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59
Chapter 59 – 찬탈자(2)
“흐음.”
에르실은 입을 비죽이며 서류들을 바라봤다.
연금술사들이 자신의 마법사들과 협력하고 싶다고 하는 서류.
그 이유는 간단했다.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나타난 인물, 진리.
그 진리라는 존재가 갑작스레 등장하고, 강의를 했다. 그리고 연금술사들이 그것에 열광했다고 한다.
‘어떻길래 그러지.’
에르실은 태블릿을 터치해서 영상을 찾아봤다.
영상에는 가면 쓴 남자가 강의하고 있었다.
“호오.”
강의가 이어질때마다, 에르실은 탄성을 질렀다.
강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마력을 조율해서 재료의 능력을 개화한다. 정 반대의 성질을 이끌어서 그것을 폭탄으로 사용하거나, 독을 비약으로 사용한다.
마법사의 눈으로 봤을 때도, 놀라운 강의가 잔뜩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단하군.
멜라니의 감상에 에르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법사의 시선으로도 이러면, 연금술사들이 받은 충격은 어떠할까.
-아마 써클 마법식의 탄생과 비슷한 급이겠지.
‘……그 정도예요?’
-그렇다. 저 존재는 연금술사들에게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될 존재구나. 아마 저 존재를 중심으로 연금술이라는 학문이 갈릴 것이다.
“흐음.”
그렇다면 저 존재를 포섭해야 했다.
문제는 이걸 아는 사람들은 이미 움직이고 남았을 거다.
한국. 그리고 미국.
영국은 마법사들의 나라라고 불리지만 그 두 나라에 비하면 굉장히 손색이 있다. 그 두 나라는 세계와 싸운다고 가정하면 그 세계를 고꾸라트릴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번에는 포기해야겠네요. 그냥 부하들에게 정체만 알아보라고 하죠.”
에르실은 그렇게 말하며 태블릿을 껐다.
-무슨 소리지?
‘뭐가요?’
-저 진리라는 사람. 너랑 알고 있는 존재다.
‘……네?’
멜라니의 충격적인 말에 에르실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서하. 네가 맘에 둔 남자지 않는가?
‘…….’
에르실은 멜라니의 장난을 무시하고 화면을 바라봤다.
확실히. 강의를 쏙 빼놓고 보니 그 남자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무엇보다 저 진리라는 남자가 초반에 들어왔을 때, 느껴지는 압박감. 화면 너머에서 느껴지지만, 에르실은 일찍이 그 압박감을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이서하.
그가 무기 선별을 했을 때였다. 그가 흑천마검을 잡았을 때, 저런 압박감이 들었다.
‘신기한 사람.’
어느정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또 다른 면모가 나온다.
조금 전과 같이 말이다. 그는 그런 남자였다. 양파같이 무언가 까면 계속해서 뭔가 나오는 남자.
“그럼 방향을 바꿔야겠네요.”
에르실은 몇 가지 추가로 지시했다.
어차피 이서하에게 빚을 지게 하기 위해 일부러 큰 선물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제보니 이걸로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선물을 이것저것 추가하고 에르실은 미소를 지었다.
어떤 표정을 지을까.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일까, 아니면 놀라는 표정을 지을까.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겠지만, 놀라는 표정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에르실은 그 광경을 상상하며 의자에 몸을 뉘었다.
*
여긴 어디지.
홍유화는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은 맑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태양은 쨍쨍. 내 미래는 캄캄.
“시간 끝이야.”
이서하가 옅게 웃으며 말했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근육통이다.
이 정도는 영웅이 되면서 어느정도 각오했다. 그러나 이건 뭔가 이상했다. 전신의 근육을 골고루 고통스럽게 만드는 느낌.
“힘들어? 힘들면 쉬어도 되는데.”
이서하가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홍유화는 발끈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서하와 함께하는 육체단련.
이것은 도움이 굉장히 된다. 이서하가 자기에게 맞춰서 전신의 근육을 단련시켜주고 있으니까.
그런데 홍유화는 모르겠다. 이게 대체 내 재능을 이끌어 올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홍유화는 거슬렸지만, 몸을 일으켰다.
“더 하게?”
은근한 어조로, 이서하 옆에 있는 소녀가 말했다.
서가연.
검은색 머리카락에 검은색 눈. 귀여운 소녀의 외형이지만, 홍유화는 그녀가 얄미웠다.
“유화는 마법사인데 이렇게 체력 단련하는 게 의미가 있어?”
봐봐.
은근한 어조로 또 자신의 자존심을 긁는다.
하지만 홍유화는 서가연의 말을 무시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눈 안쪽에 있는 불안감을 읽었기 때문이다.
‘포기해도 되는데.’
그러면 이서하는 홍유화에게 맞춰줄 것이다. 강도를 낮춰서 그녀를 몰아붙이겠지. 그리고 이서하가 가진 홍유화의 기대치 역시 떨어질 거다.
서가연은 자신의 감정을 알고 있다.
질투.
홍유화는 눈이 부신 재능을 갖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마법사이면서 시련의 탑을 4위로 통과한 것이 그 증거. 뛰어난 재능에 뛰어난 가문이 만났다. 적탑주는 그녀가 5살 시절부터 그녀를 가르쳤다. 마법이라면 이 학교 내에서 홍유화를 따라잡을 수 있는 인물은 에르실 뿐이다.
그러니까 이서하가 도와줄 필요도 없을 텐데.
서가연은 그 마음을 숨겼다.
자신은 이서하가 바라보는 게 좋았다. 이서하가 자신만 바라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이서하가 자신의 감정을 안다면 곤혹스러워 할꺼다. 서가연은 그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좀 더 노력해야 했다.
별의 마력을 좀 더 단련해서 성과를 내준다면 이서하는 자신을 바라봐줄 테니까.
‘괜찮은 건가?’
한 편, 이서하는 서가연과 홍유화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홍유화를 데려와서 단련하는 것은 좋았지만, 서가연이 같이 단련하고 싶다 해서 승낙한 게 문제였다.
‘질투인가.’
서가연은 의존하는 성향이 짙다.
자신이 홍유화의 재능을 개화하겠다고 달라붙어서, 그녀를 가르치는 건 맞다.
다만, 서가연이 그녀를 질투해서 사이가 틀어지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싫다.
거뭇한 감정이 느껴진다. 마치 그녀의 마음을 들여다보듯이 선명하게.
-이상하군.
-……저 아이, 뭐죠? 어떻게 역천의 기와 감응하는 거죠?
영천이 혼란스러워했다.
‘감응?’
-네, 저 아이 서하 님과 감응하고 있어요. 이건 정말 특별한 일인데.
감응이라.
자신도 아는 부분이었다.
유별나게 파장이 잘 맞는 마력들이 존재한다.
가령 에르실이 가진 환몽의 마력과 멜라니가 가진 현몽의 마력 같은 것.
아직은 나오지 않은 인물이지만, 번개의 마력과 불꽃의 마력으로 감응하는 영웅도 존재한다.
그런데 서가연의 마력과 자신의 기력은 좀 다르다.
서가연은 별빛의 힘을 받은 마력이다.
자신은 모든 마력을 거부하고, 부정하는 역천의 기.
이게 감응한다고?
그러나 방금 전 느껴졌던 선명한 감정은 서가연의 것이 맞았다.
이건…알아봐야 할 문제였다.
감응되면 좋기는 하다. 두 개의 기운을 한데로 합쳐서 필살기 같은 기술을 쓸 수 있으니까.
어쩄든.
이서하는 앞을 주시했다. 홍유화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운동을 하고 있다.
홍유화는 승부욕이 강하다.
그러나 가끔 이상할 정도로 강해진다. 에르실만큼 뛰어난 것도 아닌데 자신을 향해 승부욕을 발동한다. 그리고 그것은 한 번도 꺼지지 않았다.
찬탈자라는 재능의 영향. 혹은 그 영향이 찬탈자라는 재능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슬슬 다음 단계로 가도 될 것 같은데.’
육체단련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바라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다.
‘근처에 적당한 마인 근거지가 어디였더라.’
이서하는 머릿속으로 적당한 마인 근거지를 찾았다.
***
주말, 토요일.
주말이면 으레 학교에 사람이 없기 마련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제 곧 기말평가가 오기 때문인지 동아리 활동도 멈추고 다들 자율 학습을 위해서 학교에 남았다.
“오늘도 훈련이야?”
지친 목소리로 홍유화가 말했다.
이서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꽤 많이 지친 것 같네.’
지금이 적기다.
찬탈자는 홍유화라는 존재에게 꽤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올곧다.
경쟁함에 있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린다. 사도가 할 방법은 쓰지 않는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패배하면 깔끔하게 승복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인기가 많다. 그녀의 추종자들 역시 그런 성품 때문에 그녀를 따른다.
그러나 찬탈자는 그녀의 성정에 어긋나는 힘이다.
찬탈.
문자 그대로 상대의 것을 빼앗는 힘이다.
그렇기에 그녀를 몰아붙였다.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자신을 마주 봐야 그 재능은 홍유화의 의지에 답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훈련보다 실전으로 가자.”
“실전?”
“응, 슬슬 괜찮은 타이밍이니까.”
안 그래도 기말평가가 끝나고 큰 사건이 하나 일어난다.
빌런 집단 중 하나인 ‘위천의 여단’.
그들이 적탑을 습격해서 적탑주가 위중한 부상을 입는다.
거기서 홍유화 역시 같이 습격을 당해 목숨이 위험해지거나 죽는다.
플레이어로 활동할 때는 홍유화만 살릴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두지 않으리라.
***
어둑한 마력이 내려앉은 공간.
왕좌 위에 한 존재가 영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회.
그 존재들이 패퇴하면서 얻은 영상. 그곳에는 검은색의 날개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존재가 있었다.
천마.
영상에 나온 존재라고 했다. 제천회가 모시는 가장 고귀한 존재. 하늘을 마로 뒤덮을 악마라고 했다.
그 존재는 유명했다.
일부 초월자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말. 천마는 모든것을 부정하는 역천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존재 자체가 모든것의 부정이라 했다.
예외는 없었다.
초월자든, 외계의 힘을 얻어 탈각한 존재든.
-저 자가 예언의 존재인가?
그렇게 물어보니 그건 아닌듯하였다.
저것은 모든것을 부정한다.
마력, 외계의 힘, 이능. 온갖 신비들까지는 아니지만, 세상의 법칙을 무시한다. 세계 외의 법칙도 무시한다. 저것은 예언의 존재는 아니다.
하지만 저 존재는 자신들에게 위협적이다. 그것도 상당하게. 아직은 학생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성장속도가 가파르다. 언젠간 자신들의 심장에 비수를 꽃을 존재가 될것이다.
‘상격은 아닌 것 같고.’
저런 특별한 힘을 가진 존재가 있다는 것을 ‘듣지’못했다. 상격은 그런 존재였다. 세계에 자신의 존재감을 울리고 세계가 그에 반응하는 경지.
그것은 마인들 역시 그러했다.
그 법칙을 피해갈 수 있는 존재란 없었다.
뎅-뎅-뎅-.
종소리가 울렸다. 인류 역사상 위대하고 위대한 대영웅이라 불린 존재가 만든 ‘경계’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다고 이곳에 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한 존재가 ‘탈각’하고 세계에 자신의 법칙을 뒤흔들 때 나오는 법칙이었다.
상격.
새로운 상격이 등장했다는 소리였다.
-왕이시어.
그림자가 솟으면서 인간의 형태를 갖추었다. 그것은 무릎을 꿇은 상태로 자신의 왕에게 말했다.
-위천의 여단 중 한 명이 상격에 들어섰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런가.
-그들을 이용할까요?
-흐음.
위천의 여단.
빌런들로 이루어진 집단이지만 그 강함은 여타 마인들과는 다르다.
대부분이 상격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는 존재들. 아니, 이제는 전원 상격이상으로 구상된 존재일 거다.
-그래. 그들에게 의뢰를 넣어라.
왕이라 불린 존재는 시선을 돌렸다.
-의뢰는……그래, 이게 좋겠다. 목표는 이서하다. 살리면 좋고, 죽여도 상관없다.
왕의 명령을 받은 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