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193
193. 더 건강하게
“아아아아아…….”
눈을 감은 채 목소리를 내던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슬며시 눈을 떴다.
“……아?”
자면서도 입을 벌리고 있었다.
어제 저녁에 지율이가 파스타를 먹여준 게 임팩트가 컸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자주 먹여달라고 장난을 쳐야겠다.
“흐으으음…….”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이 밝고 있었다.
확실히 날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해가 좀 더 일찍 찾아오는 느낌이다.
“냥……?”
발치에서 자고 있던 무룩이가 고개를 들었다.
“일어났어?”
“냐아아아앙.”
무룩이도 앞다리를 쭉 펴고 스트레칭을 했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무룩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룩이는 눈을 감고는 마치 웃는 듯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어리광을 부리듯 다시 드러누웠다.
자다가 중간에 깼을 때 말고, 푹 자고 일어난 무룩이는 유난히 애교도 많고 착하다.
마사지를 하듯 무룩이의 머리와 등, 배, 다리를 쓰다듬고 주무르다가 슬슬 일어났다.
내가 침대에서 벗어나자 무룩이도 바로 뒤를 따라왔다.
“아침은 뭐냥?”
나는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눈 뜨자마자 밥 찾아?”
“당연한 거 아니냥? 자는 동안 계속 못 먹었잖냥! 그리고 자기 직전에 먹는 건 안 좋다면서 또 안 먹었고냥! 공복이 기니까 아침에 눈을 뜨면 밥을 찾는 게 당연하다냥!”
깜짝 놀란 나는 가만히 무룩이를 바라봤다.
무룩이가 원래 이렇게 논리적이었나?
나와 눈을 마주치던 무룩이가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하고 쏘아붙였다.
“뭘 그렇게 쳐다보냥?”
“음…….”
“말을 해라냥!”
“일리가 있어.”
“냥?”
무룩이의 얼굴이 묘하게 밝아졌다.
“바로 밥부터 먹는 거냥?”
“뭐, 언제는 내가 밥 안 줬어?”
“그렇긴 하다냥!”
기분이 좋아진 무룩이는 은근히 옆으로 와서 다리에 몸을 스쳤다.
아직 2층에 있는 지율이와 아이들은 자고 있는 듯했다.
나는 아이들을 깨우지 않고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조용히 네모집 밖으로 나섰다.
* * *
취사는 네모집 1층 구석에서도 가능하고, 밖에도 따로 있다.
날도 풀리고 화창한 햇빛을 받는 게 좋아서 밖을 택했다. 지율이와 아이들을 깨우지 않으려 한 것도 있지만,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게 해를 찾는다.
휴도에 온 이후로 줄곧 그랬지만, 광합성 능력을 얻은 이후로 더 그렇게 됐다.
광합성은 곧 에너지 충전이므로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랬던 것 같다.
조리대 위로 재료들을 준비하는데 가만히 지켜보던 무룩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뭐냥?”
“시금치.”
“그건 또 뭐냥?”
“당근.”
“그건 뭐냥?”
“달래.”
“그건 또 뭐냐옹?”
“죽순.”
앉아 있던 무룩이는 점점 누군가 위에서 잡아당기듯 머리만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비틀고 채소들을 노려봤다.
“……왜 그래?”
나의 물음에 무룩이는 아니꼬움을 잔뜩 담아 채소들을 향해 눈알 부라리며 되물었다.
“이것들이 다 뭐냥……?”
“뭐긴, 채소지.”
“누구 줄 거냥?”
“누구기는, 우리들 먹을 거지.”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까 무룩이 네 말 듣고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
“무슨 생각이냥?”
“공복이 길잖아. 그러니까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먹어야지. 몸에 좋은 걸로.”
휴도에 사는 이상 건강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는 하다. 모두들 상식을 한참 벗어나도록 튼튼하니까.
하지만 건강은 있을 때 지키는 것.
지금 건강할 때 건강을 챙겨서 손해 볼 것은 없다.
더 건강해지면 좋지 뭐.
봄을 맞이해서 채소도 많이 먹고, 더 건강하게 지내면 좋을 듯했다.
건강을 떠나서 채소는 원래 맛있기도 하고.
“좋지?”
내가 웃으며 묻자 갑자기 무룩이가 달려들었다.
“우냐아아아아아앙!”
“뭐, 뭐야! 왜 이래?”
달려든 무룩이는 솜방망이 같은 앞발로 채소들을 번갈아 때리기 시작했다.
“냥! 냥! 냥! 냥! 냥냥냥냥냥냥냥냥!”
솜방망이 같은 앞발로 채소들을 때려봤자 그냥 퍽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살짝 흔들리는 게 전부였다.
물론, 채소 정도는 무룩이도 이리저리 밀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무룩이는 종종 틱틱거릴 줄은 알지만, 속내는 착한 녀석이니까.
“왜 그래? 왜? 응?”
나는 무룩이를 안아 올리며 말리면서도 입가에서 웃음기는 지워내지 못했다.
“뭐냥! 왜 웃냥?”
“아니야, 내가 언제 웃었다고.”
“웃는 거 다 보인다냥!”
“아니라니까?”
팔을 뻗어서 무룩이를 앞으로 둔 채 나는 고개를 돌렸다.
“크큭……! 쿡……! 푸흐흡!”
내가 웃음을 참지 못하자 무룩이가 활어처럼 몸을 마구 비틀었다.
“이거 놓으라냥! 놓으라냥!”
“알았어, 알았어. 왜 이렇게 난리야.”
조리대에 올려놓으니 무룩이가 잔뜩 시무룩한 얼굴을 했다. 원래도 시무룩한 얼굴이지만, 오늘은 그 속상함이 짙게 드러났다.
“맛있는 게 먹고 싶다냥!”
“맛있는 거 하고 있잖아.”
“다 초록색이다냥!”
“아니야.”
나는 죽순을 들어 보이며 씩 웃었다.
“이건 노란색이잖아.”
“냐아아아앙!”
놀려먹는 재미가 있었다.
“하하하하! 알았어, 미안해, 미안해. 화내지 마.”
“맛있는 거 달라냥!”
“근데 이것들 진짜 맛있어.”
“거짓말하지 말라냥!”
“정말이라니까? 진짠데.”
그때 웃음소리가 크게 울렸다.
“아하하하하핫! 아빠랑 무룩이랑 아침부터 재밌게 노네!”
어느새 일어난 지율이는 네모집에서 나오며 기운 넘치게 웃었다.
“뭐가 웃겨? 나도 웃을래!”
나는 채소들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오늘 아침식사인데 무룩이가 화를 내네?”
“왜?”
“맛없겠다고.”
“맛있을 거 같은데?”
그러자 어느새 네모집 2층 위에 앉아 있던 싹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훌륭한 식단이로구나.”
지율이 옆에서 고개를 내민 삐삐도 강하게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삐삐삐삐삐삐삐!”
원래 채소만 좋아하는 삐삐한테야 당연했다.
“멍멍!”
핫도그는 아무래도 좋은 듯했다. 하긴, 가스불만 켜도 꼬리를 흔들며 신나게 먹는 게 핫도그니까.
“너는 어떠냥! 너도 불만 있지 않냥?”
무룩이의 시선이 향한 곳은 곰곰이였다.
“고, 고곰…….”
곰곰이는 눈치를 살피며 제대로 의견을 피력하지 못했다.
나는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곰곰아, 솔직하게 말해도 돼. 제일 맛있는 게 뭐야?”
“고옴!”
곰곰이는 걸음을 옮기더니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허니포켓을 가리켰다. 육류를 고를 줄 알았는데, 역시 허니베어는 허니베어다. 달콤한 게 제일인 듯하다.
나는 무룩이를 보며 씩 웃었다.
“곰곰이도 꽃을 제일 좋아하네? 꽃도 식물이잖아.”
“시끄럽다냥! 난 안 먹겠다냥!”
삐친 무룩이가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 완만한 등이 왜 이렇게 귀여운지. 어깨보다 더 넓은 머리의 폭이 웃음을 자아냈다.
“하하하하, 삐쳤어?”
나는 무룩이의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옆에 섰다.
잔뜩 삐친 무룩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장난이야, 채소 말고 다른 것도 먹을 거야.”
무룩이가 힐끗 나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안 본 척하려고 하는 건지 곧바로 다시 전방에 시선을 뒀다.
“뭐 특별히 먹고 싶은 거 있어?”
“고기도 필요하다냥…….”
“알았어, 알았어. 당연히 고기도 먹어야지.”
“진짜냥?”
“그럼.”
달래 된장찌개에 시금치 무침, 죽순 볶음 그리고 무룩이를 위한 고등어구이를 했다. 꼭꼭이의 알을 활용해 계란찜과 계란말이도 했고.
“어때? 마음에 들어?”
열심히 고등어 살점을 먹던 무룩이는 슬쩍 나를 쳐다봤다. 평소보다 터프하게, 리드미컬하게 머리를 움직여 입질을 하듯 고등어를 먹는 무룩이. 마치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기도 했다.
“많이 먹어.”
“냠…… 냥! 냠냠…… 냥냠냠!”
결국 모두가 행복한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 * *
“읏쌰쌰…….”
식사를 하고 매일 바로 퍼져 있는 것 같아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던 중이었다.
“빠아! 뭐 하는 거야?”
지율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스트레칭.”
“하면 좋아?”
“그렇지. 이렇게 하면 운동 돼. 몸도 풀리고.”
“나도 할래!”
“그래, 이렇게 아빠 따라 해.”
내가 몸을 움직이자 지율이는 나름대로 열심히 따라 하는 듯했다.
“음? 어?”
당연히 어설플 줄 알았는데, 지율이는 굉장히 유연하게 잘했다.
“어라? 지율이 이것도 할 수 있어?”
나는 다리를 쭉 편 상태에서 허리를 앞으로 숙여 손을 뻗었다. 손끝이 바닥에 닿을랑 말랑했다. 내 유연성의 한계였다.
반면에 지율이는 너무도 쉽게 바닥에 손이 닿았다. 조금 힘차게 뻗으면 손바닥도 바닥에 완전히 붙일 기세였다.
“대, 대단한데?”
내가 감탄하자 지율이는 스스로를 가리키며 활짝 웃었다.
“나 대단해?”
“대단하지.”
아직 어려서 그런가 유연한 듯하다. 나는 벌써 몸이 굳는 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식초를 먹으면 유연해진다는 말도 있던데, 아무래도 말도 안 되겠지.
“흠…….”
좀 더 본격적인 운동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거치대와 마이패드를 가지고 와서 아이튜브를 틀었다.
전문가가 스트레칭하는 영상을 보고 따라 하기 위해서였다.
어떤 영상을 틀까 고민하는데, 어째서인지 전혀 관련이 없는 추천영상들이 떴다.
그중 한 영상이 지율이의 관심을 끌었다.
“앗! 빠아! 저거 나도 타고 싶어!”
지율이의 관심을 끌어당긴 것은 자전거를 타는 영상이었다.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게 지율이 눈에 신나 보인 모양이다.
“자전거?”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불가능했다.
지율이의 신체는 기껏해야 5~6세 여자아이 수준.
하지만 몸무게는 100킬로그램이 넘어갔었다.
그런 지율이를 지탱할 수 있는 유아용 자전거는 찾기 어려웠다.
주문제작을 하면 가능할 수 있긴 했지만, 딱히 지율이가 자전거를 찾은 적이 없어서 염두에 두지 않았다.
매일 같이 요트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는데 자전거에 흥미를 보일 거라는 생각 자체를 못 했다.
“자전거 타고 싶어?”
“응! 쟤가 타는 거!”
지율이는 영상에서 딱 자기 또래의 아이가 타고 있는 자전거를 가리켰다. 보조바퀴가 달린 어린이용 자전거였다.
“타고 싶어?”
“응! 방금 타고 싶다고 말했는데?”
지율이가 꼽을 주기 시작한다. 아니, 꼽이라니. 말이 너무 심했나? 하지만 꼽이라는 표현보다 더 적절한 것을 찾기가 어렵다.
어지간히 타고 싶은 모양이다. 평소에 지율이가 무언가를 이렇게 간절히 원하는 일은 드물다.
어려운 것도 아닌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나도 함께 자전거를 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아이튜브 영상을 보면서 1인칭 시점으로 스릴 넘치게 타는 MTB를 탐낸 적도 있었는데.
운동으로 건강도 챙기고 재미도 있으니 좋을 듯했다.
“그럼 바로 사러 갈까?”
지율이가 커다란 눈을 기대감으로 반짝반짝 빛냈다.
“지금?”
“그럼, 지금이지.”
“바로? 출발하는 거야?”
“응.”
“가자! 가자가자!”
“좋았어! 자전거 사러 출발!”
준비할 것도 없었다. 곧바로 요트에 오르기만 하면 됐다. 그렇게 선착장으로 향했고, 여느 때처럼 아이들도 배웅을 나왔다.
“금방 갔다 올게!”
“다녀올게!”
그렇게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요트에 오르려는 찰나였다.
“잠깐냥.”
나와 지율이가 고개를 돌리자 무룩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나도 가겠다냥.”
아예 상상도 못 한 발언이었다.
“지금 우리 바다 건너서 육지로 갈 건데? 다른 사람들 많은 도시로 가는 거야. 근데 같이 가자고?”
나의 물음에 무룩이는 무언가 결심한 듯이, 조금은 심통이 난 것처럼 대답했다.
“오늘은 나도 가겠다냥……!”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19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