 아직 ‘자격’이 없구나.
어렴풋하게 들려오는 말에 내 의식이 멀어지고.
다시 시야가 되돌아왔다.
‘…….’
-주인, 설마 본 건가?
‘……어. 좀 어지러운데.’
-성신안을 꺼라. 필멸자가 초월자를 보는 것엔 반드시 대가가 필요하니.
나는 눈을 매만지며 성신안을 껐다.
놀란 표정의 에르실이 보였다.
“……천마의 후예라는 건 이런 거까지 볼 수 있나요?”
“내가 좀 특별할 뿐이야.”
한숨을 쉬었다.
“……혼자 가야 된다는 건, 천마와 관련된 거죠?”
“응. 근데 천마에 대해 알고 있어?”
“네, 스승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 그럼 나중에 말해줄 수 있어?”
“네, 그 정도야. 혹시 위험한 건가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데.”
에르실이 히죽-웃었다.
“방금전에 스승님을 보셨죠? 저는 잠깐이긴 하지만, 그분의 힘을 끌어다 쓸 수 있는데.”
실제로 에르실은 멜라니의 힘을 끌어올 수 있다.
다만, 그 대가로 후폭풍이라고 해야 되나. 일주일가량 움직이지 못하고 병실에 갇혀 있어야 한다.
“미안.”
“어쩔 수 없죠. 대신 일 끝내면 놀아줘요.”
에르실은 키득거리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한국의 그런 말이 있었죠. 어딜 가면 풀코스로 대접한다고. 제가 영국식 풀코스를 대접해 드릴게요.”
“……그래.”
나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하면 영국은 요리를 더럽게 못 하는 나라 1위였기 때문이다.
***
던전 안.
흑신무가 있는 던전은 위험한 것은 거의 없다.
끽해야 문제풀이가 조금 있고, 함정이 약간 있는 정도.
‘그 함정도 일반인이 주의만 조금 하면 괜찮은 수준이기도 하고.’
흑신무의 던전은 상냥하기 그지없는 던전이다.
던전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서 복습했다.
그러나 여전히 힌트라고 불릴만한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역천지체에 반응하는 건가.’
나는 던전 안쪽으로 걸어갔다. 던전의 구조는 익숙했다. 여기만 해도 100번 이상은 왔으니.
함정을 피하고, 퀴즈를 풀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낡은 제단.
그곳에는 하나의 책이 있었다.
흑신무(黑神武).
-……진짜 흑신무로군. 전대 주인이 사용했던 책이다.
흑천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상하군. 이 근처에는 전대 주인의 유혼이 느껴지지 않는데……?
“그래?”
흑천은 느끼지 못했다고 했지만, 나는 선명하게 느껴진다.
개념스탯 역천.
개념스탯은 문자 그대로 그 힘을 관장한다.
만약 전대 주인이라 불리는 천마가 이 자리에 온다 할지라도, 나는 역천의 기운을 지배하는 능력만큼은 그에게 뒤지지 않을 거다.
흑신무가 적힌 책자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역천을 끌어올렸다.
-크아아아아악!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것이 내 몸을 타고 몸속으로 들어왔다. 굉장히 익숙한 기운. 바로 역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