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56
Chapter 56 – 강의
검이 노인들의 목을 베었다.
노인들의 표정은 포기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 표정에는 묘한 희열과 희망이 깃들어 있었다.
-어리석은 놈들이지.
-언젠간 도래할 천마가, 그들을 이끌 것이라며 믿으면서, 자신들을 낙원으로 이끌 거라고 착각한 거예요. 그들의 행동은 모두 천마가 사할 것이라 믿으면서.
흑천과 영천이 조소했다.
-천마라는 존재를 등에 업고, 짐승보다 못한 짓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
흑천이 내 옆에 섰다.
나는 그들을 바라봤다.
마인을 제외한다면 첫 살인이었다.
그러나 정신은 평온했다.
‘재능, 정심과 흑천마검의 스킬, 독혼 때문인 건가.’
아니면 내가 사람 목숨의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건가.
나는 잠시 눈을 감고는 떴다. 멍한 표정의 소천마가 보였다.
“에르실.”
“네, 네-.”
에르실이 쾌활한 어조로 말했다.
“부탁 좀 하지.”
“에이, 저랑 서하 씨 사이에 뭘 이런 걸 다 부탁해요.”
에르실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빌런들이 날뛰어서 제대로 대접 못했네요. 그리고 손님들에게 도움도 받고. 언제 한번 크게 보답할 테니 각오하세요.”
“보답을 받는데 뭔 각오가 필요해?”
에르실의 어투에 헛웃음을 지었다.
하긴, 자기 가문이 주체한 무도회인데, 그곳에서 빌런들이 테러했으면 큰 문제기는 하지.
“손님들은?”
“다치신 분은 없어요. 애초에 창고를 노리고 있던거라. 무슨 천마의 유산이라고 하던데.”
“천마의 유산?”
“필요하세요?”
에르실이 눈웃음을 흘리며 나를 바라봤다.
“……금액은 지급할게.”
“저희 사이에 뭘요. 무엇보다 무도회에서 도와주셨으니, 가기 전에 선물 받고 가세요.”
나는 소천마를 에르실에게 맡기고, 묘한 표정을 하는 설화련을 바라봤다.
설화련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듯한 표정으로.
“잠깐 이야기 좀 할까?”
“네-.”
설화련이 나를 따라왔다. 인기척이 드문 장소. 나는 기둥에 등을 기대고 생각에 잠겼다.
‘좀 더 빨리 풀 걸 그랬나.’
설화련에게 미안한 짓을 했다.
“어르신은.”
“?”
“한국영웅학교에 잠입하셨던 거군요!”
설화련이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어쩐지 이상했었어요. 이서하라는 애가 학생 수준이라는 게. 하지만 그게 어르신이라면 개연성이 맞죠!”
설화련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이라면 시련의 탑이 주는 시련쯤이야 단번에 박살 내실 수 있을 테고, 마력이 없다고는 해도 박운혁과 대련에서 이기실 수 있으시니까요!”
“…….”
“그런데 잠입하셨다고 한다면, 어떤 목적이 있으신 건데, 그 과정에서 저랑 마주쳤던 거군요.”
“…………………………………………………………………그렇다.”
“역시 그랬던 거군요!”
설화련이 환하게 웃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에르실이 소천마를 사로잡은 다음 말했다.
-걔네들이 천마의 유산을 노리고 온 게 확실하네요. 후계라는 놈이 정신이 약해서 쉽게 알아낼 수 있었었요.
소천마가 그 정도로 정신이 약하지는 않다.
다만, 에르실이 지닌 환술이 너무 뛰어났기에 발생한 일.
-근데 이게 정말 빌런들이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 걸까요? 좀 의아하긴 한데.
나는 천마의 유산이란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검은색의 손수건 같은 형태의 천.
그러나 그 안에는 역천의 기운이 조금이나마 맴돌고 있었다.
재능, 열람(-)으로 감정했다.
──────────────────
【검은색의 천(B+)】
누군가의 힘이 담긴 천.
평범한 천이었지만, 사용자가 평범하지 않아 아티팩트화 되었습니다.
:개념 스탯 역천 3 추가.
:소지자가 마력 사용자 시, 마력을 쓰는 데에 큰 어려움이 따르게 됩니다.
──────────────────
“……오.”
소소하게 좋았다.
주머니에 넣어도 효과를 보는 게 가산점이다.
“표정을 보니 꽤 만족스러우신 모양이네요.”
“응, 생각보다 소득이 큰데.”
“그리고 그놈들 협회에서 수배된 놈들이라 현상금이 나오는데 그쪽에 다 드릴까요?”
“……그러면 내가 노려지잖아.”
“그래서 지금 물어보잖아요.”
에르실이 키득거렸다.
“그럼 저희 쪽에서 처리한다고 할게요.”
“그래, 부탁해.”
아직은 내가 세상에 알려지기에 좀 걸리는 게 많다.
그리고 내가 돈도 부족한 것도 아니고.
나는 에르실의 저택에서 내게 배정된 방을 향해 걸어갔다.
‘꽤 괜찮네.’
안쪽으로 들어가니 가상현실기계도 있었다.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무언가 기억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
생각해보니 오늘 연금술 길드에서 모임이 있었다. 시간을 보니 꽤 아슬아슬했다. 저녁 11시니까.
‘빨리 갔다 와 볼까.’
나는 캡슐 안으로 들어가서 접속을 했다.
*
“자네 그거 들었나? 이번 연금술 회의에 많은 이들이 올것이라더군.”
“그 폐쇄적인 놈들이?”
“이번에 어마어마한 거물이 참가할 거라더군. 그래서 명장 칭호 이상의 장인들도 대거 참가한다던데.”
세계가 시끌벅적했다.
명장.
그것은 전 세계를 뒤져도 100명도 안 되는 제작자들을 위한 호칭이다.
연금술은 특히나 폐쇄적이라 그 수는 고작 10여 명도 안된다.
그리고 지금 가상현실세계에서 그들 전원이 모였다.
“이 사교성 없는 놈들이 이렇게 모일 줄 몰랐는데.”
“어쩔 수 없지. 놈의 이름은 둘째로 치더라도 레시피는 확실하니.”
알 마그스는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놈이 적선하다시피 한 레시피를 봤나? 그건 정말 터무니없더군.”
“독성이 그득한 약초들을 정밀한 마력 체계로 이끌어서 비약을 만든다는 것. 발상 자체는 간단하지만, 그것을 간략화하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지……. 그분의 실력은 명백히 우리보다 위다. 최소한의 존중을 해라, 멍청한 놈.”
“쯧, 뭐냐. 너도 진리를 신앙하는 놈이었냐?”
알 마그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연금술사들은 폐쇄적이다.
그러나 그들은 어떤 소문 때문에 이곳에 전부 모였다.
가상형실 내부에 존재하는 1,000여 명을 들일 수 있는 홀.
원래대로라면 그곳은 텅텅 비어있길 마련이거늘, 지금은 꽉 차다 못해 홀 내부에 어떻게든 들어가려는 인원들로 가득 차 있다.
한 소문 때문이다.
연금술이란 학문에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지닌 인물이 이곳에 올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말이다.
“명단에는 있었지?”
“그래. 그분은 직접 강의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난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 진리가 이곳에 온다고? 명장이라 불리는 이들도 레시피 하나를 따라잡지 못하는 마당에?”
“…….”
제르멩은 입을 닫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르멩은 아직도 그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진리.
그가 등장하면서 연금술 업계는 두 가지로 나뉘었다.
그가 전한 레시피가 있기 전과 있는 후로.
그가 적선하듯이 던지는 레시피에는 그만한 파급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연금술사들은 진리라는 존재에 대해서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오만한, 세기의 천재가 나타났다는 반응과.
“진리는 연금술의 신이시다! 천국에 있는 백신전에 없는 연금술을 우리에게 전해주기 위해, 그분은 지상에 강림하신 것이다!”
그를 신으로 받들어 신성시하는 반응으로 말이다.
“그럼 지금부터 연금술 모임을 개최하겠습니다. 먼저 일본에서 유명한 장인인 나키무라가의 하이네 씨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시작했군.”
연금술 모임은 일종의 학술대회와 비슷하다.
그들은 지난 시간동안 자신들이 만든 레시피를 자랑하고, 그것을 지적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레시피를 통과하면 모임 안에서 상을 주고, 홍보해주기에 이곳에 사활을 건 이들이 많았다.
발표는 꽤 흥미롭다.
지금까지 단조로운 방식이 아닌 진리를 따라 하는 과격한 방식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얼마 안 가서 실망에 잠겼다.
“그러니까 적도마뱀의 혀와 석유나무잎 세뿌리와 섞어서…….”
“독과 독을 결합하면 보통은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뉩니다. 독성이 섞여서 해독제도 통하지 않게되는 독과 이상한 작용으로 엉켜서…….”
“이놈도 저놈도 진리가 되고 싶어해서 몸부림을 치는군.”
“쯧, 전부 기본도 못 되는 놈들이잖아. 진리의 발상을 따라하는 건 좋은데, 왜 기본조차도 못하는 놈들이 따라하는거냐고?”
따분한 시간이 흘러갔다.
10분, 30분, 1시간.
그리고 2시간이 흘렀다.
이번 모임은 생각보다 기대 이상이었다.
진리가 온다는 소문 탓인지 다들 꼭꼭 숨겨두었던 비약들을 꺼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르멩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분이 남긴 레시피 하나하나보다 못한 것이 너무나도 뻔히 보이기에.
“그리고 많은 분이 기다리시던 그분이 오늘 이 모임에 참석하셨습니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Veritas님이 입장하십니다.”
또각또각.
185cm쯤 되어 보이는 큰 키. 그리고 잘 정리된 정장. 그러나 이곳에서 겉모습은 크게 의미가 없다.
당장 알 마그스라는 놈은 남자임에도 소녀 같은 아바타를 가지고 있기에.
또각또각.
그의 걸음걸이는 거만했다.
그러나 동시에……그는 그 걸음에 어울리는 남자기도 했다.
아우라라고 해야 될까.
그는 사람의 혼을 빼앗을법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흠.”
그는 오만하게 턱을 들고 주위를 훑어봤다.
“연금술 모임이라. 고작 이 정도의 수준으로 연금술을 대표한다고?”
폭탄을 투하했다.
“너희들은 모두 틀렸다.”
오만한 목소리로 그는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의 인생을 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