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220
Chapter. 12. 레터스 투 윈드메이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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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브룬에 있던 리드플로우 학파의 마탑은 참 아름다웠지. 이곳만큼은 아니지만,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로 대단했어. 가치를 환산할 수 없어 ‘무급 마정석’이라 불리는 초대형 마정석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니 그 가치야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고 말이야.”
“아, 예….”
“사방에서 모여든 강물이 탑을 휘감아 오르고, 마정석이 있는 꼭대기 방을 통과하며 풍부한 마나를 머금은 강물이 탑의 모든 곳으로 흘러내렸지. 아름다웠네. 정말, 수계 마법사에게 있어서 낙원과도 같은 곳이었어….”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림 마일드의 정령 샘물이라고 아는가? 깊은 숲 속에 위치한, 인간을 좋아하는 정령들이 모여사는 곳이지. 탑의 주춧돌은 그 샘물의 가장 깊은 곳에 박혀있던 바위로 만들어졌다네. 참으로 대단한 거래였다고 하더군. 그야말로 영웅시에 나올 법한….”
“….”
째릿!
“대답하게. 모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자네 손으로 박살 내버린 것에 관한 이야기니까 말이야.”
“예, 옙! 듣고 있습니다! 오트만님!”
꿀꺽.
교수는 매일 인자한 웃음이 가득하던 수계 노마법사의 얼굴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스산함 마저 감도는 그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오트만 보들레르. 하는 짓만 보면 6위계라 봐도 충분하지만, 항상 자기 입으로 5위계라 말하고 다니는 마법사. 리드플로우 마탑 출신. 교수의 마법 스승님.
그는 아직도 골수에 사무치는 원한의 대상이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는 사실에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
“나도…. 이해는 하네. 그 사건 이후로 로드릭 왕실에서 우르르 몰려나온 사람들이 참고인 조사랍시고 마구 쑤셔대는 과정에서 어떻게 됐는지 들었으니까. 아이작 만달리우스가 뮤트의 하수인이었고, 자네가 그걸 막기 위해 어쩔 수… 으득, 어쩔 수 없이! …..3층 건물만 한 공마수정을 탑에 쑤셔 박았는지도 이해할 수 있어. 마법사는 언제나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하니….. 말이야….”
“하, 하하…. 그, 그렇죠? 어차피 탑주 대리하던 그놈이 쁘락치였던 것도 그렇고, 그 귀하다는 무급 마정석도 그놈이 제자들이랑 뽑아서 막 쓰는 거 보니까 이미 가망이 없었던….”
“그러니 이성적으로 묻겠네. 나한테는 왜 그랬나?”
“허윽-”
덜컥!
오트만의 스산한 음성에 교수는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어, 음….”
“아직도 나는 높은 곳이 무섭다네. 마법사로 살아왔지만, 그래도 보들레르 가문의 귀족으로서 면이 깎일 일은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던 내가! 토브룬의 모든 귀족과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속옷 바람으로! 계집아이처럼 울부짖으며 대롱대롱 매달려 마구 흔들렸어!!! 누구한테? 그 ‘붉은 뮤트’라는 놈한테! 지금 내 눈앞에서 또 나를 손아귀에 쥐고 있는 이놈! 바로 네놈한테 말이야! 이놈! 이놈!”
퍽! 퍽!
교수는 오트만의 성난 발길질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등에 업은 오트만과 함께 조심스럽게 하얀 골조 위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아욱, 윽! 오트만님! 아이구! 제가 생각보다 몸이 썩 튼튼하지가…. 아얏!”
“빌어먹을! 빌어먹을 녀석! 널 친아들처럼 여겼건만! 여태까지 나를 속여오다니! 탑은 없어졌다고 치세! 그때 빼돌린 탑의 재화는 다 어디로 갔나! 분명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던 이들과 함께 사라진 것을 내 눈으로 봤는데!”
“어…. 조, 좋은데 썼습니다….”
“변경백 영지의 신전에서 신성 통신으로 옛 제자들과 연락을 했네! 지금 그들이 뭘 하고 있는 줄 아는가? 군의 수습 보급관으로 일하고 있다는군! 이동형 우물처럼 말이야! 1분 1초를 아껴가며 마학의 깊은 이치에 파고들어야 할 그 젊은 친구들이 살아 움직이는 군용 수통 취급이라니! 말세야! 참으로 말세란 말이야!”
“수자원 공사 공무원이면 썩 그렇게 나쁜 것만은….”
“네놈이 왜 그렇게 사건에 휘말리나 했더니, 참으로 이치에 맞는 일이로다! 죄에는 벌이 따르는 게 당연한 흐름이지! 악독한 녀석, 우물에 떨어진 썩은 고기 같은 녀석! 삼대가 메마른 땅에 묻힐지어다! 이놈, 이놈!”
“아이구, 아야! 오트만, 진짜 다 왔으니까 이제 그만합시다! 예? 나중에 내가 다 변상해줄게! 해줄 테니까!”
“네놈이 무슨 돈으로!”
“어…. 루실라가 해줄 겁니다! 아마!”
“에이이잇! 뿌리부터 글러 먹은 녀석!”
퍼어억!
“아이구우!”
노쇠한 팔이 지칠 때까지 마구 휘두른 오트만이 씩씩거리는 것을 보며 교수는 시퍼렇게 멍이 든 눈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처음 그 식당에서 ‘제가 붉은 뮤틉니다-’ 했을 때처럼 분기탱천하여 물대포 같은 걸 쏘아대지는 않았으니까. 솔직히 그가 한 짓이 있으니 이 정도 화풀이는 얼마든지 당해줄 요량이 있었다. 멍드는 것 정도야 뭐. 있었나, 싶어서 살펴볼 시간이면 다 사라지니까.
오트만도 그걸 알고 있으니까 내 몸에 구멍을 낸다거나 하지 않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화풀이하고 있는 거고.
터업, 척, 척!
펠릭스 홈은 수많은 하얀 곡선이 겹쳐 반구를 이룬 형태라 기어오르기 쉬운 편이었다. 슬슬 건물 외벽의 곡선이 완만해지는 것을 보고 있던 오트만이 약간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검토해보지. 건물 안에 남은 사람들은 최대한 마법사들을 자극하고. 자네는 이 건물을 때려 부숴서 마법사들의 분노가 그 ‘붉은 뮤트’를 향하게 유도한 다음, 저 암석지대 어딘가에 숨어들어 그들이 그 용솟음치는 분노로 저 넓은 암석지대를 이 잡듯이 뒤지게 한다는 말이지?”
“예. 다른 것도 아니고 역사상 두 번 다시 만들어질 수 없는 모든 바람 마법사의 고향이니, 충분하다 못해 과할 정도로 분노를 일으킬 수 있을 겁니다. 어렵지 않게 이 근처에 숨어든 챔버 메이드를 찾아내겠죠. 둥지 습격에도 당연히 참여할 테니 전력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이 될 거구요.”
“거기까진 나도 이해했네. 헌데, 그 성난 바람마법사들 사이에서 어떻게 도망칠 생각인가? 나야 인질 역할만 하면 되니 저들에게 해를 입을 위험은 없다만, 나 하나 가지고 저들을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어…. 그냥 인질역이 아니십니다만.”
“음? 아니라고?”
“그, 그런 게 있습니다! 아무튼. 오트만님은 그저 저한테 잡혀계시다가, 여차하면 전력으로 방어마법을 펼칠 준비만 하고 계시면 됩니다.”
“방어마법이라니. 그게 무슨….”
“아, 다 왔다.”
터억!
그렇게 슬쩍 얼버무리며 내뻗은 팔을 힘껏 당겼다.
건물의 꼭대기는 다른 벽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똑같이 하얀 곡선 기둥이 얽힌 완만한 곡선의 집합.
교수는 등에 업혀있던 오트만을 내려주고, 두세 걸음 정도 물러난 오트만에게 고개를 끄덕여준 다음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후으으읍-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공기. 숨을 참고, 그대로 몸을 가득 채운 공기가 몸의 안에서부터 그 압력을 바깥으로 밀어내는 형태를 상상했다.
“크흐으읍!”
툭, 투둑-
근육질 몸에 핏줄이 잔뜩 솟아오르며, 천천히 피부에 실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푸화아악!
우드득, 뚜둑, 뜨드드득-!
살이 갈라지고, 피가 배어 나오며 순식간에 괴수의 형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변경백 영지에서의 사건 이후. 이제는 뮤트 감염인자가 완전히 내 지배하에 들어왔다는 것이 본능적으로 체감되었다.
‘쉽다. 아니, 쉬운 것을 넘어서 자연스러운 일이야.’
바깥의 본체도, 이 몸의 본질도 이제는 괴물에 훨씬 가까웠으니까.
그냥 잘 잡고 있던 끈을, 탁 하고 놓아버리기만 하면 되는-
『크으으어어어어아아아아아아아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슬슬 약발이 다 떨어졌는지 잦아들고 있는 폭풍.
변신과 함께 울려퍼지는 포효가 둘을 감춰주고 있던 오트만의 마법을 깨트리며, 폭풍을 타고 날아다니던 로브들이 하나 둘 멈춰서 이쪽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후우우, 흐으으….”
“….교수. 들리면 대답하게. 교수!”
“그흐으으….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스르륵-
괴수는 받은 숨을 내뱉으며 엄지를 척- 하고 치켜세워 보이더니, 오트만에게 손을 내밀었다. 전과는 달리 충분히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그 모습에 오트만이 안심하며 손바닥 위에 등을 기대자, 괴수는 조심스럽게 그를 감싸 쥐어 들어올렸다.
찰팍!
[어우, 이거 성대까지 근육이 들어찼나, 뭔 목소리가…. 이쪽이 훨씬 편하겠네요.] [음? 자네 ‘그’상태에서 마법도 쓸 수 있나?] [애초에 이 몸 자체가 제 마법이랑 결합한 형태 입니다요. 관절에 박힌 붉은 부분, 저거 다 블러드 아머에요. 제 오리진 마법.] [으으음…. 믿음직스럽구만. 난 준비됐네.] [그럼…. 시작합니다?] [….자네에게 위대한 흐름의 가호가 있기를.]“그으으읍-!”
폭풍우 치는 하늘 아래. 갑자기 홈 위에 나타난 거대한 괴물의 모습에 주변을 날아다니던 마법사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었다.
구우우우우-
거대한 팔이 들어올려지고, 미증유의 거력이 응축된 팔이 부풀어오르며 그 위를 뒤덮은 비늘과 같은 갑피가 날을 세우듯 벌려지고 있었다.
“괴물. 괴물이 홈에….”
“지붕, 지붕에 괴물이, 이게 대체…!”
“어어. 아, 안 되는데…. 어어, 어어어어어!”
한껏 폭풍에 취해있던 마법사들이 차츰 위기감에 젖어들던 찰나.
번-쩍!
폭풍우 사이로 몰아치는 번개를 신호로, 한껏 치켜든 괴수의 주먹이 마법사들의 고향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마법사들의 눈에 그 모든 과정이 슬로우모션처럼 선명하게 다가왔다.
쏟아지는 빗방울을 산산히 부수며, 아래로. 그들의 집으로 향하는 거대한 괴수의 팔.
산이라도 무너지는 듯한 거대한 소리와, 그 거대한 힘에 짓눌려 증발한 공기 사이로 터져나오는 붉은 안개.
맞는 사람이 따가울 정도로 밀려난 빗방울 속에서, 붉은 안개에 둘러싸인 괴수의 거체는 벼락의 역광을 받아 더 역동적으로 보였다.
쿠웅-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마법사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쿵. 쿠웅- 텅-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절벽 아래로 떨어져내리는 크고, 매끈하고, 새하얀 곡선이었다.
절벽아래로 떨어져내리는 기둥이 마치 친부모의 시신이라도 되는양, 새하얗게 질린 마법사들이 절규하기 시작했다.
“어어, 어어어어. 어어어어어어!!!”
“기둥이! 집을 감싼 펠릭스님의 유해중 하나가아아!!!”
곡선의 정체는 펠릭스 홈을 이루는 수많은 곡선 기둥 중 하나였다. 대마법사의 유산답게 주변을 진공상태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끔찍한 물리력을 분산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한계 이상의 충격을 받아낸 겉부분의 곡선 몇 개가 결국 부러져버린 것이다.
솨아아아-
솨아-
….
..
.
.
.
바람이 멎고 있었다. 기세를 줄여나가던 폭풍이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적막해진 가운데 절벽 아래로 튕겨나간 잔해의 소음만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펄럭- 펄럭-
휘이이이이이이이-
괴수의 주변에 음산한 바람소리가 맴돌기 시작했다.
바람도 없는 하늘아래 마법사들의 로브가 펄럭이고 있었다. 그나마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어린 마법사나 제자들은 부서져 흩어진 건물 파편을 회수하기위해 몸을 날리고, 꼭지가 돌아버린 마법사들만 남아 그 노도와 같은 분노를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오오…. 어찌 이런일이…. 위대한 바람의 펠릭스시여…. 진실로, 어찌 이런일이. 오오오오….”
속속들이 건물안에서 날아드는 마법사들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다른 마법사들과 비슷하게 낡은 녹색 로브를 두르고, 백발이 성성한 마법사. 하지만 그의 주변을 휘감은 짙푸른 바람은 그런 노마법사의 평범한 모습과는 달리 무시무시한 마나를 뿜어내고 있었다.
기억에 있는 얼굴이다. 몇 시간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 ‘으헤헤헤~ 비부르미다~’ 하며 헤죽거리는 얼굴로 오트만에게 달려들던 허리가 잔뜩 굽은 늙은 마법사. 주름이 가득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천진난만한 귀여움이 가득한 그런 노인이었는데.
펄럭-
언제 그랬냐는 듯 냉막한 얼굴로 허공을 걸어온 그가 손을 한번 휘두르자, 괴수의 발밑에서 푸른 바람이 터져나오더니 아직까지 충격으로 진동하던 건물이 잠잠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노마법사의 차가운 눈빛이 괴수를 향해 쏟아졌다.
“고얀지고…. 강도가 아니라, 산짐승이었구나…. 붉은 뮤트라 했느냐. 대관절 네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는 이해하고 있는 것이냐?”
마법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짙푸른 바람이 섞여들고 있었다. 마치 폐에서 강제로 숨을 뽑아내는 듯한 바람 속에서 괴수는 사납게 웃으며 마법사와 마주했다.
『잘…. 알고 있지…. 태생부터 떠돌이인 이들에게…. 그들의 본질대로 살 것을 권유하는 중이지…. 다소, 강압적인 방법으로.』
까드득! 빠드드득!
“건방진, 건방지고 어리석은 짐승 주제에…. 우리의 유일한 안식처에 감히, 감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대부(代父)님의 유산에 감히, 감히이이이이-!!!!”
키이이이이잉-!
우웅- 우웅!
홈 주변을 둥글게 둘러싼 마법사들이 지팡이를 휘두를 때마다 홈 위에 생겨난 둥근 바람의 고리가 더욱 빠르게 회전하며 세를 불려나가고 있었다. 어느새 선연한 녹색이 된 고리는, 이제 마법사의 지원 없이도 스스로 회전하며 인근 계곡의 모든 바람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처억.
바람의 회전이 최고조에 이른 순간, 여섯 개의 빛나는 구멍 사이에 샛노란 스파크를 가득담은 지팡이가 괴수를 가리켰다.
“죽어라, 짐승. 세상의 그 어떤 바람도 다시는 네 곁을 스치지 않으리라.”
『할 수 있다면. 마법사.』
“아아, 할수 있고. 할수 있고말고….”
빠지직, 빠직, 빠지지직!
마법사의 지팡이 끝에 모여들던 작은 스파크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둥근 원을 통과하며 순식간에 그 몸집을 부풀리더니, 어느새 둥근 조준점을 노리는 거대한 벼락의 창으로 자라났다.
“펠릭스 드릭시엘의 대마법. [콜- 기가 라이트닝.] 충분히…. 지나칠 정도로 할수 있단다….”
교수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하늘 높이 솟아오른 벼락의 기둥을 보며 회피를 포기했다. 크게 한 방 맞을 생각으로 도발한 건 맞는데.
‘정신나간 새끼들이…. 5위계 15명에 6위계 하나, 거기에 대마법 건축물의 보조까지 받아서 시전하는 전승마법이라고?’
당장이라도 내빼고 싶었지만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조금만 더, 저 선택적 미치광이 놈들이 제정신을 차렸다면, 아마도, 아마도….
서걱-!
‘됐다!’
저런 말도 안 되는 마법에 인질까지 휘말릴 것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
서늘한 얘기와 함께 은밀하게 날아든 윈드커터. 6위계 끝자락 정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그의 팔을 베어낸 바람이 지나가고, 오트만을 붙잡고 있던 팔 주변이 짙은 녹색의 장막으로 뒤덮이는 게 보였다.
[됐다! 실드 뽑아요 오트만! 빨리!] [자, 자네는 어쩌고! 아무리 자네라고 저런 걸 맞았다간-] [지금 옆에 있으니까 빨리!!!!!]처음엔 대충 상황보고 포위를 뚫고 도망쳐볼 생각이었는데 저쪽의 움직임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빠른 시전 속도가 최고의 장점인 풍계 마법인데, 저렇게 느리고, 눈에 보일 정도로 천천히 주문을 자아낸다? 날 잡아죽이겠다는 생각 말고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뜻이다.
지금 상황에 저쪽에서 공격을 망설일 만한 이유는 딱 하나.
‘오트만. 역시 데려오길 잘했어.’
저쪽에서도 오트만을 구할 생각이 있다는 것.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내 머리 위에 내리꽂힐 벼락 마법의 보조기관이다.
저쪽에서 섬세하게 컨트롤한다면 목표지점인 나까지는 안 돼도, 그 여파 정도는 충분히 분산시킬 수 있겠지.
‘애초에 바람을 이용해서 면적 단위 3차원 레이더 굴리는 놈들한테서 숨을 수도 없고, 공기 저항도 없이 날아다니는 인간들한테서 도망갈 수도 없잖아?’
그러니, 속인다.
고함을 지르고, 다대일 전투에 불리한 것을 알면서도 몸집을 더욱 키우고, 적이 최고의 한방을 준비하도록 도발했다. 정확히 펠릭스 홈의 정 중앙, 아침에 편지가 빨려들어간 그 구멍 위에서.
촤아악-
“이런….[워터 실드]! [오트만 보들레르의 역류장]!”
잘려 떨어져나간 팔과 그 안의 오트만이 물과 바람의 장벽에 둘러싸이며 곡선의 건물 안으로 추락하고.
팔이 잘린 것 치고도 지나치게 많이 뿜어져 나온 피가 그 뒤를 따라 가까스로 오트만과 팔이 있는 녹색 장막 안에 따라붙는 순간.
빠지직- 치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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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아아아아아!!!!!!
인질의 안전히 확보된 것을 확인한 노마법사의 지팡이가 내리그어지며 거대한 벼락의 기둥이 괴수 위로 작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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