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55
Chapter 55 – 무도회(3)
3개월.
내가 이 게임 속 세상으로 빠진 시간이었다.
지난 시간 동안 나는 정말 열심히 달렸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
누군가는 고작 재능이라고 폄하할 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
잠을 줄이고, 훈련했다.
계획을 최대한 짜고, 버릴 건 버리고, 취할 수 있는 건 취했다.
물론 치트키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차원 상점으로 재능을 살 수 있었고.
역천지체와 흑신무의 힘으로 처음부터 최강의 무맥을 손에 넣었다.
그 과정에서 흑천이라는 우연을 얻었다.
이건 운이 좋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흑천은 내 최고의 스승이되었다.
나쁜 버릇은 없애주고, 옆에서 격려하며, 나를 도와주었다.
부족한 부분은 어떤 식으로 단련해야 될지 가르쳐 주면서.
흑신무는 육체를 단련한다.
육체를 세부적으로 조율한다.
피가 어디로 흐르는지, 장기의 움직임, 심장 박동을 느끼며 의지로 멈출 수 있고, 움직이게 한다.
육체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 과정들을 겪으며 나는 성장했다.
성신안을 손에 넣은 뒤부터는 나는 많은 것들을 보았다.
[흑신무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그래서 나는 이 장로라 불리는 이를 봤을 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약해.’
이정도면 고작 중격이다.
중격이 고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중격이라 함은 전 세계를 뒤져서 영웅으로 한정한다면, 10,000여 명에 달하는 숫자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마인과 빌런까지 넣으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15,000여 명이 채 안 될 거다.
그럼에도.
‘약해.’
약하다고 느낀다.
문득 웃음이 흘렀다.
나는 아직 중격이 아니다.
여러가지 치트키를 손에 넣고서 지금 벽이라 부를 부분에서 막혀 있기 때문이다.
하격.
한국영웅학교에서 봐도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내 수준은 높지 않다.
역천지체, 흑신무, 성신안, 개념스탯. 이것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저 그런 학생이었겠지.
수석은 꿈도 못 꿀 거다.
그런데. 고작 그런 주제에 중격이 너무나도 약해 보인다.
‘간이 커진 걸까?’
-그건 아니다.
흑천이 일축했다.
-주인의 성장속도는 경악할 정도지. 무공을 배운 지 3개월이란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서하 님은 유례없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요.
-하지만 절대적인 경지로 보자면 주인은 약하다.
맞다.
흑천의 말대로 나는 약하다.
그러나 우습게도 나는 강하다.
-흑신무는 강한 무공이다. 자기보다 격상의 상대를 죽이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무공이지.
앞을 바라봤다.
상대의 모든것이 눈에 보인다. 버릇, 약점 같은 것들이.
-그러니 주인이 행하고 싶은 것을 해라. 주인은 재능이 있다. 그리고 힘이 있다. 망설이지 마라.
흑천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내가 망설이고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짚었다.
‘꺼낼까.’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흑천을 꺼내면 저들이 어떤 표정을 할까.
처음에는 놀랄 거다.
그리고 소천마란 놈은 나를 죽이려고 들겠지. 두 노인은 당황하면서 일단 사태를 지켜볼 테고.
제천회는 그리 좋은 집단이 아니다.
과거에 매몰되어 부정을 저지르고, 빌런이 된 놈들이니까.
사아악!
검을 움켜쥐었다.
“어르신, 저 놈들도 생포할까요?”
“그래.”
“한 놈은 내가 맡을까?”
“그래 주면 좋고.”
“훗, 너도 역시 나를 인정하고 있었군.”
“……?”
박운혁이 잘난척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픽-하고 웃고는 앞을 향했다.
“버러지들아. 너희들의 앞에 서 있는 존재가 누군지 아느냐?”
“알지. 허세 넘치는 꼬맹이 아냐?”
소천마의 말에 박운혁이 대꾸했다.
“어르신에게 예의를 표해라, 버러지. 네놈 따위가 함부로 말을 놓을 수 있는 분이 아니니까.”
설화련이 살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버러지들이!”
가벼운 도발에 소천마가 도약했다.
그저 힘이 담겼을 뿐인 도발. 흑색의 안개가 그를 감쌌다.
파직.
번개가 일면서 박운혁이 뛰쳐 나갔다. 설화련이 쌍검을 들었다.
나는 앞으로 나섰다. 소천마는 강하지만 그들의 적이 아니다.
뒤에 있는 녀석들이 문제지.
두 노인은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네놈, 그 검법을 어떻게 쓴 거지?”
“유출이 되었나? 그럴리가. 신교의 검법은 철저하게……그렇군. 외적의 침입 때, 우리의 검법을 훔쳐간 건가.”
이장로의 눈이 어둑해졌다.
음울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검을 움켜 쥐었다.
-어처구니가 없군. 역천의 기도 없어서 버려진 찌꺼기들이 감히 대들다니.
-서하 님, 저것들……처리할까요?
흑천과 영천이 스산하게 말했다.
머릿속에 이런저런 잡념들이 들었다.
‘사람을 죽이는 건 처음인데.’
마인들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짐승과도 같다.
그러나 마인과 빌런들은 그 행동에 차이가 없다.
이 세계에서 안식을 취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
고민은 짧았다.
나는 결정했다.
‘역천을 쓰자.’
한번에 놈들을 죽인다.
역천을 은밀하게 끌어 올렸다.
개념스탯 역천이 상승하면서, 역천의 지배력은 말이 안 될 정도로 올랐다.
덕분에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맙소사. 역천의 기를 저렇게 은밀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또 지배력이 늘었군.
검은색의 역천이 내부에서 응집했다.
발을 내밀었다.
역천이 터지기 직전까지 응집했다. 나는 재빠르게 노인들한테 달려들었다.
“이건……!”
역천의 기가 폭주하듯이 터져나갔다. 두 노인의 안색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흑신무
흑익
터지듯이 등 뒤에서 검은색의 외날개가 나타났다.
키이이이잉!
날개가 확장한다.
그리고 변하기 시작한다. 날개가 수십 갈래로 갈라지고, 그것들이 날카롭게 변했다.
이윽고 꽃의 형태로 변한다.
흑신무黑神武
흑익黑翼-변형형태
흑련화黑蓮花
“이럴리가, 이럴리가 없어!”
이장로가 경악하면서, 검을 들었다. 흑련화의 반경에 휘말린 소천마가 경악하면서 흑무를 전방에 응집했다.
카가가가가각!
흑련화는 작은 폭풍이 되어서 모든 것을 휩쓸었다.
‘천천히.’
그러면서도 빠르게. 머릿속에 영감이 솟는다.
흑익을 꺼내는데 망설임이 있었다.
날개를 이용한 공격은 언뜻 보면 좋아 보이지만, 이것을 다루기는 너무나도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수십자루의 검을 동시에 다루는 것과 같았다. 문제는 손발이 아니라 내 의지로 일일히 검로를 지정해야되고, 그 숫자가 수십에 가까운 것이지만.
‘된다.’
개념스탯 역천.
그리고 손재주가 등을 떠밀었다.
좀더 빠르게. 좀 더 정확하게 휘두를 수 있다고.
내 한계는 고작 이정도가 아니라고.
나는 주저없이 흑익을 휘둘렀다.
그것들이 적들의 힘을 부정했다.
검을 부수고, 기갑을 깨트리고, 이윽고 그들의 모든것을 부쉈다.
***
“재미없네요.”
솔직히 말해서 따분했다. 식후 운동도 되지 않은 느낌.
영국의 명문가 메르헨.
그 가문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전문적인 침투를 한 빌런들.
에르실은 가문의 이름을 위해, 그리고 약간의 즐거움이 될지도 모르는 상대를 기대하며 직접 나섰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보다……훨씬 약했고 재미가 없었다.
쳐들어온 빌런들은 벌써 두 종류의 형태로 나뉘었다.
부상을 입고 헐떡이거나.
혹은 에르실의 환술에 걸려 에르실의 부하가 되었거나.
“맙소사……메르헨 가문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더니.”
“제천회 정도면 이름 없는 빌런놈들이 아닌데. 어떻게 30명 가까이 통제하는 거지?”
“환술이 저 정도라니.”
흔해 빠진 찬사.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
에르실은 만들어진 웃음을 짓고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줬다.
‘그 사람은 달랐는데.’
이서하는 달랐다.
자신이 무엇을 보여주든 당연하다는 듯이 반응했다.
그리고 장난삼아 안된다고 하면, 네가?라는 듯이 자신을 바라봤다.
그것은 다른 이들의 반응과는 달랐다. 자신을 믿고, 자신의 한계까지 바라 본 느낌.
그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자신이 관심을 보여도 관심이 없었으며, 자신의 지위나 능력을 보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 보는 시선.
신선했다.
에르실은 손을 뻗고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손끝에 걸린 마력실이 움직이며 마지막 남은 빌런을 포박했다.
“제법이네?”
“변변치 않은 재주죠.”
홍유화의 물음에 에르실은 어깨를 으쓱거리고 말했다.
“정리 된것 같으니 슬슬 움직일까요.”
“그러자.”
홍유화가 가볍게 호흡하며 손가락 끝에 달라붙은 불꽃을 껐다.
“언제봐도 특이하네요. 불꽃 자체에 점성이 붙은 느낌? 거기다가 마력 조율도 대단하시고.”
“이정도 쯤이야.”
홍유화는 그렇게 대꾸하고 도도한 표정으로 앞을 나섰다.
홍유화의 미세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그녀의 기분을 대변했다.
저 사람도 은근 귀엽네.
“그런데 좋은 일이라도 있어?”
“네? 좋은 일이요? 음, 있었는데 빌런들이 쳐들어와서 없어진것 같은데.”
“그래? 입꼬리가 올라가 있길래.”
“…….”
에르실은 손으로 자신의 입가를 만졌다.
홍유화의 말대로 자신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다. 장소는 위층.
남의 집에서 이게 뭐하는 짓인지.
예의없는 빌런들을 보며 혀를 차고 에르실은 위로 향했다.
그리고 에르실은 보았다.
흑색으로 핀 꽃을.
‘어?’
그것은 흑색의 꽃이었다.
이서하의 등 뒤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는, 한쪽밖에 없는 날개 형태.
날개가 움직인다. 마치 꽃이 피어나듯이 날개가 피어났다.
-흑익!
멜라니가 기함하듯 외쳤다.
동시에 이서하가 움직였다. 아니, 이서하 등 뒤에 있던 외날개가 움직였다.
그것은 확장되고, 수십 개의 갈래로 피었다.
수십 개의 날개는 마치 의지를 갖춘 칼처럼 움직였다.
이서하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오연한 자세로 적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건 뭐, 도와줄 필요도 없군.”
옆에서 박운혁이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어르신!”
“저 날개 특이한데? 서하의 의지대로 조종하는 건가? 저건 좀 까다로운데.”
“일격일격이 검은 힘을 담고 있어. 저 힘은 진짜 까다로운데. 방어가 안 돼서.”
김아라랑 김서현이 자문자답했다.
“어째서!”
대치하고 있던 이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째서 당신께서 저희를 적대하는 겁니까!”
“너희가 내 적이니까.”
이서하는 태평한 어조로 답했다.
“천마시여!”
“역천의 기를 가진 천마시여! 부디 노여움을 푸시고 저희를 이끌어주소서.”
이서하는 턱을 든 오연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그 눈을 마주친 순간 노인들은 삶을 포기했다.
저건……인간이 같은 인간을 바라보는 눈이 아니었다.
위에 오른 존재가 거슬리는 것을 본 눈빛이었다. 마치 쓰레기가 있으니 자신이 쓰레기를 치우겠다는 의지와도 같았다.
두 노인은 삶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들에게 신교의 천마란 그런 존재였다.
그들의 인생이자 신이었다.
그런 존재가 자신들의 죽음을 원하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목을 주었다.
광신도 두 명은 그 날, 생명을 잃었다.
에르실 일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