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58
Chapter 58 – 찬탈자
에픽 월드에서는 캐릭터를 서브 형태로 키울 수 있는 직업을 대장장이, 연금술, 요리로 세 개를 내놓았다.
그 중 게임 속에서 연금술과 관련된 레시피의 종류만 해도 2만 종이 넘었다.
그 후에 만드는 방법까지 공개해줬으면 참 좋겠지만, 게임사는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고, 어떤 비약이나 독약, 약초들이 있는지만 가르쳐 줬다.
‘진짜 고생했었지.’
2만 종의 레시피를 밝혀내기 위해서 온갖 고생을 했다.
나 뿐만 아니라 뒤늦게 뛰어든 유저들도 나와 같이 이것저것 밝혀내기 시작했다.
그렇게해서 밝혀낸 레시피는 19,852종.
5만 시간 중에서 2만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밝혀낸 레시피는 고작 그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것 중 일부라도 이곳에서 밝혀낼 수 있기를 원했다.
일종의 수집벽이라고 해도 좋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겸사겸사 인지도도 올리고 영향력을 좀 뿌릴 겸.’
그리고. 이 정도는 원래대로라면 기본적인 지식이다.
‘정말 기본적인 지식이지.’
흑신무로 따지자면 흑정을 만들어 그 안에 역천의 기를 담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튼 그 뒤로 12시간의 강의를 끝내고 나는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
-오늘 확신했다. 진리는 신이다. 레시피 조금 더 풀 줄 알았는데, 그냥 아예 앉아서 강의를 해버리네ㅋㅋㅋㅋ
-오늘부터 진리 님이 있는 방향으로 매일 절하겠습니다.
약초를 마력으로 조율해서 성질 변환하는 거 ㄹㅇ 미쳤네.
-중반에 했던 강의는 또 어떻고. 마법을 입문해야 되나 고민했는데, 그냥 아티펙트 만들어서 사라는게 ㄹㅇ 지렸다.
-강의 내용 들어보니까 재능보다 조율쪽이 더 중요한 듯?
-재료가 30%, 레시피가 30%, 마력 조율 능력이 30%라고 했으니 다 중요한 것 같음.
-근데 나머지 10%는 뭐임?
ㄴㅁ?ㄹ 말 안해서 모르겠는데. 뭐, 환경 같은 게 아닐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댓글들도 어마어마한 수가 달렸고, 강의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이미 너튜브 같은 사이트로 확산하고 있었다.
나는 그 반응을 보고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대충 15시간이 지났군.’
정오가 지났다. 나는 밥을 먹기 위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어머, 오셨네요?’
“응.”
아래에는 이미 애들이 자리를 잡고 밥을 먹고 있었다.
김서현은 스파게티를 돌돌 말아 입에 넣고 있었고, 홍유화는 우아하게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왔어?”
“응.”
나는 내 탁자 위에 있는 홍차를 마셨다. 온기는 따뜻했다.
“어제 꽤 한바탕 했던데.”
“뭘. 고생은 너희가 더 고생했지. 들어보니까 다친 사람들이 전혀 없다던데.”
“그런가.”
홍유화의 입술이 올라갔다. 홍유화는 그것을 애써 참는 표정을 짓고, 도도한 어투로 말했다.
“뭐, 뭘. 너도 대단하던데. 상대 빌런을 두 명을 잡았잖아.”
“맞아, 내가 좀 대단해.”
장난치는 어투로 말하자, 홍유화의 눈이 샐쭉해졌다.
나는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적당히 쓸쓸한 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오늘 저녁에 바로 돌아갈 거야?”
“오늘? 쉬는 날은 내일까지기는 한데.”
어제 하루가 너무 길었다.
그런데 단련을 너무 미뤄서 좀 하고 싶은데.
“넌 어떻게 할 건데?”
“나는 오늘 돌아갈거야. 공부해야지.”
그러고 보니 기말평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저번 시험은 내가 필기와 실기 모두 압도적인 성적을 내서 1등을 차지했다.
2위가 김서현이고, 3위가 에르실.
“이번에는 안 져드릴거예요.”
옆에서 에르실이 앉으며 말했다.
“왜냐하면 제가 얼마 전에 비기를 완성했거든요.”
“……그래?”
“네. 김서현 씨도 만만찮은 분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누르고.”
에르실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안에 있는 별 모양의 동공이 나를 비추었다.
“그쪽도 눌러버릴 거예요.”
“미안한데, 쟤를 이길 건 나거든?”
발끈하는 목소리로 홍유화가 말했다.
“흐음, 그쪽이요?”
“물론이지.”
나는 홍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아마 힘들 거다. 에르실이 만든 비기라 함은 몽중화일테니까. 현실을 침범하는 환상은 지금 시점에서 김아라가 대항할 수 있다.
홍유화가 가능성이 없냐, 있냐를 따지자면 있지만.
‘찬탈자 특성을 아직 모르는 모양이니.’
당분간 홍유화랑 붙어 다녀야 하나.
찬탈자의 재능.
그것은 굉장히 특별하기 그지없는 재능이다.
김아라나 에르실과 비견되는 재능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 재능의 개화를 위해서 홍유화에게 시간을 할애할 생각이었다.
‘김아라도 슬슬 근원력도 건드려야 하고. 김서현이랑도 같이 행동해야 하는데.’
할 일이 많다.
그러나 한 번에 할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하다.
“유화야.”
“응?”
“너 내일 시간 있어?”
툭.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홍차를 마시려고 입에 대려고 했던 에르실이 멍한 표정으로 찻잔을 놓아 버렸기 때문이다.
“……왜 그래?”
“괜찮아?”
“아, 아니에요. 근데 무, 무슨 일로?”
“같이 훈련 좀 하자고.”
“훈련을?”
에르실하고 홍유화가 머리를 갸웃거렸다.
“호, 혹시 홍유화 씨에게 수, 수작 부리는 거예요?”
에르실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입꼬리 끝이 파들파들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유화에게도 숨겨진 재능이 있거든.”
“나한테?”
홍유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있어.”
홍차 한 모금을 마셨다.
서가연만큼은 아니지만. 그녀의 재능 역시 그녀와 비견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이.
“아마 그것만 개화한다면, 김서현이나 에르실을 상대로도 승산이 생길 정도일걸?”
“……너는.”
홍유화가 물었다.
“나는 어림도 없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찬탈자는 분명 엄청난 재능이다. 신비에 가까운 힘. 내 재능 역시 훔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길 수 없다.
내가 가진 힘 중에서 가장 뛰어난 힘은 역천지체와 개념 스탯 역천이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홍유화나 에르실이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운 인물이 나란 소리다.
‘반대로 나는 김아라나 김서현이 까다롭고.’
그들의 공격은 역천으로 부정하는 게 안된다.
부정할 수는 있지만, 물리력으로 오면 대응하기가 힘드니까.
“그럼 내가 왜 너랑 훈련을 해야 하는데?”
“그게 가장 빨리 강해지는 길이니까. 그리고 궁금하지 않아? 나랑 같이 훈련하면 약점이라던가 알 수 있을 테니까.”
“자신감이 좋네.”
홍유화가 입을 비뚜름하게 올렸다.
“좋아. 같이 훈련하자.”
“그럼 저는 어때요? 저도 약점이라던가 궁금한데.”
“에르실도?”
에르실은 좀 미묘했다.
찬탈자의 재능을 알게 되면, 가장 곤란한것은 홍유화니까.
“안 될것 같은데.”
“나는 약점을 노출해도 된다는거야?”
“아니, 그런건 아닌데. 만약 재능을 개화하면 에르실이 가장 골치아파질걸?”
“……좋아. 그러면 나도 거절하겠어.”
홍유화의 말에 에르실의 시선이 나에게 머물렀다.
정말 이럴거냐는듯한 시선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
우리는 한국영웅학교의 단련실로 왔다.
여기가 시설이 좋기 때문은 아니다.
시설 자체로만 보면 여기보다 좋은곳은 많지만……한국은 기이한 영맥이 흐르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태어난 영웅들이 뛰어난 영웅들이 될 확률이 높다.
한국 밑에 있는 거대한 영맥.
대영웅은 그것을 느끼고, 영맥이 가장 강한 동해 위에 섬을 만들고, 그 위에 시련의 탑을 이동시켰다.
그렇기에 어떤 시설을 쓰든, 전 세계의 인재들은 한국영웅학교나 미국에 있는 아카데미로 온갖 영웅들이 모인다.
미국에 있는 학교는 다른 장치들이 있어서 한국영웅학교와 비견될 수 있었고.
“그럼 단련은 어떤 형식으로 할거지?”
홍유화가 나를 보며 물었다.
두 눈이 승부욕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먼저 가볍게 단련부터 하자.”
“그 쯤이야 나에게 가볍지.”
그리고 단련이 시작된 지 30분 뒤.
“허억, 허억.”
홍유화가 죽어가고 있었다.
기실, 홍유화는 마법사에 불과하다. 체력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지만, 전사와 비교하자면 손색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랭킹권에 있는 학생들과 비교하면 손색이 있지만……그래도 정말 괜찮아진 수준이니까.
‘흑신무가 효율이 말도 안 돼.’
일신우일신이란 말이 있다.
날마다 계속해서 나아진다는 말.
조금이지만 육체가 강화되는 게 느껴진다.
-육체의 한계를 부순다. 역천의 기는 거칠고, 폭주에 가까운 힘이지만, 그것을 육체에 적용한 흑신무이기에 오히려 그 성능이 강해지지.
-서하 님에게 말해도 의미 없는 거 아니에요? 전대 천마도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흑천과 영천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나는 스트레칭을 멈추고 홍유화를 바라봤다.
지쳐서 헐떡이고 있었지만, 나에게 진다는 인상을 주기 싫었는지 도도하게 헐떡이고 있었다.
‘내가 달라지긴 했네.’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원래대로라면 나도 저기에서 같이 헐떡이고 있어야 했는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봐준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럼 다음 단련으로 가자. 이번에도 육체 단련이야.”
“히잉.”
내 말에 홍유화가 작게 울상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