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118
118. 협업
거대 물도마뱀은 분명하게 나를 의식하고 있었다. 동공이 없는 눈은 물로 가득 차 출렁거렸지만, 묘하게 시선이 읽혔다.
첨벙! 촤아아아아아아……!
거대 물도마뱀이 발을 내디디자 파도가 치는 것 같았다. 꼬리도 출렁거렸고, 끝이 갈라진 혀가 나를 향해 날름거렸다.
보통 이런 거대한 마수를 상대할 때는 여러 헌터들이 움직인다. 혼자서 제압이 가능해도 가능한 여럿이 붙는다. 마력이 보잘것없어도 압도적인 신체에서 나오는 파괴력이나 튼튼함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혼자서 이렇게 거대한 마수의 앞에 서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나의 침착함은 유지되고 있다.
처음에는 지금까지의 경험 때문인 줄 알았다.
항상 함께 지내는 게 곰곰이와 삐삐였고, 최근에는 손오공에 불숭이까지.
웬만한 마수에게는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더 깊이 파고들면 지율이.
지율이와 만난 후 모든 게 잘 풀렸다. 이후로 이상한 확신 같은 게 생겼다.
여차하면 도망칠 수 있는 빠른 다리도 가졌으니 보험도 든 상태였고.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이토록 평온하고 침착한 마음도 새로 얻은 능력 중 하나였다.
가장 최근에 먹은 김밥연근 덕분이었다.
여러 효능들 중 부가적인, 사실상 플라시보 수준이라 보는 것이 바로 심신의 안정.
나는 김밥연근을 먹은 덕분에 거대 물도마뱀이 바로 앞에서 혀를 날름거려도, 그 무게감이 전해지는 몸짓을 느껴도 무던했다.
첨벙첨벙첨벙첨벙!
거대 물도마뱀이 사지를 움직이며 돌진해 왔다. 몸이 좌우로 흔들렸고, 꼬리가 물결쳤다. 거센 파도가 거대한 도마뱀의 모습으로 덤벼들었다.
“후우……!”
폐 속 가득 채우고 있던 호흡을 뿜어내며 양손을 내질렀다.
퍼엉! 쿠오오오오오오오……!
바다 위에서 파도를 일으키고 배를 날렸던 때와 같은 힘이었다. 차이라면 범위를 조금 좁게 한 정도.
쿠구구구구구구구……!
거대 물도마뱀은 잠시 자리에서 멈췄지만, 뒤로 밀려나지도 않았다.
나의 바람에 물로 된 살갗이 다 뜯겨나갈 줄 알았는데, 휘날리기만 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고함까지 지르며 힘을 더했다.
촤아아악……! 촤아아아아악……!
거대 물도마뱀이 몸을 비틀며 밀고 들어왔다.
이건 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전에 내가 움직였던 바다와 배가 더 무거웠다.
하지만 물도마뱀은 단순히 무겁기만 한 물이 아니었다. 엄연히 마력이 흐르고 살아 움직이는 마수였다.
10톤 이상의 몸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압도적인 힘. 그걸 계산하지 못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더욱 거센 바람을 뿜어냈다. 거대 물도마뱀이 맞아서 약화된 바람인데도 뒤쪽의 건물은 뿌리째 뽑힐 듯이 흔들렸다.
거대 물도마뱀의 형체는 무너지고 있었다. 마치 물이 뿜어져 나오는 호스의 앞부분을 꾹 눌러 흩뿌려지게 하듯.
하지만 일시적인 무너짐일 뿐, 결코 흩어지지는 않았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
거대 물도마뱀은 천천히 형체마저 온전히 유지하기 시작했다.
높은 곳에서 수면 위로 떨어지면 콘크리트 바닥이나 다름없다.
물이 품고 있는 단단함을 보란 듯이 과시했다.
“뒤로 밀어낼 수 없다면……!”
나는 바람을 아래서 위로 불게 했다.
콰아아아아아아……!
바람은 거대 물도마뱀의 배에 구멍을 낼 기세로 집중돼서 몰아쳤다.
거대 물도마뱀의 몸이 부풀었다.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갔다. 거대 물도마뱀의 몸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바람이 아니라, 산소를 집어넣었다.
어느새 거대 물도마뱀의 몸은 완전히 둥글게 부풀어서 동그랗게 됐다. 마치 엄청나게 커다란 물방울을 삼키고 있는 듯한 모습.
촤악! 촤아악!
거대 물도마뱀은 다리를 늘이면서까지 내게로 다가오려고 했다. 하지만 내 앞의 바닥은 일부분만 젖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물이 조금 떨어졌을 뿐.
거대 물도마뱀이 둥실 떠올랐다. 몸이 동그랗게 부풀어서 네 다리는 장롱다리처럼 작게 돋아난 수준이었다. 길고 굵어 보였던 꼬리도 너무 작게 느껴졌다.
나는 계속해서 바람과 산소를 주입했다.
그냥 산소에 불꽃을 살짝 튀기는 수준만으로 무지막지한 불을 키울 수는 없다.
산소가 유입되면 불길이 조금 커질 수는 있지만, 충분한 양의 연소재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잠시 발광하고 끝이다.
나는 과학의 범주를 벗어난 산소를 주입하고 있었다. 다른 헌터라면 마력이 더해진 효과만으로 가능하겠지만, 내게는 마력과 비슷한 무언가만 있으니까.
대신 더 강력하고 특이하게 능력 발휘가 가능했다. 산소의 압축. 마치 작은 타이어에 더 산소를 꽉 채운 듯한, 사실상 불꽃이 없어도 압력 때문에 터질 것처럼.
거대 물도마뱀은 어느새 열기구처럼 하늘 높이 떠 있었다. 나는 불꽃을 위로 올려보냈다.
치직, 치지지지직……!
마치 심지가 타오르듯 불꽃이 바람을 타고 올라가 거대 물도마뱀에게로 향했다.
핏, 퍼어어어어어어어어엉!
하늘에서 엄청난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물이 증발하면서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발생했고, 순식간에 구름이 생성됐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씩 웃었다.
드디어 끝났네.
“지율이랑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야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뭔가 이상했다.
“어……?”
뭉게뭉게 피어난 구름이 움직여 뭉쳤다.
“저거 설마……?”
구름이 거대 물도마뱀의 모양으로 뭉치고 있었다. 아직 마력도 느껴졌다. 질량의 손실도 컸고, 힘이 약해졌음을 증명하듯 마력도 작아졌다. 하지만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힘이 생긴 셈이었다.
더 이상 물도마뱀이라 부르기 애매해진 구름 같은 마수는 분명히 나를 내려다봤다. 하지만 꾸물거리다가 다른 곳으로 향하려는 듯했다.
“이런.”
나는 양손을 아래로 뻗고 날아오르려 했다. 구름 상태라면 더 멀리멀리 날려버리기 쉬웠으니까.
뛰어오르려는 찰나, 강렬한 마력이 느껴지면서 제트쇼를 하듯 하늘에 일직선으로 흰색이 길게 그어졌다.
빠지지직!
고성우였다. 녀석은 순식간에 구름이 된 거대 물도마뱀을 얼렸다.
팡!
마무리.
거대 물도마뱀이 깨졌다.
가루 같은 눈이 내렸다.
더 이상 거대 물도마뱀의 마력은 없었다.
롤러코스터 레일처럼 허공에 만들어진 얼음길 위에 선 고성우가 나를 쳐다봤다.
* * *
“하하, 오랜만이네요. 하하하하.”
구정석이 계속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웃었다.
“그렇게 오래 안 됐는데요?”
조여진의 물음에 구정석이 더 어색하게 웃었다.
“아하하핫, 그런가요? 마치 오래된 것처럼 느껴져서요. 하하하핫.”
“아, 네에…….”
지율이는 눈을 반짝거리며 주변을 가리켰다.
“그럼 이게 다 원래 도마뱀이었던 거야?”
고성우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지. 그냥 도마뱀은 아니고 물도마뱀.”
“물도마뱀은 물로 돼 있고?”
“응.”
“우와아……. 보고 싶어…….”
지율이가 아쉬워하자 고성우는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쁜 마수라서 안 돼.”
“물어?”
“그렇……지?”
고성우는 대답하면서 확신 없이 말했다. 거대 물도마뱀의 공격 수단이 깨물기와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물이니까 물어도 안 아프지 않을까?”
지율이가 핵심을 찌르자 고성우가 당황했다.
“엇, 그건…….”
내가 끼어들어 대신 대답했다.
“몸이 단단해질 수도 있고, 깨물어서 삼켜 버리면 물에 갇히잖아. 그럼 숨도 못 쉬고 큰일 날 수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물속에서 숨 못 쉬잖아.”
혹여나 지율이가 자신은 물속에서 호흡이 가능하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까 봐 미리 알아듣기 좋게 말했다. 실제로 각성자들 중 수중호흡이 가능한 경우들이 제법 있었으니 틀린 말도 아니었고.
“그렇구나.”
지율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는데 조여진이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왔다.
“이제 알았어?”
“응!”
잠깐 애를 봐주는 동안 둘이 더 친해진 듯했다.
“정말 다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모두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인명피해도 없고, 창고도 전부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조민택은 얼굴에 함박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오늘은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다들 식사하러 가시죠!”
그는 다시 회사로 돌아온 직원들에게도 일을 빨리 마무리하고 회식을 가라며 법인카드를 내밀었다.
저런 면에서 조민택이 호감을 사고,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게 하는 듯했다. JMT 글로벌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빠짐없이 챙겼다.
“지율아, 뭐 먹고 싶어? 아저씨가 다 사줄게!”
조민택이 말하자 지율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김밥?”
* * *
크게 한턱내기로 한 조민택이 우리를 데리고 분식집에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율이는 김밥이 먹고 싶은 모양이었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강척에서 조금 벗어나야 있는 고급 한정식집.
“저희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인 ‘참치김밥’과 ‘맛좋은김밥’입니다.”
두 입 정도가 적당하고, 작정하면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작고 가느다란 김밥이었다.
참치김밥은 그 작은 하나가 2만 원이었고, 맛좋은김밥은 1만7천 원.
살면서 접해본 김밥들 중에서 가장 비싼 것 같았다.
아, 김밥연근보다는 싸지만.
“참치김밥은 단촛물을 섞어 채워 간을 한 밥이고, 이것은 간장에 절인 참치등살인데요. 그 위에 얹어져 있는 것은 시소 잎입니다. 어린 손님분께는 익힌 참치를 대신 올렸습니다. 간장에 절이지도 않아서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직원은 다른 메뉴인 맛좋은김밥에 대해서도 얘기를 늘어놨다.
“부각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바삭한 김 안에 트러플과 불고기 그리고 밥을 버무려서 채웠습니다. 옆에 있는 소스는 트러플 아이올리입니다.”
먼저 참치김밥부터 먹었다. 짭짤하면서도 산미가 있어 식욕을 확 자극했다. 안에 들어 있는 마가 오묘하게 아삭거리면서 입에 착 달라붙었다.
조여진은 헛웃음을 지으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구정석은 김밥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마저 먹었다.
“음, 맛있네.”
고성우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씹으면서 이미 고개가 돌아가 있었다.
“어때 지율아? 맛있어?”
“응 맛있어!”
“그래? 다음 것도 먹어봐.”
불고기가 들어간 맛좋은김밥이 아무래도 지율이 입에 더 맞을 듯했다.
바삭.
내 입에도 그랬다. 조금 저렴한 메뉴였지만, 맛은 더 좋았다. 역시 가격이 절대적인 맛의 척도는 아니다.
꽤 비싼 식당들 중에 라면 한 봉지를 못 이기는 곳들도 많으니까.
“되게 맛있다아아아.”
지율이는 행복하다는 듯이 양손을 양 뺨으로 가져갔다.
조민택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지율이 먹고 싶은 만큼 실컷 먹어!”
“진짜요? 저 그럼 백 개 먹을래요!”
맛좋은김밥 100개면 170만 원.
지율이는 진짜로 100개 이상 먹을 수도 있었다.
“하하하하! 그래! 백 개, 천 개 먹어! 근데 다른 음식들도 나오니까 같이!”
“네!”
그렇게 즐거운 식사 자리가 이어지던 중이었다.
맞은편에 앉은 고성우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조용히 목소리를 냈다.
“언제부터야? 원래 그 정도였어?”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내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예상을 훨씬 상회한 거겠지.
“원래 이랬을 리가 있냐, 현장에서 일할 때부터 뻔히 알면서 뭘.”
“그것도 그래. 나랑 팀 짜서 같이 활동해도 되겠던데?”
“일없다.”
헌터로 살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다.
휴도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때가 가장 행복하니까.
“그냥 한 소리야, 인마. 뭘 그렇게 얼굴을 굳히고 그래.”
고성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 아. 미안하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굳힌 모양이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포함돼서였다.
휴도에서의 삶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했다.
지율이와 함께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내 전부였다.
그렇기에 나도 모르게 정색을 했다.
거대 물도마뱀을 앞에 놓고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내가 그럴 정도였다.
“빠아.”
지율이가 손바닥으로 내 다리를 찰싹 때렸다. 때렸다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살짝.
“어?”
“삼촌한테 화내고 그러면 안 돼.”
지율이가 혼을 내듯 눈썹을 살짝 찡그렸는데, 통통한 볼이 너무 귀여웠다.
평소에 곰곰이와 삐삐가 싸우면 항상 말리는 게 지율이였다.
그만큼 싸움을 싫어했다.
“하하하, 그러게. 미안. 아빠 지율이한테 혼났네.”
내가 웃어 보이자 지율이는 타이르듯이 말했다.
“이제 화내면 안 돼? 알았지?”
자리에 있던 모두가 크게 웃었다.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았어, 화 안 낼게. 절대로.”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11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