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231
231. 퀸
상어의 입이 닫히고 나서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하하하핫! 놀이기구 같아!”
지율이는 그저 재미있는지 신나 보였다.
무룩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품에 안긴 채로 평온했다.
나만 신경 쓰여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어의 입안에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상황을 봤을 때 상어가 갑자기 공격적으로 굴거나 할 일은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 됐다.
내가 아빠니까.
지켜야 하니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는데 지율이가 손을 꼭 잡았다.
“재밌다, 그치?”
“그러게. 지율이랑 같이 바다 놀이기구 타는 것 같다.”
“맞아! 놀이공원에 진짜 있으면 좋을 텐데.”
아니야 지율아. 아무도 안 탈 거야.
“그치? 무룩아?”
지율이의 물음에 무룩이는 나지막이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냥. 제법 편안하다냥.”
역시 나와 아이들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 * *
상어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어…?”
물이 들어오지 않았다.
상어는 어딘가 육지 위로 턱을 대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순간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우리가 온 곳은 용궁이 아니었다.
일단 상어의 입 밖으로 향했다.
땅에 발을 내디뎠다.
거대한 동굴 같은 곳이었다.
“고마워 상어야!”
지율이가 손을 흔들어 보였고, 상어는 천천히 입을 다물었다.
“샤아아아아크.”
지율이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상어는 여기서 기다릴 거래! 다녀오래!”
“다녀오라고?”
우리가 있는 곳을 살폈다.
출입구는 상어가 얼굴을 내밀고 있는 바다.
천고가 수십 미터는 될 듯한 동굴.
해저인 게 분명한데 물은 없었다.
대체 우리를 초대한 게 누구일지 궁금했다.
“가볼까?”
내가 운을 떼자 무룩이가 앞장섰다.
“가자냥.”
무룩이는 여기서도 리더를 자처했다.
천천히 걸음을 뗐다.
해저동굴은 아름다웠다.
“꼭 오팔이랑 오순이 같다.”
동굴을 둘러보던 지율이가 말했다.
“그러게.”
동굴 전체가 오팔로 만들어진 듯한 모습이었다.
빛이 강하게 나지는 않았지만, 여러 색을 머금고 있어 아름다웠다.
표면도 약간 매끈한 게 진짜 보석 같았고.
거대한 동굴의 안으로 계속해서 가던 중이었다.
전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전부 양옆으로 각을 잡고 서 있었다.
“사람들이다.”
지율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고, 무룩이는 여전히 앞장서고 있었다.
나는 마력 감지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
큰 마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옆으로 서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다다랐다.
생김새는 서양인 같은 모습이었고, 옷차림은 동굴 벽을 떼서 갑옷을 입고 있는 듯했다.
인간과 흡사했지만, 큰 차이 하나가 있었다.
바로 머리카락.
정확히는 머리카락 대신 문어발이 달려 있었다.
빨판이 달린 굵직한 발 여덟 개가 머리에 자리했다.
다들 각기 다른 굵기와 색을 지닌 문어발을 머리에 달고 있었는데, 둥글게 말거나 위로 뻗치는 등 스타일링도 각양각색이었다.
새로운 종족인 건가?
문어인?
용왕하고는 무슨 관계지?
무룩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문어인들 사이를 걸으려고 했다.
“무룩아 잠깐.”
나는 무룩이를 멈추고 문어인들을 향해 말했다.
“당신들은 뭡니까? 여기는 어디고, 우리를 왜 부른 거죠?”
전부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으면 여기서 돌아갈 겁니다.”
내가 말하자 한 문어인이 입을 뗐다.
“안으로 들어가시오. 퀸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퀸?”
“그렇소.”
문어인은 여전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문어인이 말했다.
“그대들에게 해를 끼칠 일은 없으니, 들어가시오. 퀸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기계적인 대답에 뭔가 더 바랄 것은 없을 듯했다.
“가자 아빠!”
지율이가 당차게 말했다.
아니, 그냥 신나 보였다.
“그래.”
무슨 일이 있겠나 싶어 함께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무룩이는 앞장서고 있었다.
“무룩아,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나의 물음에 무룩이가 고개를 살짝 틀어 눈을 마주치고는 되물었다.
“뭐가 말이냥?”
“그냥 지금 상황 자체가 그렇잖아. 모르는 곳이고…….”
“모르는 곳은 강척도 마찬가지였다냥.”
“아니, 강척이랑 여기는 다르지.”
“다를 게 없다냥. 내게는 새로운 곳이고, 내 영역으로 쓸 만한지 살피는 것뿐이다냥.”
대범하다.
무룩이는 진짜로 ‘대(大)범’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비록 자그마한 말하는 고양이지만, 하는 짓은 그 어떤 호랑이보다 용맹하다.
진심이다.
“흠.”
나는 양옆으로 벽처럼 서 있는 문어인들이 불편하다.
사방에서 몰려들면 어떻게 대처할지도 이미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마쳤다.
언젠가부터 새로 생긴 버릇이었다.
아무리 평온한 상황이라도, 나는 모든 경우의 수들을 머릿속으로 세우며 대처법을 강구한다.
절대 잃을 수 없는 소중한 것이 생기니, 사람이 이렇게도 변한다.
계속 더 깊숙한 곳으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가 봐도 왕좌 같은 곳에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다른 문어인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가느다랬다.
문어발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퀸인가?
퀸은 연보라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젊은 여자처럼 보였다.
눈두덩이와 입술은 유독 짙은 보랏빛으로 물들었는데, 마치 화장을 한 것 같았다.
퀸이 자리에서 일어섰고, 수많은 문어발들로 이뤄진 머리카락은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옷차림도 사뭇 달랐다. 마치 검은색처럼 보일 정도로 짙은 보라색 드레스를 걸치고 있었다. 소재 자체는 다른 문어인들이 걸치고 있는 것과 같아서 딱딱한 편인 듯했지만.
“반갑습니다.”
퀸은 곧장 우리에게로 다가와서는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초대에 이렇게 친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압적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예의 바른 모습에 조금 당황했다.
지율이는 퀸을 향해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퀸 님! 안녕하세요!”
퀸은 지율이가 귀엽다는 듯이 생긋 웃어 보였다.
“그냥 퀸이라고 부르면 돼요.”
“그래요? 퀸은 여왕이라는 뜻인데?”
“그게 그냥 제 이름이랍니다.”
지금까지 걱정했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퀸은 기품 있고 부드러우며 친절했다.
“어머, 제 매너 좀 봐.”
퀸은 몸을 틀며 손을 뻗었다.
“일단 저쪽으로 가서 차라도 드시지요.”
무룩이가 곧바로 걸음을 뗐다.
“안내하라냥.”
무룩이의 건방에도 퀸은 부드럽게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예.”
그때 큰 위화감을 느꼈다.
퀸은 가만히 서 있는 것 같았는데, 움직였다.
마치 일자형 에스컬레이터 위에 서 있는 듯했다.
“우와! 어떻게 하는 거지?”
지율이는 퀸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다가 말했다.
“삼촌처럼 하네! 여기는 빙판도 아닌데!”
고성우 얘기였다. 녀석은 자주 빙판 위를 쭉 미끄러지곤 했으니까.
퀸이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우리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으며 고갯짓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퀸의 동굴 더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 * *
조개껍데기의 안쪽으로 만든 듯한 매끈한 테이블 앞에 자리했다.
함께 앉아 있었고, 한 문어인 여자가 차와 간식을 내왔다.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지만, 드세요.”
퀸이 생긋 웃어 보였다.
나는 컵에 담긴 따뜻한 차를 힐끗 쳐다봤다.
짙은 보랏빛의 차라니.
아주 맛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색 옥수수 차를 생각하면 또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함께 내온 간식은 둥글고 납작한 과자 같은 것이었다.
나는 먼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일단 독은 없고.
지율이가 맛보기 전에 과자도 살짝 먹었다.
이것도 괜찮고.
퀸은 나의 의중을 눈치챘는지 생긋 웃어 보였다.
“마음은 이해해요. 그런 와중에도 예의를 갖춰주시고, 이렇게 자리에 함께해 주신 것을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걱정하실 것은 없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말을 대신했다.
“이거 맛있다!”
지율이가 과자를 와작와작 씹어 먹었다.
퀸은 활짝 웃어 보였다.
“입에 맞는다니 다행이네.”
“생선 맛이 나는 것 같은데.”
“맞단다. 생선 살을 수차례 구워낸 거야. 단순히 굽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지율이는 차를 호록 마시고는 말했다.
“이건 뭐야?”
“아, 그거?”
마침 나도 궁금하던 차였다.
묘하게 계속 들어갔다.
몸이 따뜻해지는 게 차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무룩이도 납작한 접시에 담긴 차를 핥아서 잘 먹었다.
퀸은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자신의 문어발 같은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이걸로 우려낸 거야.”
“푸훕!”
차를 마시던 나는 살짝 뿜고 말았다. 그나마 컵 안에 다시 뿜어냈지만.
“어머, 싫으신 건가요?”
퀸은 순식간에 울상이 돼서 머리를 어루만졌다.
“아니요, 아니, 괜찮은데, 그게…….”
저 문어발을 신체의 일부로 봐야 하는 건가? 그냥 머리카락? 아니 머리카락을 우려서 먹는다고 생각하니까 왠지 기분이 좀 그런데. 머리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더 그렇고.
“그렇구나! 신기하다!”
지율이는 편견 없이 대했다.
“내 머리카락도 우려내면 맛있을까?”
퀸은 재미있다는 듯이 호호 웃었다.
“아무래도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그럴까?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잖아.”
“아마… 그래도 무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머리로 우리는 차는 몸에도 좋답니다.”
“그래? 어쩐지! 먹으니까 힘이 나는 것 같았어!”
지율이가 주먹을 꼭 쥐어 보이자 퀸은 부드럽게 손뼉을 치며 웃었다.
“어머, 멋져라.”
“그치? 나 멋있지?”
“네, 멋있고, 예쁘고, 귀여워요.”
“퀸도 예뻐!”
퀸은 손을 뺨으로 가져가며 눈을 깜빡거렸다.
“고마워요.”
나는 일단 다시 차를 마시며 타는 목을 달랬다. 그리고 문득 퀸의 문어발 같은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뭐, 일단… 깨끗해 보이니까.
위생적인 문제는 없는 듯하니 일단 그냥 마셨다.
생선 살로 만든 과자도 꽤 맛있었고.
나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래서… 저희는 왜 여기로 부르신 건가요?”
퀸이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초대를 드린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그런 얘기를 하기는 좀 그렇잖아요. 일단 더 편히 쉬시고, 이곳도 구경하시다가…….”
나는 고개를 가로저은 뒤 말했다.
“아니요. 일단 초대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것부터 알고 싶어요. 그걸 모른 채로는 마음 편히 있을 수도 없을 겁니다.”
“……두 가지 이유입니다.”
두 가지 이유라.
무슨 연유로 우리를 여기로 불러낸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퀸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그쪽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유를 보여준다고? 뭐가 있다는 건가?
우리는 퀸의 안내에 따라 걸음을 옮겼다.
퀸과 함께 향한 곳은 동굴 깊숙한 곳이었다.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여기에 뭐가 있다는 거죠?”
내가 묻자 퀸이 고개를 들었다.
“저게 초대를 드린 첫 번째 이유입니다.”
건물로 치면 20층 높이는 될 듯했다.
높은 것 말고는 특별할 게 없는 천장이었다.
나는 다시 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대체 뭐가 문제…….”
그때 천장을 바라보던 지율이가 나지막이 목소리를 냈다.
“싹이?”
응? 여기서 싹이가 왜 나와?
“그게 무슨 말이야?”
나의 물음에 지율이가 짧고 통통한 검지를 폈다.
나는 지율이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천장에 무언가가 자라 있는 게 보였다.
“저거 설마…….”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232화