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194
194. 무룩이 강척에 가다 (1)
나와 지율이는 잠시 그대로 얼어붙었다.
지금 내가 들은 게 맞나?
무룩이가 강척에 간다고?
지율이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동그랗게 뜬 눈으로 무룩이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가자냥.”
무룩이가 먼저 나와 지율이 사이를 지나 요트에 오르기 시작했다.
“뭣들 하냥? 얼른 가자냥.”
“아니, 무룩아. 괜찮겠어?”
나의 물음에 무룩이가 되물었다.
“뭐가 문제냥?”
“휴도를 두고 가도 되겠냐는 말이지. 항상 휴도를 지키느라고 벗어나지 않았잖아. 지금까지 항상 휴도에만 있던 거 아니었어?”
그 순간 무룩이가 시선을 회피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냥.”
“그게 무슨 말이야? 똑바로 말해야지.”
내가 따지고 들었지만, 무룩이는 못 들었다는 양 슬금슬금 요트에 올랐다.
“무룩아?”
다시 한 번 부르자 무룩이가 멈춰 섰다.
“대답해야지?”
대답을 재촉하자 무룩이가 고개를 홱 돌렸는데, 가끔 나오는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팔자 눈썹이 일자 눈썹으로 바뀌고, 두 눈은 맹한 그 얼굴.
“……이유가 있다냥.”
다시 팔자 눈썹이 된 무룩이가 말했다.
“지금은 곰곰냥과 삐삐냥에게 믿고 맡길 수 있다냥. 꼭꼭냥도 조금 이상하지만 도움은 된다냥. 나의 다른 부하들도 많다냥.”
“그러니까 경비들을 세워놨다?”
“그렇다냥! 나의 대비는 완벽하다냥!”
내가 헛웃음을 치는 와중에 ‘멍’하고 크게 짖는 소리가 울렸다.
모두의 시선이 핫도그에게로 돌아갔다.
“헥헥헥헥헥헥헥헥.”
무언가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헥헥거리며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핫도그.
핫도그의 시선은 무룩이에게 고정돼 있었다.
무룩이는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헥헥헥헥헥헥헥헥.”
하지만 핫도그는 멈추지 않았고,
“……저 녀석도 제법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냥. 휴도에 누가 오면 다 알아차릴 거다냥.”
무룩이는 마지못해 말하는 티를 팍팍 냈다.
하지만 핫도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뻐했다.
“워우우우우우우!”
그때 지율이가 요트에 오르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튼 같이 간다는 거지?”
“그렇다냥.”
“우와아, 무룩이랑은 처음이네! 얼른 가자!”
그렇게 다 같이 요트에 오르는데 이상하게 뒤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싹이의 눈빛이었다.
딱히 어떤 말을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눈빛에서 느껴졌다.
왜 나는 빼놓고 말하냐고. 휴도를 위해서라면 내가 일을 제일 많이 하고 있는데. 너희들 정말 너무하다고.
이미 요트를 움직이기 시작한 터라 싹이와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사실 요트를 잠시 멈출 수도 있고, 선착장에 바짝 붙이는 것도 가능했다.
단지 그러지 않은 이유는 구차해 보일까 봐.
전부 내 오해였을 수도 있다. 오히려 싹이는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렇기에 조용히 다녀오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대비를 안 할 수도 없었지만.
“……무룩아.”
“……냥.
”이따 다녀와서는 꼭 싹이한테 좋은 말 좀 해줘.“
“물론이다냥…!”
무룩이도 눈치가 있다.
* * *
“무룩아 어때? 재밌지? 시원하지? 그치?”
요트를 타고 강척을 가는 내내 지율이는 계속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가만히 앉아서 바람을 쐬는 무룩이.
뽀송뽀송한 전신의 털이 바람에 날렸다.
무룩이는 대단한 일을 마친 영화에서 엔딩을 맞는 주인공처럼 저 멀리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치 무룩아?”
지율이가 대답을 재촉하자 무룩이가 입을 뗐다.
“냥.”
“그치? 그치? 너무 좋지?”
지율이는 활짝 웃으며 대답을 강요했고,
“그렇다냥.”
무룩이는 대답했다.
항상 아닌 척해도 가장 다정한 게 무룩이다.
“아하하하핫!”
갑자기 지율이의 웃음보가 터졌다.
“왜 그래 지율아?”
지율이는 왼손으로 배를 감싸며 깔깔 웃다가 오른손으로 무룩이의 수염을 가리켰다.
“무룩이 수염이 너무 웃겨! 막 날갯짓하는 거 같아!”
가늘고 긴 수염들이 빠르게 파르르르 떨리고 있는 게 지율이한테는 웃긴 모양이다.
어릴 때는 낙엽만 굴러가도 웃기다더니, 진짜 그런 듯하다.
“그러게. 무슨 잠자리 같네.”
“잠자리?”
지율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목소리를 높였다.
“잠자리! 보고 싶다!”
매일 허니베어, 달토끼, 헬하운드, 정체불명에 분신까지 가지고 있는 식물 그리고 말하는 고양이까지. 그 외에도 휴도에는 온갖 생물들이 다 있다. 가장 친한 친구인 현백이는 마블 드래곤이고.
그런 지율이가 잠자리를 궁금해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하긴, 자전거를 사러 가는 지금도 그런 듯하다.
“후냐아아아아아앙…!”
하품을 크게 한 무룩이가 쩝쩝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짭짤하다냥.”
바닷바람의 소금기가 느껴지나 보다.
“그래?”
“냥.”
휴도를 벗어난 이후로 무룩이는 딱히 신나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꼬리는 감추지 못했다.
요트에 오르기 전부터 좌우로 계속해서 살랑거리는 꼬리는 가만히 있을 줄 몰랐다.
“무룩아! 신나지? 기분 좋지?”
지율이가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어쩌면 지율이는 같이 나온 무룩이가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확인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혹은 이미 기분 좋은 걸 알아서 저러는 걸 수도 있고.
무룩이는 또 아닌 척하며, 나름대로 평온하게 목소리를 냈다.
“나쁘지 않다냥.”
흥미를 담은 꼬리는 계속해서 시계추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 * *
강척에 도착했다.
“안아줄까?”
내가 장난스레 묻자 무룩이는 고개를 홱 돌렸다.
“필요 없다냥.”
“그래? 싫어?”
“싫다냥!”
지율이가 앞장서서 요트에서 내렸다.
“가자 무룩아!”
“냥.”
무룩이는 사뿐사뿐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강척에 발을 디디고는 잠시 멈춰 섰다. 왠지 감격스러워 보였다.
“어때?”
나의 물음에 무룩이는 정신없이 주위를 둘러보던 무룩이가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평범한 것 같다냥.”
내가 피식 웃는데 앞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가까워졌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JMT 글로벌의 조민택이 조카인 조여진과 함께 나와 있었다.
강척에 올 때마다 휴도 특산물을 가지고 오는 일은 기본이 됐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조민택이 고개를 숙였다.
“예,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저야 그렇죠. 대표님은요?”
“저야 대표님 덕분에 너무 잘 지냈습니다. 하하핫. 제가 인사드린 지가 너무 오래 돼서, 그래서 이렇게 찾아뵙게 됐습니다.”
“어휴, 뭐 그러실 것까지……. 시간 될 때 같이 식사나 하면 되죠.”
“하하하!”
조민택은 지율이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우리 귀여운 지율이가 보고 싶기도 했고요. 잘 지냈지?”
“네에에!”
지율이가 활기차게 대답하자 조여진이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어우우! 지율이는 왜 이렇게 예뻐?”
“언니도 예뻐!”
“말하는 것까지 예쁜 거 봐!”
조여진이 지율이를 끌어안더니 들어 올렸다.
순간적으로 ‘앗’하고 소리를 칠 뻔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지켜봤다.
의외로 조여진이 지율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조여진도 일단은 헌터이기는 하지만, 염두에 두지 않고 평소의 근력으로 들 수 있는 무게는 아닐 텐데?
그때 생글생글 웃고 있는 지율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 구름 능력이었다. 지율이도 하늘나라에서 가져온 구름캔디를 먹었고, 그 덕분에 무게를 줄여서 그랬다. 제일 가볍게 해도 30킬로그램 정도가 한계이긴 했지만.
찾아보니 지율이와 키가 비슷한 아이들의 몸무게는 대략 17킬로그램 정도가 평균인 듯했다.
“지율이 의외로 무겁네?”
조여진이 조금 놀랍다는 듯이 말하자 지율이가 양손을 배로 가져가며 쳐다봤다.
“밥을 너무 많이 먹었나?”
“하핫!? 더 먹어. 더 먹어도 돼. 훨씬 무거워도 돼.”
“정말?”
“그럼. 100킬로 넘어도 괜찮아.”
“정말?”
“응!”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지율아, 그렇다고 지금 무게 조절을 해제하지는 마.
“대표님께서 키우시는 고양이인가요?”
조민택이 무룩이를 보며 물었다.
“키우기는 누가 키우냥! 내가 대장이다냥!”
무룩이가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자 조민택의 얼굴이 녹아내렸다.
“어이구… 대답도 잘하네? 허허허허.”
누가 봐도 조민택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게 티가 났다.
“고양이는 원래 영역동물이라서 이렇게 나오는 걸 안 좋아하는데, 산책냥이라니, 어마어마하구나 너. 눈썹은 왜 이렇게 웃기냐? 허허허.”
어느새 조민택은 쪼그려 앉아서 무룩이를 바라보며 손등을 조심스레 내밀었다.
“내 냄새 좀 맡아볼래?”
조민택은 나를 살짝 올려다보며 말했다.
“만져도 괜찮죠?”
“아마… 도요?”
“아, 확실한 건 아닌가요?”
“보통 손을 많이 타는 편은 아니라서요. 저하고 지율이 빼고는요.”
“그렇습니까? 이렇게 배를 타고 밖에 나오는 걸 보면 예민하지는 않은 거 같은데.”
“여러 면에서 좀 특이합니다.”
그때 무룩이가 조민택의 손등 냄새를 살짝 맡았다.
조민택이 헤벌쭉 웃었다.
“오늘 깜빡하고 향수를 안 뿌렸었는데, 그게 너 만나려고 그랬나 보다.”
무룩이는 조금 아니꼽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조민택을 가만히 올려다봤다. 그러다 앞발을 뻗더니 조민택의 손아귀에 넣었다.
“반갑다냥.”
무룩이의 악수에 쪼그려 앉아 있던 조민택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엉덩방아를 찧었다.
“대, 대표님…! 부럽습니다…!”
“예?”
“대표님께서는 정말 축복 받으셨군요…!”
“하하, 무룩이가 귀엽기는 하죠.”
“무룩이. 이름이 무룩이입니까?”
“네. 눈썹이 처진 게 시무룩해 보여서요.”
“하하, 그렇긴 하네요.”
“대표님도 고양이 키우시나요?”
조민택은 좌절하는 얼굴을 했다. 순간적으로 얼굴에 수많은 빗금이 그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아내가… 아내 때문에…….”
“아, 저런. 아내분이 안 좋아하시는군요.”
“아니요, 아내도 좋아합니다. 저희 딸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아내가 고양이 알러지가 심해서…….”
조민택은 악수하고 있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무룩이를 바라봤다.
“그러니 이런 기회를 놓칠 수가 없죠. 이렇게 저의 욕망을 채우는 겁니다. 무룩이 발이 너무 따뜻하네요. 핑크색 젤리가 보고 싶은데. 무룩아, 발바닥 좀 보여줄래? 발바닥 한 번만…….”
조민택이 손을 살짝 비틀어 무룩이의 발을 확인하려는 순간이었다.
타탁!
무룩이가 앞발을 확 빼고는 조민택의 손을 한 대 때렸다.
“언제까지 잡고 있을 거냥?”
당황한 나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매정한 녀석 같으니. 자기 좋다고 그러는 건데 저럴 것까지는 없지 않나? 비즈니스 파괴자다. 영업이라는 것도 있는 건데.
무룩이한테 영업을 하라는 얘기도 아니고, 조민택이 영업이 필요한 상대도 아니기는 하다. 그래도 그렇지, 다 알면서.
지켜보던 지율이도 조금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반대로 조여진은 웃겨 죽겠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충격 받았을 조민택을 달래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
“저… 대표님, 죄송합니다. 아까 말씀드렸었죠? 무룩이가 원래 손을 잘 타는 녀석이 아니라서요. 갑자기 예민해져서 그런가…….”
“아니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표정을 보니 진짜였다.
조민택은 무룩이에게 얻어맞은 부위를 문지르며 눈을 반짝거렸다.
“앞발이 꼭 솜방망이 같네. 어떻게 발도 그렇게 귀여울 수 있는 거지? 우리… 악수 한 번만 다시 할까?”
조민택이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손을 내밀자 무룩이가 고개를 살짝 뒤로 빼더니, 내게 도움을 요청하듯 시선을 옮겼다.
“이상한 인간이다냥…….”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19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